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파나메라 베일 벗은 현장을 가다

발행일자 | 2009.04.29 16:59

놀라운 고도 성장의 도시 상하이의 눈부신 변화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한 상하이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여의도나 테헤란로에 모여 있을 만한 초고층 빌딩들이 엄청난 땅덩어리의 상하이 전역에 셀 수 없이 많이 솟아 있고, 63빌딩보다 더 높고 거대한 빌딩들도 수 없이 많았다. 무엇보다 수 많은 빌딩들이 서로 넓은 간격을 두고 넓게 퍼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골 촌놈이 서울에 와서 빌딩 구경에 눈이 휘둥그래지듯이 상하이에 도착해서 연신 빌딩 구경에 정신이 없었던 필자는 말 그대로 촌놈 같았다. 여전히 운전자들은 신호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운전을 고집했지만 도로는 넓고 잘 정비되어 있었고 깨끗했다. 숨이 턱 막힌다고 하는 북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기도 비교적 맑았다.

푸동 상하이 공항에서 버스로 약 1시간 가까이 달려 호텔에 들어서는데 마침 호텔이 위치한 곳은 우리가 사진으로 수없이 봐 왔던 상하이의 명물 동방명주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강 건너편 외탄에서 찍은 동방명주 주변의 화려하고 멋진 야경 속의 한 건물이 우리가 묵었던 호텔이다. 그리고 이번 상하이 방문의 가장 중요한 일정이 진행 된 장소는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상하이 월드 파이낸스 센터(SWFC)로, 호텔로 들어서는 길에서도 유난히 눈길을 끌었던 101층짜리 초 고층 빌딩이다. 쐐기 같기도 하고 돌 깨는 정 같기도 한 모양에 꼭대기 부근에는 사각형의 구멍이 뚫려 있는 매력적인 모습이다. 상하이의 수 많은 고층 빌딩 중 상당수가 건물 꼭대기에 화려한 장식을 얹고 있는 반면 SWFC 빌딩은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이 시선을 끌었다.


차창 밖으로 SWFC 빌딩이 눈에 들어오자 기자단을 인솔하던 슈투트가르트 스포츠카 주식회사의 이재원 부장은 빌딩 꼭대기의 구멍 난 부분을 가리키며 그 구멍 난 부분 하단에 위치한 95층에서 상하이의 멋진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파나메라가 등장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운다. 덧붙여 이곳 SWFC 빌딩에서 파나메라를 선보이기로 결정한 이유는 그 장소가 무려 해발 430미터 높이에 있으며, 현재 지구상에서 컨퍼런스가 가능한 장소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곳이기 때문이란다. 포르쉐가 파나메라에 거는 기대를 그 한 가지 사실로 잘 설명해 주는 듯하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무려 2톤에 이르는 파나메라를 어떻게 그 높은 95층까지 올렸느냐 하는 것이었다. 마땅히 헬리콥터가 착륙할 수 있는 공간도 없고 그렇다고 그 높은 곳까지 크레인이 작동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엘리베이터 밖에 없는데…… 과연 이 빌딩을 지은 사람들이 그 장소에 자동차를 올릴 것을 감안해서 자동차가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겠는가? 그렇진 않았다. 어떻게든 파나메라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했는데, 결국 파나메라를 팔레트에 단단히 고정시킨 후 팔레트와 파나메라를 세워서 엘리베이터에 넣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크기도 크기지만 세우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 일은 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힘으로 해결했다니 역시 중국이다. 이로써 파나메라는 일어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른 자동차가 된 셈이다.

컨퍼런스 시간에 맞춰 호텔을 나서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SWFC 센터에 도착해 95층까지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엘리베이터가 복층 구조다. 2층짜리 엘리베이터는 3층과 4층에서 동시에 타고 올라가면 94층과 95층에 도착해 각각 내리게 되는 구조다. 우리는 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탄 후 94층에 내려서 다시 그곳에서 다른 엘리베이터로 한 층을 더 올라가야 했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것은 이 엘리베이터는 3, 4층에서 출발해서 94, 95층에만 가는 엘리베이터인데 엘리베이터 안에는 모니터에 현재 올라가고 있는 층수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고도를 표시해 주고 있었다. 94층에 도달했을 때 모니터는 425m를 가리키고 있었다.

세계 최고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상하이의 한 면목을 보면서 감탄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끼는 사이 컨퍼런스 장에 도착했고, 속속 모여든 전 세계의 수백 명의 기자들은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이는 파나메라를 기대하며 저마다 들뜬 모습이었다. 마침내 카운트다운과 함께 컨퍼런스가 진행되었고 파나메라의 개발배경과 파나메라에 적용된 신기술, 그리고 디자인 설명 등이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의 카운트다운이 더 있은 후 파나메라는 비교적 싱겁게 셔터를 올리고 무대로 등장했다. 수 많은 신차들이 베일을 벗는 순간을 봐 왔지만 파나메라가 가진 무게감은 단연 최고 수준이다. 포르쉐라는 최고의 스포츠카 브랜드가 선보이는 고성능 럭셔리 세단이라는 점과, 지금까지 포르쉐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포르쉐의 등장이라는 점이 전 세계가 파나메라를 주목하는 이유다.

포르쉐는 처음 시도하는 4도어 세단 파나메라를 개발하면서 위험요소를 최대한 제거하기 위함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점진적으로 스타일링과 제원을 공개하면서 반응을 미리 살폈다. 그랬던 터라 모습은 이미 익숙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다만 사진으로 익숙해질 만큼 보아왔던 그 파나메라가 지금 내 눈 앞에 실차의 모습으로 서 있다는 것이 흥분될 뿐이었다.

앞모습과 옆모습은 포르쉐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 후륜 구동 방식의 정통 세단의 비례와 크게 다르지 않아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을 뿐 큰 이슈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르노 벨사티스 이 후 럭셔리 대형 세단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해치백 스타일의 뒷 모습은 향 후 쉽게 식을 것 같지 않을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현장에서 직접 파나메라를 목격하고 만져본 필자의 의견으로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파나메라는 5미터가 채 되지 않는 전장 4.97미터의 세단으로, S클래스나 7시리즈의 롱휠베이스 버전만큼의 공간을 갖고 있진 않다. 굳이 비교하자면 뒷 좌석 공간은 앞 좌석 공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다. 이런 점을 포르쉐라는 브랜드와 함께 생각해 보면 파나메라가 뒷 좌석 승객을 위한 세단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대형 럭셔리 세단을 손수 운전하면서 다이나믹한 주행 성능도 함께 즐길 줄 아는 최상위 층의 손수 운전자를 위한 차라는 이야기다. 그러다면 뒷 좌석 탑승객은 물론 직장 동료가 될 수도 있고, 가족이 될 수도 있다. 파나메라의 4 좌석 중 최고의 좌석은 역시 운전석이라고 봐야겠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해치백 스타일의 구조는 보다 다양한 편의 성을 제공할 수 있다. 기본적인 화물 공간이 파나메라 S와 4S는 445리터, 터보는 432리터인데, 필요에 따라 뒷 좌석을 접을 경우 화물 공간은 무려 1,263리터와 1,250리터로 늘어난다. 더욱이 넓게 열리는 해치 게이트 덕에 웬만큼 큰 부피의 화물도 실을 수 있다. 2억을 넘나드는 파나메라가 짐차로 활용된다는 점에 이견을 갖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런 점이 파나메라의 보다 명확한 정체성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는 셈이다. 그저 뒷 자리를 차지하고 않아서 편안하게 이동하는 럭셔리 세단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파나메라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고급스럽고 정교한 인테리어 수준이다. 사용된 가죽과 실제 원목, 그리고 알루미늄의 마감과 조립 품질이 롤스로이스 펜텀과 마이바흐, 벤틀리, 그리고 페라리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어떤 차들과 비교해도 우위에 설 정도였다. 그리고 센터페시아를 따라 내려오면서 기어 레버 주분에 자리잡고 있는 크고, 많은 버튼들의 배열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는데 실제 실내에 앉아 보니 의외로 익숙해 지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 태풍의 핵이 될 수는 없지만 포르쉐의 또 하나의 용기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험 무대에 올랐다. 포르쉐가 어떤 마음으로 파나메라를 만들었는지는 명확해 보이며 그 마음을 이해할 고객들도 예상보다는 많을 것으로 필자는 기대한다. 이번 파나메라 공개에서 확인해 보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사실 그 부분이 파나메라의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바로 주행 성능이다.

발표된 제원이 보여주는 500마력, 0~100km/h 가속 4.2초, 최고속도 303km/h (파나메라 터보 기준)가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다. 파나메라 역시 포르쉐인 만큼 직접 그 달리기를 경험해 보지 않고는 판단할 수 없다. 아마 파나메라 역시 포르쉐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정말 기대하는 만큼 잘 달리고, 달리기가 재미있고, 그러면서 안락할 수 있을까? 만약 파나메라가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갖고 싶었지만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가질 수 없었던 드림카를 가질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발표회의 열기는 뜨거워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뜨거운 대화들이 오갔지만 아쉽게도 지구상 가장 높은 곳에서 화려한 상해의 야경을 바라보며 파나메라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았다. 상해에 내리는 비 때문에 구름이 95층을 덮고 있어서 창 밖은 마치 흰 천을 덮어 놓은 것처럼 아무것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파나메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셈인가?

글 / 박기돈, 사진/ 박기돈,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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