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있는 경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발행일자 | 2009.09.17 17:23

“손님! 차비 주셔야죠~” 지금으로부터 거의 20년 전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김혜수가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 속 커플이었던 이영범과 함께 티코 광고에 출연해 유행시켰던 대사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강산은 두 번이 바뀌어가고, 그 사이 대우조선의 ‘대우국민차’는 GM대우 창원공장으로, 일본식 경차였던 티코는 유럽 스타일의 마티즈 시리즈로 진화했다. (그리고 동안을 자랑하는 김혜수는 요즘 드라마에서 페라리를 타고 나오더라. ‘엣지’를 강조하면서…) 쏘나타가 `국민차`로 자리잡은 지금, 대한민국 원조 국민차의 후예는?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민병권

마티즈, 마티즈II, 올 뉴 마티즈에 이어 마티즈4에 해당하는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플랫폼이 완전히 바뀐 신형모델이면서도 ‘마티즈’라는 이름을 버리지 않았다. 소형차 부문 5년 연속 ‘수퍼브랜드’의 명성은 하루 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 여기에 덧붙여진 ‘크리에이티브’ 역시 이번 모델의 특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요즘 모 증권사의 광고처럼 ‘크리에이트 하겠다는 뜻만 알아주신다면!’이랄까. 다만, 차에 붙는 엠블렘은 올뉴마티즈와 마찬가지로 그냥 ‘MATIZ’이고, ‘POP’, ‘JAZZ’, ‘GROOVE’가 트림명으로 붙었다. 재즈와 그루브는 이렇게 저렇게 마티즈와 연관관계를 가진 이름이기도 하다. 외관은 단단한 돌덩어리를 조각한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엣지(에지, edge)’를 살렸고, 스포티한 느낌을 주기 위해 ‘바디-인, 휠-아웃(바퀴부분이 차체 밖으로 튀어나온)’ 형상을 강조했다. 이는 라세티 프리미어와 비슷한 내용으로, GM대우는 앞으로의 신차들에도 이러한 테마가 이어질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


시보레 브랜드로 먼저 공개된 컨셉트카 `비트`와 비교하면 일단 비례에서의 차이가 크고, 차체 형식에서도 시장성을 고려해3도어를 5도어로 바꾸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3도어의 날렵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뒷문 손잡이를 측면 유리 끝부분에 묻었다. (실은, 일반적인 위치에 손잡이를 달았더니 경차규격의 전폭을 초과하게 돼서 아이디어를 낸 결과라고 한다.) 이것이 완전한 효과를 발휘하려면 유리 주변을 모두 검정색으로 통일해 측면 앞뒤 유리가 하나로 연결된 것 같은 착시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창틀 주변과 B필러 등을 검정색으로 마감하는 ‘블랙아웃’ 처리는 소형차급에서도 원가절감을 이유로 기피하는 사양으로, 심지어 연식변경과 함께 있던 것도 슬그머니 빼버리는 경우가 있을 정도. 디자인을 우선시한 마티즈는 중간 윗급 트림부터 B필러가 검게 처리되는데, 유리에 짙은 틴팅을 한 차량이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3도어 같다.

‘크리에이티브’한 컨셉트카의 디자인을 양산차에 옮기는 과정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헤드램프 모서리가 검정색 플라스틱으로 바뀐 데서도 읽을 수 있다. 사진 상으로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실물을 보면 ‘엥?’하게 되는 부분이다.

이번에도 그릴과 범퍼는 시보레 버전과 차이가 있다. 라세티 프리미어 때는 GM대우 버전도 나쁘지 않다고 편을 들었었는데, 이번에는 그러기가 힘들다. 마티즈는 경차 아닌가! 컨셉트카 시절부터 눈에 익은 탓도 조금은 있겠지만 크롬 그릴보다는 아무래도 스포티한 느낌의 시보레 버전에 끌린다. 라세티의 경우 시보레를 흉내 낼 수 있는 교체형 그릴이 애프터마켓 용품으로 유통되고 있지만 범퍼형상 자체가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데, 이번에도 남의 떡이 커 보인다.

시보레 스파크

포인트는 범퍼 하단 가운데 부분과 안개등 주변. 모양이 달라진 결정적인 이유는 국내 경차규격상의 전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유럽에서 시보레 브랜드로 팔리게 될 모델에도 범퍼는 국내사양과 같은 형태가 적용된다고 한다.

범퍼는 국내사양과 같고 그릴만 시보레 사양인 테스트차량2009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마티즈는시보레 버전의 범퍼를 달았고 라디에이터 그릴도 양산형과는 달랐다.

단단하고 각진 앞모습의 무게감에 비해 둥글게 말린 뒷모습이 아쉬움을 남기는 것도 라세티와 닮았다. 테일램프 안쪽에는 여전히 원형 요소를 넣어 GM대우의 패밀리룩을 고집하고 있다. 뒷유리 부분은 개발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반대에 부딪쳤다는 디귿자형 대형 리어스포일러가 감싸고 있는데, 그 위에 덧붙일 수 있는 추가 스포일러가 GM대우의 순정 바디킷으로 준비된 사실에 쓴 웃음을 짓게 된다. 뒷모습은 의 `스키즈`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휠은 기본이 13~14인치 스틸이고, 옵션으로 14인치 알로이휠, 순정 액세서리로 15인치 알로이휠을 준비했다. 동력성능과 연비를 생각하면 13, 14인치가 어울리겠지만 차체에 비해서는 심히 작아 보이고, 스틸, 알로이 할 것 없이 모양마저 심심하다. 실물은 보지 못했지만 블랙다이아몬드 컷팅의 15인치 사양은 모양이 개중 나은 듯. 참고로, 서울 모터쇼 때의 전시차에는 16인치가 끼워져 있었다.

2009 서울모터쇼 전시차 - 휠은 시보레 스파크 쇼카와 같다.

실내는 이번에도 좌우가 대칭되는 ‘듀얼콕핏’ 컨셉을 살렸다. 기존 마티즈의 실내가 그저 장난감 같았다면, 이번에는 어른들도 관심을 가질만한 첨단 장난감에 가까워졌다. 스티어링 컬럼에 부착된 모터사이클형 계기판, 밤이면 아이스블루 조명이 켜지는 커다란 다이얼 등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가 많고, 버튼의 조작감이나 실내 마감, 조립품질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기존 부품을 재활용한듯한 부분과 새로 만든 부분이 국지적으로 불협화음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 정도의 원가절감이라면 귀엽게 봐줄 수 있다.

이쯤에서 밝히자면, 시승차는 최상위 그레이드의 풀옵션사양. 와이퍼 결빙방지 열선과 전자동 에어컨이 달려있고, 하다못해 대시보드에도 물결무늬를 입혀놓았다. 대시보드 상단의 운전석 쪽 수납공간은 운전 중 화장을 즐기는 여성들이 좋아할 내용. 다만 화장거울에는 조명이 없다. 이외에도 깜빡이 조작 시 느낌이 명료하지 않고 간헐 와이퍼는 속도조절기능이 없으며 작동때 릴레이 소리가 크다. 물론 이 급에서 문제가 되는 내용들은 아니다. 그저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할만한 수준인 오디오도 마찬가지. 모닝과 달리 헤드유닛에 USB 연결단자를 마련했는데, 일반사이즈가 아닌 미니사이즈 단자인 것이 특이하다.

예전 마티즈에서 계기판이 달렸던 자리 - 센터페시아 상단 부분은 다소 어정쩡하다. 차양 형상으로 생긴 것을 보면 보조 액정이라도 달렸어야 할 부분인가 본데 실제로는 수납공간으로 쓰기도 애매하게끔 막아놓았다. 다행히 이곳 외에도 여기저기 자투리 공간마다 수납이 가능하도록 신경을 써놓아서 절대적인 공간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삼각형으로 생긴 도어 팔걸이 아래로도 수납공간이 2단으로 짜여있고, 도어 포켓에는 1리터 PET병을 넣을 수 있다. 대시보드에서 도어트림까지 하이그로시(특히 빨간색이나 파란색)가 적용된 경우에는 도어포켓에까지 색이 칠해져 상당히 화려한 실내를 볼 수 있게 된다. 트림 별로 시트도 다양한데, 어설픈 인조가죽 시트보다는 직물시트가 차라리 나아 보였다. ‘어쩔 수 없는 경차구나’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다른 것보다도 오히려 이 시트의 착좌감이다.

하지만 운전자세를 잡는데 있어서는 소형차가 부럽지 않은 수준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스티어링 컬럼에 각도 조절기능만 있고 깊이 조절기능이 없는데도 바람직한 자세를 잡는데 문제가 없었고, 기존 경차의 ‘걸상에 앉아 바싹 앞으로 달라 붙은 듯한 어색함’과도 차이가 컸다. 기존 마티즈보다 폭이 10cm 늘어나면서 실내의 공간감이 일반 소형차와 별다를 바 없어진 부분은 모닝과 마찬가지. 운전석 시트 오른쪽의 접이식 팔걸이에 몸을 기대고 있노라면 타고 있는 것이 경차라는 사실은 정말이지 잊기 쉬워진다. 동반석 등받이 좌측에는 그물망이 있고, 뒷주머니도 달려있다.

아쉬운 것은 운전자가 왼쪽 발을 올려놓거나 코너를 돌 때 지지할 수 있는 발판이 생략된 점인데, 이는 충돌시 운전자의 하체 상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개발과정에서의 자체테스트결과 전체적으로 높은 안전성에 비해 이 부분의 상해 정도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에 발판(풋레스트)를 제거하는 고육지책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즉, 이번 마티즈에서는 휠하우스 쪽에 발을 올려두지 않고 운전하는 것이 만약의 사고 시 정말 멀쩡하게 걸어나올 수 있는 확률을 높여주는 지혜라 하겠다.

자동변속기 차량에서는 휠하우스 안쪽으로 발을 두는 것에 익숙해지면 괜찮을 듯 하지만 수동변속기 차량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동반석 역시 휠하우스가 조금 신경 쓰여서 발을 안쪽으로 모으고 앉게 되는데, 센터페시아 뒤쪽으로는 의외로 발 공간이 넓다.

뒷좌석은 등받이 쪽에 엉덩이를 바싹 붙여 앉을 경우 천장에 머리가 살짝 닿는 정도로, 경차의 용도를 생각하면 흠이 될 수준은 아니다. 그보다는, 높이 앉는 차의 공간효율을 잘 살려 작은 차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공간감을 실현하고 있다. 바깥쪽 도어 손잡이를 뒷유리 부분으로 끌어올린 탓에 실내에서 보면 안쪽 플라스틱 덮개가 특이한데,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보호 받고 있는 기분으로 안정감을 즐겨도 좋을 듯 하다. 문을 닫을 때는 다시 한번 ‘어쩔 수 없는 경차구나’라고 되 뇌이게 되는데, 적어도 도어록이 작동할 때의 소음은 뉴SM3보다 조용하고 부드럽다.

트렁크는 이중바닥이 아니라서 문턱에 비해 바닥이 꺼져있는 형태이고, 바닥면은 긴 우산을 대각선으로 넣으면 꽉 끼는 정도의 면적을 갖고 있다. 뒷좌석은 분할 폴딩이 가능한데, 방석을 먼저 앞으로 젖히고 나서 등받이를 눕히는 방식이다. 헤드레스트를 뽑아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여차하면 경밴처럼 활용하기에도 문제가 없겠다.

트렁크 바닥은 단단한 판이 아니라 천으로 가리다시피 해놨는데, 들추면 스페어 타이어 대신 GM공용의 펑크수리킷이 실려있다. BMW나 미니처럼 런플랫 타이어를 쓰는 것은 아니지만 가벼워야 하는 차에서는 임시스페어 타이어를 쓰는 것보다도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공구만 넣기에는 주변 공간이 좀 아깝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플랫폼은 GM대우가 개발한 것으로, 기존 마티즈 시리즈는 물론 다른 경차에서도 볼 수 없었던 롱크래들(long cradle)형태의 서브 프레임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충돌시 안전성은 물론 엔진을 차체에 직접 부착하지 않고 이 서브프레임에 올림으로써 승차감과 핸들링 등 많은 부분에서 경차 이상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국산 경차 최대 사이즈’ 보다는 이쪽이 훨씬 의미 있는 자랑인 것이다.

엔진 역시 기존 마티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1.0리터 4기통으로, 국산 경차 최초의 DOHC 16밸브, 타이밍체인 방식 엔진이기도 하다. 수출용 마티즈에 얹히던 엔진과도 다른 것으로, 젠트라 1.2에 탑재된 S-TEC II엔진의 1.0리터 버전. 마티즈의 0.8리터 3기통 엔진이 51.5마력, 수출용 1.0리터 4기통 SOHC 엔진이 65마력을 냈던 것에 비해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최고출력은 70마력. 다만 최고출력 발생시점이 6,400rpm으로 높고, 최대토크는 9.4kgm @ 4,800rpm이다. 참고로 젠트라의 1.2리터 S-TECII는 85마력 @ 6,200rpm, 11.5kgm @ 4,200rpm으로 상대적으로 바람직한 조건을 갖고 있다. 통념적으로 고회전에서의 출력을 높이기에 유리한 대신 시끄러운 것이 DOHC 방식이지만, GM대우는 고회전 영역의 성능을 일부 양보하면서까지 소음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흡기라인을 길게 뽑아 레조네이터를 네 개나 달았다고 하는 부분이 그런 것이다. 에어컨을 끈 상태에서의 공회전수도 670rpm으로 토스카 L6와 동일한 수준. 뉴모닝보다는 70rpm이 낮다. 배출가스와 노킹 등이 걸려있어서 무턱대고 낮출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PDA라는 기술적 해법이 동원된 결과다. 여기에 연료펌프를 비롯한 부수장치의 소음 저감과 실내 방음대책을 통해 회전계를 확인해야 시동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경차를 만들어냈다.

주행 중 정숙성도 뛰어나다. 특히 80~100km/h로 달릴 때의 스트레스가 적다는 점이 실사용에서의 만족도를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엔진회전수는 80km/h에서 2,400rpm, 100km/h에서 3,000rpm 정도(눈금 단위로 구분된 디지털 계기라 수치를 읽기가 오히려 어렵다.) 정속 주행과 달리 가속 시 엥엥 거리는 소음과 가는 진동은 어쩌지 못했지만, 진원지가 이전보다 좀더 먼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4단 자동변속기는 운전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변속을 행하는 타입이라 어지 간해서는 일부러 O/D를 끈다던가 수동조작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듯 하다. 변속기가 아무리 기를 써도 절대적인 힘이 부족한 것은 감춰지질 않으니 안쓰러울 뿐. 신통하게 잘 달리는 듯싶다가도 약간의 구배만 만나면 즉시 기권이니 말이다. 두 명이 탄 상태에서는 죽어라 밟고 있어도 140km/h로, 3단에서 최고속에 이른다. 이 속도를 유지해도 딱히 불안하거나 죽을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니 일반적인 경차의 용도를 고려하면 그리 아쉽울 것도 없는 성능이다. 화려해지고 고급스러워진 만큼 크고 무거워진 덩치를 생각하면 선방한 셈.

변속레버는 조작감이 부드럽고, D에서 N으로 이동할 때 외에는 레인지 변환시 충격도 없다. 사진으로 볼 때는 레버가 길어 걱정했으나 실물은 허당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수동변속기의 스트로크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일본이나 유럽의 일부 소형차처럼 대시보드 아래쪽에 변속레버를 달았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마티즈는 재래식(?) 배치 덕분에 공간감이나 쓸모가 좋은 편이다. 센터페시아 아래쪽의 수납공간도 꽤 깊다. 국내에서는 경차마저도 수동변속기 수요가 미미하기 때문에 내년에 수출물량을 생산할 때가 돼야 국내에도 수동변속기 모델을 내놓는단다. 하기야 경차는 수동변속기로 회전수 팍팍 높여 힘 쥐어짜가면서 타야 제 맛이라는 선배들의 얘기를 듣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필자 역시 100% 수동변속기를 고르겠다는 장담은 못하겠다. 자주 막히는 도심을 누빌 차라면, 역시 자동변속기가 어울리는 것 아닌가?

다만 자동변속기를 골라 얌전히 타기에는 하체가 아깝긴 하다. 차 무게를 잊을 만큼의 묵직함을 바탕으로 차급을 넘어선 조향반응과 조향감을 갖추었다. 꼬마 라세티 프리미어라고 해도 좋을 정도. 효율이 더 좋은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을 어째서 적용하지 않았는가는 나중 문제다. 스티어링휠은 보기 좋을 뿐 아니라 손에 잡히는 부분의 질감(인조가죽 사양)이나 형상, 직경이 만족스러워 손맛을 돋우는데 한몫을 한다. 요철 통과 때의 승차감도 기대 이상. 지나치게 단단해서 거칠거나 승차감이 안 좋게 느껴진다면 칭찬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충분히 많은 소비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설정을 가졌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속도를 줄이거나 완전히 멈춰 세울 때의 감각도 유난히 좋다. 단순히 경쟁모델보다 큰 9인치 부스터를 장착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 텐데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급코너에서 스티어링휠을 잡아 돌리니 차체가 적당히 기울어지면서 안정된 라인을 그리는 가운데 타이어가 엄살 섞인 비명을 지른다. 경제성 위주로 설정된 타이어(155/70R14)가 비난의 화살을 재촉하는 순간이다. 누군들 이런 타이어를 좋아서 달았겠는가. 마티즈 엔지니어들도 유럽수출용 서스펜션(국내 설정보다 더 단단)에 터보 엔진을 매칭해 미니 쿠페 마냥 신나는 마팅이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이들이다. 아쉽지만 공식적으로는 터보 버전에 대한 계획이 없는 상태. 그렇다고 젠트라의 S-TEC II 1.2리터 엔진과 수동변속기의 매칭을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단은 연비부터 챙기고 인치업은 천천히 생각해볼 일이다. 자동변속기 모델의 공인연비는 17.0km/L. 시승 때는 두 명이 타고서 급가속과 최고속도로 달리기를 수시로 반복해가며 거의 100km를 주행했는데, 연료계 눈금이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트립컴퓨터 상의 ‘주행가능거리’는 출발 전에도 400km, 도착해서도 400km였다. 경차 연료탱크 용량이야 뻔하니(35리터), 어느 순간부터 연료계 눈금이 후루룩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실내외의 화려함 못지 않게 보이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차로, 특히 높아진 안전성에 대한 부분이 공식적으로 검증되면 더욱 진가를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M대우의 자체 테스트결과대로 유로NCAP에서 별 넷을 받고 나면 제네시스가 광고에서 아우디 A8을 때려 받았듯이 그럴싸한 희생양을 골라 봄직도 하다. 시승차는 이른바 최고급형인 GROOVE/스타 사양으로, 자동변속기가 포함된 기본 가격이 1089만원. 여기에 14인치휠 27만원, 무선시동리모컨키 15만원, ABS 30만원, MP3 CDP 오디오와 6스피커 43만원, 전자동에어컨 79만원이 붙어 1283만원이 되고, 동반석/사이드/커튼 에어백까지 모두 선택하면 1368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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