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품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현대·기아차의 단가인하 요구가 점쳐지면서 관련 업체가 긴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 민주화 및 대·중소기업 상생이 화두로 부상하자 부품 단가인하를 단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차세대 연구개발과 해외공장 증설 등 투자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부품 단가인하 요구 가능성은 커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부품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3~5% 선의 부품 단가인하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업체별로 단가인하 협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부품 단가인하는 통상 매년 반복된 비용절감 활동이지만 지난해에는 이뤄지지 않았고 2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지난해에는 부품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단가인하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올해는 수익성 위기를 만회하고 차세대 연구개발 등 투자재원을 마련하려는 현대·기아차가 부품 단가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품 단가인하는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비용절감 및 경영 효율성 확보를 위한 주요 활동이다. 최근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그룹 회장도 사내 서한에서 글로벌 공장의 부품 표준화 및 단순화를 이용한 비용절감을 주요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현대·기아차에도 부품 단가인하는 올해 경영목표상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각각 1.5%, 9.8% 줄어 수익성 개선이 절실하다. 여기에 장기적 경쟁력 강화 차원의 차세대 연구개발 투자 확대도 당장 올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몽구 회장이 올 신년사에서 차량 연비 및 안전 성능을 강화하고 친환경차와 스마트카 등 혁신 기술개발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매출 및 수익성 악화를 감내할 수 있는 중소 협력업체의 체력이 취약하다는 데 있다. 완성차와 부품을 포함한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의 상생을 위해 부품업계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다른 부품업계 관계자는 "부품 대기업은 단가인하를 감내할 만한 여력이 있겠지만 중소 협력업체는 여력이 없어 자칫 경영 한계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며 "중소 부품업체 간 인수합병을 활용한 규모의 확대와 고부가가치 부품개발 및 해외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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