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선화의 근황’(감독 김소형)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66)

발행일자 | 2018.02.07 19:49

김소형 감독의 ‘선화의 근황(Days of Sunhwa)’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선화(김소형 분)는 어렵게 취업한 빵집에서 중학교 동창 진경(문혜인 분)을 만난다.

같은 회사에 동창이 있다는 것이 도움이 될지 방해가 될지에 대해 영화는 생각하게 만든다. 누군가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하겠지만, 그로 인해서 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압박의 강도가 점점 강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도 영화는 던지고 있다.

‘선화의 근황’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선화의 근황’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선화의 근황’에서 선화는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불만이 있어도 속으로 인내하고, 주변에서 도와달라고 하면 단칼에 자르지 못한다. 반면에 진경은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다. 진경 때문에 회사에서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지만 그렇다고 진경이 편한 것은 절대 아니다.

영화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캐릭터를 대비하고 있다. 선화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에 공감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고,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인정받지 못하는 진경의 모습에 공감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지만, 선화와 진경 모두 을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영화는 을의 위치에 있으면 개인의 성격에 상관없이 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매우 불편하고 껄끄럽게 표현된 이야기는 다분히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 동창이 같은 회사에 있으면 도움이 될까? 아니면 방해가 될까?

영화는 선화의 취직 면접 인터뷰로 시작한다. 이 인터뷰에서 선화는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선화만 존재하고, 본인이 의지와 노력으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공감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진경이 중학교 동창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개인이었던 선화는 진경과 함께 같은 출신이고 같은 부류라는 대접을 받게 된다.

문제는 같이 엮이는 것 때문에 본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선화의 근황’에서 진경을 중학교 동창이 아닌 선배이거나 아니면 일가친척이라고 바꿔 생각할 때 스토리텔링과 진경의 고민이 바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런 경험과 고민을 해 본 사람은 꽤 있을 것이다. 내 주변의 인간관계가 나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나의 발목을 잡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결정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관객은 ‘선화의 근황’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선화의 근황’ 김소형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선화의 근황’ 김소형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친구에게 들은 비밀,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선화의 근황’은 친구에게 들을 비밀을 끝까지 지키는 여부에 관해서도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표면적으로 얼핏 생각하면 당연히 비밀은 지켜야 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 그것 때문에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온다면 어떤 결정을 선택할지는 쉽지 않다.

공장 사람들 자재 옮길 때 도와주지 말라고 말하는 박과장(임호준 분)의 말이 매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다는 것을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이유는 심성 자체가 나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실제로 누군가를 도와주다가 오히려 낭패를 본 경험이 직간접적으로 주변에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선화의 근황’에서 선화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수도 그렇다고 날카롭게 비난할 수도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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