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최초 단독/직영, 푸조 PDI센터

발행일자 | 2008.09.07 15:29

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사진 / 한불모터스 자동차 매장에 가서 번쩍번쩍하는 전시차를 살펴본 뒤 원하는 사양으로 새 차를 주문했다고 치자. 딱 맞는 재고가 없다면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고 고객인도까지의 시간도 그만큼 늦어지겠지만, 대게는 많이 팔릴만한 사양으로 일정량을 확보해놓기 때문에 시간이 단축된다. 수입차도 마찬가지. 고객이 주문하는 차는 수요예측에 의한 선주문으로 이미 국내에 들어와 어딘가에서 대기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 ‘어딘가’가 주로 인천항에 아주 가깝게 위치한 수입차 PDI센터이다. 인천항에 배편으로 도착한 수입차들은 통관절차를 거친 뒤 이곳으로 옮겨지고, 각자의 고객이 콕 집어 부를 때까지 짭짤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대기하게 된다. PDI는 ‘Pre-Delivery Inspection’의 약자. 용어상으로는 ‘배달 전 검사’를 하는 곳이지만, 실제로는 고객인도를 위해 출고하기 전까지의 차량 보관/관리와 출고 준비를 모두 맡는다. 고객에게 책잡힐 하자가 없는지를 검사(있다면 처리까지)하는 것은 기본. 때 빼고 광내고, 업체에 따라서는 한국형 내비게이션이나 가죽시트 등 옵션 품목의 장착까지 이곳에서 실시한다. 재미있는 것은 대다수 브랜드가 이 과정을 특정업체(S사)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이 곳에 가면 시장에서는 피 터지게 싸워야 할 적들이 한 침대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자다 못해 서로 치부까지 보여주는 이색적인 광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겨우 한두 브랜드 정도가 다른 업체나 독립시설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프랑스 푸조의 국내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가 최근 오픈한 PDI센터는 그런 점에서 돋보인다. 국내에 들어온 수입차로서는 최초로 특정(푸조) 브랜드만을 위한 단독, 직영 PDI센터를 연 것이다. 외주나 위탁이 아닌 만큼 더욱 철처한 관리와 신속한 출고가 가능해진 것은 물론, 업체입장에서는 대행과정에서 빚어졌던 작은 트러블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향후 대수 증가에 따른 비용부담도 덜게 되었다. 지리적으로는 인천 대신 서울 및 평택항으로의 접근이 용이한 화성(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상안리 269-1번지)을 택했다. 수입차 물류항이 내년부터 평택으로 옮겨짐에 따른 포석이다. 도로가 잘 닦인데다 제2서해안 고속도로 개통과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리조트 조성 등 개발호재(?)도 있다. 한불 측은 2년 전 포토 밭에 둘러 쌓인 현 부지를 매입했고, 산 일부를 깎는 토목공사를 거쳐 시설을 세운 뒤 지난 달 최종 사용허가를 득했다.


푸조 PDI 센터는 총 면적 34,000㎡(약 11,000평) 규모이고, 주 건물은 4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옥내 주차장, 2층은 부품 물류창고(사진)이고 3층이 주 시설인 PDI, 4층에는 사무실 및 직원 복지공간이 자리했다. 옥외 주차장까지 포함하면 최대 1,000대의 차량을 보관할 수 있는데, 산을 등지고 있어 바닷바람에 의한 차량의 부식걱정이 적고, 인천항에서처럼 곡물이나 사료먼지 등에 의해 차가 더럽혀질 일도 없다. 사실 유럽이나 미국산 수입차들은 한달 이상 배를 타고 오기 때문에, 전시장에서처럼 파리가 미끄러져 떨어질 만한 상태로 보관되는 것은 아니다. 차체 보호를 위해 걸쭉한 왁스를 입히거나 보호필름을 붙인 상태로 배를 타는데다가, 그 위로 다시 먼지나 오물이 내려앉으니 미관상 좋을 수가 없다. 업체들이 PDI 공개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프랑스 파리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쁘아시(Poissy) 공장에서 생산되는 푸조 207CC의 경우, 르 아브르(Le Havre) 항에서 선적된 뒤 35~40일 동안 14,150마일(약 2만3천km)의 항해를 거쳐 인천항에 도착한다. 하역 검사 등 통관절차를 마치고 나면 보세운송으로 수원세관 보세구역인 푸조 PDI 센터까지 이동하며, 세관반입신고 후 입고 및 보관이 시작된다. 대게 이 과정에서 연료 경고등이 점등되므로 중간에 20리터의 예비연료도 주유한다. 일단 주린 배를 채운 사자들은 오와 열을 잘 맞춘 다음, 잔다. 누군가 깨울 때까지, 며칠이든, 몇 달이든. 물론 운이 없어서 장기투숙객이 되는 사자들은 2주마다 배터리를 충전해주고 타이어가 눌리지 않도록 위치를 바꿔주는 등 사육사들의 특별한 관리를 받게 된다.

그러다 주문이 접수되어 PDI지시가 떨어지면 주차된 수백대의 차량 중 해당 차량을 찾아 때를 벗기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주차관리나 위치파악은 PDA와 중계기를 활용한 전산시스템의 도움을 받는다.) 왁스 코팅된 차량은 전용 제거제와 온수를 도포해 수성왁스를 벗기고, 보호필름이 붙여진 차량은 이를 제거한 뒤 세차를 거친다. 요즘에는 환경문제로 인해 왁스보다 필름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한다.

세차 후 건조가 끝나면 리프트로 차를 올려 하체 및 기능을 점검하고, 올린 김에 눈높이에서의 1차 외관검사를 병행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실내 검사가 진행되는데, 전용 진단기를 이용해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에어백 경고 문구 등 한글 스티커도 부착한다. 선적시 타이어 공기압을 높여놓기 때문에 여기서는 전용장비를 이용해 적정공기압을 맞추는 작업도 이루어진다.

이어지는 것은 본격 외관검사. 햇빛과 인공조명, 그늘에서 모두 검사하는 것이 원칙이라, 높은 천정에는 밝은 조명뿐 아니라 채광창도 달아 놓았다. 앞뒤로 경사지게 붙여놓은 거울을 이용해 등화장치의 정상 작동여부를 점검하고 나면 클리닝 및 광택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모두 끝나고 나면 최종 검사가 진행되고, 사용설명서 등을 비치한다. 그 다음에야 전용 운반 트럭에 실려 주문한 전시장으로 운송되고, 영업사원의 재 확인을 거쳐 고객에게 인도되는 것이다.

물론 제품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을 경우다. 하자가 있는 부분은 사진으로 찍어 푸조 본사에 리포트를 보내고, 국내에서 처리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PDI센터 내에서 자체적인 대처가 이루어진다. 업체들이 PDI센터 공개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다. 상황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에 콕 찍힌 부분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그러듯이 호들갑 떨며 차를 프랑스까지 반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하자면, 모르는 것이 약이다.

모든 공정은 단계별로 전산 시스템을 이용해 관리되기 때문에 정확한 기록이 남는 것은 물론 담당 영업사원 등이 실시간으로 진행과정을 확인해 볼 수도 있다. 단계별 공정이 진행되는 PDI 라인은 2개. 최대 하루 100대의 차량 출고가 가능하다. PDI센터의 근무인원은 PDI가 15명, 부품물류 쪽이 10명 정도로, 출퇴근이 어려운 직원들을 위한 인근의 아파트도 마련되어 있다. 한불 측은 향후 푸조의 판매 대수 증가는 물론 시트로엥 브랜드 추가 도입시의 여건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단 PDI센터 내에 주차건물 증축을 통해 수용 가능 대수 확충이 가능하다. 또, 내년 3월 성수동에 오픈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푸조 서비스센터(아래 이미지)에도 700~800대의 차량 보관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상 7층, 지하 4층, 연면적 23,439㎡(7천 평)인 이 서비스 센터는 이번 PDI센터에 이어 다시 한번 업계의 화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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