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뼈대 바탕으로 첨단으로 무장.
단단한 차체. 강력한 주행감. 안정된 핸들링. 신형 제네시스의 특징을 정리한 느낌이다. 기존 ‘현대차’를 넘어서기 위해 기본에 충실한 차를 만들었다.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운전자를 비롯, 탑승자 모두에게 최고의 만족을 주려 노력했다.
현대자동차는 신형 제네시스에 유독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다. 출시하기 전부터 세밀한 행사진행으로 차 알리기에 나섰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기본에 충실하다는 걸 꾸준히 강조했다. 게다가 제품 전략에 있어서도 과감함을 보였다. 숫자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에도 불구, 연비를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퍼포먼스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현대차는 17일,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신형 제네시스 시승행사를 열고 광주와 영암 일대에서 차를 마음껏 타보게 했다. 이런저런 기능과 ‘숫자’ 알리기에 집중한 다른 행사와는 확연히 달랐다. “일단 타 보면 안다”는 식이다. 광주공항에서 출발, 함평 다이너스티CC를 거쳐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주로 고속구간으로 이뤄졌고, 잠깐의 시골길까지 더해져 차의 여러 특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시승차는 6,130만원짜리 G380 프레스티지에 이런저런 패키지를 더해 6,930만원에 달하는 최고급형 네바퀴굴림방식모델이다.
키를 주머니에 넣고 짐을 싣기 위해 차 뒤쪽으로 다가가니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렸다. 따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되니 참 편했다. 운전석에 다가서니 접혀있던 사이드미러가 펼쳐지며 반겨준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니 많이 단정해진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과시하듯 번쩍거린 기존 현대차의 인테리어와는 다른 느낌이다. 무광 처리된 리얼 우드, 리얼 알루미늄 소재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주행 모드는 총 세 가지다.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스포츠, 승차감과 효율을 고려한 노멀, 에코 등이다. 스포츠 모드로 놓고 가속페달을 꾹 밟으니 느낌이 꽤 좋다. 즐겁다. 기계적인 엔진 사운드를 들려주며 빠르게 가속된다. 힘이 폭발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건 2단기어 이후부터다. 스포츠카가 아니어서 1단기어에선 자세를 유지하는 데 집중한 듯싶다. 에코 모드로 바꾸니 차가 힘을 쭉 뺀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엔진 회전 수 변화가 적다. 편안하고 조용한 운전과 어울린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연비운전은 하지 못했다. 달리는 재미를 느끼는 데 집중했다. 공인 연료효율은 AWD 모델 기준으로 리터 당 8.5km였지만, 신나게 운전하는 내내 5.0km부근 연료효율을 보였다.
신형 제네시스는 배기량 3,778cc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15마력(6,000rpm)을 낸다. 최대토크는 5,000rpm에서 40.5kg.m로 구형보다 낮은 엔진 회전 수에서도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새로 세팅했다. 실 영역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라지만, 차 무게가 2톤이나 되는데다 그간 불필요한 영역에서 힘을 내도록 한 세팅이 현실적으로 개선된 탓이기도 하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도 한 몫 했다.
핸들링도 꽤 안정적이다. 기본적으로 초고장력 강판을 많이 쓴 데다, 엔진룸과 하체 강성 보강에 집중했고, 필요한 발에 힘을 주거나 빼는 기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의 AWD 시스템인 HTRAC은 급한 코너링 상황에선 제동력을 이용해 안정성을 높여주는 ATCC(선회제동시스템)과 맞물리며, 스티어링 휠은 가변 기어비 세팅으로 주행 상황에 맞도록 돌아가는 정도가 달라진다. 코너를 돌 때 큰 힘 들이지 않고도 방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차의 구동력이 스스로 변하며 불필요한 움직임이 줄었다. 이 같은 일련의 기능들이 어우러져 깔끔한 코너링을 가능케 했다.
서스펜션 느낌은 오묘하다. 절묘한 건지, 애매한 건지 확실친 않지만 나쁘진 않았다. 운전하는 입장에서 그랬다. 타깃 연령대가 넓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차를 주로 살 40~50대라면 충분히 좋아할 만하지만, 그보다 젊다면 조금 더 단단하게 잡아주길 바라지 않을까 싶다. 뒷좌석에 앉았을 땐 특별히 불편함은 없었다.
뒷좌석은 고급 세단다웠다. 좌우 독립식 LCD모니터, 전동 시트, 공조 시스템이 적용됐다. 전동 시트 조절은 등받이를 뒤로 누이는 게 아니라, 엉덩이 쪽 받침이 앞으로 밀어 편안한 각도를 만드는 방식이다. 시트를 완전히 세웠을 때 무릎 공간은 노멀 포지션의 앞 시트와 주먹 두 개쯤 공간이 있었지만, 반대의 경우엔 주먹 한 개 공간이 남게 된다. 휠베이스는 3010mm로 허리가 길쭉하다. 그리고 고속주행을 하면서 뒷좌석 시트를 낮췄을 땐 어깨 너머로 바람소리가 들렸다. 등받이 위치가 달라지며 공기 통로가 완전히 열린 탓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인 시트 포지션에선 들리지 않는다.
첨단 기능도 적극적으로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돕는다. 낮은 속도에선 차 주변을 카메라로 살펴주는 AVM(어라운드 뷰 모니터)기능이 탑재됐고, 주행 중엔 사각지대안내 시스템인 BSD가 소리와 진동으로 위험을 경고한다. LDWS는 운전자가 차선을 이탈할 때, 소리와 스티어링 휠 진동으로 알려준다. 앞 차와의 충돌이 예상될 경우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엔 이를 경고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현대는 철저하게 독일차를 분석했다. 그리고 신형 제네시스는 이를 넘어섰다고 자신했다. 기본기를 다듬고 첨단 기능까지 탑재해 제품력을 높이려 애썼다. 지나칠 정도로 강한 자신감을 보인 배경이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지 않았다면 이런 차가 출시됐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만들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제네시스를 알리며 너무 독일차를 강조했다. 갑작스레 현대만의 색채를 감춘 것 같다. 아무리 대세라지만, 그만큼 좋다는 걸 오히려 인정하는 꼴이 아닐까 싶다. 구형은 어딘가 ‘현대다움’이 느껴진 반면, 신형은 독일 회사들이 만든 차에 가깝다.
이번 제네시스를 내놓으며 선택한 전략이 약이 될 수도, 반대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차의 ‘엔트리 모델’ 역할을 할 우려가 있어서다. 답은 의외로 단순할 수 있다. 결국 제품 전략을 넘어, 철저한 ‘브랜드 전략’이 뒷받침 돼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현대차’를 굳이 사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어떤 포장지로 감싸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아닐까.
영암(전남)=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
© 2024 rpm9.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