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속았다. C30에 처음으로 디젤 엔진이 얹혔는데, 이름이 ‘D4’라고 해서 4기통 엔진인줄로 착각했단 말이다. 볼보의 해치백, C30에는 그 동안 5기통 엔진만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그랬다는 얘기다.) 싼 녀석은 2.4리터 자연흡기(2,435cc, 170마력), 센 녀석은 2.5리터 터보급기(2,521cc 230마력)…이렇게 가솔린 엔진만 둘이었다. 싼 녀석은 C30 2.4i, 센 녀석의 이름은 C30 T5다.
흔히 그렇듯이 볼보도 엔진명칭에 규칙이 있어왔다. D5는 5기통 디젤, T5는 5기통 가솔린 터보, T6는 6기통 가솔린 터보…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이 규칙에 변화가 생겼다. 엔진 라인업이 업데이트 되면서 D2, D3, D4처럼 이전에는 없었던 생소한 애들이 등장한 것이다.
아무리 다운사이징이 어쩌고 해도, 아직 볼보는 2기통, 3기통 엔진을 쓰지 않는다. D2는 4기통, D3와 D4는 5기통이다. 미리 알았더라도 착각하기 쉽다. 랜드로버의 TD4, SD4는 4기통 디젤이 맞으니까. 즉, D4는 기존의 D5와 다름없는 5기통이다. 다만 배기량이 2.0리터(1,984cc)로 낮아졌다.
C30은 물론 또래의 S40, V50도 우리나라에서는 2.4리터 이상의 엔진만 써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2.0 엔진을 얹게 됐다. 물론 디젤 엔진도 처음이다. 사실, 이들에게 디젤엔진을 얹어 국내에 들여온다는 얘기는 정말 오래 전부터 있었다. 기다리다 지쳐 잊어버릴 정도로 오래 전부터.
그래도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신형 디젤 엔진이 역시 좋긴 좋다. “어떻게 4기통 엔진이 S80 D5의 5기통보다 좋냐!”라며 감탄했을 정도니까. 적어도 정숙성과 진동에 관한 한 그랬다. 요즘의 S80 D5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205마력으로 업그레이드 된 후에 만났던 S80 D5도 이 C30 D4만큼 조용하고 진동이 없지는 않았다. (최신 모델인 S60 D5는 아직 제대로 타보질 못해서 비교하기 어렵다.)
물론 C30 D4도 정차 중에는 시트를 타고 미동이 전달되고, 회전수나 속도에 따라서는 고압으로 작동하는 엔진의 기계음이 들리기도 하다. 하지만 방음을 워낙 잘했다. 어줍잖은 가솔린 차는 “디젤도 이렇게 조용한데 대체 넌 뭐냐?”는 꾸중을 듣게 할 정도다. (실제로 그런 꼴이 된 차가 있었다. M브랜드의 C모라는…)
과연 디젤이라 힘도 좋다. C30에 얹힌 상태에서의 체감 성능만 보자면 T5가 안 부럽다. 물론 C30 T5가 스펙 대비 워낙 안 나가는 느낌을 주었던 차임을 감안해서 던지는 말이다. D4는 3,500rpm에서 177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40.8kgm나 된다. T5가 230마력이긴 해도, 토크가 32.0kgm에 그친다는 점을 봐야겠다.
아무 때나 밟아도 밀고 나갈 것만 같은 디젤다운 토크감은 회전계의 바늘이 1,800rpm을 넘어서는 시점에서 용솟음친다. 반대로, 그 아래의 영역에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급격한 분출이 일어나는 시점이다. 그래도 엔진회전 자체는 레드존 직전까지 부드럽게 상승한다.
클리핑 구간을 지나 느긋이 주행하다 보면 회전수는 1000rpm에도 못 미칠 때가 많고, 가감속을 하다 보면 회전수가 공회전 수치까지 뚝뚝 떨어지며 효율 높이기에 나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럴 때 가속페달을 훅 밟는다면 디젤엔진의 특성과 변속기의 느린 반응을 탓하게 된다.
그나마 변속기는 6단으로 업그레이드(기존 가솔린 모델들은 5단)되었다. 6단, 100km/h에서의 회전수는 1,650rpm 정도. 5단에서 2,100rpm, 4단에서 2,800rpm을 가리킨다. 풀 가속시의 변속 시점은 40, 70, 110, 145km/h로, 5단이 담당할 때부터의 고속 영역이 더디게 느껴지는 것은 가솔린 형제들과 마찬가지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215km/h, 그리고 0-100km/h 가속 시간은 8.7초로 되어있다.
비슷한 시기에 시승한 신형 S60 T5와 달리, C30의 페달들은 밟을 대 푹푹 꺼지는 감각이다. 반면, 변속레버의 수동 모드 조작감은 뻣뻣하기 이를 때 없고, 스티어링은 묵직하고 덤덤하다. 앞머리의 무게에 불리한 디젤엔진이라고는 하지만, 배기량이 낮은 탓에 기존 가솔린 형제들과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승차감은 유연하다. 서스펜션 움직임은 짤록한 듯 하지만 S60의 ‘컴포트’모드 보다도 나긋하게 느껴지는 데는 타이어의 여유도 있을 것이다.
이제 막 총 주행거리가 5000km를 넘어선 시승차는 630km 주행에 14.9km/L라는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연료계 상으로는 아직 5분의 1이 남은 상태였다. C30 D4의 공인연비는 16.3 km/L이다.
볼보 C30 D4는 단순히 이전에 없었던 디젤 버전이 추가(아니,대체)됐다는 것뿐 아니라 배기량을 낮추고 효율은 높여서 유지비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으로 체감 성능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좋은 디젤 엔진을 못 만나고 유야무야 사라져 버린 S40, V50이 불쌍하게 여겨질 뿐이다.
C30 D4의 가격은 3,837만원으로, 이제 가격표에서 사라진2.4i,T5의 사이에 있다. 사양을 따져보면, 바이제논-액티브 벤딩 라이트(ABL)는 있지만 BLIS는 빠졌다. 있을 때는 `필요있나?` 싶었더라도 있다가 없으면 아쉽다. 키리스 엔트리&스타트 기능이 빠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내비게이션은 있지만 후방카메라는 없고(연결은 가능), MP3를 인식하는 6CDP가 있지만 한글표기를 못하며 USB 입력단자도 없다.그래도 가격대비 높은 사양과 고급스러운 질감은 여전하다.
시승 사진 중 오렌지색 차량에 부착된 스타일링 키트(안개등 주변장식, 정/측/후면 스키드 플레이트 및 스포츠 페달로 구성)는 130만 원, 흰색 차량에 부착된 R-디자인 패키지(정/측/후면 에어로 다이내믹 스커트 및 스포츠 페달로 구성)는 160만원짜리 옵션이다. 후자의 경우 T5 뺨치는 외관이 되는데, 알고 보니 T5도 가격표에서 사라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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