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남자친구’(9) 호칭으로 알아보는 박보검과 송혜교의 연애 진도

발행일자 | 2019.01.03 00:01

박신우 연출, 유영아 극본,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 제9회의 부제는 ‘이겨도 슬프고 져도 아픈 그런 내기... 해봐요 우리’이다. 한마디 말이 주는 상처와 한마디 말이 주는 위로의 대비를 통해 송혜교(차수연 역)와 박보검(김진혁 역)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보여줬다.
 
호칭으로 알아보는 박보검과 송혜교의 연애 진도는 흥미로운데, 존댓말은 <남자친구>가 사람을 대하는 기본자세라고 보인다. 차분한 진도와 정서는 감정이입해 공감하게 만들 수도 있고, 스토리텔링의 진도를 팍팍 나가지 않고 감정신만 집중한다고 지루하고 답답하게 여기게 만들 수도 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호칭으로 알아보는 박보검과 송혜교의 연애 진도! 존댓말은 <남자친구>가 사람을 대하는 기본자세!
 
<남자친구> 제9회 초반에 송혜교는 존댓말을 사용하고, 박보검은 ‘우리 차수연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이전에 ‘대표님’이라는 표현을 주로 썼다면 이름에 ‘님’자를 붙이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데이트한 것이 노출된 후 통화를 할 때 ‘대표님’이라는 표현을 다시 쓴다. 근무시간에 전화한 것이기 때문에 예의를 지킨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곤란한 상황에 있는 송혜교에게 차분한 거리감을 주려는 배려라고 볼 수도 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송혜교가 언제 박보검에게 반말을 할 것인가? 박보검이 언제 송혜교에게 ‘수연아’라고 부를 것인가? 서로에게 반말을 하는 것이 두 사람이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어쩌면 <남자친구>는 지금의 호칭에서 큰 변화 없이 끝까지 갈 수도 있다. 서로 대놓고 반말하기보다는 존댓말과 반말의 경계를 넘나들 것이라고 예상되기도 한다. 지금의 정서와 관계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송혜교는 울면서 전화할 때 ‘당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잠시 각자 시간을 갖자는 말을 하면서, 속마음을 내비치는 말로 ‘당신’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김진혁씨’ 대신에 ‘당신’이라는 호칭을 통해 가까워짐과 멀어짐을 동시에 교차시킨 것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호텔에서 인형을 잃어버린 어린 고객에게 박보검은 존댓말을 썼다. 존댓말은 이 드라마가 사람을 대하는 기본자세일 수도 있다 송혜교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지 못하는 모습을 그리면서도, 기본적으로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는 정신을 더 깊숙한 곳에 내포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아이에게 인형을 찾아준다는 것은 아이에게 친한 친구를 찾아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남자친구>는 보여주고 알려준다. 아이를 존중하고 아이를 위해 몇 시간 동안 인형을 찾는 모습은 김진혁 캐릭터를 멋지게 표현하면서, 김진혁과 차수연,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느끼도록 만든 멋진 설정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비슷한 장면의 다른 연출! 송혜교와 박보검 vs. 곽선영과 김주헌
 
<남자친구>는 비슷한 장면의 다른 연출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송혜교와 박보검이 한 말과 행동을 곽선영(장미진 역)과 김주헌(이대찬 역)이 비슷하게 하면서 다른 분위기를 만드는 재미를 선사한다.
 
가면을 쓰고 서로 호감을 느낀 곽선영과 김주헌은 가면을 벗고 나서는 송혜교와 박보검처럼 달달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티격태격한다. 곽선영과 김주헌이 함께 아침에 국밥 먹기 또한 비슷한 장면을 다르게 반복한 것으로, 드라마가 정서를 환기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송혜교와 박보검이 같이 했던 일상의 평범한 행동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알게 만드는 비교일 수도 있고, 곽선영과 김주헌의 관계도 송혜교와 박보검처럼 발전할 수 있다는 암시라고 볼 수도 있다. 제9회 말미에 속초의 따로국밥집에서 박보검 혼자 국밥을 먹는 장면 또한 이어지는 감정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박보검과 송혜교는 무소식이 희소식 내기를 하면서 이겨도 슬프고 져도 아픈 내기라고 표현한다. <남자친구>의 대사와 행동은 무척 용감하고 거침없는 것 같지만, 미세하면서도 주저하는 면도 있다.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색감을 사용하는 것과 영상미를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거침이 없이 용감한 게 아니라 용기를 내서 용감한 것이라고 느껴진다. 상대방이 곤란할까봐 주저하는 마음,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할 때도 같은 톤을 유지한다.
 
이런 잔잔한 정서는 차분히 감정이입해 공감하고 몰입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스토리텔링의 진도를 팍팍 나가지 않고 감정신만 집중한다고 지루하고 답답하게 여기는 시청자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마음 또한 실제 연애의 감정일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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