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언프리티 소셜 스타’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발행일자 | 2018.02.12 20:57

맷 스파이서 감독의 ‘언프리티 소셜 스타(Ingrid Goes West)’는 습관적으로 ‘좋아요’만 누르는 팔로잉만 천 명인 SNS 홀릭 잉그리드(오브리 플라자 분)가, 팔로워만 26만 명인 SNS 스타 테일러(엘리자베스 올슨 분)처럼 멋진 삶을 꿈꾸며 무작정 LA로 떠나 새 출발하기로 다짐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어 제목과 다른 한국어 제목은 미국적 정서를 어떻게 우리나라의 정서에 가깝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노력이 반영됐다는 것을 영화를 직접 보면 느낄 수 있는데, 영화 내용은 우리나라 관객에게 전체적인 정서에 공감을 주면서도 디테일한 감정에는 이질감 또한 전달할 수도 있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언프리티 소셜 스타’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 영어 제목과 다른 한국어 제목 또한 영어로 표현되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영어 제목과 한국어 제목이 다른데, 다른 한국어 제목도 영어를 그대로 읽는 영어식으로 표현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영어 제목인 ‘Ingrid Goes West’는 개인과 개인의 행동에 주목하고 있는데, 반면에 한국어 제목인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현상과 결과 자체에 더 주목하고 있다.

해시태그를 포함해 영화는 시대적으로 핫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잘 때도 양치질을 할 때고 스마트폰을 끼고 살고, 인스타그램에 집착하는 모습은 전 세계의 많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모습일 것이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언프리티 소셜 스타’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시대를 반영한 전 세계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디테일한 행동, 인간관계, 생활 패턴 등은 전형적인 미국식으로 우리의 정서와 부합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이는 감정이입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한국어 제목으로 변경하면서 특정화보다는 일반화하는 게 감정이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선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영화의 특징을 드러내는데도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언프리티 소셜 스타’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 감정을 공유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특히 인스타그램의 특징을 잘 살리다

너와 공유할 수 없어서 슬픔, 외로움, 자존감 등 오프라인에서는 내면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특히 인스타그램에서는 습관적으로 내면을 표현하는데,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이런 점을 잘 살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정보를 전달한다기보다는 감정을 소통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입고 있는 옷, 들고 있는 가방, 가 있는 장소, 먹고 있는 음식 등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맞지만, 결국 최종 목표는 정보가 아닌 감정의 소통인 경우가 많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언프리티 소셜 스타’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소속감 결여, 자존감 부족, 과시욕, 존재감 어필 욕구 등 영화에서 잉그리드가 보여주는 모습과 내면은 일반적인 우리 모습과 내면의 단면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잉그리드의 행동을 보면서, 그중 몇 가지는 나도 해봤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SNS에서 해시태그는 나와 나의 관심사, 나의 관계성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이정표이자 다른 사람과 나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데, 문제는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본질이 역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고,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이런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언프리티 소셜 스타’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 순간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하다

누구든 순간의 실수를 바로잡지 못해 잉그리드가 될 수도 있다. 특히, SNS의 세계에서는 한 번 방향성을 잘못 잡으면 걷잡을 수 없이 어긋날 수 있는데, 오프라인에서 고립된 채로 온라인에서 질주할 경우 스스로 제동을 걸기 어렵기 때문이다.

잉그리드와 테일러를 보면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댄(오셔 잭슨 주니어 분)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기 위해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언프리티 소셜 스타’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언프리티 소셜 스타’에서는 완벽하게 착한 사람도 찾기 힘들고, 완벽하게 억울한 피해자도 찾기 힘들다. 에즈라(와이어트 러셀 분)와 닉키(빌리 매그너슨 분) 또한 감정이입한 관객을 갈등과 혼돈에 빠뜨리기 쉬운 인물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완벽하게 억울한 피해자를 찾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우리의 시각일 수 있는데, 미국식으로 보면 영화 속에 완벽하게 억울한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다. 디테일 또한 미국식보다는 보편적인 정서를 선택했으면, 영화는 우리에게 더욱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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