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5 하이브리드 3년 타야 본전, 너무 길다?

발행일자 | 2011.05.18 11:16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친환경차라 할 수 있는 전기 자동차는 충전 인프라 및 가격 경쟁력 확보 등 환경 정비에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좀 더 현실적인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카에 실제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아 K5 하이브리드 3년 타야 본전, 너무 길다?

그 동안 하이브리드카는 토요타가 주축을 이루어 왔지만, 뒤 늦게 뛰어든 여러 브랜드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특히 현대 기아차 그룹은 토요타의 특허를 피해 독자적인 하드타입 병렬 하이브리드를 개발해 시판에 나섬으로써 국산차에도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겠다.

지난 1일 시판을 시작한 K5 하이브리드는 일일 100여대의 판매를 기록하면서 순풍을 타고 있다. 과거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전혀 호응을 얻지 못했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 만큼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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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에 앞서 K5 하이브리드를 먼저 시승해 보는 행사가 일산 킨텐스와 임진각 구간에서 있었다. 시승에 앞서서는 기아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진행되었다. K5 하이브리드의 기본적인 제원을 살펴보면 150마력을 발휘하는 2.0 누우 엔진과 30kW(41마력) 전기 모터가 동력을 담당한다. 배터리는 엘지화학이 공급한 5.3Ah, 270V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가 장착된다. 누우 엔진은 일반적인 4행정 2사이클 방식이 아니고, 연비 위주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좀 더 적합한 4행정 1사이클의 엣킨슨 방식이 적용되었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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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는 30만 km까지 내구테스트를 거친 제품이어서,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기아 측 설명이다. 따라서 배터리 교환 시 비용이 얼마나 들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한다. 배터리의 보증 기간은 토요타가 5년 8만 km인데 비해, K5 하이브리드는 6년 12만 km까지다. 배터리에 의한 전기모터만의 주행(EV모드)이 가능하지만, 강제 EV모드는 마련되지 않았다.

K5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토요타를 비롯한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변속기로 CVT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자동 변속기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자동변속기에서 엔진의 회전을 변속기에 부드럽게 전달하는 핵심장치인 토크 컨버터를 없앴다는 점이다. 그리고,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전자식 클러치와 전기 모터를 배치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장착으로 인해 차체 중량은 120kg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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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모터로만 주행할 때는 클러치를 끊어 엔진은 연결하지 않고 전기 모터의 회전이 바로 변속기에 전달된다. 이 때 엔진은 정지 상태가 된다. 엔진과 전기 모터가 함께 가동될 때는 클러치를 연결해 엔진의 회전이 전기모터의 회전과 더해진 후 변속기에 전달된다. 그리고 엔진으로만 주행할 경우에도 클러치를 연결해야 하므로 전기모터는 함께 회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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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러치는 전적으로 컨트롤러에 의해 자동으로 제어되는 것으로 기어변환과는 전혀 무관하며, 어떤 동력을 사용하게 되는 가에 따라서만 작동 여부가 결정된다. 이와 같은 상황을 살펴 보면 전기모터가 토크 컨버터의 역할도 어느 정도 담당하면서 클러치 연결 시의 충격을 흡수해 줄 것으로 보인다.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일반 쏘나타와 달리 전면에 거대한 헥사고날 그릴을 추가하면서 앞모습이 완전히 달라진 것과는 달리 K5 하이브리드의 디자인은 일반 K5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충 훑어봐서 여기 저기 녹색 장식들이 몇 개 보이면 하이브리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K5 디자인에 대한 만족도는 워낙 높은 편이라 굳이 디자인을 다르게 할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다. 더불어 7월에 나올 K5 터보에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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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롬이 좀 더 가는 무광 알루미늄으로 바뀌면서 바깥 쪽에 검정색 테두리가 생겼다. 헤드램프에는 하이빔에 HID가 빠지고, 네 개의 하얀색 사각형으로 장식되었던 것도 ‘ㄷ’자 형태의 면으로 변경되었다. 안개등과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도 모양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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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눈에 잘 띄는 것은 펜더 위쪽 벤트(실제 벤트는 아니지만) 부분에 에코 다이나믹스라는 엠블렘이 붙어 있는데, ‘ECO’ 글씨를 녹색(사실은 연두에 가까운)으로 처리한 부분이다. 녹색 글씨는 트렁크 뒤에도 ‘HYBRID’라고 붙어 있다. 트렁크 끝에는 새롭게 일체형 스포일러가 추가되었다. 디스크 타입 알로이 휠도 디자인이 조금 다르고, 사이즈도 16과 17인치만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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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는 일부 우드그레인이 카본 필름으로 대체된 것과 하이브리드 전용 슈퍼비전 클러스터가 적용된 것을 제외하곤 변화가 없다. 슈퍼비전 클러스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특성을 잘 표현하기 위해 동력 운용 상황이나 주행 정보 등을 보다 상세하게 표현해 준다. 특히 회전계가 있는 자리에는 에코 가이드와 배터리 충전 상황이 자리 잡았고, 회전계는 4.2인치로 커진 중앙 LCD 모니터 좌측에 디지털 눈금으로 표시되는데 시인성이 극히 떨어진다. 그만큼 회전계의 눈금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인데, 실제 주행에서는 그 동안의 습관 때문인지, 혹은 엔진이 언제 꺼지나 확인하고 싶어서인지 자꾸만 회전계를 찾게 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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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흐름도와 주행 정보는 계기판 가운데 모니터뿐 아니라 7인치 네비게이션 모니터를 통해서도 표시된다. 에너지 흐름도를 보면 현재 엔진과 모터의 작동, 충전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나뭇잎과 지구 모습의 그래픽을 통해 친환경 정도를 표현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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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자동차라고 해서 주행 방법이 일반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냥 시동을 걸고, 기어를 바꾸고, 엑셀과 브레이크를 조작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상황에 따라서 자동차가 알아서 시동을 켜기도 하고, 끄기도 하고, 전기 모터를 돌리기도 하고, 발전기를 돌리기도 한다.

시승차에 앉아서 모니터를 확인하니 배터리 잔량이 약 80% 가까이 되었다. 시동을 켰는데 역시 엔진 시동은 걸리지 않고, 계기판에 ‘READY’ 표시만 들어왔다. 기어를 D로 바꾸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때자 차는 소리도 없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기아 측에서는 이런 ‘EV’모드로 주행할 때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가상 엔진사운드를 켜 준다고 했는데, 시승 중에는 실내에 있어서 잘 안 들린 것인지 가상 엔진사운드를 확인해 보지 못했다. 가상 엔진 사운드는 켜고 끌 수 있는 버튼이 따로 없이 항상 켜져 있도록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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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텍스 주차장을 빠져 나올 동안 엔진은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EV모드로만 주행했다. 도로로 나와서 조금 속도가 올라가자 시동이 걸렸다. 이렇게 전기로만 주행하는 상황은 배터리 충전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20km/h 미만에서만 이런 주행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엑셀을 급하게 밟지 않고 지긋이 속도를 올리면 60km/h까지도 전기모터 만으로의 주행이 가능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100km/h에서도 EV모드로만 주행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100km/h로 정속 주행 하는 중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하자 엔진 시동이 꺼진 채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리 먼 거리를 달릴 수는 없었지만 적극적으로 EV모드를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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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텍스에서 임진각까지 가는 구간에서는 최고의 연비를 구현하는 주행을 시험했다. 자유로 구간이긴 했지만 급가속과 급제동을 피하고, 바깥 쪽 차선을 이용하면서 60~80km/h 정도를 유지하는 주행을 한 결과, 최종적으로 22.1km/L의 연비를 달성했다. 함께 시승한 팀들 중 최고의 연비는 25.9km/L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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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유로 구간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로서는 연비에 손해를 보는 구간이다. 가다서다를 자주 반복하는 도심에서는 오히려 배터리 충전이 많이 일어나면서 EV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연비가 더 높아질 수 있는데, 자유로는 고속 주행에 어울리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승에서는 무리해서 60~80km/h 속도로 낮춰서 주행한 결과 공인연비인 21km/L를 훌쩍 넘길 수 있었는데, 통상적인 흐름에 맞춰서 주행했다면 공인 연비에 크게 못 미치는 기록을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도심에서 어느 정도의 실연비를 얻을 수 있을 지가 더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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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하이브리드 카는 평소 주행하는 도로의 형태와 상황, 운전 습관에 따라서 연비 편차가 클 수 있다. 따라서 무조건 하이브리드 카가 기름을 적게 먹는다고 구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카를 구입했으니 험하게 운전해도 기름을 적게 먹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큰 오산이며, 다이나믹한 운전에 대한 유혹을 잘 떨쳐 내야만 원했던 수준의 연비를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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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에서 돌아오는 구간에서는 자유롭게 테스트 해 볼 수 있어서 급가속과 급차선 변경 등을 시도해 보았는데, 합산 출력이 191마력으로 2.0 GDI의 165마력보다 높지만 연비를 위해 ‘에코 드라이브’를 켠 상태의 주행 감각에서는 그 차이를 느낄 수준은 아니었다. 서스펜션 세팅도 기존 K5와 다르지 않았다. 중 저속 구간에서는 상당히 탄탄한 하체를 제공하지만, 고속에서는 약간 불안한 감이 든다. 물론 현대의 쏘나타에 비해서는 여전히 더 안정적이긴 하다.

K5 하이브리드의 기술적인 완성도는 기대 이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다만 이제 막 본격적인 걸음마를 뗀 만큼 내구성이나, 추가적인 보완이 얼마나 필요한 지 등 지켜봐야 할 부분들이 더 많다. 무엇보다 누적된 연비 데이터에 가장 많은 관심이 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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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1년에 2만 km 정도를 주행한다고 했을 때 약 3년간 K5 하이브리드를 운행하면, 구입시 일반 K5를 구입하는 것보다 더 지불한 금액을 연료비에서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이는 공인 연비 기준이므로 자신의 운전 습관과 상황이 공인 연비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 기간은 더 길어지게 된다. 평소 도심 위주의 주행이 많은 편이고, 부드럽게 주행하는 운전 습관을 가지고 있거나, 앞으로 연료비를 감안해서 다이나믹한 주행을 잘 자제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리고 자동차를 구입해서 오래 타는 편이라면 K5 하이브리드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기아 K5 하이브리드 3년 타야 본전, 너무 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3년을 타야 겨우 본전이라는 점은 K5를 선택하기에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판단이다. 최소한 2년 혹은 1년 정도에 본전을 뽑을 수 있게만 된다면 하이브리드카는 더 많은 선택을 받을 것이고, 연비가 뛰어난 자동차가 더 많아지면 그만큼 더 지구는 숨 쉬기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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