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동차 담당기자, 김장하기에 도전하다

발행일자 | 2022.11.21 08:50
[르포] 자동차 담당기자, 김장하기에 도전하다

매년 연말이면 출입처에서 ‘연탄 기부’와 ‘김장 담그기’ 봉사활동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하지만 이맘때 가장 많이 나오는 자료이기 때문에 무덤덤하게 기사를 처리했던 게 사실이다. 때로는 ‘그냥 김치를 사서 전달하면 될 텐데 왜 저런 행사를 할까’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한국토요타에서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 취재를 요청해왔다. 이 행사는 친환경 텃밭 재배를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하고자 하는 ‘토요타 주말농부’ 프로그램의 한 해 활동을 마무리하며 김장을 해 소외된 이웃에 기부하는 행사로, 2012년부터 햇수로 11년간 이어오고 있는 참여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나는 이 행사에 출입기자 자격으로 초청돼 참여하게 됐다.


행사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마지로에 자리한 ‘안나의 집’에서 열렸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행사장에 도착하자 두건과 앞치마, 고무장갑이 전달됐다. 옆 사람의 도움으로 앞치마까지 완벽하게 착용했지만, 자세는 영 어색하다. 생전 처음 김장하기에 도전하는 까닭이다.

한국토요타는 친절하게도 나처럼 처음 김장하는 이들을 위해 영상자료도 준비했다. 영상으로 보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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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절인 배추와 양념이 자리마다 전달됐다. 내 앞에 자리한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양념을 배추 사이 사이에 쑥쑥 넣었다. 매년 집에서 김장을 해본 실력이 쌓인 덕분이다. 한데, 의욕이 넘쳐서 양념이 내 옷까지 튀었다. 내가 한마디 했다. “민 부장님, 천천히 하세요.” 민 부장이 대답한다. “저, 성격이 엄청 급하거든요.” 말을 조곤조곤하게 하는 모습과 달리 성격은 급한 모양이다.

하지만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내가 김장하는 모습을 본 옆 사람이 “왜 백김치를 만들고 있느냐”라며 웃는다. 양념을 너무 조금씩 넣었단다. 양념도 배춧잎 위부터 넣지 말고 아래부터 넣으라고 알려준다.

요령을 알고 나니 좀 더 쉬워졌다. 일의 속도가 빨라진 건 물론이다. 양념통에서 양념을 한 줌 잡아서 적당한 양을 배추 사이에 척척 집어넣었다. 얼핏 곁눈질하니까 민 부장과 내가 제일 빠른 속도로 담그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행사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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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지금 보니까 양념이 너무 많아요. 이러면 김치가 너무 짜고, 나중에 양념이 모자랄 수도 있어요.”

“그것 봐, 내가 맞았다니까”라고 한마디 하자, 옆 사람이 “에이, 임 기자님은 백김치 만들고 있었잖아요”라며 면박을 준다. 순간 테이블은 웃음바다가 됐다.

열심히 김장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국토요타 홍보담당자가 입을 벌리라고 한다. 양념이 맛있으니 한 번 먹어보라는 거다. 혹시나 양념이 모자를 수도 있고, 갑자기 마스크 벗고 먹는 것도 어색해서 “나중에 먹겠다”라며 사양했다.

한참 하다가 주방을 바라보니, 아직도 절인 배추가 산더미 같이 남았다. 순간적으로 ‘저걸 언제 다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자리의 민 부장이 허리를 펴는 빈도도 늘어갔다.

사실 김장하는 일은 재료를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만드는 복잡한 과정이 포함돼 있다. 이번 행사는 이미 절인 배추에 준비된 양념을 버무리는 것이니까, 전체적인 과정에 비하면 어렵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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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이 예상한 시간은 총 두 시간인데, 참가자들의 열성적인 의욕 덕분에 일은 한 시간 남짓 만에 끝났다. 드디어 고대하던 김장 받는 순서다. 자신들이 만든 김장이 아니라 랜덤으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만든 것인지 알 수 없다. 그저 받는 순간이 즐거울 뿐이다. 어떤 참가자는 2~3㎏ 용량의 용기를 가져오라는 말이 무색하게 엄청나게 큰 용기를 가져왔는데, 배분해주시는 분은 거의 다 채워주셨다.

양념으로 가득한 고무장갑을 벗은 후, 1층으로 올라갔다. 기념사진을 찍는 순서다. 우리가 담근 김장 앞에서 참가자 모두 활짝 웃고 사진을 찍었다. 이걸로 행사가 끝인가 했더니 푸른 눈의 신부님이 우리 앞에 섰다. 안나의 집 대표를 맡은 이탈리아 출신의 김하종(세례명 빈첸시오 보르도) 신부였다.

“안나의 집은 단순히 밥만 주는 곳이 아닙니다. 노숙인들에게 직업을 찾아주고, 일을 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합니다. 지금까지 444명이 홀로서기에 성공했습니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홀로서기도 돕고 있습니다. 2100명이 넘는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사회구성원이 되도록 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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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신부님의 말씀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단순히 김장하기를 체험하고, 그 김장김치의 일부를 받으러 왔던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다음번에는 김치를 안 가져가도 좋으니 또 오겠노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기자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어느 기자는 “우리가 김장 나눔 행사 ‘1기’ 아니냐. 다음에 또 행사하면 우리를 우대해달라”고 한국토요타 홍보담당자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나의 첫 김장 나눔 봉사활동은 즐겁게 마무리됐다. 한국토요타는 올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와 연계해 18톤(약 6000포기)의 김장김치를 전국 각 지역의 10곳의 복지관과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에서 직접 담가 취약계층 1825가구에 전달하며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기사를 읽고 나서 ‘나도 한번 참가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면 일단 토요타나 렉서스 오너가 되시면 된다. 그리고 연말마다 진행되는 이 행사에 참여해보시라. 아마도 얻게 되는 김장김치보다 훨씬 더 값어치 있는 따뜻한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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