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가 찍은 미래 먹거리 '전장', 대형 M&A 이어 BMW 차세대 전기차 공략 성공

삼성전자,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BMW ‘뉴 iX3’ 공급
ZF프리드리히스하펜 ADAS 사업 인수 이어 전장사업 확대 가속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이 대형 인수합병(M&A)에 이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BMW의 차량용 반도체 핵심 공급 파트너 지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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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삼성전자 뉴스룸.

이에 따라 기존 배터리·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장사업이 미래 성장 동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자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720'을 최근 BMW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인 '뉴 iX3'에 공급했다.

'엑시노스 오토' 시리즈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차량용 IVI용 프로세서다. 운전자에게 실시간 운행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고화질 멀티미디어 재생, 고사양 게임 구동까지 지원한다.

뉴 iX3 등에 탑재되는 엑시노스 오토 V720, V820, V920 제품 등은 전작과 달리 FUSA(Functional Safety, 기능안전성) 검증을 받았다. 또 멀티미디어 및 CPU·GPU·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을 대폭 강화해 BMW가 지향하는 전동화·SDV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의 경우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RM의 최신 전장용 중앙처리장치(CPU) 10개가 탑재된 데카코어(Deca Core) 프로세서로, 기존 제품 대비 CPU 성능은 약 1.7배, GPU 성능은 최대 2배, 인공지능(AI) 연산 성능은 2.7배 강화했다. 고성능·저전력의 LPDDR5를 지원해 최대 6개의 고화소 디스플레이와 12개의 카메라 센서를 동시에 제어한다.



BMW는 올해 9월 뉴 iX3를 공개하며 기존 대비 20배 높은 처리능력을 갖춘 4개의 고성능 컴퓨터, 이른바 '슈퍼 두뇌'를 탑재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자동차 업계에서는 뉴 iX3의 오디오 및 비디오 처리 능력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는데, 엑시노스 오토가 자율주행 및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안정적인 성능 및 처리 능력을 보인 결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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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뉴 iX3'. BMW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엑시노스 오토는 BMW의 까다로운 안전성·성능 품질 검증을 통과하고 오디오 및 비디오 처리 능력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한단계 높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과 2021년에 아우디와 폭스바겐에 엑시노스 오토 칩을 공급한 바 있다. 이번에 BMW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도 엑시노트 오토 칩을 공급함에 따라 진입 장벽이 높은 독일 완성차 업체 시장을 완전히 공략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지난 2009년 BMW와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2013년 출시된 BMW 최초의 순수 전기차 i3를 시작으로, i8(2015년), iX·i4(2021년), 뉴 i7(2022년) 등 BMW가 출시한 전기차에 삼성SDI의 고성능 배터리가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프리드리히스하펜의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사업을 15억 유로(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전장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ZF는 1915년 설립된 독일의 전장 업체로, 하만이 인수하는 ADAS 사업은 25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다. 글로벌 ADAS 스마트 카메라 시장 점유율 1위로, BMW와 폭스바겐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해왔다.

특히 이 회장은 전장과 미래 모빌리티 사업 강화를 위해 최근 글로벌 자동차 기업 총수들과 회동하는 등 적극적인 세일즈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올해 3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 본사를 방문해 핵심 관계자들을 만났으며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샤오미의 베이징 자동차 공장을 찾아 레이쥔(雷軍) 회장도 만났다.

올해 11월에는 한국을 찾은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는 최주선 삼성SDI 사장과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최고경영자(CEO) 등 전장 사업 관계사 경영진이 동석해 협력 관계를 다졌다.

이 회장이 전장 사업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며 2017년 인수했던 하만 역시 성장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하만 매출은 2017년 7조1000억원에서 2024년 14조3000억원으로 2배로 늘었고, 영업이익도 1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AI와 전장 두 축을 중심으로 기술 축적과 생태계 확장을 동시에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지환 기자 jh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