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리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쉐보레 올란도

발행일자 | 2011.05.06 14:44
잘 달리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쉐보레 올란도

쉐보레 브랜드의 국내 런칭 이후 쉐보레의 판매를 이끌고 있는 모델은 세상에 처음 등장한 올란도다. 반짝하는 신차 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7인승의 소형 미니밴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충분히 갖춘데다 기대하지 않았던 뛰어난 운전재미가 조금씩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미니밴이라는 분류는 말 그대로 소형 밴이라는 의미인데, 미국의 대형 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캐러밴이나 윈드스타 등이 이에 해당하며, 국산 미니밴으로는 대표적으로 카니발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대형 밴이 흔하지 않은 만큼 카니발을 미니밴이라 부르기가 좀 어색한데다 더욱이 카니발보다 작은 카렌스와 레조처럼 카니발보다 더 작은 미니밴을 부를 이름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소형 미니밴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가진 이상한 말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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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한국 GM이 디자인하고 개발해 전 세계에 판매하게 될 올란도는 굳이 역사를 따지자면 GM대우의 레조 후속으로 볼 수 있으며, 경쟁차는 기아 뉴 카렌스 정도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미 나이를 많이 먹은 뉴 카렌스에 비하면 새 모델 답게 차체도 한 둘레 더 커졌다. 뉴 카렌스가 4,545x1,820x 1,650mm 크기에 휠베이스 2,700mm이고, 올란도는 4,665x1,835x1,635mm 크기에 휠베이스 2,760mm다. 길이가 12cm, 휠베이스가 6cm 더 길고, 폭은 조금 넓고, 키는 오히려 조금 낮다. 바람직한 크기다. 사이즈를 조금만 줄여 잡으면 1.6리터 엔진을 얹는 i30CW의 크기 4,475x1,775x1,565mm와 휠베이스 2,700mm와도 비교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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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휠베이스가 가장 긴 만큼 7인승의 3열 구성도 그리 옹색하지 않다. 어차피 3열은 비상용으로 갖추고 있는 것이니, 평소엔 넓은 화물공간으로 사용하면 그만이다. 특히 2열과 3열 시트 변환은 모두 원터치로 간편하게 이루어져 공간 활용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디자인은 박스 스타일이긴 하지만 미니밴의 정석다운 원박스가 아니고, 2박스 왜건에 가까워 훨씬 무난한 접근이 가능하다. 일반 승용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우겨 볼 만도 하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기다란 느낌이 많이 든다. 2분할 그릴과 그 가운데 황금색 십자가 엠블렘도 이제는 성큼 우리네 정서로 다가와 익숙하다. 범퍼 아래에는 알루미늄 느낌의 가드를 덧대고, 휠과 타이어는 18인치를 신었다. 올란도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는 지붕에서 D필러를 지나 떨어지는 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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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라세티 프리미어와 많이 닮아 익숙하다. 다만 실내로 들어서는 과정이 승용차에 내려 않는 느낌이 아니고, 편안한 높이의 의자에 걸터앉는 정도여서 승하차가 편리한 것이 장점이다. 일단 시트에 앉으면 버킷 타입으로 몸을 꽉 잡아 주는 시트도 인상적이다. 미니밴이라면 대체로 여유있는 시트가 어울릴 듯 하지만, 올란도는 시트에서부터 좀 달린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반면 가죽 재질은 고급스러움이 조금 떨어진다.

잘 달리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쉐보레 올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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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는 데시보드 중앙 부분을 가로 지르는 알루미늄 트림이 전반적으로 무난한 플라스틱 품질에 비하면 상당히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엔 네비게이션이 지원되지 않아 대형모니터는 없고, 블루투스도 지원하지 않는다. 박스형 스타일을 강조라도 하듯 둥글린 4각형 4개로 구성된 계기판 디자인도 개성 있긴 하지만, 특별히 화려하거나 스포티하지는 않다. 창문은 4개 모두 내려가는 건 원터치, 올라오는 건 운전석만 원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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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이 알려진 것처럼 올란도의 실내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센터페시아가 열리면서 그 속에 드러나는 수납공간 ‘시크릿 큐브’다. 말 그대로 (잠금 장치는 없지만) 비밀스런 물건을 넣어 둘 수도 있고, AUX와 USB에 연결된 오디오 기기를 놓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연결한 후 기기를 큐브 안에다 둘 때는 닫아 둘 수 있어 별 문제가 없는데, 가끔 기기를 연결하고 기기를 밖에다 둘 경우에 케이블 때문에 커버를 닫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예를 들어 동반석에 앉은 사람이 휴대기기로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할 경우가 그렇다. 시크릿 큐브 커버에 케이블이 빠져 나올 수 있는 작은 홈이 있으면 좋겠다. 오디오 음질은 기본형임을 감안하더라도 조금 아쉬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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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열 시트 변환에서는 아쉬움이 거의 없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 조절이 되고, 원터치로 더블 폴딩이 되어 3열 공간으로 승하차를 용이하게 한다. 3열 시트도 원터치로 폴딩되며, 접으면 평편한 바닥이 바로 만들어진다. 물론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웬만한 화물차 부럽지 않은 화물공간이 생긴다. 바닥이 평편해 오토 캠핑 욕심까지 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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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변 터보 커먼레일 디젤 2.0 VDCi 엔진은 최고출력 163마력/3,800rpm, 최대토크 36.7 kg.m/1,750~2,750 rpm을 발휘한다. 엔진으로는 현대 기아차의 2.0 R엔진의 184마력과 40.0kg.m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지만, 국내 유일한 경쟁 모델인 뉴 카렌스에는 디젤 버전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올란도의 경쟁력은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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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실제 주행에서 올란도의 2.0 VDCi 엔진은 충분히 파워풀한 달리기를 선사해 주었다. 현대 투싼 ix가 처음 나왔을 때 엔진 출력과 차체 크기를 감안해서 상당히 매력적인 달리기를 제공하지 않을까 기대했다가 실망했던 터라, 올란도의 2.0 디젤 엔진에 대해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올란도는 기대이상의 달리기를 선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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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가속을 기준으로 변속은 40, 65, 105, 135, 195km/h에서 이루어지고, 6단으로 변속 후 3,000rpm부근에서 200km/h에 도달했다. 가속이 아주 파워풀하진 않지만 비교적 경쾌하게, 그리고 꾸준히 속도를 밀어 올렸다. 특히 중 저속에서 토크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편이다.

엔진의 파워도 비교적 넉넉한 편이지만, 달리기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단단한 하체다. 뉴 카렌스도 하체가 탄탄했던 기억이 나는데, 올란도는 그 이상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올란도의 성격을 감안할 때 과하게 단단한 편이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하고, 평상시에 자주 사용하게 되는 차라면, 안정감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안락함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데, 올란도는 안락함을 많이 희생하고 안정감을 강화했다. 덕분에 고속 영역에서도 안정감은 탁월하다. 스티어링도 적당히 무거워 고속에서 차선을 변경하는 것도 가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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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것처럼 중저속에서 토크가 풍부하고, 고속에서도 하체가 안정적이다 보니 올란도를 타면 차의 성격을 잊어버리게 되는 반작용이 발생한다. 디젤 엔진에 연비도 좋은 편이라 자꾸만 오른발에 힘이 간다. 2리터 디젤 엔진으로 달리는 재미가 아주 좋은 차로는 폭스바겐 골프 TDI를 들 수 있다. 그런데 골프 TDI는 출력이 140마력이다. 그러다 보니 184마력의 투싼 ix가 처음 나왔을 때 은근히 잘 달리는 컴팩트 SUV를 기대했었는데, 오히려 올란도가 그 기대치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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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부분은 변속 프로그램이다. 우선 수동모드 작동 방식이 다르다. 수동모드에서 5단을 선택할 경우 기어는 5단에 고정되어야 하는데, 올란도는 5단에서 기어레버를 조작하지 않고 킥다운을 하면 기어가 내려가면서 가속을 하고, 가속이 멈추면 다시 5단으로 기어를 올린다. 제대로 되려면 기어 레버를 조작해서 2단 혹은 3단으로 내리고 가속이 멈추어도 그 단수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방식은 토요타와 렉서스에서 그 동안 사용하던 방식으로 인터페이스에만 수동모드를 추가한 변형된 수동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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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6단으로 주행가능한 최저속도가 조금 높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 6단 변속기들은 80km/h정도 되면 6단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6단 80km/h 정도로 주행할 때 연비가 가장 좋다. 하지만 올란도는 80km/h 속도에서는 5단 1,700rpm으로 주행하고, 2,000rpm에서 100km/h에 도달하고 나서야 6단으로 변속이 되면서 회전수가 1,500rpm 조금 넘는 수준으로 떨어진다. 100km/h 주행 시 6단 1,500rpm은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이긴 하지만, 그 이하 속도에서는 5단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은 회전수로 주행하게 되므로 연비는 낮아 질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보령 미션’에 관한 내용은 시승차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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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올란도는 넉넉한 공간과 뛰어난 활용성이 돋보여 가족을 위해 구입하기에 좋은 차이면서, 승차감이 조금 딱딱한 점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오히려 가끔씩은 탄탄한 달리기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상하면서 다양한 매력을 지닌 차다. 젊은 층에서 해치백을 중심으로 다양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처럼,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층에서 올란도와 같은 모델로 다시 한번 다양성이 커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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