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함의 대명사 렉서스, 드라이빙 쾌감을 말하다
렉서스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게 될 첫 모델인 뉴 제너레이션 GS가 한국에 선을 보였다. 그 동안 정숙성의 대명사로 꼽히던 렉서스가 신형 GS를 선보이면서 내건 슬로건은 놀랍게도 ‘Born to Drive’였다. 이제는 단지 조용하고 고급스럽기만 한 차에서 벗어나 달리는 즐거움도 함께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슬로건이다.
그리고 개발 과정 역시 5년간 실제 도로를 100만 마일이나 주행하면서 이루어졌다. 미국은 물론이고, 혹한의 러시아와 독일의 아우토반, 그리고자사의 수퍼카 LFA 개발의 주무대였던 뉘르부르크링에서도 개발이 진행됐다. 중점을 둔 것은 당연히 주행의 즐거움이다.
한국 토요타는 이런 뉴 GS의 새로운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기자들을 영암의 코리아 인터네셔널 서킷으로 초대했다. 아쉽게도 행사 당일 비가 내려 뉴 GS의 성능을 마음껏 즐길 수 없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토요타 측 관계자는 빗길에서도 탁월한 안정성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 보였다.
서킷에서의 시승은 뉴 GS와 독일산 경쟁 모델과의 비교 시승으로 준비되었다. 렉서스는 뉴 GS 350 `이그제큐티브`와 `F SPORT` 두 모델을 준비하였고, 경쟁 모델로는 BMW 528i와 메르세데스-벤츠 E300을 준비하였다. 그런데 그 동안 이런 유사한 비교 시승행사에서는 경쟁사 모델을 렌터카로 빌려오다 보니 타이어의 성능이 떨어진다거나 주행거리가 길어서 차의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가끔 있어서 공정하지 못한 비교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었다.
그래서 이번에 한국 토요타는 뉴 GS와의 공정한 비교를 위해 BMW 528i 신차 두 대를 직접 구입했다. 그리고 행사 전 GS와 동일한 수준으로 주행거리를 맞추고, 타이어 상태도 최대한 비슷하도록 준비했다. E300의 경우에도 최대한 신차에 가까운 렌터카를 준비하는 등 공정한 비교가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다.
직접 서킷 비교 시승에 들어가기 전, 전시되어 있는 GS 350을 둘러보았다. 기본형 GS350과 이그제큐티브, 그리고 F 스포츠가 전시되어 있었다.
새 GS는 새롭게 적용된 스핀들 그릴이 디자인 변화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런 앞모습은 향후 등장하게 될 새로운 렉서스 모델들에도 적용될 예정이어서 GS는 렉서스 디자인 변화의 첫 신호탄인 셈이다. 스핀들 그릴은 아래의 사다리꼴 공기 흡입구와 연결된 모습이어서 더욱 거대하고 강렬한 인상을 자아낸다. 흡사 요즘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다스베이더를 닮은 느낌도 든다.
신차가 나올 때마다 차체가 커지는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뉴 GS는 크기에 별 차이가 없다. 길이는 오히려 5mm 줄고, 너비와 높이는 각각 20mm와 30mm가 커졌다. 너비가 20mm 늘어난 데 반해 앞 뒤 트레드는 각각 40과 50mm가 늘어나 더욱 안정적인 자세를 확보하였다. 휠베이스는 이전 모델과 동일한 2,850mm다.
외관 디자인은 렉서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다이나믹 이미지가 충만하다. F 스포츠 모델은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뉴 GS는 외관보다 인테리어가 월등히 매력적이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운 감각이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실제 앉아 본 실내는 모든 부분의 재질과 질감이 기대에 부응할 만큼 무척 고급스럽다. 디자인에서는 기교를 많이 사용하지 않은 반면, 심플한 라인 속에 고급스런 소재로 승부를 갈랐다. 뉴 GS의 인테리어는 비교 시승에 등장한 528i와 E300을 완전 주눅들게 할 만큼 화려했다.
머리 공간과 다리 공간에서 한층 여유가 더해졌다는 뉴 GS의 실내는 운전석에 앉았을 때 동반석과의 사이에 넓은 센터 터널이 자리하고 있어 마치 머신에 앉은 듯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직선을 많이 사용한 실내에서 스텝게이트 방식의 기어 레버 작동감이 직선적이지 않은 것은 의외다.
화질이 뛰어난 8인치 모니터에는 한국형 네비게이션과 다양한 정보, 메뉴들이 펼쳐지는데 이들은 센터 터널에 자리 잡은 2세대 리모트 터치 컨트롤러로 조작한다. 조작 감각이 더 세련되고 부드러워졌다. 클릭이 가능한 메뉴 위에서는 약간의 반발력을 제공해 쉽게 클릭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여전히 신선하다.
시프트 패들과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는 4가지 트림에 모두 제공된다. 단 GS 250과 GS 350 수프림에는 ECO, NORMAL, SPORT S만 제공되고, GS 350 이그제큐티브와 GS 350 F SPORT에는 SPORT S+까지 제공된다. SPORT S+를 선택하면 기어 변속과 스티어링 반응에 대한 제어뿐 아니라 서스펜션의 감쇠력까지 조절해서 보다 탄탄한 승차감과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확보해 준다.
이번 뉴 GS에 적용된 다양한 주행 성능 향상 장비들 중 가장 주목할 것은 GS 350 F SPORT에 적용된 LDH(렉서스 다이내믹 핸들링)다. 주행 상황에 따라 뒷 바퀴도 함께 조향해 주는 장치로, 저속에서는 스티어링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뒷바퀴를 틀어 회전 반경을 줄여주고, 고속에서는 스티어링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뒷바퀴를 틀어 신속한 방향 전환을 돕는다.
이번 서킷에서의 시승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평가할 부분들이 바로 주행 성능인 만큼, 렉서스가 자랑하는 VDIM(차체 다이나믹스 통합 제어), VGRS(가변 기어비 스티어링), LDH, SPORT S+ 모드 등이 만들어내는 역동성에 초점을 맞춰 시승에 임했다.
엔진은 직분사 방식인 D-4S와 듀얼 VVT-i가 적용된 V6 3.5리터로 이전 세대 GS 350과 동일하지만 제원상 출력 표기가 기존 307마력에서 310마력/6,400rpm으로 높아졌다. 최대 토크는 38.2kg.m/4,800rpm이다. 변속기는 렉서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자사 모델에 적용하고 있는 자동 8단 대신 기존의 자동 6단을 그대로 얹어 아쉬움을 남겼다.
그 동안 렉서스는 0~100km/h 가속 성능을 발표하지 않았었는데, 이번 GS 350은 이례적으로 5.7초라고 발표했다. 기대보다 상당히 뛰어난 가속력이다. 2리터 직분사 터보 250마력 엔진을 얹은 BMW 528i는 6.3초, 이전의 3.0리터 245마력 528i는 6.7초, 그리고 3.0리터 직분사 터보 306마력의 535i는 6.1초가 걸린다. GS 350의 완승이다. 208마력을 발휘하는 GS 250은 8.6초가 걸린다.
서킷에서의 비교 시승은 GS 350과 GS 350 F SPORT를 차례로 타고난 후 BMW 528i를 타고, 다시 GS 350 F SPORT와 GS 350을 타고 난 후 메르세데스-벤츠 E300을 타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각 모델마다 서킷의 F1 풀코스를 1랩씩 주행해서 총 6랩을 주행했다.
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비교 조건이 같기 때문에 비교 시승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렉서스가 자랑하는 자세 통합 제어 시스템인 VDIM을 평가 받기에는 더 좋은 조건이기도 했다.
GS 350과 GS 350 F SPORT를 차례로 타면서 무척 예리하게 세팅된 스티어링 응답성에 놀랐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즉시 차체의 머리가 휙휙 돌아가는 것이 거의 포르쉐의 직결감 수준이었다. 그리고 F SPORT에서 드라이빙 모드 셀렉터를 SPORT+로 세팅하자 더욱 단단해진 서스펜션 세팅이 코너에서의 롤을 억제해 주면서 안정감을 높여 주었다.
BMW 528i로 갈아타자 여러 면에서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기본적인 서스펜션 세팅에 의한 주행 안정감은 528i가 한 수 앞섰다. GS 350이 예리한 스티어링에 뒤 따르는 차체 롤이 다소 큰 것에 비해 528i는 롤을 억제하면서 서킷의 주행 라인을 따라가는 자세가 일품이다. 반면 F SPORT의 단단한 서스펜션은 528i의 안정성에 거의 근접하는 수준이었다.
예리한 스티어링 응답성 면에서는 단연 GS가 앞섰다. 의외의 결과다. 전통적으로 예리한 핸들링을 자랑하는 BMW의 스포츠세단 5시리즈보다 더 예리한 것을 보면 렉서스가 각오하고 핸들링 퍼포먼스를 높게 설정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GS F SPORT와 GS 350을 타면서 그 차이를 확신할 수 있었다. 특히 빗길에서 과격하게 레인 체인지를 시도할 때도 즉각적으로 개입하는 VDIM으로 인해 라인을 크게 벗어나는 경우는 쉽게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전체적인 주행을 리드하는 페이스카가 빗길임을 인식해서 속도를 조금 줄인 탓에 극한의 거동을 확인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메르세데스-벤츠 E300을 탔다. E300의 거동 역시 그 동안 알고 있었던 E클래스의 주행 특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예리한 핸들링이 돋보인 GS에 비해서는 다소 밋밋한 주행감각을 보였다. 반면 서스펜션 세팅은 역시 기본기 면에서 GS보다 한 수 앞섰다. 안락함과 안정감을 적절히 조화시킨 능력이 돋보였다.
엔진 성능에 기인하는 가속력 면에서는 단연 GS 350이 앞섰고, 그 다음으로 528i, E300이 뒤 따랐다. 엔진 사운드 역시 GS의 새로운 시스템이 상당히 경쾌한 사운드를 제공하며, 평상시 최고의 정숙성을 제공하는 럭셔리 세단에서 원할 때는 강렬한 사운드의 스포츠 세단으로 돌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뉴 GS 350 모든 라인업은 공통적으로 경쟁모델 대비 강력한 엔진이 선사하는 뛰어난 가속력과 매력적인 사운드, 그리고 예리한 핸들링 성능을 갖췄다. 서스펜션 세팅은 안락함이 강조된 기본형에서는 서킷 주행에서 비교적 큰 롤을 보이며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드라이빙 모드에서 SPORT+를 선택할 경우에는 독일 경쟁차들과 대등한 수준의 탄탄한 서스펜션으로 변신하면서 서킷에서도 경쟁력 있는 안정성을 선보여 놀라웠다. SPORT+를 지원하는 GS 350 이그제큐티브와 F SPORT는 말 그대로 안락한 럭셔리 세단과 독일 스포츠 세단에 필적하는 주행 안정성이 돋보이는 스포츠 세단을 동시에 소유하는 셈이 된다.
물론 독일의 경쟁 모델들은 기본기 면에서 여전히 탁월한 우위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들도 주행성능을 강조한 스포츠 모델들이 있지만 그 모델들은 경쟁 구도를 벗어난 훨씬 고가 모델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평상시 최고의 정숙성과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럭셔리 세단에서 첨단 전자 장비의 도움을 받으면 예리한 핸들링에 걸맞은 탁월한 주행 안정성과 적극적인 차체 제어가 가능한 스포츠 세단으로 변신할 수 있는 뉴 GS 350은 독일 경쟁 모델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 셈이다. ‘Born to Drive’를 외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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