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둥글, 붙임성 좋은 코란도C

발행일자 | 2011.02.24 08:04

신차답지 않은 무난함이 매력

둥글둥글, 붙임성 좋은 코란도C

쌍용자동차가 5년간의 공백을 깨고 내놓은 코란도의 4세대 모델, 코란도C를 시승했다. 코란도C는 개발 도중 회사가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면서 하마터면 세상에 못나올 뻔 했던 차다.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프로젝트를 중단하라는 안팎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쌍용차는 임금지급을 늦춰 자금을 마련하고 개발진이 협력사 사무실을 전전하는 등 악착같이 매달린 끝에 이 차를 완성시켰다.

그러한 개발 뒷이야기의 감동과는 별개로, 차량구입을 위해 거금을 지불하게 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냉철해지지 않을 수 없다. 어려운 상황에서 만든 제품인 만큼 어떤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를 걱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출시를 앞두고 미리 공개된 정보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는 역시 적잖은 우려가 섞여있었다. 그리고, 쌍용차가 ‘코란도’라는 이름을 걸고 만드는 차에 대한 만만치 않은 기대 또한 읽을 수 있었다.

둥글둥글, 붙임성 좋은 코란도C

소형 SUV인 코란도C는 지금까지의 코란도와, 혹은 쌍용의 SUV들과 많이 다른 차다. 쌍용차 최초의 앞바퀴 굴림 기반 차량이자, (프레임 타입이 아닌) 모노코크 타입 SUV로,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쌍용차는 이 플랫폼을 활용해 코란도C외의 모델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고, ‘SUV전문기업’으로서의 이미지도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이어받게 될 전망이다.

그 동안의 실패(?)들을 의식한 탓인지, 외관 디자인에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우리나라와도 종종 연을 맺고 있는 이탈리아의 조르제토 주지아로(이탈디자인)를 참여시켰다. 하지만, 2008년 파리모터쇼에서 ‘C200’이라는 개발명으로 첫 선을 보였던 컨셉트카와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아마도 이탈디자인의 원안이 남겨진 곳은 측면뿐인 듯 한데, 이마저도 컨셉트카의 주요 특징 중 하나였던 C필러의 블랙아웃 처리가 반영되지 않음으로써 한결 평범해진 인상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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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전체적으로는 당시에 비해 한결 세련되어진 느낌이고, 2009년 국내 모터쇼를 통해 공개됐던 쇼카 버전들과 비교해도 성공적인 양산화 과정을 거친 듯 하다. 덕분에, 이미 익숙해진 외관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만난 코란도C는 인상이 좋았다.

생각보다는 아담한 사이즈인 것 같으면서도 통통한 볼륨감이 있고, 은은하게 들어간 캐릭터 라인들도 세련된 느낌이다. 경쟁제품보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폭넓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겠다. 마케팅에서는 앞모습이 저돌적인 코뿔소를 연상시킨다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뒷모습은 렉스턴의 동생 같은 느낌을 주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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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과 달리 실내 디자인은 아쉬움이 크다. 한마디로, 요즘 차 같지가 않아서다. 이름에 들어간 ‘C’가 뜻한다는 ‘Classy’의 ‘세련된’, ‘고급’, ‘귀족적’이라는 의미 중 어느 하나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아울러 최고급형에 해당하는 이번 시승차들에서도 재질감이 썩 좋지 못했다. 특히 상위 버전에만 적용되는 대시보드 우드트림은 차라리 빠지는 게 나을 것 같은 정도다. 아예 저렴한 버전을 구입한다면 상대적인 만족도가 높을 수 있겠다. 재질감이 뛰어났다면 디자인도 다르게 해석되었을 지 모를 일이다.

비상하려는 학의 날개로부터 대시보드의 은색 T자 형상을 따왔다는 설명은, 주지아로가 기와처마에서 힌트를 얻어 대우 레간자의 대시보드를 디자인했다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동양적인 절제미와 우아함을 운운하기 보다는 그냥 쓰기 편하고, 보기 편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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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에는 7인치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을 마련했고 에어컨 조작부는 다이얼 방식이긴 하지만 풀 오토다. 다만, 좌우 독립 온도조절 기능은 없다. 아래쪽의 수납공간과 인접한 곳에 USB와 AUX단자를 마련한 것은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했음을 보여준다. ECM룸미러에 하이패스 시스템까지 갖추었으니, ‘누구’보다는 할말이 있는 셈이다. 그래도, 파노라마 선루프가 없는 것 등은 허점으로 지적될 것이다.

실내에서 운전자와 마주보는 차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스티어링휠도 고리타분한 모양새가 아쉽다. 기능적으로도, 대학교 학점을 연상시키는 D-, D+ 변속조작 버튼을 스티어링휠 전면에 배치한 것까지는 좋은데, 바람직한 파지 위치에서 엄지를 뻗기에는 위치가 낮아 쓰기가 편치 않다. 오히려 변속레버의 엄지 부분에 달린 조작스위치를 깔짝거리는 것이 나은데, 두 가지 방법 모두 변속레버를 수동위치로 옮긴 상태에서만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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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는 각도조절만 되지만 (가격표 상에는 거리 조절이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 자세를 잡는데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다. 운전석 시트는 전동 조절 기능을 갖추었고, 운전석 유리창만 원터치로 여닫을 수 있다. 사이드&커튼 에어백과 전자식 헤드레스트는 옵션이지만 오르막 밀림 방지 기능이 있는 ESP와 크루즈 컨트롤은 전 모델에 기본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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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에서의 만족감은 한결 낫다. 우선 바닥이 평편하고 천장이 낮지 않아 체감 공간 면에서 경쟁 모델들보다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뒷좌석 열선 시트는 거의 대부분의 버전에 기본 적용되고, 방석뿐 아니라 등받이 부분까지 덥혀준다. 등받이는 각도 조절이 가능하고, 어깨 쪽의 레버를 이용해 간편하게, 앞으로 접을 수 있다. 접힌 상태에서도 위치가 고정되기 때문에, 원위치 시킬 때는 레버를 당겨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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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받이를 접을 때는 방석부분이 내려 앉으면서 높이를 맞춰주는 덕분에 트렁크 바닥과 보기 좋게 이어지는 넓은 적재공간을 얻을 수 있다. 제거한 적재함 커버는 트렁크 바닥 밑에 끼워 넣어 둘 수 있고, 바닥 아래에도 추가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기본적으로는 타이어 펑크수리킷만 지급되고, 임시용 스페어타이어는 전 모델에 옵션으로 설정했다.

앞뒤 좌석 주변, 트렁크 할 것 없이 실내 곳곳에 마련된 수납공간과 가방걸이, 옷걸이 등은 패밀리카로서의 실용성을 높여준다. 쓰면서 기특하게 여기게 될 부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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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도C에 탑재된 2.0리터 4기통 디젤 ‘eXDi200’ 엔진은 자동변속기 기준 181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실용영역인 2천~3천 RPM에서 36.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의외로(?) 성능 수치가 요즘 기준에 떨어지지 않을뿐더러, 경쟁모델이 빼먹은 밸런스 샤프트를 집어 넣는 등 소음, 진동 면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졌다. 내구성 면에서도 쌍용이 그 동안 사용해온 벤츠 디젤 엔진보다 오히려 나은 정도의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변속기도 자동, 수동 모두 6단을 채용해 역시 요즘 기준에 뒤지지 않는다.

시승차는 평소 앞바퀴에 100%의 구동력을 보내다가, 필요할 때는 자동으로 4륜 구동으로 전환되는 AWD모델이다. 40km/h 이하에서는 운전석에서 버튼 조작을 통해 AWD 잠금기능을 선택할 수 있어 험로나 미끄러운 길에서 유리하다. 풀 가속을 해보니 4,000rpm을 기준으로 60, 90, 125km/h에서 각 단의 변속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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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상으로는 120km/h 정속 주행을 기준으로 경쟁모델보다 주행소음이 훨씬 낮다고 하는데, 막상 시승해보니 공회전이나 가속시의 구동계 소음은 기대보다 크게 나타났다. 진동으로 인한 불쾌감은 없었지만 음량과 음질은 조금 세련되게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때문인지, 체감 가속성능이나 민첩성도 제원이 보여주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추세에 맞게 전동식으로 움직이는 조향장치는 저속에서도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편이다. 코너링 시에는 요즘의 도시형 SUV답지 않게 차체 좌우 쏠림이 두드러진다. 승차감과 함께 여러 연령대를 공략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아무튼 앞뒤 모두 서스펜션을 서브 프레임에 달고 4점식 마운트로 연결하는 등 우직하게 차의 기본기를 높여놓았다. 2륜과 4륜 모델의 서브프레임도 달리해 각자 최적화시켰다. 경쟁사와는 접근 자세가 다르다는 점 자체를 높이 평가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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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륜/수동 모델의 경우 17.6km/L의 공인연비를 얻었지만, 시승차와 같은 4륜/자동이라면 13.1km/L가 된다. 제주도 일대에서 100km 남짓을 주행한 이번 시승행사에서는 8.1km/L의 평균연비가 나왔다.

글,사진 / 민병권 (RPM9.COM)

주행사진 / 최상운 (에이빙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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