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벌남’되어 돌아온 딱정벌레. 폭스바겐 더 비틀

발행일자 | 2013.03.25 02:44
‘떡벌남’되어 돌아온 딱정벌레. 폭스바겐 더 비틀

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이 유럽 주재원 시절 구입한 생애 첫차가 중고 비틀이었다. 세구튕이가 찌그러진 열세 살짜리 비틀을 400달러에 구입했지만 2년 가까이 유지하는 동안 딱 한번, 브레이크 전구가 나간 것 외에는 돈 들일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비틀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글,사진 /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포르쉐 박사의 설계로 1938년 태어난 오리지널 비틀은 세계 최초의 대중차, ‘폴크스바겐’을 지향했었다. 단종 될 때까지 2,250만대 이상 판매되며 전 세계인이 아는 차가 됐고, 한편으로는 컬트의 반열에 올라 특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차가 됐다. 반면, 1994년 콘셉트카 ‘콘셉트원’이 미국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데 힘입어 1998년 부활한 ‘뉴 비틀’은 ‘딱정벌레차’의 이미지만을 빌려 나온 패션 카로, 여성고객들에게 판매를 기대야 했다.

‘떡벌남’되어 돌아온 딱정벌레. 폭스바겐 더 비틀

3번째 비틀이 바로 6세대 골프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더 비틀’이다. 오리지널의 상징성을 좀 더 충실하게 쫓는 한편, 뉴 비틀에서 부족했던 남성미, 스포티함을 부각시키고자 작정했다. 외관에서부터, 그런 분위기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늘어난 차폭과 볼륨감, 곡면을 평편하게 잘라낸 듯한 느낌은 포르쉐 스포츠카를 희화한 것 같았던 겉모습을 진지하게 보이도록 한다. 지붕이 낮아진 측면 실루엣은 뉴 비틀보다 초대 모델에 더 가깝다.

‘떡벌남’되어 돌아온 딱정벌레. 폭스바겐 더 비틀

실내에는 대시보드가 유난히 높게 자리했다. 동반석 앞 글로브박스는 요즘 승용차에 일반적인, 아래로 열리는 방식의 것 외에 위쪽에 하나가 더 자리했다. 오리지널 비틀의 글로브박스를 흉내 낸 것이다. 실내의 다른 부분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뉴 비틀의 화병은 없어졌고, 투스카니에서 본 것 같은 보조 계기들이 대시보드 중앙 상단을 차지했다. 카본룩의 마감, 그리고 아래쪽을 슬쩍 평편하게 깎은 운전대가 눈길을 끈다. 중앙의 조작부들은 다른 폭스바겐과 부품을 나눠씀을 애써 감추지 않는다.

‘떡벌남’되어 돌아온 딱정벌레. 폭스바겐 더 비틀

운전 자세는 골프의 쿠페버전쯤을 타는 기분을 만든다. 세 개의 원이 삼각형 배치로 놓인 계기판을 보고는 이 차가 비틀임을 상기한다. 연료계가 참 크다. 5,000부터 시작하는 레드존을 보고는 이 차가 디젤임을 상기한다. 사실 뉴 비틀과 달리 디젤 엔진을 얹고 들어온단 얘길 들었을 땐, 오리지널의 공랭식 감성을 상상하며 달리기에 오히려 좋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었는데, 어림없었다. 지하주차장에서 이 차를 잠시 접한 320d 오너에게 가솔린 차라고 속였더니 “어쩐지 조용하더라”하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도 ‘6세대 골프 디젤도 이렇게 부드럽고 조용했던가...다시 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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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디젤치고는 꽤 그렇다는 얘기지만, 구동계 소음보다는 주행 소음이 더 들린다. 뒷좌석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공간 문제보다도, 웅웅거리는 소리에 먼저 지칠 것 같다. 정체 중의 저속주행 때는 가속페달을 밟고 뗄 때의 차체 움직임이 다소 피곤하다. 하지만 속도를 높이면 만족도가 높아진다. 엔진은 활기 있고 끝까지 매끈하다. 2.0TDI 엔진에 조합된 6단DSG 변속기는 아주 빠르고 부드러운 응답을 제공한다. 패들이 없는 것이 아쉽다.

‘떡벌남’되어 돌아온 딱정벌레. 폭스바겐 더 비틀

풀 가속 때는 5,000rpm에 살짝 못미처 자동 변속이 되는데, 75, 120km/h에서 다음 단으로 넘어간다. 140마력 디젤이지만 스포티하고 재미있다. 시로코R라인에 비해 기대대비 만족도는 차라리 높은 것 같다. 여전히 ‘딱정벌레차’로 일탈을 즐긴다는 느낌이 남아있는 탓일 것이다. 넓어진 윤거에 넓은 바퀴(‘무려’ 235/45R18)를 끼워 코너를 참 듬직하게 돈다.

‘떡벌남’되어 돌아온 딱정벌레. 폭스바겐 더 비틀

스티어링휠도 묵직하고 차체는 솔직하게 반응한다. 다만 운전자와 밀착된 느낌은 아니라, 인위적인 감성 같다. 서스펜션은 앞-맥퍼슨스트럿/뒤-토션빔 구성이다. 골프 플랫폼을 썼으나 가솔린 2.0터보에만 후륜 멀티링크를 적용하는 차별을 하고 있다고 한다. 승차감은 타이어 규격에 비해 좋은 편이다. 다만 불규칙한 노면에서는 안정감이 떨어진다. 어찌됐든, 피아트500, 미니와 비교하면 가장 어른스럽긴 하다.

‘떡벌남’되어 돌아온 딱정벌레. 폭스바겐 더 비틀

100km/h 정속 주행 때는 2,000rpm에서 한 눈금이 모자란다. 60km/h를 5단으로 달릴 때는 1,250rpm 정도인데, 다소 그릉거린다. 복합연비는 15.4km/l(2등급)로, 골프2.0TDI의 16.2km/l(1등급)과 차이를 보인다. 170마력 시로코R라인과 연비가 같다. 0-100km/h 가속시간(9.5초)도 골프(9.3초)에 살짝 뒤진다. 시승차는 300km 주행에 13.6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 트렁크 용량은 310리터. 골프는 350리터, 시로코는 312리터이다.
<▲ 트렁크 용량은 310리터. 골프는 350리터, 시로코는 312리터이다.>

더 비틀은 폭스바겐의 설명처럼 역대 비틀 중 가장 역동적인 성능과 뛰어난 연비, 더욱 다이내믹한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차다. 하지만 다른 폭스바겐 차들과 비교하면 딱히 더 좋다고 내세울만한 것이 부족하다. ‘원조 폭스바겐’이란 것과 ‘딱정벌레차’라는 상징성뿐인데, 가격은 골프보다 440만원 비싸다. (3월 인상가격 기준)

‘떡벌남’되어 돌아온 딱정벌레. 폭스바겐 더 비틀

골프에 없는 바이제논 헤드램프와 가죽시트를 갖추긴 했지만, 골프에는 뒷좌석 송풍구, 파크어시스트(지능형 주차보조장치)가 있고 에어백이 더 많다. 스포티한 실내외 장식이 적고 바퀴가 작은 (혹은 클래식한 깡통휠을 끼운) 해외사양의 비틀이었다면 차라리 후한 점수를 줬을 지 모르겠다. 독일산인 골프와 달리 비틀은 이전처럼 멕시코에서 생산된다.

‘떡벌남’되어 돌아온 딱정벌레. 폭스바겐 더 비틀
‘떡벌남’되어 돌아온 딱정벌레. 폭스바겐 더 비틀
‘떡벌남’되어 돌아온 딱정벌레. 폭스바겐 더 비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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