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머레이의 새로운 도전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고든 머레이는 자신의 첫 전기차 T25를 발표하면서 하이브리드(T26)와 전기차(T27)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제원이 공개된 전기차는 바로 T27이다. 자동차의 설계와 패키징에 특별한 재능을 보여 왔던 만큼 그의 첫 시티카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 고든 머레이는 누구인가. 잘 알려진 것처럼 고든 머레이는 레이싱카, 그것도 하이엔드 F1 머신의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거기다 불세출의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맥라렌 F1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머레이는 역대 최고의 엔지니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난 머레이는 1969년 영국으로 건너가 가장 먼저 로터스를 찾는다. 하지만 입사에 실패하고 항공기와 미사일 등을 제조하는 호커 시들리(Hawker Siddely)에서 경력을 시작한다. 그리고 곧 브라밤 F1 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1972년 그를 브라밤 팀의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한 사람은 다름 아닌 현재 FOM(Formula One Management)의 회장 버니 에클레스턴이다.
1973년부터 1985년 사이 머레이가 제작한 브라밤 F1 머신은 22번의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했으며, 75년과 81년에는 컨스트럭터 타이틀, 그리고 81년과 83년에는 넬슨 피켓에게 드라이버즈 타이틀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맥라렌의 수석 엔지니어로 자리를 옮긴 1988년, 맥라렌-혼다 머신은 16번의 경기에서 15번 우승하는 무적의 성능을 과시했다. 이 머신으로 아일턴 세나는 그의 첫 번째 챔피언십을 차지했으며, 그해 맥라렌 팀은 컨스트럭터 포인트 199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맥라렌 팀은 1988~90년까지 F1을 3연패 하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1992년 맥라렌 카스 Ltd.로 발령이 나고 맥라렌 F1이라는 명작을 탄생시킨다. 그리고 메르세데스 SLR 맥라렌을 끝으로 머레이는 맥라렌 그룹을 떠난다. 이후 자신의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고 그 결과물이 바로 T25 시티카이다. 평생을 레이싱카와 고성능 모델만 만들던 머레이로서는 전혀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하는 것이다.
알려진 것처럼 T25의 전기차 T27은 자이텍이 공급한다. 고든 머레이 디자인에 따르면 영국 기준으로 CO2 배출량은 48g/km, 도심으로만 제한한다면 28g/km에 불과하다. 그리고 생산부터 폐차에 이르기까지 풀 라이프 사이클의 CO2는 영국 평균 보다 42%나 낮다.
T27의 사이즈를 살펴보면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2.50×1.30×1.60mm, 휠베이스는 1.78m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도심에 최적화 된 사이즈이다. 중량도 680kg으로 현존하는 양산차 중 가장 가볍다고 할 만하다. 초미니 사이즈지만 0→100km/h 가속을 15초 이하에 끝내고 최고 속도도 105km/h로 준수하다.
사이즈는 작지만 3명이 탈 수 있고 그러면서도 기본 190리터의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시트 배치에 따라서 적재 공간은 750리터까지 늘어난다. 시트 배치는 고든 머레이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3인승이 기본이다. 가운데 운전석이 배치되고 좌우에 2개의 시트가 놓이는 방식이고 이는 i센터(iCentre®)로 불린다. i센터의 아이디어는 고든 머레이가 남아공의 더반 대학 시절인 196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맥라렌 F1에서 현실화 됐다.
고든 머레이에 따르면 운전석이 가운데 배치된 i센터는 실내 공간 뿐만 아니라 조종 성능에서도 장점이 있다. 또 간편히 시트 배치를 바꿀 수 있어 2열 시트를 제거할 경우 적재 공간을 750리터까지 늘릴 수 있다. 거기다 기어의 모드는 버튼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공간도 얻을 수 있다. MPV 버전은 6개의 시트 배치가 가능하고 각 레이아웃은 30초 안에 교체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34마력의 전기 모터와 리튬-이온 배터리 팩으로 구성된다. 배터리와 BMS는 바닥에 낮게 깔리고 전기 모터와 인버터, 라디에이터, 변속기 파이널 드라이브는 리어 휠에 통합되는 방식이다. 한 번 충전으로 가능한 최대 항속 거리는 최대 160km로 시티 커뮤터의 기능에는 충분히 부합된다. 거기다 기본 해치백 보디에 6명이 탈 수 있는 MPV 버전까지 구상하고 있다.
머레이에 따르면 T25~T27은 기본적인 패키징은 물론 생산 공정까지 완전히 백지에서 시작했다.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까지 고려한 제작 공정은 아이스트림으로 불린다. 아이스트림은 T25부터 T27까지 하나의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공정을 간소화 해 비용을 대폭 줄였다.
이는 자동차 생산에 관한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는 것으로 2008년에는 오토카로부터 올해의 아이디어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모델 T 이후 가장 혁신적인 생산 공정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아이스트림의 생산 라인은 기존의 공장에 비해 사이즈를 20% 줄일 수 있고 조립에 필요한 투자도 80%가 감소된다. 고든 머레이에 따르면 i스트림과 T25에 관한 아이디어는 1993년부터 시작됐다. GMD는 미국 실리콘 밸리의 투자회사 MDV(Mohr Davidow Ventures)와 영국의 카파로 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이외에도 프로드라이브와 휴렛 팩커드, RAC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기술 제휴를 하고 있다.
T27은 내년 4월에 런닝 프로토타입이 나오고 영국 정부의 TSB(Technology Strategy Board)로부터 전체 비용의 절반을 지원받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영국의 제조사 또는 콘소시움을 통해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콘소시움에는 자이텍과 미쉐린, 콘티넨탈, MURA, 보시스 드라이브라인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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