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가 물었다. 당신은 창의적인가. 아니면 분석적? 그렇게 묻고는 곧바로 “세상에는 두 유형의 기업이 있다”며 상상력과 직관이 뛰어난 기업을 ‘아이폰’형 기업,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기업을 ‘렉서스’형이라고 정하여 놓았다.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규정했다. ‘아이폰형 인간’과 ‘렉서스형 인간’이 있다는 것.
지은이는 ‘아이폰’과 ‘렉서스’에 스티브 잡스와 도요타를 곁들여 유혹했다. “이 책은 두 유형의 기업과, 두 유형의 인간을 찾는 긴 여정”이라고. 또 “여행길에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창의적인 사람을 만나고, 그 반대편에 선 분석적인 (도요타의) 사람들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숨 쉴 새 없이 꼬드겼다. 이쯤 되니 어째 자꾸 말려드는 느낌이다. 결정적으로는 “이 여정에서 당신은 창의적인 사람인지, 분석적인 사람인지 확인해볼 수 있을뿐만 아니라 당신이 창의적이라면 분석적인 사람을 만나 그의 생각을 읽어볼 수 있을 것이고, 당신이 분석적이라면 창의적인 사람을 만나 그의 경험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지은이의 자신감에 말려든다.
먼저 애플을 경영하다가 병가를 낸 스티브 잡스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했다. 지은이는 ‘잡스가 왜 인문학에 집착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더니 ‘인문학이 창의적인 시각을 길러주기 때문’이라고 풀어냈다. “전혀 돈이 되지 않을 것 같고, 어학이나 기술처럼 실용적이지도 않을 것 같은” 인문학이 창의적인 시각의 원천이라는 얘기.
“지금 대학에선 인문학이 천덕꾸러기다. 하지만 잡스는 다르게 보았다. 인문학이야말로 창의적인 사람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본 것이다. 인문학의 비판의식은 기업의 창의적인 시각으로 이어진다. 바로 차별화다. 기업 전략의 핵심이다. 인문학의 윤리의식은 기업의 윤리경영과 맞닿는다. 윤리적인 기업이라야 지속가능하다.”
지은이가 생각하는 ‘창의적인 잡스의 바탕’이다. 그렇다면 렉서스는? ‘완벽을 향한 끊임없는 추구’가 핵심이라고 썼다. “과정을 중시하며 하나하나씩 문제를 바로잡아 가면서 궁극적으로 최고의 결실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란다. 말하자면 도요타 성장기다.
삼성 ‘애니콜’은 왜 애플 ‘아이폰’을 넘어서지 못하는가. 현대 차는 왜 도요타 ‘렉서스’를 넘어서지 못하나. 한국 기업이 세계 일류로 성장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게 무엇인지 제시하려 노력했다.
정혁준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1만3000원.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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