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재밌는 스포티카' 아반떼 쿠페

발행일자 | 2013.04.18 06:21

스타일, 가속 및 핸들링 등 만족. 고속안정성 아쉬워

[시승기] '재밌는 스포티카' 아반떼 쿠페

현대가 재밌는 차를 내놨다. ‘아반떼 쿠페’ 얘기다. 베스트셀링카 아반떼 세단에서 문 두 짝을 떼어내고, 프론트 그릴과 리어 범퍼 등 여기저기 조금씩 손을 봐서 내놓은 쿠페 버전이다. 물론 벨로스터처럼 과감하거나, 희한한 느낌은 아니다. 차분함이 느껴지지만, 결코 평범하진 않다. 그게 매력이다. 그동안 현대차의 보수적인 라인업을 생각해 보면 꽤나 참신한 시도가 아닐까 싶다.

[시승기] '재밌는 스포티카' 아반떼 쿠페

행주산성 근처에서 출발해 영종도 선녀바위 해변을 돌아오는 왕복 102km 동안 아반떼 쿠페를 시승했다. 고속도로와 구불구불한 곡선로, 경제운전을 체험할 수 있는 세 가지 테마의 코스는 새 차의 성능과 특성을 파악하기에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영종대교를 지나는 동안 불어닥친 세찬 바람 탓에 조금(?) 극단적인 상황까지 체험할 수 있었다.

우선 현대자동차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아반떼 쿠페는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한 차다. 그래서 ‘라이드 앤 핸들링’ 감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프론트엔 스트럿바 두께를 늘려 강성을 높였고 리어는 서스펜션 스프링을 단단한 걸로 바꿔 끼웠다. 직접 몰아보니 형제 차종인 i30(아이써티)와 느낌이 비슷했고, ‘그냥’ 재밌게 탈 수 있는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승기] '재밌는 스포티카' 아반떼 쿠페

엔진이 바뀌면서 힘도 조금 세졌다. 한 체급 위 차종인 쏘나타에 들어간 2.0 누우 CVVL 엔진의 사촌쯤 되는 걸 집어넣었다. 1.6리터 엔진을 탑재해 140마력을 내던 아반떼 세단과 달리 최고출력 175마력의 2.0 누우 GDi 엔진을 얹고,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대 21.3kg.m 토크를 바퀴에 전달한다. 벨로스터에 들어간 1.6리터 터보엔진도 문득 떠올랐지만, 현대는 상품 간섭을 우려해 새로 개발한 2.0리터 엔진을 처음 탑재하는 걸로 마무리 지었다.

[시승기] '재밌는 스포티카' 아반떼 쿠페

물론 제아무리 힘이 세졌다 해도 수입 스포츠 쿠페들의 ‘거세게 몰아붙이는 맛’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스포티카’일 뿐이다. 그렇다고 힘 부족에 허덕이는 건 절대 아니다. 북미형 쿠페 컨셉트에 잘 어울리는 차라 판단된다. 직진 가속력과, 달려나갈 때 느낌이 꽤 좋아서다. 정지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와 함께 시속 140km까지 끈기 있게 가속된다. 이후 시속 160km부터 180km까지 점점 가속되는 정도가 줄어들다가 180km에서 200km까지는 매우 더디게 속도가 올라간다. 제한속도는 시속 190km지만 도로 환경에 따라 이보다 더 달릴 수 있었다.

[시승기] '재밌는 스포티카' 아반떼 쿠페

핸들링 하기에 스티어링 휠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고속에서 코너를 돌 땐 차의 뒷부분이 자연스레 바깥으로 흐른다. 꽤 즐겁게 운전할 수 있었다. 서스펜션은 유럽식의 단단한 게 아니어서 최대한 부드럽게 차를 몰아야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어 보인다. 어디까지나 타깃 시장이 북미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즐기기에 충분히 괜찮은 차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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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그만큼 아쉬움도 남았다. 시속 100km로 달릴 땐 특별히 거슬리는 건 없었다. 속도를 더 높였을 땐 차의 뒷부분이 조금 가볍게 느껴진다. 고속주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에어로 파츠가 필요해 보인다. 세단과 달리 리어스포일러가 달려 있지만, 조금 더 적극적인 다운포스가 아쉽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타이어도 조금 더 넓은 걸 써서 접지력을 높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연료효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적당한 점을 찾아 절충한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고속에서 풍절음이 굉장히 심했는데, 이날 가만히 서 있어도 머리가 완전히 헝클어질 정도의 바람이 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의 평가는 다음으로 미룬다. 6:4 폴딩시트는 뒷문이 따로 없는 쿠페의 특성상 조금 사용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기능을 넣어둔 건 긍정적이다.

[시승기] '재밌는 스포티카' 아반떼 쿠페

새 차는 연간 5,000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벨로스터나 i30 같은 개성 강한 해치백이 부담스럽지만, 세단과 ‘약간’ 다른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운전을 즐기는 사람이 타깃이다. 그래서 가격도 최저 1,645만원부터 시작해 1,995만원까지다. 선택품목을 모두 넣으면 2,225만원까지 올라간다. 철저하게 ‘마니아’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멋진 패들시프터, 조금 더 단단하면서 찰진 스포츠 서스펜션과 멋진 리어윙이 분명 그립다. 만약 기본 품목이었다면 이미 2,620만원부터 시작하는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의 견적서를 손에 쥐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제품 특성만큼이나 절묘한 가격 포지셔닝이다. 그래서 여러모로 ‘재밌는 차’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글,사진/ 박찬규기자 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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