초고속 야외 오페라 하우스, 인피니티 G37 컨버터블

발행일자 | 2009.08.04 14:41

인티피니 G37 컨버터블은 강력한 달리기, 쾌적한 실내 공간, 전천후 가변 하드탑 지붕을 갖추었다. 탑을 열거나 닫거나 멋진 스타일이 유지된다. 그리고 탑을 열면 지구 상 가장 빠르고 가장 완벽한 야외 오페라 하우스가 된다. 글, 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인피니티 G37 쿠페는 멋진 스타일과 넉넉한 공간, 강력한 성능, 거기다 최고의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매력 만점의 스포츠 쿠페다. 이런 G37 쿠페에 컨버터블 버전이 더해졌다. 그것도 트랜스포머 하드탑 컨버터블을 장착하고 등장했다. 하긴 최근 등장하는 컨버터블 모델들 중에 몇몇 수퍼카와 럭셔리카를 제외하면 하드탑 컨버터블이 아닌 모델은 찾아 보기 힘든 실정이다. G37 컨버터블에도 3단 접이식 하드탑 컨버터블이 적용되었는데, G37 컨버터블이 다른 하드탑 컨버터블 모델에 비해 더 매력적인 부분은 컨버터블 적용 후에 오히려 더 멋진 뒷모습이 만들어져 스타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다. 기존의 소프트탑 컨버터블은 지붕 부분이 천으로 되어 있어 지붕을 열 때 천을 여러 번 접어서 수납할 수 있으므로 수납에 필요한 공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쿠페가 컨버터블이 되더라도 스타일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설계하기가 쉽다. 하지만 하드탑 컨버터블은 다르다. 지붕 부분을 뒤 쪽에 수납해야 하는데 지붕이 철판이어서 자유자제로 접을 수가 없는 노릇이니 어떻게든 뒤 쪽에 수납공간을 넓게 확보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에피소드가 발생했었다. 2인승 하드탑 컨버터블은 그나마 쉬운 것이 지붕 면적이 넓지 않아서다. 하지만 푸조 307CC 이후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들이 출시 되면서 스타일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트렁크를 길게 뽑아 탑을 수납하고, 그나마 탑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지붕을 기형적으로 만들 수 밖에 없었던 것.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붕 윗면을 둘로 나누어서 접는, 이른바 3단 접이 방식이 도입됐다. 볼보 C70과 BMW 3시리즈 컨버터블이 비슷한 시기에 이 방법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스타일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G37 컨버터블 역시 3단 접이식 하드탑을 적용해 스타일을 살리면서 실내 공간 확보를 용이하게 하고 있는데, 거기서 더 나아가 트렁크 공간을 희생하면서까지 스타일을 완벽하게 다듬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G37 컨버터블은 하드탑을 닫았을 때 쿠페 못지 않은 멋진 지붕선과 뒷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탑을 열었을 때 짐 실을 공간이 거의 없어져 버렸다. 예뻐지려면 무슨 짓을 못 하겠는가? G37 컨버터블의 앞모습은 변화가 없다. 하지만 뒷 모습은 쿠페와 많이 다른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트렁크 리드의 스포일러와 리어 램프 등을 보면 오히려 G37 세단과 더 많이 닮았다. 뿐만 아니라 지붕에서부터 완만하게 내려오며 쿠페의 멋진 뒷 모습을 만들었던 C필러가 세단에 가까운 모습으로 솟아 올랐다. 쿠페에 비해 오히려 자연스럽고, 앞모습과도 더 잘 어울리는 모습이 되었다.

지붕을 열었을 때도 비례로 보나 라인으로 보나 어색한 부분이 전혀 없다. 당연히 지붕을 연 모습이 훨씬 더 섹시하다. 사실 이처럼 완벽한 라인을 만들기 위해서 눈에 띄지 않게 사이즈가 변하긴 했다. 휠베이스는 동일하지만 길이와 너비와 높이가 살짝 줄어 들었고, 지붕을 수납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뒤 트레드가 넓어졌다.

인테리어는 변화를 찾아보기가 숨은 그림 찾기나 틀린 그림 찾기 이상으로 어렵다. 미리 답을 공개하자면 1열 시트 헤드레스트 좌우에 강력한 보스 스피커가 장착된 점과 시트 냉방 기능이 추가되면서 시트에 구멍이 쑹쑹 뚫린 점, 그리고 냉방을 조절하기 위해 시트 히팅 조절 다이얼에 냉방 조절 구간이 더해 진 점, 지붕을 여는 버튼이 추가 된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2열 시트의 스타일이 살짝 바뀐 점, 이 정도가 바뀐 부분의 전부다.

스티어링 휠이나, 계기판, 시프트 패들, 센터 페시아 모두 익숙하다. 그리고 여전히 멋스럽다. 몸을 잘 잡아주는 단단한 버킷 타입 시트는 냉방 기능이 더해져 금상첨화다. 사실 뜨거운 여름 날은 아무리 컨버터블이라 하더라도 쾌적함을 유지하기 어려운데, 냉방 시트의 적용으로 인해 지붕을 열고 달릴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많아 질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G37 컨버터블의 냉방 시트는 동급에서 주로 더운 열기를 빨아내는 석션 기능만 제공되는 것과는 달리 냉기를 직접 주입해 주는 방식이어서 뜨거운 여름날 탁월한 냉방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잠깐만 냉방 기능을 가동하고 있어서 등과 엉덩이가 금새 시려 올 정도다.

센터 페시아 상단에 위치한 모니터로는 네비게이션과 후방 카메라 영상 등이 제공되고, AUX를 통해서 AV 아웃 기능이 있는 PMP나 게임기와 연결하면 영화나 게임 영상도 그대로 재생된다.

G37 컨버터블은 오픈 에어링을 즐기는 스포츠쿠페가 메인 이미지다. 하지만 시승을 하면서 메인 이미지 못지 않게 매력적인 부분으로 주목하게 된 것은 바로 ‘야외 오페라 하우스’ 기능이다. 실제로 이런 기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탑을 열었을 때 더욱 탁월하게 발휘되는 오디오 시스템이 마치 야외 오페라 하우스에 있는 듯해서 필자가 붙여 본 이름이다. 이 기능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탑 오픈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 외에 추가로 더 해야 할 일은 없다.

G37 컨버터블의 보스 오디오 시스템에는 인피니티 M에 적용되었던 오디오 파일럿 기능을 보강한 오디오 파일럿 2가 적용되어 있다. 주행 속도에 감응해 볼륨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 소음을 제거해 주는 기능이 더욱 향상되어 어떠한 환경에서도 최고의 오디오 사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헤드 레스트 좌우에 세계 최초로 트위터를 적용해 환상적인 사운드를 제공한다. 오디오를 재생하고 있는 중에 탑을 열게 되면 순간적으로 사운드가 살짝 끊겼다가 다시 재생되는데, 이 때 출력 세팅을 변경해서 오픈 에어링에 적합한 사운드 세팅을 제공하게 된다. 탑을 연 상태에서도 탑승자를 중심으로 모아지는 강렬한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으며, 주행 중에는 외부 소음을 적절하게 걸러내 주므로 오디오 소스 본래의 사운드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시승 중 탑을 열고 터널 속을 200km/h 이상으로 달리는 아주 특별한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사운드를 즐길 수가 있었다. 지구상에 있는 야외 오페라 하우스 중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야외 오페라 하우스가가 바로 G37 컨버터블이다. G37 컨버터블은 탑을 열거나 닫을 때 작동이 완료 되어도 창문이 함께 닫히지 않는다. 지금까지 다른 컨버터블들은 탑을 열 때 창문이 다 올라와야 작동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G37 컨버터블은 창문과 탑을 모두 연 상태로 작동이 마무리되므로 오픈한 상태로 주행하려는 경우 더 편리하다. 다만 창문을 올리고 주행하려면 따로 작동시켜야 한다. 창문 네 개를 한꺼번에 올리고 내릴 수 있는 버튼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앞서도 말했듯이 G37 컨버터블은 탑을 열었을 경우 트렁크에는 수납공간이 거의 없다. 간단한 짐이라면 뒷좌석을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탑을 열 때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모든 하드탑 컨버터블 모델들은 트렁크에 탑을 수납할 공간을 확보했을 때에만 탑을 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탑 수납 공간을 구분하는 커버가 장착되어 있다. 그 커버를 고정시켰을 때에만 탑을 여는 작동이 가능하다. G37 컨버터블 역시 공간을 구분 짓는 격벽을 설치했다. 그 격벽을 세워 고정시켜야만 탑이 열린다. 그런데 그 벽이 세워져 있는 상태에서 자칫 잘못하면 탑이 들어갈 공간에 짐을 놓아 두는 실수를 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 주의가 필요하다. G37 컨버터블의 파워 트레인은 이미 국내에 선보인 쿠페와 세단과 동일하다. V6 3.7 V-VEL 엔진은 최고출력 330마력/7,000rpm과 최대토크 36.8kg.m/5,200rpm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7단 자동이다. G35 세단에 장착되었던 VQ35HR 엔진과 자동 5단 변속기의 조합에 비해 파워는 더욱 넉넉하면서도 주행 특성은 보다 더 매끄러워졌었다.

G37 컨버터블에서는 하드탑 컨버터블의 적용으로 인해 늘어난 무게와 뒤 서스펜션 보강에 의해 또 다시 약간 달라진 주행 특성을 보였다. 강성 확보를 위해 뒤쪽 멤버를 보강하는 등으로 인해 비록 무게가 150kg 늘어났다고 하지만 가속 성능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강력하다. 엑셀을 끝까지 밟으면 55, 85, 135, 190km/h에서 각각 변속이 이루어진다. 부드럽고도 강력하다. 200km/h를 넘어서도 가속은 꾸준하게 지속된다. 지붕을 열었을 때는 확실히 가속력에 차이를 보이고, 도달할 수 있는 최고속 역시 약간 낮아진다.

새로운 7단 변속기는 매끄러운 변속이 매력이다. 예쁘기도 하고 길어서 작동하기도 편한 시프트 패들을 이용하면 강력한 파워를 보다 효율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 특히 코너에 진입하거나 급하게 가속하기 위해 기어를 내릴 때, 회전수를 맞추기 위해 순간적으로 회전을 상승시키며 매끄럽게 시프트다운이 이루어지면 언제나 즐겁다.

주행감각은 쿠페와 좀 다르다. 탑을 뒤에 수납했을 경우 거동이 예민해지지 않도록 댐퍼 감쇄력을 조절하는 등 세팅이 약간 부드러워졌다. 쿠페는 도로 위의 작은 요철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정도로 직접적이었는데, 컨터버블은 거의 모든 주행 영역에서 더욱 부드럽다. 그렇다고 안정감이 떨어지는 정도는 아니다. 고속 주행에서 노면의 굴곡을 어느 정도 흡수해 주므로 오히려 그로 인한 안정감은 더 좋게 느껴지기도 한다. 솔직히 필자는 쿠페의 단단함보다 컨버터블의 부드러움이 더 마음에 든다.

G37 컨버터블은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차가 아니다. 빠르지만 낭만적이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차다. 그런 점에서 G37 컨버터블은 아주 우수한 성적표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가변 하드탑 지붕을 얹고도 오히려 멋진 스타일을 완성했고, 뒷 자리가 좀 비좁긴 해도 네 명이 탈 수 있으며, 냉방 시트를 더해 보다 쾌적한 주행 환경을 완성했다. 여전히 빠르고 안정적이며, 주행 감각은 더욱 부드러워져 달콤한 데이트의 분위기를 헤치지도 않는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점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이 바로 오디오 파일럿 2가 적용된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다.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면서 감미로운 음악을 감상하는 것도 좋고, 지붕을 열고 빠르게 달리면서 비트가 강한 음악이나 재즈를 즐기기에도 좋다. 어쩌다 친구들과 야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땐 최고의 비트 박스 역할도 감당할 수 있다. 강렬한 댄스 음악을 틀어 놓고 댄스 배틀을 벌여도 좋을 듯하다. 당연히 G37 컨버터블은 지붕을 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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