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회원 시승기 이벤트에 등록된 시승기 중 우수시승기로 선정된, RPM9 회원 ‘영화니’님의 기아스포티지 R시승기입니다. 시승 촬영은 RPM팀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편집자주)
글 / 영화니 (RPM9 회원)
사진 / 박기돈 (RPM9 팀장)
매일 시승기를 읽기만 하다가 써 보려니까 복잡해지더군요. 써 본적도 없는 시승기 괜히 올렸다가 욕이나 먹음 어쩌나 싶기도 하고.(ㅜ,.ㅜ) 그래도 용기를 내어 한번!! 당당히 시승기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승기를 쓰려니, 당연 필요한 시승차가…... 없습니다. 전 아직 학생인데다가 뚜벅이라 제 차도 없구요. 그래서 바로 머리에 안테나를 꽂아 돌려보니…... 딱! 하고 떠오르는 차가 있더군요. 바로 친구 놈이 매우 아끼는 친구, 뜨끈뜨끈한 신차, `스포티지R`입니다.
친구 놈 차는 스포티지R 흰색 TLX 최고급형입니다. 차 값이 2,400만 원정도 한다 더군요. 일단 친구 놈에게 다짜고짜 시승기를 써야 하니, 차를 갖고 나오라고 카톡=문자(?)을 칩니다. 저에게 차를 내주는 것이 내키지 않은 듯(?) 머뭇머뭇 하다 마지못해 허락을 했습니다. 약속시간이 되어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쓰알이’(스포티지R의 애칭입니다)가 이쁜 아이라인을 뽐내며 나타납니다.
한 눈에도 기아 패밀리룩을 반영한 라디에이터그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오호~~ 이놈 꽤나 멋진 놈입니다. 블랙 베젤과 헤드램프 바로 밑에 위치한 포지셔닝 램프, 마치 꽃이 피어난 것 같은 디자인의 18인치 휠이 이름에 걸맞게 스포티한 디자인을 완성해줍니다. A필러에서부터 점점 낮아지는 루프라인이 쓰알이를 좀 더 날렵하게 만들었고, 뒷모습은 마치 뭐랄까, QM5와도 조금 비슷한 인상을 줍니다. 사람에게도 고양이상, 말상(?) 등등 얼굴상이 있듯이, 쓰알이와 QM5는 제가 생각하기엔 로봇상(?) 같더군요. 뒷모습이 세련되고 잘생겨서 로봇이 생각난 듯 합니다.
이리저리 살펴보고 깜빡이도 켜보고 하는데, 반전이 있더군요. 후면 범퍼 쪽 반사판 옆에 위치한 것이 바로 방향지시등인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듭니다. "엥, 뭐시라? 이게 방향지시등이라고? 그럼 마티즈랑 모닝한테만 겁나 잘 보이겠네?" 방향 지시등의 위치는 좀 어정쩡한 것 같습니다. 차체가 높은 트럭이나 버스에서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지 않는 이상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쯤이야…… 쓰알이에게 이미 반해버린 저한텐 모든 면이 다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추위 앞에서 바로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너무 추운 관계로 급하게 친구 놈이 앉아야 할 운전석으로 가서 마치 오너인양 앉아 실내를 둘러봅니다. 계기판도 인테리어 색과 같은 붉은색을 기대했지만 밝은 화이트로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나름 시인성이 좋고 괜찮더군요. 레드존은 4,500rpm부터 시작됩니다. 레드존을 보면 이놈이 디젤차인 걸 단숨에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오~ That`s very hot~! 엉덩이를 감싸주는 feel이 꽤나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옆구리까지 잘 감싸주는 것 같아 시트를 둘러보니 나름 세미 버킷형 시트군요. 안락하기도 하고, 몸을 잘 잡아주어, 장거리나 스포티한 주행 시 등 어느 때나 무리 없이 운전자를 지탱해줄 것 같습니다 2열 시트는 폴딩은 되나, 각도조절이 안됩니다. 2열에 잠깐 앉아보니, 뭐 거의 직각이라 안락함은 찾아볼 수 없더군요. 2열 폴딩을 하면 넓은 공간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평평한 공간을 만들어내지는 못해 아쉬웠습니다.
지붕을 쳐다보니 썬루프가 이 한겨울에 열려 져 있더군요. 쓰알이엔 파노라마 썬루프가 옵션으로 적용이 되는데, 썬루프 크기는 상당히 크나, 루프 중앙을 가로지르며 차체 일부가 자리잡고 있어, 개방감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어쩐지, 히터를 틀었는데도 아까부터 계속 춥길래 어디서 바람이 들어오나 했더니, 이런 XX놈이 오기 전부터 썬루프를 활짝 열어놓았던 것입니다. 썬루프는 다 개방하고,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놓는 것이 자기 동네 스타일이랍니다.(아니 히터 틀어놓고 창문 열어 놓는 건 또 뭔 시츄에이션인지...... 완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군요.)
일단 대충 무시하고 대시보드를 다시 쭉~ 훑어봅니다. 어딜 봐도 시꺼먼 올블랙이군요. 제 기억으로는 오렌지색 스포티지R은 인테리어에 차 색깔과 같은 색으로 인테리어에 조금씩 포인트를 줬던데…… 이건 흰색이라 그런지, 시트 박음질만 흰색 바늘선으로 되어있고, 그 이외에는 별 특이사항이 없군요. 좀 칙칙하기도 했습니다.
인테리어구성은 대체적으로 상당히 좋습니다. 버튼들의 조작감도 좋고, 큼직큼직하게 배치도 잘 돼 있어 주행 중 다루기 편안합니다. 3스포크 가죽 스티어링 휠도 그립감이 괜찮아 기존 SUV들보다 좀 더 스포티한 주행이 기대됩니다.
기어레버가 상당히 특이합니다. 순간 K7의 기어레버가 떠오르더군요. 기어레버의 그립감은 좋습니다만, 전 개인적으로 좀 더 스포티하게 디자인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어레버 바로 앞쪽 수납 공간엔 시거잭과 AUX, 아이팟/USB포트가 위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USB를 꽂고 음악을 들으면, 이 수납공간을 쓰기는 불편해집니다. USB가 튀어나와 있어 툭툭 건드리기 십상입니다. 개선모델에서는 좀 안쪽에 위치하거나 센터콘솔 안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인테리어에서 크게 흠잡을 데는 없으나, 역시 기아차라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기아특유의, 딱 보기에 값싸 보이는 플라스틱 내장제 등, 여기저기서 원가절감의 흔적이 드러나는 게 좀 아쉽더군요. 품질개선과 마무리가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테리어를 살펴보는 동안 몸이 따뜻하게 달궈져, 이제 다시 밖으로 나가봅니다. 역시 차에서 나왔더니 바로 칼바람이 불면서 몸이 움츠러듭니다. 후드를 열어봅니다. 엥? 후드가 상당히 무거운데, 유압식이 아니라 지지대를 직접 손을 이용해 세워줘야 합니다. 그냥 소형 SUV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깁니다. 엔진룸을 살펴보니 역시나 큼지막하게 엔진 커버 위에 ‘CRDI 16V’라고 씌어 있습니다. VGT-R 엔진이라기에 엔진커버도 좀 멋 지려나 했는데 여기까진 미쳐 신경을 못 썼나 봅니다.
쓰알이 엔진은 e-VGT R2.0 엔진입니다. 이놈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놈은 자동6단 미션입니다. 최고출력 184마력과 최대토크 40.0kgm을 자랑합니다. 연비는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1리터당 15km씩이나 됩니다. 하지만 역시나 이것은 그냥 메이커 발표 수치이기 때문에, 감탄할 여지없이 바로 발바닥에 힘을 줘서 쓰알이를 주유소로 데려갑니다.
셀프주유소에 들어가기 직전 경유 가격표를 보니, 헉…… 1,600원 대 후반입니다. 이 가격, 정말 최선입니까? 대체 이놈의 유가는 언제까지 올라 가려는지…… 한숨을 푹 내쉽니다. 일단 제가 1만원만 주유합니다. 셀프주유소이기 때문에 직접 주유를 해야 하지만, 제가 기름을 넣어주는 입장이고, 날씨가 꽤나 춥기 때문에 전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조수석 친구를 밖으로 내보냅니다. 고맙게도 친구는 바로 주유소 알바 마인드로 변합니다. 친구 왈, "어서 옵쇼~~ 얼마 넣어 드릴 깝쇼?”
1만원과 주유적립카드를 건네며, 영화니 왈, "1만원 넣어주소~~" 1만원이면 저 같은 학생에겐 나름 큰돈이긴 한데, 이거 원, 주유기를 꽂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유가 끝납니다. 정말 고유가 시대인 게 온몸으로 느껴지더군요.
주유를 마치고 다시 시동을 걸어봅니다. 아이들링, 아직 2만km밖에 안 탄 차라 그런지, 나름 정숙하고 엉덩이로 느껴지는 진동 또한 적습니다. 하지만 창문을 열어보니 역시 VGT 특유의 갈갈이 무가는 갈갈 소리가 우렁차게 나더군요. 30초 동안의 예열(?)을 마치고 발꼬락에 힘 좀 줘봅니다. 오! 가속페달이 오르간 타입이라 발바닥을 대놓고 밟아야 하는군요.
그런데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뭔가가 자꾸 억누르는 느낌이 납니다. 이런!!! 시승을 하는데, 감히 친구 놈이 고연비를 뽑아낸다며 에코모드를 걸어놨습니다. 쓰알이에서 액티브 에코모드를 적용하면, 운전스타일이 아무리 난폭택시 기사 같은 사람이라도 rpm을 많이 쓰지 못하게 해줘 연비를 10%정도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내가 총알을 꺼내어 직접 1만 원어치를 먹였는데, “무엄하도다!!” 하며 바로 액티브 에코모드를 꺼버리고 전투모드로 들어갑니다. 이제야 좀 뭔가 갖춰진 것 같아 노래를 흥얼거리며 발목을 까닥여 시내로 나가봅니다.
상당히 경쾌한 출발을 보여주는 쓰알이! 제 평소 운전스타일이 시내에서는 완전 고연비 모드라, 2천rpm을 넘기지 않아 가속이 많이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이놈은 약간 다르더군요. 낮은 rpm부터 뽑아낼 수 있는 토크가 한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변속충격도 1~2단에서만 약간 느껴질 뿐 3단부터는 꽤나 부드러운 변속을 해줍니다. 저속에서의 핸들링이 기분 나쁠 정도로 가볍습니다. 역시나, 말이 많던 MDPS(전동모터방식)가 적용이 되어있는 쓰알이입니다. 핸들링은 SUV답 습니다. 이리저리 돌려보고 감각을 익혀봤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핸들링이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60~80km구간에선 부자연스러운 핸들링을 보여줘 괜히 민감해지더군요. 고속 주행 시 약간 무거워지는 느낌은 있으나, 속도에 걸맞지 않게 많이 가볍습니다. 또 두꺼운 A필러와 뒤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라인 때문인지 시야가 정말 좁습니다. SUV가 맞나 싶을 정도로 좁아 주행 시 상당히 불편합니다. 고속 주행 시에는 여친을 태우더라도 스티어링 휠에 두 손을 꼭 올려놓고 넓게 보며 주행을 해야겠습니다.
외곽 고속도로 짧은 구간을 이용해 고속주행을 해봅니다. 10km정도에서 갑자기 풀스로틀!! 가속페달을 통해 기어변속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집니다. 4천500rpm까지 회전계 바늘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면서 속도가 꽤나 빨리 붙습니다. 100km/h까지는 뭐 금새 올라가더군요.
하지만 100km/h에 도달하니 뭔가 계속 귀에 거슬립니다. 헉! 썬루프. 사이드미러 쪽에서 풍절음이 들립니다. 디자인이 문제인건가요? 꽤나 거슬리는 풍절음이 듣기 싫어 음악소리를 크게 키워봅니다. 타이어 때문인지 몰라도 노면소음도 꽤나 올라오는 군요. 음악을 꿍꿍거리며 고속주행을 마치고, 제로백을 재 보기 위해 한적한 시내로 내려옵니다.
제로백은 그야말로 다른 차들에게 폐가 되지 않게 정말 한적한 곳에서 진행했습니다. 일단 VDC를 끄려고 스티어링휠 옆 좌측 하단 쪽에 위치한 OFF버튼을 꾸욱, 3초 정도 눌러봅니다. 헉…… 누른지 1초도 안돼, 계기판에 VDC OFF등이 뜹니다. 안전장비가 이렇게 쉽게 꺼지는 건 좀 납득이 안 갑니다. 다리가 꽤 긴(?) 저로선 잘못하면 무릎으로 스치기만 해도 꺼질 만큼 짧은 시간에 반응을 하더군요. 한 3초 정도 눌러줘서 OFF가 떠야 제 맛인데, 이건 뭐......
아무튼 VDC를 끄고 정지선에 서 봅니다. VDC를 끄고 변속모드는 스포츠모드, 수동모드, 아니, 반자동모드라 하겠습니다. (어차피 미션보호를 위해 알아서 변속이 되더군요.) 핸드폰 스톱워치를 켜서 친구에게 재 달라고 줍니다. 옆에서 재려는 친구를 한번 째려봅니다. 아니, 너 지금 조수석에서 재려고? 친구 왈, "그럼 어디서 쟤냐?" 그 말을 듣고 저는 눈으로 저 먼 밖을 한번 힐끗 쳐다봐줍니다.
결국 친구는 저 멀리서 쓰알이를 지켜보며 제로백을 재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착한 친구! 전 자랑스럽습니다, 정말.) 100km/h에 도달하는 순간 제가 방향지시등을 켜주기로 했습니다. 제로백 출발 3초 전, 약간 긴장이 됩니다.
드디어 출발!! 풀스로틀을 해보려 했지만 슬립이 많이 일어날 것 같은 예상으로 일단 3/4정도 밟았다가 점점 바닥까지 밟아보았습니다. 오호! 토크가 상당합니다. 토크가 터져 나오는 동시에 뒤쪽에서 비명을 조금씩 지릅니다. 왠지 235mm 뒷타이어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꺄악, 꺄악! 비명이 들리는 동시에 토크스티어로 인해 갈피를 못 잡는 쓰알이. 전 혼잣말로 직진, 직진! 하면서 카운터스티어로 쓰알이가 갈 길을 제대로 잡아줍니다.
풀스로틀로 50, 80, 100km/h, 쭉쭉 뻗어나갑니다. 출발 시 터보렉이 약간 느껴졌지만, 이놈 가속 한번 시원시원합니다. 100km/h에 도달하자 바로 방향지시등을 켜, 친구에게 알려주고, 전 풀브레이킹을 해봅니다. 초반 브레이킹은 꽤나 강한데, 이 강한 느낌을 끝까지 가져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브레이크튜닝을 좀 했으면 좋겠지만 조용조용하게 다닌다면, 이정도 브레이크성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오호, 제로백 결과는 8초 대 후반이었습니다. 나름 괜찮은 결과라 생각하고 다시 한번 해 볼게, 하며 친구를 바라보는 순간, 그 놈 눈에선 레이저가 발사될 것 같더군요. 결국 그냥 여기서 만족하고 다시 시내주행을 해봅니다.
시내주행에서 느껴지는 승차감은 꽤 하드한 편입니다. 통통거리는 느낌이 마치 타이어 공기압을 빵빵 하게 높여 높은 것 같기도 하구요. 비포장도로에선 정말 형편없는 승차감이지만 온로드에서 만큼은 노면을 읽을 수 있고, 코너링 시에도 롤링이 적어 편안한 느낌이어서 오히려 맘에 쏙 듭니다. 스포티지 R, 쓰알이. 이놈 타면 탈수록, 보면 볼수록, 타매(타면 탈수록 매력적인) 볼매(보면 볼수록 매력적인)입니다.
제가 아직 학생이고 면허 딴 지도 이제 5년 차라, 다양한 차를 몰아보지는 못해 봤고, 아쉬운 점도 물론 있었지만, 이렇게 멋진 SUV는 처음이었습니다. 어느새 국산 소형 SUV가 이 경지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어느 면에서나 부족함 없고 매력적인 차가 국내브랜드에서 만들어졌다니, 정말 수입 SUV 부럽지 않아 자랑스럽습니다.
한 시간 가량의 허접한 시승을 마치고 수고했다는 의미로 친구를 맥드라이브로 데려가, 바닐라맛 쉐이크 한잔을 사주며 달래 주고 집으로 보냈습니다. (전 역시 멋진 놈입니다.)
이상, 대학생도 뿅 가버린 스포티지 R 시승기!! 였습니다.
**이렇게 허접하고 어이없는 시승기,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ㅜ,.ㅜ 저희 동네로 오시면 제가 쉐이크라도 한잔 대접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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