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30에 T5 엔진이 올라가니 쿨 하다못해 핫 하다. 핫 한 것은 분명한데 성능에 비해 자극적인 맛은 좀 떨어진다. 5단 변속기와 늘어지는 기어비가 약점이다.
글 /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사진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볼보 C30은 자타가 공인하는 쿨한 자동차다. 기본 디자인도 좋지만 2010년형은 외관 패키지가 더해지면서 더욱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모했다. 여기에 T5 버전이라면 마음 속 한 켠에서 뭔가 꿈틀대지 않을 수 없다. 자고로 작은 차체에 고출력 엔진은 마니아를 위한 장르가 아닌가. C30 T5 같은 모델은 소수를 겨냥한 모델이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하다.
엔진은 이전과 동일하다. 2.5리터 5기통 터보 엔진은 230마력의 출력과 32.0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최대 토크가 1,500 rpm에서 시작해 5천 rpm까지 지속되는 것에 눈여겨볼 만하다. 한 마디로 스펙이 좋은데, 5단 변속기에서 약간 모양새가 빠진다. 볼보 정도 되면 어서 6단 또는 듀얼 클러치로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한다.
제원과 비슷하게 체감 성능이 나오는 차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C30 T5는 후자에 해당된다. 1,500 rpm부터 최대 토크가 나온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3천 rpm 조금 못 미쳐서 제대로 힘을 받는다. 제대로 터질 때의 터보 힘과 비교할 때 그 이하의 회전수에서는 아무래도 부족하거나 지체 현상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앞바퀴에만 최대 토크를 전달하는 FF치고는 토크 스티어 현상은 없는 편이다.
성능 자체가 처지는 것은 아니다. 수치로만 본다면 준수하다. C30 T5의 0→100km/h 가속 시간은 7.1초로 2.4의 8.8초 보다 1.7초나 앞당겨졌다. 참고로 출력이 더 낮은 골프 GTI의 경우 0→100km/h 가속 시간이 6.9초다.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체감에서는 0.2초 이상의 큰 차이를 보인다. 한 마디로, 빠르지만 기민하거나 자극적인 맛은 떨어진다.
변속기와 세팅의 차이가 크지 않을까 싶다. GTI는 수동의 효율을 보이는 듀얼 클러치에 기어비가 촘촘한 6단, C30 T5는 토크 컨버터에 늘어진 기어비이다. 다른 볼보의 5단 자동처럼 C30 T5 역시 기어비에서 약점을 안고 있다. 일단 요즘은 5단도 별로 없지만 이런 기어비는 잘 안 쓰는 추세다.
C30 T5는 2단에서 105km/h, 3단으로 162km/h를 찍고 4단에서 최고 속도가 나오는 세팅이다. 벤츠의 5단과 유사하다. 기본적인 엔진의 힘이 좋기에 4단으로 넘어가도 넉넉한 동력 성능을 보인다. 2.4와는 달리 밀어주는 힘이 있다. 하지만 200km/h부터는 가속력이 죽는다. 230마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속도에서도 더욱 추진력이 있을 만도 하지만 그런 기대에는 조금 못 미친다.
시승차는 계기판상으로 220km/h에 도달하면 덜컹 하면서 속도 제한이 걸린다. 이 때 내비게이션에 나오는 속도는 213km/h이다. 다른 메이커에 비해 속도계와 실속의 차이는 적은 편이다. C30 T5의 제원상 최고 속도는 235km/h인데 달려 나가는 기세로 보면 빠듯하게 도달할 듯싶다.
5단 변속기를 수동 모드로 조작하면 보다 스포티한 가속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D 모드의 프로그램이 그리 공격적이지 않다는 뜻도 된다. 수동 조작에서도 다른 최신의 AT에 비해 변속이 빠르다고는 할 수 없다. 변속 충격 자체는 상당히 적어서 좋은 승차감에는 도움이 된다. T5의 성격이라면 시프트 패들이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고속에서의 안정성은 좋다. 속도가 제한이 되는 영역에서도 안정적으로 노면에 달라붙고 심리적으로 느끼는 불안함도 없다. 고속에서 발생하는 바람 소리도 평균 이하라고 할 수 있다.
대신, 그립 좋은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너무 크다. 시승차에는 콘티넨탈의 콘티스포트콘텍 2 타이어가 달렸는데, 앞바퀴가 특히 많이 닳은 상태였다. 이 타이어는 원래 소음이 크지만 닳은 상태에서는 무지막지한 소음을 발생한다. 80km/h만 달려도 타이어의 소음이 실내로 많이 유입된다. 타이어는 205/50R/17로 엔진의 출력을 감안하면 겸손한 사이즈이다.
이전에 탔던 C30 T5와 달리 이번에는 일반 서스펜션이다. 전반적인 느낌으로 본다면 이전의 스포츠 서스펜션 보다는 이쪽이 더 좋아 보인다. 이전의 스포츠 서스펜션은 약간 애매한 부분이 있었지만 2010년형은 승차감을 살리면서도 스포츠 주행까지 두루 만족한다.
최근의 다른 볼보처럼 C30 T5도 언더스티어가 줄었다. 스티어링의 반응 자체가 날카롭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언더스티어를 줄이면서 비교적 조향에 충실하게 대응한다. 긴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DSTC가 각 휠에 제동을 걸면서 정확하게 차체를 바로 잡는다. 코너에 높은 속도로 진입했을 때 몸은 기울어지지만 믿음직스럽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브레이크는 C30 T5의 주행 성능에서 가장 강점을 보이는 부분이다. 급제동 시 노즈 다이브가 크지 않고 네 개의 타이어가 땅을 잡는 느낌이 강력하다. 차가 완전히 멈추기까지 제동력이 리니어하게 늘어나고 고속에서의 좌우 밸런스도 뛰어나다.
C30은 매력적이지만 T5는 그 성능에 비해서 그리 끌리지 않는다. 성능을 탓하는 게 아니라 성격에 어울리는 스포티한 맛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변속기의 업그레이드는 필요해 보인다. 처음 C30을 시승했을 때 차라리 작은 엔진의 모델이 더 매력적이겠다는 생각은 T5에서도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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