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열고 날자, 포르쉐 911 터보 S 카브리올레

발행일자 | 2010.10.29 11:29

911 터보도 빠르다고 난리인데 터보 S는 당연히 더 빠르겠지. 터보 S 자체가 희소성이 있으니 카브리올레는 정말로 비싼 차이기도 하다. 터보 S 카브리올레라면 머리숱 없는 분도 뚜껑 까고 300km/h 찍을 수 있다.

글/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사진/ 박기돈 (RPM9.COM 팀장)

지붕 열고 날자, 포르쉐 911 터보 S 카브리올레

이게 바로 뜬금포, 아니 뜬금 시승. 세상 좋아졌다. 한국에서 911 터보 S를 시승하게 될 줄이야? 911 터보도 힘든데 터보 S라니 횡재수다. 난데없이 찾아온 터보 S의 시승 기회. 근데 시간도 별로 없고 기름도 좀 남겨오란다. 차 받았을 때 연료 게이지는 이미 반 가까이 떨어졌는데 말이다. 터보 S를 타기에는 좋지 않은 조건이지만 그래도 힘껏 타봐야지.

911 터보 S는 대략 13년 전에 나왔던 한국판 모터트렌드를 통해 그 존재를 본격적으로 자각했다. 당시 편집장이었던 C. 밴튠이 아주 맛깔나게 911(993) 터보 S의 시승기를 썼다(번역을 잘한 것일 수도). 그때 993 터보도 좋은데 424마력의 터보 S는 정말 죽이나 보구나 했다.

지붕 열고 날자, 포르쉐 911 터보 S 카브리올레

911 터보와 함께 911 터보 S도 계속 진화했다. 지금의 터보 S는 530마력에 아주 세련된 7단 듀얼 클러치까지 달았다. 933 터보 S와는 2세대의 차이 이상으로 기술적인 갭이 크다. 사실 성격도 달라졌다. 지금의 911 터보는 성능을 떠나 하드코어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번개 같이 빠르지만 더 편해졌다. 이번에 시승하는 터보 S도 마찬가지다. 시승차는 카브리올레인데 이런 차는 쿠페로도 충분하다.

시승차는 시퍼런 색상. 이 색도 은근 잘 어울린다. 차가 좋아서 또는 911의 디자인이 좋아서 좋게 보이는 걸 수도 있다. 그래도 독일차, 특히 포르쉐는 은색이 진리다. 생긴 거야 당연히 911과 비슷하지만 알 수 없는 아우라가 곳곳에서 풍긴다. 벌써 보디가 울퉁불퉁하다. 터보 S 배지는 거들 뿐이다.

지붕 열고 날자, 포르쉐 911 터보 S 카브리올레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포텐자 RE050A이다. 터보 S 정도면 더 좋은 타이어를 끼워야 하는 거 아닌가? 포르쉐가 알아서 했겠지만 말이다. 사이즈는 앞이 235/30R19, 뒤가 305/30R19로, 포르쉐가 자랑하는 PCCB가 림 사이로 선명하게 보인다. 아, 휠과 타이어, 브레이크만 해도 이게 얼마야.

911 터보 S는 (아주 살살 밟으면) 안 나간다. 너무 당연한 얘기이긴 한데 530마력 차로서는 다루기가 쉽다는 뜻이다. 바이퍼처럼 시작도 못하고 땅만 파면 그거 어디 타고 다니겠나. 골목길에서도 편하게 탈 수 있는 차가 911 터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정말로 현실적인 드림카라고 할 수 있다.

저속에서의 움직임은 PDK를 단 911과 비슷하다. 무겁게 움직이고 초기 가속 페달 터치에 따른 반응도 굼뜨다. 다른 것은 프런트에서 들리는 소음이 없다. 카레라 S는 저속에서 앞뒤 액슬의 소음이 많았다. 터보 S는 더 출력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이런 잡음이 없는 게 신기하다.

지붕 열고 날자, 포르쉐 911 터보 S 카브리올레

그리고 생각보다 훠~얼씬 편하다. 살살 달리면 좀 과장해서 승용차 같다. 엔진 소리도 예상보다 조용하다. 오히려 엔진 볼륨이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여기까지는 살살 달릴 때 얘기다.

50~60km/h에서 킥다운 하면 차체가 움찔한 후 뿅 하고 튀어나간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몸과 머리가 시트와 헤드레스트에 닿는다. 사전 지식 없이 옆자리에 탔다면 크게 놀랐을 가속력이다. 듣던 것처럼 터보 래그가 아예 없지는 않다. 킥다운 시 아주 잠깐의 움찔함은 있다. 물론 답답하거나 부스트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일은 없다.

911 터보 S의 성능을 듣고 미리 쫄 필요는 없다. 운전하기 매우 편하다. 정말로 쫄아야 할 것은 가격이지 운전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사이드미러에 울퉁불퉁한 보디가 걸리적 거리긴 하지만 좌우 시야도 좋다. 운전석쪽 사이드미러는 다른 차종에 비해 사물이 크게 보이는 편이다.

지붕 열고 날자, 포르쉐 911 터보 S 카브리올레

911 터보 S는 다른 거 볼 거 없다. 닥치고 D에 놓고 밟으면 된다. 수동 모드나 시프트패들이 필요 없는 차종은 머스탱이 아니라 터보 S 같은 차다. 대략 2시간을 운전하면서 시프트패들을 사용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D에만 놓고 오른발만 움직여도 필요 이상으로 빠른데 뭐하러 손까지 움직이나. 운전대 꼭 잡고 앞만 보고 달리는 거다. 전력으로 달리면 앞만 보기도 벅차다. 스포트 모드로 변환하면 더더욱 수동 모드가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하는 것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기어를 변속한다.

기어비 체크 이런 거 없다. 아, 속도계 숫자가 하도 빨리 지나가는데 그거 볼 시간 없다. 얼핏 보니 99km/h에서 3단으로 변속되긴 하더라. 그리고 좀 정신을 차릴 때쯤 보면 대략 260km/h이 조금 안 돼서 6단으로 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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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으로 넘어가면 가속이 주춤해지긴 하는데 그렇다고 버벅거리지는 않는다. 어렵지 않게 속도계 숫자를 끌어올린다. 6단에서 300이라는 숫자가 찍힌다. 7단에서 315km/h의 최고 속도가 나오는 기어비 세팅이다. 신나게 달렸다가 막혀서 다시 재가속할 때 보면 터보 S가 갖고 있는 힘이 실감 난다. 250km/h에서 재가속할 때도 답답하지 않다. 서울 근교에서 타기에는 터보 S가 너무 빠르다. 파리에서 뉘르부르크링 갈 때 빌려주지 그랬어. 그럼 2시간 만에 갔을 건데. 사람이 간사해서 1시간 정도 타고 나니 이 가속력도 익숙해지긴 한다.

터보 S의 백미는 런치 컨트롤이다. 이거 안 써 볼 수 없지. 사용 방법은 BMW보다 편하다. 수동 모드로 바꾸고 스포트 모드에 놓은 다음, 왼발으로 브레이크 밟고 가속 페달 꾹 밟으면 런치 컨트롤 준비가 끝난다. 이 상태가 바로 뒤로 태엽을 한껏 감은 장난감차도 비슷한 상황이 된다. 브레이크에서 왼발을 떼면 네 바퀴가 정말로 사납게 지면을 박찬다. 만화에서 종종 나오는 대포에 사람 넣고 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지 않을까.

그런데 런치 컨트롤로 인한 급출발조차도 편하다. 어떻게 된 게 이렇게 빨라도 타이어 소리 하나 안 난다. 그리고 BMW M3와 달리 수동 모드에서도 자동 변속이 되기 때문에 앞만 집중하면 된다. M3는 출발과 동시에 안전을 위해 DSC도 켜는 게 좋지만 터보 S는 그럴 필요도 없다. 터보 S 런치 컨트롤은 돈 받고 한 번씩 태워주는 서비스도 생각해 볼만하다.

이번 911 터보는 처음 타지만 오픈 보디로 인한 강성 저하는 분명히 있다. 내가 아는 911의 보디는 이보다 견고하다. 예를 들어 노면이 불규칙한 곳을 지날 때는 911 보디 특유의 움직임보다는 다소 불안정하다. 그래서 좀 조심스럽다. 이런 노면을 지날 때 차선을 바꾸면 로터스 엑시즈 같은 기분도 든다. 운전대 꼭 잡아야 한다.

지붕 열고 날자, 포르쉐 911 터보 S 카브리올레

차키를 건네주면서 귀한 차니 살살 달리라고 해서 정말 앞만 보고 달렸다. 사실 옆으로 빨리 달리는 것은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좋아하는 코너 딱 두 번만 돌았다. 그랬더니 언더스티어가 난다. 포르쉐의 AWD는 역시 언더스티어인가. 물론 두 번 돌고 이렇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터보 S 카브리올레로 인해 첫 경험도 했다. 오픈 상태에서 290km/h까지 달려봤다. 뚜껑 까고 이렇게 빨리 달린 적이 없다. 머리숱 없는 분도 머리 빠질 걱정 없이 빨리 달릴 수 있는 차가 터보 S 카브리올레다. 고속 영역에서도 윗머리가 흩날리는 정도다. 이게 바로 명불허전. 지금껏 타본 오픈카 중 가장 바람 들이침이 적는 게 벤츠 SL과 포르쉐였다.

지붕 열고 날자, 포르쉐 911 터보 S 카브리올레

급제동은 두 번 했다. 290→0km/h까지의 급제동은 가속보다도 짜릿하다. 거의 멈출 때쯤에는 브레이크가 파열될 거 같은데도 버틴다. 그리고 속도가 줄어드는 기세도 무시무시하다. 이래서 포르쉐인거다. 그동안 포르쉐 신차 소개를 쓰면서 PCCB(Porche Ceramic Composite Brakes)는 페이드를 모른다고 했는데, 급제동 해보니 조금 알더라. 290km/h 이후 250km/h에서 한 번 더 하니 아주 약간의 성능 저하가 나타나긴 한다. 그래도 브레이크는 최고 성능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911 시리즈의 제동 시 자세를 또 말하는 건 식상한데, 그래도 굳이 표현한다면 장난감차를 사람이 손바닥 전체로 덮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만큼 차 전체가 가라앉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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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시승 후에 돌아와 터보 S의 옵션 리스트를 봤다. 사실 볼 거 없다. 터보 S는 모든 옵션이 기본이니. 가격은 3억이 조금 넘는다. 그럼 SLS AMG 보다도 비싼거네. 어쨌거나 포르쉐 시승은 허무하고 결론은 늘 같다. 포르쉐는흠 잡을게 없고,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리 있다는 거......

지붕 열고 날자, 포르쉐 911 터보 S 카브리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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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쉐 911 터보S 카브리올레 시승사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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