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 E 에서 "미래를 보았다.”
BMW 이노베이션데이 행사를 위해 국내에 들어온 4대의 미니E 중 한대를 시승했다.
2008년 10윌에 처음 공개된 미니 쿠퍼의 전기차 버전- 미니E는 500대가 생산돼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실증 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리스 형태로 차를 빌려준 뒤 그 피드백을 엔지니어들이 수집해오고 있는데, 물론 여기에서 얻어진 자료들을 바탕으로 더 나은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프로젝트i`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BMW그룹의 전기차 개발계획에 따르면 내년에는 BMW 1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전기차가 같은 용도로 추가 투입되며, 2013년에는 기존 모델의 개량형이 아닌, 처음부터 전기차로 개발된 차량이 ‘메가시티비클(가칭)’이라는 모델로 첫 선을 보이게 된다.
그러한 측면에서, 미니E는 과도기적 차량임에 틀림이 없고 연구실에서 잠시 외출을 나온 불완전한 차의 이미지까지도 가진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시승에 앞서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다소 허술한 부분이 보이더라도 너그러이 보아 넘기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완성도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기차 시승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렇게 잘 만들어진 전기차는 처음 타본다. (현대 블루온의 시승행사에는 다른 기자가 참석했음을 언급해 두어야 하겠다.)
미니E는 그럭저럭 굴러가는데 의의를 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전기차 버전의 미니로서 받아들이기에 합당한 수준의 주행성능을 갖추었다. 미니의 생명과도 같은 운전 재미를 지켜낸 점이 가장 큰 성과다. 사실 운전 특성 자체는 기존의 미니들과 다르다. 단순히 전기모터로 움직여서 그런 것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구성 부품이나 무게 배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화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가령, 뒷좌석 부분에 무거운 배터리를 실었기 때문에 서스펜션이나 조향장치도 그에 맞게 개량됐다.
가속페달을 급하게 밟으면 토크스티어가 두드러지고 조향반응도 일정치 않다. 앞바퀴가 휙휙 쏠리는 듯한 느낌은 기존의 미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감각이다.승차감도 미니치고는 꽤나 부드럽다. 차체의 좌우 쏠림은 억제되어 있지만 코너에서 몰아붙이면 타이어가 금새 신음소리를 낸다. 그런데도 재미있다. 허술하게 만들어진 느낌이 없으니 안심이 되며, 믿고 운전을 즐기게 된다.
미니E는 쿠퍼S의 출력을 훌쩍 뛰어넘는 204마력(150kW)급 모터를 탑재했지만 전체 무게가 250kg이나 더 무겁다. 뒤에서 당기는 느낌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12,500rpm까지 회전하는 이 모터는 가동즉시 220Nm의 토크를 꾸준하게 발휘한다. (외형상) 변속기에는 수동모드도, 스포츠모드도 없다. 하지만 가속페달만 꾸욱 밟아주면 씨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금새 제한최고속도인 152km/h에 도달한다.
엔진이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가뿐 숨소리나 진동 따위가 없으니 가속이 정말 매끄럽다. 제원상으로는 0-100km/h 가속에 8.5초가 걸린다. 체감 가속도 미니 쿠퍼와 쿠퍼S의 중간 정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마다 모터가 발전기로 돌변하며 차의 속도를 줄이는 작동방식은 적응을 필요로 한다. 익숙해지고 나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일이 크게 줄어 운전이 되려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자체 충전 방식 덕분에 주행거리는 20% 정도가 향상된다고 한다. 정속 주행 때는 노면 마찰음과 배터리를 냉각하는 팬 소리만 두드러진다.
완전 충전된 미니E는 제원상 24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시승차는 100% 충전된 상태에서의 주행가능 거리가 130km로 표시되었고 실제로도 65km를 달리고 나자 배터리 잔량이 50%로 떨어졌다. 일반 차와 마찬가지로 운전 습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모양이다. 급속 충전을 이용하면 방전된 배터리를 완전히 다시 채워 넣는데는 2시간 반이 소요된다.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는 있겠지만 도심 출퇴근 등의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앞서 언급한 조사의 중간 결과에 따르면 미니E 사용자의 상당수는 가정에서 충전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주행거리를 커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충전시설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한편, BMW그룹의 배터리 공급자로 선정된 SB리모티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향후 5년 내에 배터리 가격은 1/3 수준으로 떨어지며 에너지 밀도와 용량은 오히려 대폭 향상된다.
아직까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기차는 무조건 시기 상조’라는 고정관념도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지금 당장에 보편화되기는 어려운 미래의 차일지 몰라도 그것이 어느새 아주 가까운 미래로 다가와 있음을 BMW의 미니E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글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사진 / 고병배 (rpm9.com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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