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 투리스모의 정석,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발행일자 | 2009.12.14 20:31

카이엔을 만든 것과는 비교를 거부한다. 최고의 순수 스포츠카 메이커였던 포르쉐가 자꾸만 순수성을 잃어가는 것 같아 마음 아팠었지만, 파나메라를 시승해 보고 난 느낌이다. 스포츠카냐, 아니냐를 떠나서 카이엔이 폭스바겐의 피가 섞인 헤테로라면, 단지, 물리적인 피를 의미하는 것 이상으로 모든 면에서 파나메라는 여전히 순수한 포르쉐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르쉐 골수 매니아라 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진짜 포르쉐가 하나 더 생겼다는 점에서 오히려 고마워 해야할 변화다.

글, 사진 / 박기돈 (RPM9 팀장)

그란 투리스모의 정석,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파나메라를 시승하기 전 관심의 핵심은 달리는 감각에서 포르쉐를 느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포르쉐는 포르쉐만의 달리는 느낌이 있는데, 카이엔은 이제는 누구나 포르쉐임을 인정하지만, 달리는 느낌까지 포르쉐라고 보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과연 파나메라가 카이엔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진정한 포르쉐로 인정받게 될지 궁금했던 것이다.

우선 스타일에서 파나메라는 누가 보더라도 911이 성장한 모습임을 눈치챌 수 있다. 비록 헤드램프가 동그랗진 않지만, 펜더 위쪽을 지나 헤드램프까지 이어지는 두 개의 불룩한 언덕에서 포르쉐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깃발 타입의 사이드미러는 과거 993이나 964 시절의 911을 떠올리게 한다.

그란 투리스모의 정석,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도어를 하나 지나서 뒤로 향하지만 금방 떨어지지 않는 지붕선이 다를 뿐 두 번째 도어를 지나면서 엉덩이까지는 911이 아니고서는 만날 수 없는 라인임에 틀림없다. 파나메라의 사진이 먼저 공개되었을 때, 이미 많은 자료에서 파나메라는 FR(앞 엔진, 뒷바퀴 굴림 방식) 구조라는 것을 알려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진 속의 파나메라 엉덩이 속에는 꼭 엔진이 들어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출시 이후에도 많은 이들이 그 속에 엔진이 있느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그만큼 파나메라에 911의 모습이 많이 스며들어 있다는 반증이다.

파나메라를 직접 만났던 것은 지난 상해 모터쇼에서였다. 포르쉐는 최대의 럭셔리카 소비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을 위해 자신의 첫 럭셔리 세단 파나메라를 상해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모터쇼 바로 전날에는 취재진을 대상으로 상해의 101층짜리 초 고층 빌딩인 상해 월드 파이낸스 센터 95층에다 파나메라를 올려놓고 공개하는 열정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란 투리스모의 정석,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그 자리에서 만난 파나메라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충분 이상으로 고급스럽다는 것이었다. 과연 포르쉐가 만든 세단이 럭셔리 세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냥 빠르기만 할 뿐 승차감은 딱딱하고 실내는 투박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날 만난 파나메라는 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웠다. 실내를 장식한 가죽과 나무, 그리고 크롬 장식들 어느 것 하나 고급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적어도 럭셔리라는 말을 그대로 적용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결국, 남은 문제는 달리는 느낌이었다. 이미 발표된 제원을 통해 얼마나 빠를지는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고, 과연 911 느낌을 얼마나 잘 유지하면서 빠르게 달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 필자로서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물론 빠르다는 이유로 럭셔리함을 해쳐서도 안 된다.

지난 가을, 직분사 터보 엔진과 PDK를 적용한 새 911 터보를 시승하기 위해 포르투갈을 다녀 온 바로 다음날, 이번에는 파나메라의 최고급 모델이자 역시 강력한 직분사 터보엔진을 장착한 파나메라 터보를 시승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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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할 파나메라 터보를 만나는 순간 가장 먼저 필자를 반겨준 것은 파나메라를 축소해 놓은 미니카처럼 생긴 키였다. 카이엔의 키 역시 카이엔을 닮았지만 파나메라 키가 훨씬 더 잘 생겼고 섹시하다.

이번에는 건네 받은 키에 반응하는 푸른 빛의 파나메라 터보를 만났다. 터보 모델은 범퍼 아래 공기 흡입구와 좌우의 주간 주행등 모양이 조금 다르다. 터보는 LED로 된 주간 주행등이 긴 사다리꼴인데 반해 파나메라 S 모델은 직선으로 되어 있다. V8 엔진을 품고 있는 엔진룸의 후드는 가운데가 불룩하게 솟아 있다. 헤드램프는 카레라 GT이 것을 연상케 하는데, 헤드램프 워셔에 가까운 아래쪽 라인이 움푹 들어가 있는 것이 필자의 눈엔 계속 어색해 보였다. 안쪽에는 제논으로 액티브 헤드램프가 적용되어 있다. 자동차가 방향을 바꿀 때 주행할 방향으로 헤드램프가 돌아가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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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면에는 앞 펜더 뒤쪽으로 공기 흡입구가 세로로 길게 자리하고 있어 역동성을 더한다. 도어의 어깨 부분을 불룩하게 처리한 것도 강한 인상을 부여하는 포르쉐의 특징이다. 휠은 파나메라 S와 4S에는 18인치, 터보에는 19인치 휠이 기본이지만 시승차에는 옵션으로 제공되는 RS 스파이더 20인치 휠이 장착되어 있는데다 노란색 캘리퍼가 돋보이는 PCCB(포르쉐 콤포지트 세라믹 브레이크)까지 더해져 스포츠카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그란 투리스모의 정석,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파나메라는 대형 럭셔리 세단이지만 뒷모습은 영락없는 911이다. 그란 투리스모를 개발하면서도 과감하게 해치백 스타일을 도입한 것은 포르쉐만의 철학이 아니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엉덩이에는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솟아오르는 스포일러가 장착되어 있는데, 특히 터보의 것은 위로 솟아오르면서 날개가 좌우로 펼쳐지는 멋진 스타일을 자랑한다. 범퍼 아래에는 스포츠카에서 볼 수 있는 디퓨저를 장착하고 좌우에는 4각형 두 개씩의 배기구를 배치해 고성능 스포츠카다운 면모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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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파나메라는 크지만 넓고 낮은 자세가 돋보이다. 길이는 대형 세단의 기준으로 삼는 5m에 살짝 못 미치는 4,970mm이고 폭은 유난히 넓은 1,931mm, 높이는 또 세단으로서는 상당히 낮은 1,418mm를 갖추었다. 휠 베이스는 2,920mm로 메르세데스-벤츠의 S 클래스 스탠다드 모델의 3,035mm 보다는 짧고, E 클래스 2,875 보다는 길다. 길이와 휠베이스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준 대형 세단인 그렌저와 대형 세단 에쿠스 사이에 위치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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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지금까지의 대형 세단들과는 색다른 느낌을 전달하지만 고급스러운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센터 페시아, 센터 터널, 도어 트림 등 거의 대부분의 면들을 가죽으로 덮고, 나무와 크롬으로 액센트를 주었다. 복잡해 보이는 버튼들도 적절하게 크롬으로 장식해 고급스러움이 살아나도록 했다. 특히 오버헤드 콘솔 부분의 버튼들과 크롬 장식은 입체감이 잘 살면서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다.

도어에는 열어 놓은 각도를 그대로 유지해 주어 경사면 등에서 타고 내릴 때 편리한 락기능이 갖추어져 있다. 시동은 역시 스티어링 칼럼 왼쪽에서 걸게 되어 있지만, 키리스 엔트리 기능이 마련되어 있어, 별도의 키를 꽂을 필요 없이 시동키 위치에 있는 플라스틱을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이것마저도 버튼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란 투리스모의 정석,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센터 페시아는 낮고 센터 터널은 특이하게 높다. 기어 레버 주변에는 다양한 버튼들을 나열해 놓았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 쉽게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을 정도로 복잡해 보였지만 우려보다 빨리 익숙해 질뿐 아니라 버튼 아래 장식된 크롬을 만지작거리는 재미도 독특하다. 이 부분은 천 만원을 호가하여 관심을 모았던 명품 핸드폰의 디자인과 많이 닮았다.

그란 투리스모의 정석,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3 스포크 스티어링 휠에는 PDK 변속기를 수동처럼 변속할 수 있는 변속 버튼이 좌우에 마련되어 있고, 각종 리모컨 버튼들도 자리하고 있다. 계기판은 포르쉐 911이나 카이엔과 같이 5개의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박스터와 카이맨은 계기가 3개의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하다는 듯 회전계가 가장 중심에 높게 자리하고, 좌측에 속도계, 우측엔 트립 컴퓨터가, 그리고, 그 바깥으로 다양한 게이지들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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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 위쪽 가운데에는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에 포함된 스톱 워치가 자리하고 있는데, 그동안 처음 보는 이들로부터 시계로 오인되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시계 기능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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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에는 터치 스크린 네비게이션이 장착되어 있어 편리하지만 화질은 파나메라의 럭셔리함을 따라가 주지 못했다. 반면 오디오는 포르쉐 최초로 독일의 하이엔드 오디오 Burmester®가 장착되어 있었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파나메라 S에는 옵션으로, 터보에는 기본으로 제공되는데, 터보는 옵션으로 Burmester® 오디오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포르쉐 모델들에서는 보스 오디오 시스템의 강력한 사운드가 최고의 선택이었다면, 파나메라 터보는 이제 더 안락하고 세련된 공간에 어울리는 최고급 하이엔드 Burmester®로 오디오 라이프의 격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Burmester®오디오는 풍부한 저음과 강렬한 비트는 물론 보스 오디오에서는 쉽게 표현하기 힘들었던 부드럽고 섬세한 사운드까지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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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가죽이 돋보이는 시트는 포르쉐답게 낮고 단단하며, 일체형인 헤드레스트에는 포르쉐 로고가 음각되어 있다. 2열 시트는 좌우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파나메라는 4인승으로만 나온다. 뒷좌석은 다리공간이나 머리 위 공간이나 전혀 부족하지 않다.

그란 투리스모의 정석,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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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게 시작해서 비스듬히 내려오는 독특한 센터 터널은 뒷좌석까지 그대로 이어져 에어컨과 시트 조절 장치 등이 배열되어 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그대로 트렁크와 연결되고, 트렁크는 보통의 해치백들처럼 지붕 위까지 시원하게 열려 상당한 부피의 짐도 쉽게 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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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8 엔진에 직분사 기술이 적용된 것은 이미 2세대 카이엔부터였는데, 파나메라 S와 파나메라 4S에는 직분사 방식의 V8 4.8리터에 바리오캠 플러스가 더해진 400마력 엔진이 장착되고, 이번에 시승한 파나메라 터보에는 카이엔 터보와 동일한 500마력을 발휘하는 트윈터보 엔진이 장착되었다. 직분사 V8 4.8리터에 두 개의 터보와 바리오캠 플러스 등이 어우러져 최고출력 500마력/6,000rpm과 최대토크 71.4kg.m/2,250~4,500 rpm를 발휘한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플러스 모드에서 오버 부스트가 작동하면 토크는 78.5kg.m까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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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는 수동 6단을 기본으로 점차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인 7단 PDK가 옵션으로 제공된다. 시승차에는 물론 7단 PDK가 장착되어 있었다. 구동방식은 파나메라 S는 FR, 그리고 파나메라 4S와 터보는 4륜 구동이다.

변속은 6,500rpm에서 이루어진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세단의 세상에서는 맛 볼 수 없었던 폭발적인 가속이 이루어진다. 미처 1단과 2단의 변속 시점을 파악하기도 전에 3단으로 올라갔고, 3단 135, 4단 200, 5단에서 280km/h를 기록했다. 6단으로 변속한 후에도 가속은 줄어들 줄 모르고 5,600rpm을 지날 때 속도는 300km/h를 통과했다. 일련의 이 모든 성능 수치들은 911 터보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911 카레라 S는 벌써 저만치 앞서는 수치다.

그란 투리스모의 정석,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파나메라 터보의 제원 상 0~100km/h 가속은 4.2초, 그리고 최고속도는 303km/h다. 거기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플러스가 더해져 있다면 런치 콘트롤을 사용할 수가 있고, 이 때는 0~100km/h 가속에 단 4초가 걸린다. 언제나 그렇듯이 포르쉐가 발표한 제원에 거품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계기상 실제 달린 최고속도는 제원상의 최고속도를 웃돌았다.

300km/h를 넘어서 달릴 수 있다는 세단이 세상에는 몇 있다. 시승해 본 경우도 여럿 있지만 다른 세단들로 300km/h를 넘기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파나메라 터보는 결코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911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놀라운 안정감이다. 물론 더 길고 더 넓으니 더 안정적인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그 안정감이 포르쉐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주행 감각 속에서의 안정감이어서 무척이나 반갑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911이 커졌을 때, 특유의 감각은 유지하면서 커진 만큼 더 안정적이 된 것과 같은 느낌이라는 거다. 필자가 파나메라를 타 보기 전에 파나메라의 주행 감각이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던 것과 너무나 흡사했다. 아니 머리 속에서 맴도는 허상을 포르쉐는 실상으로 만들어 보여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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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럽다. 요철을 충분히 걸러 주면서도 코너에서 최상의 안정감을 유지해 준다. 물론 파나메라에는 PASM(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이 장착되어 있어 댐퍼의 강도를 3단계로 조절해 줄 수 있다. 거의 대부분 가장 소프트한 노멀 상태로 주행해도 전혀 무리가 없으며 오히려 국내 도로 사정에는 잘 맞았다. 아주 특별한 경우 최고의 퍼포먼스를 원할 때는 강도를 두 단계 더 단단하게 설정해 줄 수 있다.

파나메라 터보를 끌고 와인딩을 잠깐 달려 보았다. 하지만, 코너링의 한계 상황까지 몰아부치지는 않았다. 파나메라가 그렇게 달릴 차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도 부드럽게, 그리고 빠르게 코너를 돌아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PTM(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와 4륜 구동 시스템이 더해져 최고의 코너링 실력을 만들어내는데, 파나메라에겐 최악의 악천후에서도 안정적이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능력으로 받아들이는 게 더 바람직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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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메라 터보에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도 옵션으로 장착되어 있었다. 사용법은 지금까지 다른 차량에서 만났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쉽게 익숙해져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주목할 부분은 그동안의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들이 일정한 속도 이하까지 내려가면 기능이 해제되면서 차를 정지시키는 것은 운전자의 몫으로 돌리게 되는데, 파나메라의 ACC는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함께 속도를 줄이다가 앞차가 멈출 경우 파나메라 터보 역시 완전히 멈출 때까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다시 출발할 때는 리쥼 버튼을 한 번 눌러 주기만 하면 된다. 이는 최초의 ACC인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스트로닉이 2세대로 개선되어 등장한 디스트로닉 플러스에 준하는 기능으로 디스트로닉 플러스는 최근에 와서야 S클래스를 통해서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처럼 폭발적인 성능을 가졌음에도 환경을 고려하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 오토 스타트-스탑 기능도 달았다. 주행 중 차가 잠시 정차할 경우 자동으로 시동을 껐다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시동을 걸어서 다시 주행하는 기능이다. 그 동안 공회전으로 인해 소모되는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단, 스포츠 모드에서는 이 기능이 자동으로 해제된다.

파나메라는 포르쉐가 처음으로 선보인 4도어 그란 투리스모다. 성인 4명이여행할 수 있는 넉넉한 승객공간과 화물공간을 갖추었지만 스타일은 넓고 납작한 스포츠카를 닮았다. 키 큰 카이엔에 포르쉐의 주행 성능을 담기 위해 악전고투했던 포르쉐였으니 파나메라는 완벽한 포르쉐로 빚어냈다. 스타일에서 좀 더 화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나, 어느 모로 보든 포르쉐임을 확인할 수 있고, 실내는 충분 이상으로 화려하며, 공간은 넉넉하고, 주행 감각 역시 영락없는 포르쉐다. 포르쉐는 최고의 스포츠카 메이커답게 `모름지기 그란 투리스모는 이러해야 한다`는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

그란 투리스모의 정석,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지구 상의 모든 자동차들 중에서 단 한 대를 고른다면 무엇을 고르겠는가? 고교 시절 친구들끼리 하는 설문 조사에서나 나올 법한 질문이지만, 의외로 이런 질문을 많이 받게 되는 필자로서는 늘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동안 명확한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그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답할 수 있다. 내 답은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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