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발행일자 | 2009.10.26 19:10

확실하게 시선을 잡아 끄는 디자인과 경차임에도 포기 할 수 없는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춘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인 주행 성능까지 겸비했다. 보는 재미와 타는 재미를 모두즐길 수 있는매력적인 경차가 이제 우리 곁에 왔다.

글, 사진 : 박기돈 (RPM9 팀장)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I have a dream.

정확히 말하면 내게 몇 개의 꿈이 있었는데, 그 중에 또 하나가 이루어졌다. 예쁘고, 안전하고, 편의 장비도 풍부한, 그렇지만 작은 차가 우리에게도 있으면 좋겠다는 꿈. 미니도 좋지만 미니처럼 럭셔리하지 않아도 되고, 뉴 비틀처럼 예쁘지만 뉴 비틀 보다 편의 사양이 더 많은 그런 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꿈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 미니만큼 예쁜 소울이 있고, 골프만큼 실용적이고 잘 만든 i30가 우리에겐 있다. 그리고 그 옛날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작고 예쁜 차가 드디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다. 우선 예쁘다. 옛날 마티즈들도 다 예쁘긴 했다. 특히 첫 마티즈가 가장 예뻤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예쁘기도 하고 화끈하기도 하다. 멋지다. 남자가 타도 참 잘 어울릴 디자인이다.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의 옥의 티는 헤드램프다. 사진과 컨셉트카로만 보다가 실제 차를 처음 봤을 때 멍청한 눈동자가 급 실망을 안겨줬다. 80년대 후반 섹시 아이콘이었던 김완선이 생각난다. 분명히 눈이 예쁘게 생겼는데 눈동자가 흐리멍덩하달까? 원가 절감 차원에서 더 예쁘게 꾸미기 힘들었단다. 그리고 또 하나, 눈 꼬리가 예쁘게 뻗어 나가다가 끝에 가서 까만 플라스틱으로 마무리된다. 역시 원가 절감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옥의 티 정도다. 다음에 개선된 모델이 나올 땐 티를 제거하고 나오면 좋겠다.

디자인의 특징은 날카로운 선들이다. 트랜스포머들이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변하면 예리한 칼날을 잔뜩 붙이고 있는 것처럼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모든 선들은 칼날 같다. 첫 마티즈가 동글동글 예뻤던 것과는 참 다르다.

사이즈는 거의 최대로 키웠다. 전장×전폭×전고 각각 3,595×1,595×1,520mm이고, 휠베이스는 2,375mm다. 오버행을 극도로 줄여 넓은 실내 공간도 확보했다. 예리한 앞 모습과 달리 뒷 모습에서 갑자기 곡선이 많아지는 것이 좀 어색하긴 하지만 그래도 예쁘긴 마찬가지다.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국내에선 처음 선보인 C 필러에 숨어 있는 시크릿 도어 핸들도 멋지다. 뒷문을 열 때 늘 가던 곳으로 손이 가는 경우가 많지만 헛손질이 민망하면서도 오히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예쁜 디자인을 새롭게 떠올리며 만족해 할 것 같다.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실내도 예쁘다. 좌우 대칭형 센터 페시아의 V라인이 돋보이고, 대시보드 플라스틱의 질감도 나쁘지 않다. 물결무늬까지 넣었다. 폭스바겐 뉴 비틀처럼 보디 컬러 패널을 도어 패널에서부터 데시보드까지 꾸민 것도 무척 예쁘다. 뉴 비틀은 그냥 단순한 띠 형상이었지만 마티즈는 훨씬 예쁘게 꾸몄다. 왼쪽에는 사이드 미러와 핸즈프리 조절 장치를 두었고, 오른쪽은 홈을 파서 작은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거기다 누가 어떤 물건을 둘지는 잘 상상이 가지 않지만.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센터페시아는 심플한 디자인에 비해 질감과 컬러의 매치는 좀 떨어진다. 시승차에는 오토 에어컨이 장착되어 있고 다이얼의 그립감은 훌륭하다. 야간에는 다이얼의 링 부분에 옥 빛 조명이 들어와 더욱 멋지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편의 장비 중 유일하게 낙제 점을 받을 부분은 오디오다. MP3 CDP와 AUX, USB 연결 단자까지 있어 확장성에서는 부족함이 없지만 음질은 마치 1, 2만 원짜리 PC 스피커 수준이거나 오히려 그 이하일 정도다. 옛날 마티즈였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겠지만 지금의 마티즈에서는 평균 점수를 너무 많이 갉아 먹게 될 것 같은 설정이다.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시트는 앉았을 때 몸을 잘 감싸는 수준이 마음에 든다. 별로 신경 써서 보지 않았는데 자세히 보니 옆구리 날개가 꽤나 두툼하다. 면적이 좀 좁은 듯하지만 몸은 확실히 잡아준다. 마치 포르쉐 시트처럼. 시트 쿠션의 탄력도 적당하다.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스티어링 휠을 잡아보면 ‘오! 이거 물건인데!’ 하는 감이 확실하게 온다. 사이즈가 딱 스포티할 정도인데다 손으로 감싸는 부분을 파낸 실력이 수준급이다. 스티어링 휠만 잡고 있으면 딱 스포츠카다. 지난 번 부산에서 시승했을 땐 스티어링 휠을 가죽으로 덮었었는데, 오늘 시승차의 것은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이어도 별로 불만이 없다.

아! 그런데, 스티어링 휠 때문인지 마티즈를 보는 시선에 문제가 좀 있다. 지난 번 부산 시승에서도 어느 정도 매력을 느끼긴 했는데, 이번 시승을 하고 나자 마티즈가 자꾸만 스포츠카처럼 느껴진다는 거다. (오케이, 여기 저기서 오버하지 말라는 야유가 들린다. 인정한다. 하지만) 마티즈가 그만큼 세련된 하체를 가졌다는 점은 결코 간과돼서는 안 된다. 마티즈의 최고의 매력은 세련된 하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렁거리지 않으면서 적절하게 노면 충격을 걸러 준다. 요철을 부드럽게 타고 넘는 실력도 수준급이다. 마티즈의 운전석에 앉아 있는 순간이 즐거워진다.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스티어링 휠 사이로 보이는 계기판은 나름 주목을 많이 받은 특별한 디자인이긴 한데, 첫 눈으로 보는 재미에 비해 크게 감동스럽진 않다. 회전계와 연료계가 디지털이라 재미있지만 시인성은 그리 높지 않은데, 어차피 회전수에 예민하게 반응할 차는 아니므로 회전수 시인성이 좀 떨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듯하다. 회전계 아래 트립 컴퓨터에는 연비 등 다양한 정보가 제공된다.

낮게 깔린 센터 터널에서 높게 솟아 오른 기어 레버의 모습은 어쩔 수 없는 경차다. 그리고 기어 레버의 단을 표시하는 글자의 폰트는 세련된 스타일로 신경을 썼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지는 못하는 느낌이다. 기어 레버 앞 뒤로 3개의 컵 홀더가 마련되어 있고, 도어 포켓에는 페트병도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실내 공간은 기대 이상으로 넉넉하게 뽑아냈다. 운전석에 앉으면 예전의 마티즈나 아토스, 모닝 등에서 취하게 되는 걸상 자세가 아니라 제대로 운전석에 앉은 자세로 운전을 할 수 있다. 그만큼 운전자의 발 공간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뜻이다. 뒷 좌석 공간도 기대이상으로 넓다. 아직 어린 두 명의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네 명이 넉넉하게 탈 만하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차가 출발하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속도 감응형 오토 도어 록 기능이 장착되어 있는데, 차가 멈추어 서서 시동을 꺼야 다시 문이 열린다. 그런데 별도의 도어 열림 버튼이 없어 시동이 걸린 상황에서 문을 열려면 옛날처럼 도어 위쪽의 잠금 레버를 당겨 올려서 열어야 하고 운전자가 다른 문을 열어 줄 때도 같은 방법을 사용해야 해서 불편하다.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심장은 어떨까? 경차의 엔진 배기량이 1리터로 확대되었지만 그 동안 마티즈는 새로운 엔진 개발에 시간이 걸려 계속해서 800cc 엔진을 사용해 왔는데 드디어 4기통 1리터 배기량의 새로운 엔진을 선보였다. 그것도 1리터급 엔진으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DOHC 엔진이다. 최고출력 70마력/6,400rpm과 최대토크 9.4kg.m/4,800rpm을 발휘한다. 중량은 910kg으로 모닝보다 13kg 더 무겁다.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변속기는 자동 4단만 먼저 선보였으며, 수동 변속기는 차후에 등장할 예정이다. 자동 변속기는 크게 부족함이 없이 깔끔하게 작동한다. 각 단의 변속 속도는 45, 95, 140km/h다. 가속은 기존마티즈에 비해서 살짝 더 빨라졌다. 그리고 회전 상승도 기대 이상으로 매끄럽다. 3단 140km/h까지 가속도 생각보다 경쾌하다. 아니, 경차로 140km/h로 달리는 것 자체가 놀랍다. 그런데 4단으로 변속한 후에도 가속은 계속된다. 1리터 경차로 이 속도까지 달릴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평지에서 160km/h까지도 가속이 가능했다. 주위 기자들의 평가를 들어 보면 차마다 조금씩의 편차는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필자는 지난 번 부산 시승과 이번 시승에서 모두 160km/h를 기록할 수 있었다. 물론 내리막에서는 170km/h도 가능했다.

전반적으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동력 성능은 크게 나무랄 데 없이 나아졌다. 소형이나 준중형 이상을 타던 이들이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시승해 본다면 부족한 힘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기존 마티즈나 모닝과 비교해 본다면 분명 더 경쾌해졌다. 경차라는 점을 늘 마음에 두고 탄다면 가속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한편, 앞서도 말했듯이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장점 중 백미는 세련된 서스펜션이다. 일반 도로에서의 주행에서도 안정감과 탄력이 조화롭게 느껴지며, 과속 방지턱을 넘어 보면 경차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반동이 매끄럽다. 기본적으로 신고 있는 155/70R14 타이어와의 조화도 부족함이 없다. 140km/h를 넘는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경차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 이상이다. 스포티한 스티어링 휠과 어울려 반응이 빠른 핸들링도 운전의 재미를 높여준다. 제동력도 훌륭하다.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이와 같은 주행 안정성은 마치 흙 속에서 진주를 찾은 느낌이다. 이틀 동안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와 함께 무척 재미있는 드라이빙을 즐기게 되면서 은근히 새로운 욕구가 솟아 오른다. 이 정도 매력적인 하체가 뒷받침 된다면 터보 엔진을 얹어 출력을 더 높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머리 위 공간이 필요 이상으로 넉넉한 만큼 지붕을 좀 잘라내서 키까지 낮춘다면 무척 재미있는 경 스포츠카가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다.

GM대우 측에서는 이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디자인을 좀 더 과감하게 꾸민 디자인 에디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이 참에 낮은 키에 터보 엔진을 갖춘 경 스포츠카까지 넘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본다. 미니 쿠퍼 S만큼 빠르진 않아도 그만큼 재미있는 차가 될 자질은 충분해 보인다.

사족을 하나 달자면,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라는 이름이 아무래도 길어서 불편하니까 어떻게 줄여서 부르고 싶은데, 마티크라고 부르면 어떨까?

작은 거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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