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테메라리오, 슈퍼 트로테오 시리즈에서 우라칸 명성 이을 것”

Photo Image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 람보르기니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시리즈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 대회는 유럽과 북미, 아시아에서 열리는 람보르기니의 레이싱 토너먼트 대회로, 참가 선수들이 람보르기니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 에보2 모델로 경주를 펼치는 원 메이크 레이스다. 모든 시리즈는 여섯 개의 라운드로 구성되며 Pro, Pro-Am, Am 및 람보르기니 컵(Lamborghini Cup)의 네 개 클래스로 운영된다. 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 챔피언십이 모두 확정 이후 진행되는 람보르기니 그랜드 파이널(Lamborghini Grand Final)에서는 각 대륙에서 우승한 선수들이 모여 최종 레이스를 벌인다.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 시리즈는 지난 4월 호주 시드니에서 개막해 5월 중국 상하이, 6월 일본 후지스피드웨이를 거쳐 이번 4라운드가 지난 18~20일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렸다. 이 경기에 참석한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 람보르기니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을 만나 경기 운영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슈퍼 트로페오 시리즈에서 하이브리드 도입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우라칸이 단종되고 테메라리오가 등장했다. 향후 대회 운영 방향은 어떻게 되는가?

“슈퍼 트로페오는 기본적으로 젠틀맨 드라이버들을 위한 레이스 시리즈다. 참가자 대부분이 프로 드라이버가 아닌 아마추어이며, 프로 드라이버와 짝을 이루어 함께 레이스에 참가하고 있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처럼 고도의 운전 스킬이 요구되는 기술은 도입에 한계가 있다. 우라칸 후속 모델인 테메라리오 역시 트로페오 시리즈에서는 하이브리드가 아닌 내연기관 기반 모델이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주 굿우드에서 공개된 테메라리오 GT3 역시 동일한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슈퍼 트로페오에서는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드라이버의 접근성과 레이스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다.

Photo Image
테메라리오 GT3

또한,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 시리즈는 단순한 레이스를 넘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 아시아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 및 판매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트로페오는 람보르기니가 모터스포츠 문화를 함양해 나가는 데 있어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레이스 차량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모터스포츠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트로페오는 그 중심에 있다. 람보르기니는 도로 주행용 모델을 실제 서킷에서 체험할 수 있는 '에스페리엔자'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은 단순한 제품을 넘어 브랜드 철학과 감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트로페오는 마케팅 플랫폼으로도 강력한 기능을 한다. 브랜드 인지도 제고뿐 아니라 세일즈 유지 및 확대에도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고 본다. 더 나아가 트로페오는 단순한 레이싱이 아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다. 고객들은 주말마다 트랙에 모여, 람보르기니의 호스피탈리티를 경험하고, 차량뿐 아니라 이탈리아 감성을 담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파트너 브랜드들도 함께 접하게 된다. 결국 트로페오는 람보르기니가 추구하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고객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가장 입체적인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람보르기니는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과제로 다루고 있으면서도 CTO 루벤 모어가 최근 인터뷰에서 가능한 오랫동안 내연기관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근 여러 브랜드가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데, 람보르기니의 전기차 전략에는 변동이 없는지도 궁금하다.

“람보르기니는 지속가능성을 미래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차량 배출가스를 줄이는 것을 넘어 공급망, 생산, 물류, 제품 사용 전반에 걸친 지속가능한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는 2015년부터 탄소중립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다양한 지속가능성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현재 람보르기니는 내연기관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신규 개발 엔진을 통해 환경 규제와 고객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다. 특히 우리는 슈퍼 스포츠카 브랜드 최초로 전 모델 라인업의 하이브리드화를 완료했으며, 이는 '코르 타우리(Cor Tauri)' 전동화 전략의 2단계를 마무리한 중요한 이정표다. 다음 단계는 순수 전기차로의 전환이다.

Photo Image
란자도르 콘셉트카

2020년대 말, 2+2 GT 형태의 첫 순수 전기차 '란자도르(Lanzador)'를 선보일 계획이며, 이 전략은 발표 초기부터 한 차례도 수정되지 않았다. 람보르기니는 전기차 시대에 있어 단순히 '최초(First)'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최고(Best)'의 전기차를 선보이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고, 고객들이 전기차에서도 람보르기니만의 감성과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을 때, 그에 걸맞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다. CTO 루벤 모어의 ”가능한 한 내연기관을 오래 유지하겠다“라는 발언 역시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우리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내연기관을 원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하이브리드를 대안으로 제공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람보르기니의 전동화 전략은 '최초' 아닌 '최고'를 지향하며, 고객 경험과 브랜드 감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지속가능한 미래로의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급성장의 배경은 무엇이라 보는가?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했을 당시에는 판매 대수가 많지 않았지만, 지난해 487대 규모까지 성장했다. 이는 우리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성과이며, 한국 시장이 람보르기니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준 덕분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첫째는, 한국 시장에 특히 잘 맞는 제품 라인업을 제공해왔다는 점이다. 디자인, 퍼포먼스,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한국 고객들과 잘 맞아떨어졌다. 둘째는, 브랜드에 대한 고객 경험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럭셔리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온 것이다. 고객들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람보르기니 패밀리'로 느끼도록 하는 데 집중해왔다. 셋째는, 딜러 네트워크의 확장이다. 고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전국적으로 다양한 쇼룸을 오픈해왔으며, 최근에는 분당 전시장을 새롭게 열었다. 오는 9월에는 부산에 네 번째 공식 쇼룸을 오픈할 예정으로(서울 삼성동, 동대문, 분당, 부산), 남부지역 고객과의 접점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차 출시도 당연히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다. 예를 들어, 올해 3월에 공개된 테메라리오는 한국에서도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몇 달 뒤에는 부산 전시장 오픈을 기념해 로드쇼 형식의 고객 행사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테메라리오 차량 인도는 내년부터 시작되며, 이를 계기로 또 한 번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후에도 2026년, 2027년까지 이어지는 로컬 런칭 전략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 시장에 특화된 모터스포츠 육성 방안이 있다면?

Photo Image

“람보르기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모터스포츠 문화 발전을 지원해왔다. 대표적으로 고객들이 전문 인스트럭터와 함께 실제 트랙을 주행하는 '에스페리엔자' 프로그램은 단순한 시승을 넘어 고객의 모터스포츠 경험을 넓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분명히 발전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는 한국 드라이버가 두 팀, 총 세 대의 차량으로 슈퍼 트로페오에 출전했는데, 이는 매우 중요한 진전이다. 시리즈 초창기에는 한국 팀 자체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특히 우리는 젊은 인재들을 위한 '영 탤런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한국 드라이버들이 실제 레이스 시리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 측면에서 보면, 최근 모터스포츠 차량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차에서 벗어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요소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객의 요구가 일반 차량과는 다르지만, 그런데도 편안함은 점점 더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고 있으며, 람보르기니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테메라리오 개발 당시 실제 고객들로부터 ”트렁크 공간을 더 넓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이를 반영해 앞쪽 트렁크에는 캐빈 사이즈 트롤리가 들어가고, 뒷좌석에도 두 개의 트롤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레그룸과 헤드룸도 크게 확보해, 헬멧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트랙 주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디자인했다. 람보르기니는 매번 새로운 차량을 만들 때마다 단순히 더 빠른 차가 아니라, 퍼포먼스와 편안함이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고속 주행뿐 아니라, 일상 주행이나 2~3일간의 여행에도 짐을 싣고 떠날 수 있는 차량-그것이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슈퍼 스포츠카'의 모습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행사의 달라진 점은?

“형식 자체는 지난해와 유사하게 운영하고 있다. 작년에도 도로 주행용 차량을 전문 인스트럭터와 함께 서킷에서 주행해보는 에스페리엔자(Esperienza)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고, 이에 따라 올해도 해당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더 많은 팀과 드라이버가 참여했으며, 에스페리엔자 프로그램의 참가자 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프로그램 자체도 이전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익스클루시브한 운영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식음료의 품질부터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험에서 럭셔리한 가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상에서도 운전 가능한 람보르기니 차량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청받은 잠재 고객들이 브랜드를 직접 체감해볼 기회가 된다. 이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세일즈 관점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에스페리엔자에 참여하면 단지 람보르기니 차량만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여정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람보르기니가 제공하는 호스피탈리티이자, 레이싱과 럭셔리를 동시에 담은 브랜드 철학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