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드라이버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체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운전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체력이 없다면 가혹한 레이스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 F1 드라이버는 경기가 펼쳐지는 약 1시간 30분 사이에만 2~3리터의 수분이 몸에서 빠져나가고 이 사이 3~4kg의 체중이 감소한다. 그래서 F1 머신의 스티어링 휠에는 음료수를 공급해주는 ‘DRINK’ 버튼도 마련돼 있다. F1 드라이버들은 경기 전 최소 1리터, 경기 후에는 2리터의 음료수를 마신다.
또 높은 중력 가속도도 견뎌야 한다. 가장 신체에 부담이 되는 상황은 코너링과 제동이다. 코너링 시에도 4G를 쉽게 넘어가며 직선 끝에서 발생하는 급제동에서는 5G를 넘어간다. 측면 가속도가 4.5G일 경우 목에 25kg이 얹어지는 것과 비슷한 부담을 받는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가 2G인 것을 생각할 때 F1 머신의 중력 가속도가 얼마나 대단한지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퍼카들의 중력 가속도는 잘해야 1.5G이다. 경기 중에는 드라이버의 혈압도 50% 상승한다.
더욱 대단한 것은 이런 극한의 상황들 속에서도 운전 뿐 아니라 수많은 변수를 체크해야 하고 각종 기기들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F1 드라이버는 매 랩마다 변하는 차와 타이어의 상태는 물론 코너에서는 바람의 방향까지도 확인한다. 뿐만 아니다. 피트와의 지속적인 통신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에 달린 수많은 버튼들로 기어 변속과 앞뒤 브레이크의 제동력 배분 등까지 실행해야 한다. 코너가 계속 이어지는 모나코 GP에서는 2천 번의 변속이 이뤄진다. 작년부터는 프런트 윙의 각도 조절과 KERS가 추가됐기 때문에 할 일이 더 늘었다.
동체 시력도 일반인과는 수준이 다르다. 300km/h를 가볍게 넘나드는 고속에서도 정확한 거리 측정을 해야 하는 시력과 판단력이 요구된다. 거기다 5G의 코너링에서는 한 쪽 눈의 시력이 순간적으로 약해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렇기 때문에 특유의 감각과 완벽한 코스 숙지, 끝없는 훈련이 필요하다. 최고 수준의 F1 드라이버는 앞뒤 에어로다이내믹 밸런스가 0.5% 틀리거나 앞뒤 차고의 차이가 1mm만 달라도 이를 느낄 수 있다.
육체적인 능력이 많이 요구되는 직업이지만 F1 드라이버의 대부분은 키가 작고 말랐다. 체구가 작고 체중이 적게 나가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180cm가 넘는 르노의 로버트 쿠비차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 속할 뿐, 대부분의 드라이버는 170cm 초반이며 재작년 내한한 닉 하이드펠트는 그보다 더 작다.
‘드라이버 경량화’ 자체가 성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다이어트 또한 필수이다. 로버트 쿠비차의 2008년 성적이 크게 좋아진 이유 중에 하나도 다이어트 덕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글 /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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