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지랄발광 17세’ 누구나 살면서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켈리 프레몬 감독의 ‘지랄발광 17세(The Edge of Seventeen)’는 흑역사 자체 생산 전문가 네이딘(헤일리 스테인펠드 분)이 17세의 어느날 자신의 주변에 대해 직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영화의 한국어 제목은 ‘지랄발광 17세’로 네이딘이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문제아라는 뉘앙스를 전달하는데, 영어 제목 ‘The Edge of Seventeen’은 17세가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직접 영화를 관람하면, 영어 제목은 영화가 전달하는 궁극적인 메시지에 가깝고, 한국어 제목은 영화 속 네이딘의 행동과 연결해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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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광 17세’ 스틸사진.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 ‘나도 똑같은 아픔이 있다’라고 보여준 츤데레 선생님

자살하겠고 찾아와 고백하는 네이딘에게 브루너 선생님(우디 해럴슨 분)은 자신도 유서를 쓰는 중이었다며 유서를 읽어준다. 가장 큰 위로는 ‘나도 똑같은 아픔이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처럼 브루너는 어설프게 위로하기보다는 같은 마음을 보여줘 네이딘의 마음과 행동을 일단 멈추게 만든다.

심각한 상황을 대하는 쿨한 태도는 브루너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도 그런 톤을 유지한다. ‘지랄발광 17세’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 음악과 슬로모션을 통해 잠시나마 감정선의 이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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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광 17세’ 스틸사진.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네이딘에게 때론 친구 같고 때론 아빠 같은 브루너는 무덤덤하고 차가운 것 같지만 따뜻한 츤데레 선생님이다. ‘츤데레’는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모습을 표현하는 ‘츤츤’과 다정하면서도 귀엽게 대하는 ‘데레데레’의 합성어로, 보통의 경우 ‘츤츤’하지만 특정 사람이나 특정 상황에서는 ‘데레데레’한 것을 뜻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까칠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척 부드러울 때 사용하는 용어인데, 브루너는 츤데레 캐릭터로 설정됐기 때문에 네이딘에게 휘둘리지도 않으면서도 네이딘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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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광 17세’ 스틸사진.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 한국적 정서와는 다소 다른 미국의 17세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분명히 고등학생의 이야기인데, 마치 대학생의 이야기처럼 생각된다고 느낀 적이 있었던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지랄발광 17세’ 또한 그런 면들로 인해 전체적으로는 공감하면서도, 디테일한 감성에 전적으로 감정이입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17세 청소년이면 성적과 진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많은데, ‘지랄발광 17세’에서는 자기 존재감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성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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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광 17세’ 스틸사진.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물론 영화가 그런 면에 초점을 맞췄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다른 정서와 표현과 행동의 디테일 차이는 배꼽을 잡으며 웃기보다는, 감동에 젖어 울기보다는 한 발짝 떨어져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 누구나 살면서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지랄발광 17세’가 전하는 메시지 중에서 세대와 지역을 넘어서 가장 공감되는 것은 ‘누구나 살면서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것이다.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도 각각의 성향에 따라 추구하는 바가 다를 수 있는데,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로부터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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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광 17세’ 스틸사진.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측면에서 영화를 다시 바라보면, 엄마 모나(카이라 세드윅 분)과 오빠 대리언(블레이크 제너 분), 네이딘의 단 하나뿐인 10년 베프 크리스타(헤일리 루 리차드슨 분)과 숨겨진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싶은 어윈(헤이든 제토 분) 모두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헤이든 제토는 ‘할리우드에서 대접받아야 할 아시아 배우 11인’에 선정된 한국계 미국인인데, 헤이든 제토가 영화 속에서 보여준 이미지는 한국계 남자에 대해 관객들이 좋은 여운을 가지게 한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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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광 17세’ 스틸사진. 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