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출 수 없는 카리스마
300C는 미국 크라이슬러 브랜드를 대표하는 대형 세단이다. 2004년에 옛 이름을 부활시킨 첫 모델이 나왔고, 지난 해 2세대 모델로 거듭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에 타던 차도 300C라고 한다. 2세대 모델은 2011 서울모터쇼에서 국내에 첫 선을 보였고, 이어 7월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북미 시장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초 판매라는 것이 자랑 아닌 자랑이었다. 그 300C가 반년 만에 2012년형으로 다시 나왔다. 1년도 안된 신차의 연식변경 모델에서 별 다른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 그런데 이번 300C는 예외다.
2012년형 300C 가솔린 모델의 특징은 새롭게 8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하게 됐다는 점이다. 기존의 5단 변속기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요즘 추세에는 뒤쳐진 감이 있었고, 특히 크라이슬러의 자랑인 최신엔진 ‘펜타스타 V6’와 짝을 이루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면이 없지 않았다. 이탈리아 피아트의 지휘아래 유럽 물을 잔뜩 먹게 된 크라이슬러는 이번에 아예 독일 ZF사의 8단 변속기를 들여 놓았다.
BMW 760Li를 통해 처음 데뷔한 ZF 8단 자동변속기는 요즘 벤틀리, 재규어, 롤스로이스 등 유수의 브랜드들이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중에서도 하필(?) 아우디 A8의 것과 (거의) 똑같이 생긴 변속기 레버가 이번 300C에 적용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것만으로도 차에 대한 호감도가 몇 단계 상승한다. 레버를 앞뒤로 짤깍 거리기만 하면 전자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조작감도 세련됐다. 오호라 첨단일세
5단이 8단으로 늘면서 연비는 7%가 좋아졌다. 시속 100km로 달릴 때의 엔진회전수는 1,300rpm 남짓에 불과하다. 더불어, 조밀해진 주행감이 압권이다. 완숙한 승차감과 안정감은 독일 고급 세단이 부럽지 않다. 그러고 보니 300C는 벤츠의 손길을 많이 받은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시절에 개발된 탓이다.
유럽에서는 이 차가 피아트 산하 란치아 브랜드로도 팔리는데, 경쟁 모델이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등이라고 한다. 가격은 훨씬 저렴한데, 3미터가 넘는 축거와 5미터가 넘는 차체 길이는 BMW 7시리즈, 벤츠 S클래스 급이다. 300C는 처음부터 가격대비 ‘자세’가 돋보이는 차였다. 태생적으로 덩치가 큰 미국 차의 유전자가 좋은 디자인의 옷을 만나 잘 풀린 경우다. 그래서 2세대도 원조 모델의 실루엣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휠 아치 등 차체 곳곳에 탄탄한 근육질을 강조하고 디테일을 신경 써서 이전 모델과 같은 투박함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외관에서는 LED로 `ㄷ`자를 만든 주간주행등이 일찌감치 아우디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들었던 부분. 2012년형은 앞 범퍼가 `스포츠` 타입으로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 범퍼의 일체감이 더 나아 보인다.
8.4인치 터치스크린을 중심으로 디자인 된 듯 한 실내는 자주 쓰는 기능만 실제 버튼/다이얼로 만들어 놓고 나머지 상세 기능은 죄다 모니터 화면 속에 메뉴로 펼쳐 놨다. 우드 부분까지 데워지는 운전대 히팅 기능은 요즘 같은 추위에 반가운 사양. 시동이 걸리면 시트 히팅과 함께 자동으로 작동하도록설정할 수도 있다. 운전대와 페달 깊이를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고, 컵홀더의 냉,온을 따로 조절할 수 있는 특기도 가졌다. 대체로 수수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갖춰진 사양은 기대이상으로 풍성하다.
해상도가 낮아 따로 노는 듯 했던 계기판 중앙의 액정은 2012년형에서 좋은 화질과 그래픽으로 업데이트 되어 이제야 제 짝을 찾은 모양새다. 2011년형에 있었던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일반 크루즈 컨트롤로 바뀌었지만, 가격 또한 410만원 낮아진 5,570만 원이라 조건은 더 솔깃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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