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릉부릉 털털털, 미니 쿠퍼SD 시승기

발행일자 | 2012.02.23 17:57

신형 3시리즈 덕분에 '새' 될 판

미니 최강의 토크를 자랑하는 쿠퍼SD를 해치백으로 만났다. 2011년 3월, 미니에 새로 추가된 쿠퍼SD는 컨버터블, 클럽맨, 컨트리맨, 쿠페 등 모든 미니 차종에서 고를 수 있지만 국내에는 일단 해치백으로만 소개되었다. 이름처럼 가솔린 엔진의 쿠퍼S가 부럽지 않은 성능을 뽐내는 디젤 하하핫! 해치. 게다가 실컷 달리고도 기름 넣을 때 미소 지을 수 있는 연비가 덤이다.

글, 사진/ 민병권(rpm9.com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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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엔진을 탑재한 미니는 진작에 있었다. 1세대 뉴 미니 때부터 토요타, PSA(푸조)에서 1.4~1.6리터 디젤을 공급받아 탑재했었고, 이번 2.0 디젤 엔진을 개발하기 전에는 오스트리아 슈타이어의 BMW 공장에서 생산된 1.6 디젤엔진을 썼다고 한다. 국내에는 출시된 적이 없는 ‘원D(One D)’, ‘쿠퍼D(Cooper D)’가 그런 모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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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SD’라는 이름 자체가 이번에(해외에서는 작년 3월에) 처음 등장했다. 이전까지 미니에 탑재됐던 디젤 엔진들은 감히 가솔린 엔진의 ‘쿠퍼S’에 견줄만한 성능이 아니었던 탓이다. 원D, 쿠퍼D의 출력은 (고작) 90~110마력 내외. 따라서 적당한 운전 재미에 ‘뛰어난 연비’를 챙긴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배기량이 2.0리터로 올라간 새 디젤 엔진을 탑재하면서, 미니 디젤도 결국 고성능을 의미하는 ‘쿠퍼S’ 배지를 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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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개발’이라고는 했지만, 그 바탕이 BMW 차종들에 두루 쓰이고 있는 2.0리터 4기통 디젤임은 잘 알려져 있다. 가장 큰 차이는 BMW의 후륜구동 차들에 세로로 얹히던 것이 미니에서는 앞바퀴를 굴리기 위해 가로로 장착된다는 점일지 모른다.

BMW는 기존에 여러 배기량으로 나뉘었던 디젤엔진들을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 하나로 통합한 상태다. 가령, BMW 1시리즈의 116d, 118d, 120d, 125d에 모두 2.0리터 디젤엔진이 탑재된다. 예전 같았으면 1.6리터, 1.8리터, 2.0리터, 2.5리터 디젤엔진이 필요했을 게다. 미니도 1.6 디젤을 쓸 때부터 배기량은 같고 출력만 달리한 엔진을 원D, 쿠퍼D에 나누어 얹어왔다. 2.0으로 바뀐 지금은 쿠퍼D, 쿠퍼SD의 엔진이 같고, 출력은 각각 110마력과 143마력으로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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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S의 최고출력이 184마력이다. 143마력의 쿠퍼SD가 ‘감히’ S자를 넣어도 되는 걸까? SD의 자신감은 토크에서 나온다. 31.1kgm의 최대토크는 미니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이다. 가장 고성능인 존 쿠퍼 워크스-JCW 버전을 포함해서 말이다. 하기야 2.0이라는 ‘높은’ 배기량 자체가 미니 역사를 통틀어 처음이기도 하다.

큰 차들이 조그마한 엔진에 터보를 달고 다운사이징을 외치는 요즘이다. 작은 차의 상징이었던 미니는 도리어 덩치를 키우고 심장도 키워간다. BMW그룹 전체로 보면 나름 만족스러운 다운사이징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불만이 없지 않다. BMW의 2.0 디젤은 200마력도 넘길 수 있고, 그 ‘평범한’ 320d에서도 184마력이 나오는데, 어째서 미니의 고성능 버전이라는 차는 143마력에 그쳤는가 하는 것이다. 국산 디젤만도 못한 수치에 살짝 존심이 상할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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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체의 FF에 이 이상의 힘은 무리였나 싶다가도,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다른 디젤 3도어 해치백들 - 170마력, 35.7kgm의 2.0 TDI 엔진을 얹은 폭스바겐 시로코, 177마력, 40.8kgm의 2.0리터 5기통 D4 엔진을 탑재한 볼보 C30 등을 생각하면 허탈해진다.

상대적으로 작은 차체와 무게에서 앞바퀴에 쏠린 과도한 힘은 토크스티어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기 쉽다. 쿠퍼SD도 가솔린 쿠퍼S와 마찬가지로 토크스티어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로 이를 달래긴 하는데, 아슬아슬한 순간도 없진 않았다. 그렇다 치자. 그럼 ALL4 4륜구동 시스템이 있는 컨트리맨에서라도 어떻게 좀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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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출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도 연비가 기가 막히게 좋다면야 얼마든지 눈감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출력을 112마력까지 낮춘 쿠퍼D가 20.5km/L, 쿠퍼SD는 19.9km/L의 공인연비를 받았다. 그러고 나서 신형 3시리즈 출시… 184마력의 320d가 22.1km/L, 163마력의 320d ED가 23.8km/L의 연비를 들고 나왔다. 아무리 미니는 MINI이고 BMW는 BMW라지만, 내비게이션도 없는 쿠퍼SD의 가격이 4,160만원, 최신 320d ED가 4,500만원인 것은 한숨을 쉬게 한다.

참고로, 시로코 R라인은 4,220만원, 볼보 C30 D4는 3,890만원이다. 이들의 연비는 각각 15.4km/L와 16.3km/L로 미니 디젤보다는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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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SD의 300km 시승 구간 평균 연비는 14.0km/L가 나왔다. 연비 생각 않고 신나게 달렸는데도 가솔린 쿠퍼S에서는 상상도 못했을 연비가 나왔다…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지난 번 시승했던 미니 쿠퍼S 레드 에디션의 시승 연비도 14km/L 이상이었으니 좀 그렇다.

BMW에 ‘이피션트다이내믹스’가 있듯이 미니에는 ‘미니멀리즘’이라는 일련의 효율 향상 기술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아직 이 미니멀리즘 기술들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가령 ‘오토 스타트 스톱’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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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디젤엔진을 탑재했어도 미니는 미니, 쿠퍼S는 쿠퍼S(SD)다. 그냥 얌전히 달리려면 좀이 쑤셔 참기가 힘들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밟으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준다. 쿠퍼S에서 작정을 하고 밟아야 얻어졌던 보폭이 쿠퍼SD에서는 적은 노력으로 쉽게 얻어진다는 인상이다.

뭔가 모순인 것 같기도 하지만, 편해진 느낌마저 든다. 수동 변속기였다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변속 패들로 기어를 내릴 때 울컥임 없이 회전수를 올려 받아주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2.0 디젤 엔진을 얹었으니 무거워진 앞머리가 걱정되지만, 쿠퍼S 대비 제원상 공차중량 증가는 5kg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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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상 0-100km/h 가속은 8.4초, 쿠퍼S의 7.3초보다 1초 남짓 느리고 최고속도도 쿠퍼S의 220km/h보다 낮은 205km/h이다.

풀 가속시 자동 변속되는 포인트는 33, 55, 90, 120km/h. 5000rpm부터 레드존이지만 4500rpm에서 변속되는 것은 320d와 마찬가지이다. 100km/h를 6단으로 달릴 때의 엔진회전수는 2,000rpm으로, 역시 연비에 목멘 설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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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은 적다. 하지만 히터를 끄고 들어보면, 음색이 내추럴 본 디젤이다. 열 받고 나면 음성 자체는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쫄쫄쫄쫄 꾸륵꾸륵 찌그덕찌그덕 갸르르르… 온갖 소음이 귀를 자극한다. 갈라지는 소리? 물론 있다. 엔진 소리도 엔진 소리지만 차체가 떨면서 실내 어딘가에서 들리는 잡소리들은 더 신경 쓰인다. 냅다 달리면 좀 낫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니가 원래 시끄러운 차라는 점이다. 동네에서 마주친 미니 쿠퍼에서 디젤 차 소리가 나는 걸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미니는 원래 그런 차였지. 그나마 미니 디젤은 이전의 미니들에서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방음대책에도 신경을 썼다. 가령 보닛을 열어보면 꽉 들어찬 엔진을 틀어막기 위해 둘러친 패드들이 눈에 띈다. 쿠퍼S의 상징인 보닛의 흡기구도 패드로 막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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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한 디자인에 반해 미니에 다가섰다가, 시끄럽고 통통 튀는 승차감에 놀래 뒤로 물러섰던 여성고객들이 이 차를 만나면 아예 뒤돌아 뛸지도 모르겠다. 미니 쿠퍼SD는 시끄럽고 툴툴거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다가 시큼한 냄새까지 날 것 같은 나쁜 남자 스타일의 미니이다. 그런데 알고 있나? 뭇 여성들은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고 하는 불편한 진실. 정 그렇다면 쿠퍼D(3,830만원)나 쿠퍼D SE(3,290만원)를 만나볼 일이다.

▲ 시승차의 색상은 ‘브리티시 그린 레이싱II’이다.
<▲ 시승차의 색상은 ‘브리티시 그린 레이싱II’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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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의 i드라이브를 미니스럽게 바꾼 조작장치와 비주얼 부스트. 깔끔하고 귀여운 그래픽이 미니 실내 특유의 체중계 디자인을 SF적으로 바꾸어 놓았지만, 해외사양처럼 내비게이션을 본다던가 스마트폰과 연결해 앱을 쓴다던가 하는 등의 기능은 아직 미적용이라 앙꼬&hellip;팥소 빠진 찐빵 같은 생각도 든다. 쓸 수 있는 기능을 생각하면 그래픽과 조작장치가 아깝다.
<▲ BMW의 i드라이브를 미니스럽게 바꾼 조작장치와 비주얼 부스트. 깔끔하고 귀여운 그래픽이 미니 실내 특유의 체중계 디자인을 SF적으로 바꾸어 놓았지만, 해외사양처럼 내비게이션을 본다던가 스마트폰과 연결해 앱을 쓴다던가 하는 등의 기능은 아직 미적용이라 앙꼬…팥소 빠진 찐빵 같은 생각도 든다. 쓸 수 있는 기능을 생각하면 그래픽과 조작장치가 아깝다.>
▲ 에어컨은 좌우독립 온도조절이 되지 않는다. 스마트 키도 아니고, 앞좌석 가운데 팔걸이도 없다.
<▲ 에어컨은 좌우독립 온도조절이 되지 않는다. 스마트 키도 아니고, 앞좌석 가운데 팔걸이도 없다.>
▲ 주간주행등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제논 헤드램프. 조향에 따라 조사 방향이 바뀐다.
<▲ 주간주행등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제논 헤드램프. 조향에 따라 조사 방향이 바뀐다.>
▲ 타이어는 콘티넨탈 스포츠컨택3 SSR 205/45R17
<▲ 타이어는 콘티넨탈 스포츠컨택3 SSR 205/45R17>
▲ 스페어 타이어는 없다. 런플랫 타이어 + 펑크수리 키트의 조합이다.
<▲ 스페어 타이어는 없다. 런플랫 타이어 + 펑크수리 키트의 조합이다.>
▲ 미니의 시트에는 군살 체크 기능(?)이 있다.
<▲ 미니의 시트에는 군살 체크 기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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