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야 도와줘!" 알페온의 반격 먹힐까?

발행일자 | 2011.11.01 15:53

알페온 e어시스트 시승기

한국지엠 알페온 이어시스트는 출시 1주년을 맞은 알페온 2.4 모델에 전기모터를 추가한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한국지엠 최초의, 그리고 국내 준대형 최초의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는 의의가 있다. 모터의 역할이 크지 않기 때문에 본격 하이브리드 차량보다는 가격 부담이 적지만, 일반 차량보다 비싼 만큼의 혜택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글/ 민병권 (rpm9.com 에디터)


사진/ 한국지엠, GM, 민병권

"모터야 도와줘!" 알페온의 반격 먹힐까?

한국지엠이 11월 1일부터 판매에 들어가는 ‘알페온 이어시스트(eAssist)’는 북미와 중국에서 한발 앞서 출시된 GM車 ‘뷰익 라크로스 이어시스트’의 한국형 모델이다. 간단히 말하면 뷰익 라크로스/알페온 2.4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추가 장착해 ‘하이브리드화’ 했다.

‘eAssist’는 그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엔진이 주력이고 전기모터는 엔진을 돕기만 한다. 쉽게 말하면 모터만으로는 주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기차의 탈을 쓴 쉐보레 볼트의 경우, 모터가 주력이고 (발전용) 엔진이 보조인 것과 비교된다.

▲ 오렌지색 배선이 전기모터로 연결된다.
<▲ 오렌지색 배선이 전기모터로 연결된다.>

프리우스나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같은 ‘풀 하이브리드’ 혹은 ‘스트롱 하이브리드’모델과 비교하면 ‘하이브리드화’가 덜 된 형태로 볼 수 있다. 그들이 ‘짬짜면’이라면, 이어시스트는 짜장면 먹을 때 아쉬운 소리해가며 얻어먹는 짬뽕국물 수준이다. 그래도, 모터가 주행에 아무런 힘을 보태지 못하는 푸조의 e-HDi 등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교하면 그나마 하이브리드 카의 틀을 갖춘 셈이다.

이어시스트는 엔진과 모터를 벨트로 연결한, 조금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기존의 발전기(알터네이터) 자리를 빼앗아 엔진 몸통에 빨판상어처럼 척 달라붙은 모터는 발전기 역할과 시동모터 역할, 그리고 엔진 힘을 보조하는 부스터 역할까지 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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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은 ‘벨트-발전기-스타터(BAS)’로 불리는 이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2007년형 ‘새턴 뷰 그린라인’을 시작으로 몇몇 모델에 적용해왔다. 뷰익 라크로스/알페온 ‘이어시스트’에 적용된 BAS는 2세대로 개량 발전된 최신 시스템이다.

이어시스트의 모터는 국내 제원상 17.6kW(@2,750rpm), 63.6 Nm 짜리이다. 하지만 GM측 자료를 살펴보면 엔진 시동용으로 사용될 때와 엔진의 구동 보조용으로 사용될 때, 힘의 차이가 있다. 시동을 위해 크랭크 축을 돌릴 때는 1570-3180 rpm에서 15 kW가 최고출력이고, 최대토크는 150Nm인 반면, 주행 중 엔진 힘을 보조 할 때는 1,000-2,200 rpm 에서 11.2 kW(15마력)이 최고출력, 최대토크는 1,000 rpm에서 107 Nm인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지엠은 전기모터가 엔진 성능에 최고 23.9마력의 엔진 동력을 보조한다고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어찌됐건, 프리우스는 82마력,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30kW 모터를 탑재하고 있으니 비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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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시스트 버전의 엔진은 기존 알페온 2.4와 기본적으로 같지만, 하이브리드 용으로 튜닝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도 GM측 자료상으로는 엔진 최고출력이182마력(hp)으로 종전 그대로인데, 국내에서는 알페온 2.4가 185마력(ps)이고 이번 이어시스트는 181마력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무튼 기존 180마력 남짓의 출력에 15마력이 더해졌다고 생각하면, 늘어난 몸무게는 차지하고 비로소 그랜저 HG240(201마력)과 동등한 최고출력을 낼 수 있게 된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터가 힘을 쥐어 짜내는 영역은 제한적이고, 실제 운전을 하며 모니터를 확인해 보아도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 것과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것은 별개였다. 가령, 계기상 속도제한이 나타나는 187km/h에서도 모터는 딴짓을 한다.

뷰익 라크로스 이어시스트의 0-60마일(약97km/h) 가속은 기존 2.4보다 0.2초가 빠르다고 한다. 운전자가 뭔가 달라졌다고 느낄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 모터의 보조가 미약한가? 아니면 역시 늘어난 무게가 발목을 잡나? 이처럼 출력 차이가 성능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데에는 기어비의 영향도 있다. GM엔지니어들은 3.23:1이었던 2.4엔진용 변속기의 종감속비를 이어시스트에서는 2.64:1로 변경했다. 모터가 보조하는 만큼 가속력을 높인 것이 아니라, 가속력은 그대로 두고 효율을 높이는 쪽을 택한 것이다.

계기상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수는 1,600rpm. 기존 2.4가 2,000rpm내외라고 보면, 같은 6단의 자동변속기를 쓰고도 모터의 보조 덕분에 엔진회전수를 이만큼까지 낮출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4가 기어를 한 단 내려서 연료를 더 쓰면서 주행해야 할 상황에서도 이어시스트는 모터의 보조 덕분에 변속 없이 그대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부연 설명이 있다. 모터가 제 역할을 하는 부분은 토크의 보강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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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이어시스트의 변속기는 클러치 제어 최적화와 하드웨어 변경을 통해 스핀 손실을 줄이고 변속 반응과 시간을 개선했다고 한다. 차의 성격 때문에라도 반응이 민첩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만, 그 점만 감안하고 보면 별다른 불만 사항도 나타나지 않았다. 기어를 억지로 낮추어도 울컥임이 없고, 비교적 운전자의 의도나 주행상황을 잘 반영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수동모드에서는 킥 다운이 안되고 회전한계에 이르러도 다음 단으로 저절로 넘어가지 않는 올곧은 타입인데, 변속레버의 위치상 수동모드는 그다지 쓰고 싶지가 않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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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향상에 비중을 둔 탓에 동력성능 향상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알페온 이어시스트의 단점이라면, 장점은 (더) 조용하고, 묵직하고, 부드럽다는 점이다. 변속기뿐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다. 원래 알페온의 이미지가 그랬지만, 이어시스트와 어우러지면서 그것이 한층 진해졌달까. 이런 점에서는 확실히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구석이 있다. 평소의 정숙함과는 별개로 가속페달을 짓밟을 때 실내에 울려 퍼지는 휑~하는 울림소리가 호기심을 자극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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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모터는 불필요한 연료소모를 줄이기 위해 엔진을 자동으로 끄고 켜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차가 감속 상태에 들어가면 연료가 차단되는데, 이때도 모터는 회전하면서 대기하고 있다가 운전자의 다음 조작에 맞춰 엔진이 부드럽게 반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차가 멈춰 설 때는 엔진이 푸드덕거리며 꺼지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하는 한편으로 재시동이 부드럽게 걸릴 수 있는 위치에 멈춰 세운다. 시동 초기 엔진이 불안정하고 제 힘을 못쓸 때도 모터의 회전이 유용하다. 그리고 일반 시동모터에 비해 동작 자체가 재빠르다.

실제 운전상황에서, 엔진이 꺼지고 켜지는 상황은 승객은 물론 운전자조차 놓치기 일수였다. 이 정도 차급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훨씬 고급차로 대접받는 수입차들 중에서도 이런 기능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체면을 구기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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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의 아날로그 엔진회전계는 엔진 시동이 (운전자에 의해) 아예 걸리지 않은 상태와 자동으로 꺼진 상태를 구분해 표시해주는 것이 마음에 든다. 반면, 운전자의 효율적인 운전을 돕기 위해 집어 넣었다는 속도계 하단의 에코게이지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8인치 내비게이션 화면에 큼지막하게 나타나는 이어시스트 시스템의 작동 상황 그래픽은 계기판 사이의 액정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엔진회전계는 레드존을 따로 표시하지 않고 있는데, D에 놓고 풀 가속을 해보면 6,700rpm 정도에서 자동변속이 이루어진다. 일반 에어컨 버튼 옆에 ‘eco’ 에어컨 버튼이 추가된 것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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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는 정속 주행 때나 감속 때 발전기로 돌변, 버려지는 운동 에너지를 회수해서 배터리를 충전해두는 역할도 한다. 이어시스트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뒷좌석 등받이와 트렁크 사이에 자리했다. 히타치에서 공급하는 이 115볼트 공냉식 배터리는0.5kWh 용량이고 15kW(!)의 최고출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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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하이브리드 차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다고 할 수 있겠지만, 배터리와 관련 전기 전자 장치들로 인해 트렁크 용량은 (미국기준) 376리터에서 307리터로 줄어들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GM에서 제시한 사진을 보면, 골프백은 세 개가 들어간다. 좁아진 개구부에도 불구하고 뒷좌석 등받이를 여전히 접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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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터와 배터리-전기장치의 추가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무게 증가는 크지 않다. 기존 2.4의 공차중량이 1,695kg이었는데, 이어시스트는 1,710kg으로, 불과 15kg밖에 늘지 않았다. 흔히 이런 하이브리드 카에서는 늘어난 무게가 주로 차의 뒷부분에 실리면서 앞바퀴 굴림 특유의 불리한 무게 배분을 개선해 주는 효과를 보았다고 미화하곤 하는데, 그렇게 말하기도 곤란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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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증가가 이렇게 억제된 데에는 약간의 비밀이 있다. 배터리 파워팩의 무게는 29kg이라고 한다. 그런데, 연료탱크 사이즈를 69.6리터에서 59.4리터로 15%줄였고, 후륜 현가장치의 너클을 알루미늄 재질로 변경했다. 스페어 타이어도 펑크 수리 킷으로 대체했다. 연료탱크 크기는 줄었지만 연비가 향상됐기 때문에 1회 주유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더 늘었다고 한다. 조금 다른 얘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같은 회사 준중형차에도 있는) 크루즈컨트롤 기능은 이번에도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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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의 변경 사항으로는 공기역학적인 부분이 있다. 앞범퍼 하단의 흡기구는 속도가 높아졌을 때 자동으로 닫혀 공기저항을 줄인다. 그리고 바닥 쪽에도 커버를 추가해 흐름을 원활히 했다. ‘혼자 깨끗한 척은…’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범퍼 일체형이었던 듀얼 배기구도 없앴다. 뒷범퍼 아래쪽을 들여다보면, 운전석 쪽에만 머플러가 있고 배기구는 민망한 듯 땅을 향하고 있다. 대신 트렁크 덮개에는 V6에도 없는 리어스포일러를 달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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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도 효율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구름저항을 줄인 굿이어 어슈런스 제품으로, 215/55/17 사이즈가 끼워져 있다. 기억 속의 알페온보다 승차감이 훨씬 부드럽게 느껴진 데는 휠 사이즈가 작아진 탓이 큰 것 같다. 코너링 때의 좌우 기울어짐도 예상보다 컸다. 하지만 고속에서의 안정된 느낌은 여전했다. 참고로, 타이어의 구름저항을 줄이긴 했어도 기존 모델 대비 횡그립 손실은 없다는 것이 미국 GM의 주장이다. 이어시스트는 V6 모델과 달리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을 쓰는데, 록투록은 2.75턴으로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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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시스트는 기존 2.4 대비 연비는 25%, CO2 배출은 22% 개선되었다고 한다. 국내 공인 연비로 따지면, 알페온 2.4는 첫 출시 당시 10.6km/L였고, 올해 2012년형 모델이 일부 개량을 거쳐 나오면서 11.3km/L로 향상된 바 있다. 이어시스트 모델의 공인연비는 14.1km/L이다. ‘하이브리드 카’라는 분류에 무게를 두자면 기대에 못 미치는 연비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준대형 세단으로서는 뛰어난 연비인 것이 확실하다.

하이브리드 카라는 점을 그리 강조하지 않고 있는 미국에서의 라크로스 이어시스트는 미니 쿠퍼와 고속도로 연비가 동일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참고로, 그랜저HG240의 경우 공차중량 1,525kg, 공인연비 12.8km/L를 제시하고 있다.

운전자를 바꿔 편도 66km 구간을 왕복한 이번 시승에서는 각각 9.5km/L와 7.5km/L의 평균연비가 나왔다. 물론 이어시스트에 어울리는 연비운전이 아닌 가혹 조건에서의 시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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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시스트는 다른 고성능 하이브리드 시스템들과 달리 기존 차량의 형태나 무게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폭 넓은 활용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라크로스에 이어 같은 플랫폼을 쓴 뷰익 리갈에도 2세대 이어시스트가 적용됐고, 말리부도 내년 여름에 이 시스템을 얹은 에코 버전이 나온다.

북미형 라크로스의 경우 이어시스트의 출시와 함께 기존 2.4 모델은 단종됐다. 이어시스트의 가격이 3.6 V6와 동등하게 책정된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알페온 2.4 모델이 그대로 존재하고, 이어시스트는 그보다 500만원 가까이 비싼 가격표를 달았다.

알페온 2.4의 고급 그레이드인 EL240중 디럭스가 3,343만원, 프리미엄이 3,553만원인데, 이어시스트(EL240H)는 각각 3,836만원과 4,046만원이다. 미국 시장의 3.6 V6를 대신하는 3.0 V6 엔진의 CL300중 디럭스(3,707), 프리미엄(3,862) 모델보다도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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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친환경 차에 대한 정부의 세제 혜택이 있기 때문에 이어시스트의 구입시 차 값은 3,693만원과 3,903만원이 된다. 그리고 등록과정에서도 최대 140만원을 덜 낼 수 있기 때문에 차이가 더 줄어든다. 공영주차장 할인과 혼잡통행료 면제 등 운행 중 추가 감면 혜택도 있다.

물론 그렇다 해도, 3천만 원 초반 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알페온 CL240의 예비고객들에게 권할 수는 없는 차다. 기존 2.4 모델과의 가격차이를 상쇄하려면 주행거리가 많이 길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지엠에서 이어시스트 부품에 대한 8년/16만km 보증을 들고 나오긴 했지만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오히려, CL300을 타려던 이들이 ‘기왕이면 친환경’이라는 마인드로 접근해야 자연스러울 텐데,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의 의식수준을 기대해도 좋은 것일까.

"모터야 도와줘!" 알페온의 반격 먹힐까?

그래서인지, 한국지엠에서는 라크로스 이어시스트에는 없는 녹색 H로고(잘못 보면 X같지만…)를 알페온 이어시스트에 붙여준다. 효율과 친환경을 쫓아 남다른 선택을 한 이들에게 달아주는 훈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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