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리즈 정도의 차체를 움직이는데 과연 4.4 V8 트윈터보(750)나 6.0 V12 트윈터보(760) 정도의 엔진이 필요한 것인지, 메이커간의 경쟁과 구매자들의 욕심으로 과잉의 엔진이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졌던 이라 할지라도 이들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리라 생각한다.
평범해 보이지만... 문짝 두께로 말하는 차!
BMW가 신형 7시리즈를 바탕으로 내놓은 방탄차량 ‘750iL 하이 시큐리티’와 ‘760iL 하이 시큐리티’는 외부 위험요소로부터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차체 곳곳을 철저히 보강했고, 그만큼 몸무게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대배기량의 트윈터보 엔진을 얹고서도 현저히(?) 떨어진 성능을 낸다. 0-100km/h 가속을 4.6초에 끊던 760이 하이 시큐리티 버전에서는 6.2초나 걸리니, 성질 급한 사람은 어디 갑갑해서 타고 다닐 수 있겠는가? 게다가 250km/h에서 제한되던 최고속도도 210km/h로 낮춰져 버렸다.
엠블렘과 크롬장식 일부를 생략해서 320이 연상되기도...
물론 이 정도 성능이면 각종 테러로부터 VIP…아니 VVVVVIP를 지켜낸 뒤 잽싸게 피신시킬 수 있다고 BMW는 생각한다. 늘어난 무게를 반영해 서스펜션을 개량했고 개별 공기압 모니터와 온도 센서가 달린 런플랫 타이어를 적용했다. (런플랫 타이어 자체는 대다수 BMW의 기본사양이지만)
확실히 좁아졌다.
방탄 차량이니 장갑판 추가는 기본이다. 도어, 지붕, 기둥, 발판, 트렁크격벽 등에 특수기술로 생산되는 스틸 패널을 이용하고 도어 개구부나 차체 간극 등 취약한 틈새를 메웠다.
창문에는 6cm 두께의 다중접합유리를 사용했고 안쪽을 포리카보네이트로 덮어 유리 파편이 실내로 튀지 않게 했다. 폭발물에 대비해 바닥부분도 보강했다. 엔진룸과 하부에는 온도센서가 달려있어서 화재시 자동 소화장치를 작동시킨다.
신형 7시리즈의 하이 시큐리티 버전은 새로운 BRV 2009 기준에 따라 VR7의 방탄등급(유리 외의 부분은 VR9)을 획득했다. 어지간한 공격무기에는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가스 공격이 감지되면 창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문이 잠기며 외부 공기 유입 차단과 함께 공조장치가 꺼진다. 그 안에서 숨막혀 죽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대신 실내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개별장치가 작동한다. 실내 승객은 외부 인원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창문을 내리거나 문을 열 필요가 없다. 핸드폰인터폰을 이용하면 된다.
이럴땐 뭘 눌러야 하더라...K.I.T.T...아앗! 이것은 사출 좌석??
신변의 위협을 느낀 사업가라면 이 정도로 충분할 것이다. 정부나 대사관 등에서 쓰고자 한다면 깃대와 LED 경광등(전면 그릴 안쪽에 내장), 지붕 부착식 경광등, i드라이브에서 조작하는 사이렌 장치 따위를 추가할 수 있다. 무장요원들을 태울 요량이라면 무전장비와 기관총 2정을 거치할 수 있는 센터콘솔 케이스까지도 선택할 수 있다.
삐뽀삐뽀삐뽀...뽀삐뽀삐
BMW의 하이 시큐리티 차량은 3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BMW는 신차 개발 시 하이 시큐리티 버전을 감안해 함께 설계하며, 생산할 때도 출고 후 개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딘골핑의 BMW공장에서 처음부터 하이 시큐리티 차량으로 조립해낸다.
하이 시큐리티 차량은 특별 지정공장에서만 서비스 받을 수 있고, 취급권한은 극소수의 전문 인력에게만 주어진다. BMW는 이러한 차량들을 위한 특별 운전 교육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에디터 / 민병권 @ www.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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