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우 연출, 박경수 극본의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 제9회는 맞아 드라마 후반부에 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본지 리뷰의 예상과 기대처럼, 빠른 전개와 반전 그리고 허를 찌르는 설정과 세팅으로 인해 앞으로가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또 갖게 만들었다.
◇ 건물 옥상에서의 대화, 서로의 패를 보여준 이유는 무엇일까?
‘귓속말’ 제9회에서 이상윤(이동준 역)과 권율(강정일 역) 법률회사 태백이 있는 건물의 옥상에 가서 대화를 나눴다. 친밀감을 나눈 대화가 아닌 서로를 경계하면서 경고하는 대화였는데, 이런 대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실제로도 벌어질 수 있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상윤과 권율은 서로에게 계획과 작전을 숨길 필요가 있다. 서로의 패를 알기 위해 그리고 그 패를 무력화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상황을 알려줄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귓속말’에서는 꾸준히 알려준다. 이유가 뭘까?
실제적으로도 일어나는 일이라고 가정하고 아주 단순하게 바라본다면, 다 이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 자만일 수 있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도 있지만, 연쇄살인범이 살인 직전 자신의 범행 동기를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것과 같은 심정일 수 있다.
정보를 알려준다는 면에서 바라보면, 내가 알려준 정보를 상대방이 이용하게 함으로써 내가 그다음 시나리오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객관적인 것 같은 이야기를 던짐으로써 상대방의 마음을 혼란하게 하고, 믿음을 흔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심리학적으로 하나씩 분해해 분석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귓속말’이 시청자들을 상대로 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진행 상황을 알려주고 긴장감과 경쟁구도를 시청자들에게 직면하게 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마치 자유토론 대질심문처럼 양측이 날선 공방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 이익을 얻을 것인가? 정의와 명분을 추구할 것인가?
실생활에서도 어떤 결정을 할 때 사람들은 이익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정의와 명분을 따를 것인지를 각자의 성향에 따라 그리고 그 시간의 상황에 따라 선택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히 기성세대가 될수록 이익을 우선으로 선택한다. 법 또한 정의와 명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실생활과 마찬가지로 ‘귓속말’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다. 선악이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는 ‘귓속말’에서 선악을 나눈다면 선이 되는 이보영(신영주 역)과 이상윤은 상황에 따라 이익을 추구하려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정의와 명분의 편에 서려고도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제9회에서 이익의 측면에서 선택을 하려고 했던 이상윤에 대해 이보영은 일침을 가했는데, 이전에는 이보영이 이익을 선택하고 이상윤이 정의와 명분을 선택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이런 상황은 반전에 반전을 선사하는 ‘귓속말’의 스토리텔링과 연결되는 면도 있고, 신영주 캐릭터와 이동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긴장감과 호기심, 재미를 높여준다.
‘귓속말’에서 두 캐릭터가 가진 입체적인 매력은 드라마의 결론에 다다르면서 증폭될 수도 있고, 때로는 몰입한 시청자들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복잡다단한 감정선의 축적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궁금해지고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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