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는 아프리카 대륙처럼 덥다고 해서 ‘대프리카’로 불린다. 이곳의 한적한 어느 동네에서는 온종일 타이어 마찰음이 끊이질 않는다. 르노코리아자동차에서 신차 개발을 맡은 이들이 상주하는 대구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주행시험로(KIAPI PG)가 그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르노코리아 연구원은 “2017년 3월에 센터 건립 MOU를 맺고, 2018년 11월부터 가동했다”라면서 “르노그룹 본사 차원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직접 투자 형태로 시설 인프라를 구축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작년까지 총 350만㎞의 내구 시험이 이뤄졌다”라고 강조했다.
이곳은 그동안 언론에 공개된 적이 없었다. 신차 개발을 진행하는 관계로 극도의 보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곳이 본지를 비롯한 극소수의 국내 언론사에 지난 5월 처음 공개됐다.
◆20여 개 시험로에서 신차 개발에 ‘구슬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이, 르노코리아는 생산 차종이 많지 않다. 현대차나 기아에 비하면 ‘소수정예’ 수준. 그러나 차종이 적은 만큼 한 차종을 개발할 때 들이는 노력은 훨씬 깊이가 있다.
KIAPI의 시험로는 염수로·먼지로 등 총 20여 곳이다. 이 가운데 이번에 공개된 곳은 비포장 시험로와 고속주회로, 범용로, 경사로 등 크게 네 곳이다.
가장 먼저 만난 비포장 서험로는 가혹한 도로조건에서 소음과 진동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로다. 정숙성과 진동 억제력을 확인하고 이를 수시로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 나온 QM6 시승차는 거친 노면에서도 안정된 주행감각을 보여줬다. 일상적인 시승에서는 이런 코스를 만날 일이 없기에, 이런 시승 행사는 더욱 의미가 크다.
고속주회로는 정속 주행 때의 정숙성과 도심 주행 구간에서의 주행 반응성을 체험하는 구간. 시속 200㎞ 이상의 고속에서도 정숙성이 괜찮은지, 시속 30~70㎞의 도심 주행 구간에서 반응성은 괜찮은지가 중점 점검 항목이다.
범용로는 가장 다이내믹한 코스다. 15m 슬라럼 코스에서 스티어링 조작성과 반응성을 체험하고, 긴급 회피 때 차량 밸런스와 조작성을 확인하는 코스, 긴급 제동 능력을 테스트하는 코스 등으로 꾸며져 있다.
슬라럼 코스에서는 SM6가 시승차로 제공됐다. 르노코리아는 여기서 참석 기자들이 지루할까 봐 ‘슬라럼 배틀’을 마련했다. 단순하게 슬라럼을 체험하는 게 아니라, 참석 기자 중에 누가 가장 빠른지 기록을 체크한 것이다. 나는 아쉽게도 1등을 하진 못했지만, 기록이 꾸준하게 유지된다는 칭찬(?)을 들었다.
SM6는 패밀리 중형 세단이지만, 승차감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고 몸놀림도 꽤 안정적이다. SM6의 주행안전성은 앞서 인제스피디움 등지의 서킷에서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는데, 이번 슬라럼 테스트에서도 여전히 녹슬지 않는 실력을 보여줬다.
저마찰 원선회 구간은 이번 시승 행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코스였다. BMW 드라이빙센터에서나 볼 수 있었던 넓은 원선회 구간에 연신 물을 뿌려놓고, 여기서 원선회를 진행하면서 차의 주행안정성과 승차감 등을 체크하는 곳이다. 시승에 동원된 QM6는 시속 80㎞까지 거칠게 몰아도 흔들리는 차체를 끈끈하게 잡아줬다. 이렇게 가혹하게 이뤄진 테스트 덕에 QM6는 가솔린 모델과 디젤 모델, LPe 모델의 특성에 맞게 서스펜션 셋업이 최적화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만난 경사로는 차의 견인력과 경사로 주파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경사로 중간에서 의도적으로 차를 멈추면서 차가 뒤로 밀리는지 테스트한다. QM6의 경사로 밀림방치 기능은 여기서 위력을 발휘해, 브레이크를 밟은 뒤에 페달에서 발을 떼어도 몇 초 동안 차가 뒤로 밀리지 않는다.
르노코리아는 이곳 외에도 지난 1998년에 삼성자동차 시절 설립한 경기도 기흥 R&D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곧 출시할 XM3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SM6 후속, QM6 후속 모델 개발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대구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에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ADAS 등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즉, 기흥 R&D 센터와 대구 지능형자동차부품진응원에서 상호 보완적인 기능을 수행하면서 르노코리아를 비롯해 세계로 수출할 신차의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극소수 언론사에 기회가 제공된 이번 취재는 르노코리아를 다시 보게 만든 행사였다. 르노코리아에서 향후 또 다른 신차가 나왔을 때, 기회가 된다면 다시 오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대구=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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