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아우르는 영국 귀족들의 모임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주최의 ‘2010년식 재규어•랜드로버 미디어 시승행사’가 9월 24~27일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 일대에서 열렸다. 기자가 참가한 24~25일은 주로 자동차 전문지 기자단을 대상으로 했으며, 서울에서 강원랜드까지는 재규어 시승, 강원랜드 일대에서는 랜드로버를 시승하도록 되어 있었다. 1박 2일간 재규어와 랜드로버 2개 브랜드의 다양한 모델들을 두루 섭렵할 수 있는 알찬 행사인 셈이다.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는 2007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미디어 시승행사를 치렀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아 2년 만에 동일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한다. 비록 작년에는 대내외적인 형편상 건너뛸 수밖에 없었지만, 올해에는 최근 새로 출시되었거나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재규어•랜드로버의 2010년 모델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시 도약하는 두 브랜드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서울에서 강원랜드까지의 시승코스에는 10대의 재규어가 준비되었다. 대부분은 XF 모델이고 특별히 XKR 컨버터블이 한 대 끼었다. 2010년형 XF는 기존의 2.7 디젤 엔진을 대체하는 두 가지 출력의 3.0 디젤 엔진을 내세우고 있으며, BMW M5와 비교할 수 있는 고성능 버전 – XFR 또한 국내에 출시된 상태다. 시승차량 중에는 XFR도 한 대가 있었고, 2010년 식이 아닌 기존의 XF - SV8과 2.7디젤 차량이 섞여있었다.
2인1조로 시승을 하고, 코스 중간에 마련된 세 곳의 차량교체 지점에서 미리 정해진 다음 차량으로 바꿔 타도록 되어 있었는데, 아쉽게도 기자가 속한 조에는 XFR이 배정되지 않아 입맛만 다셔야 했다. 대신 2010년형 XF 3.0 디젤 중 ‘저출력’ 사양인 240마력 버전과 기존의 2.7 디젤 차량을 번갈아 타게 됨으로써 자연스레 신 모델의 향상된 성능을 체감할 수 있었다. S타입 시절부터 사용되어 온 2.7 V6도 그 동안에는 최고수준의 평가를 받았었지만, 새 3.0 V6는 확실히 그 이상이다.
240마력 버전은 소음과 진동, 가속 등 전반적인 성능에서 가솔린 차량은 물론 윗급의 ‘디젤S’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물론 3.0 V6의 ‘고출력’ 사양인 275마력 버전 디젤S까지 타볼 수 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시승차 운이 별로였는지 저출력 사양만 두 대를 탔고, XFR에 대한 아쉬움도 기존의 SV8 모델을 타면서 달래야 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중앙, 영동 고속도로를 벗어나 강원도의 와인딩 코스에 접어들어서는 주최측의 철저한 그룹주행 방침에 따라 앞차의 꼬리를 물고 달려야 했기 때문에 420마력짜리 SV8이 제 성능을 발휘할 기회는 찾을 수 없었다. 그 와중에 간간히 들리던 XFR과 XKR의 울부짖음은 어찌나 애절하던지.
아침 10시 반에 서울 한남동의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본사 앞을 떠난 일행은 약 350km의 시승코스를 달려 오후 다섯 시에 강원랜드에 도착했다. 춘천에 들러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은 시간과 각 차량교체 지점에서의 휴식시간을 제하고도 다섯 시간 동안은 운전을 한 셈이다. 이날 저녁시간에는 재규어의 2010년형 모델들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되었고, 다음 날 아침에는 2010년형 랜드로버들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이 있었다.
프리랜더를 제외한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이번에 모두 실내 외의 개량과 함께 엔진, 변속기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신형 3.0 V6 디젤이나 5.0리터 V8 가솔린 엔진(자연흡기, 수퍼차져)의 도입은 모델에 따라 재규어와 공통된 내용. 출력과 배기량이 높아진 반면 연료소모와 배출가스는 오히려 줄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이름을 ‘3’에서 ‘4’로 바꾼 디스커버리4로, 풀 모델 체인지는 아니지만 그만큼 큰 폭의 변화를 거쳤다.
프리젠테이션 직후 시작된 오프로드 체험을 통해, 바로 그 디스커버리4와의 첫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신형 레인지로버도 준비되었지만 역시 기자의 조에는 배정되지 않았고, 세 시간 동안 진행된 체험에서는 디스커버리4 3.0 디젤과 신/구형의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타볼 수 있었다. 프리랜더가 걸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여담이지만 모델체인지를 통해 강조된 패밀리룩은 모델구분을 더욱 헷갈리게 한다.
오프로드 체험은 백운산의 화절령 운탄도로를 지나 포장도로를 타고 함백산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로 짜여 졌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절정일 때 다시 한번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평소에는 차량 운행이 금지된 구간들이라 하니 눈앞에 펼쳐진 절경을 열심히 주워담는 수밖에 없었다. 사북읍과 고한읍 사이 운탄도로는 해발 700미터 이상에 위치한 산간도로이고 지상파 중계탑이 자리한 함백산은 해발 1573미터인데도 정상까지 도로가 포장되어 있다.
그저 좁은 숲길을 통과할 때 나뭇가지들이 (값비싼) 차체에 상처를 만들지는 않을까 신경 쓰였을 뿐, 굳이 랜드로버가 아니라도 갈 수 있는 무난한 길이라 이렇다 할 스릴이나 쾌감까지는 맛볼 수 없었다. 그래도 덕분에 오프로드 인포메이션 화면을 통해 각 기능의 작동을 확인 한다 던지 새로 추가된 360도 카메라의 기능을 활용해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점은 좋았다.
2010년형 레인지로버와 디스커버리4에는 앞범퍼에 2개, 리어스포일러에 1개, 그리고 양 사이드미러 아래에 1개씩의 카메라가 달려있고, 그 화면을 확대/이동하거나 몇 가지 사전 설정대로 배치할 수 있어서 좁은 주차공간은 물론 오프로드에서도 장애물 사이를 빠져나가는데 요긴하다.
서스펜션, 조향장치, 브레이크와 함께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 터레인 리스폰스 또한 이번에 업데이트되었는데, 화절령 코스에서는 주구장창 ‘록크롤링’ 모드를 유지했다. 내리막 속도유지장치 -HDC에는 경사로 브레이크 제어장치가 추가돼 좀더 부드럽고 안정감 있게 작동한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단순화되면서 고급스러움이 더욱 강조되었고 터레인 리스폰스 조작부가 앞쪽으로 이동하는 등 인체공학적인 개선도 이루어졌다.
이번에 선보인 2010년형 랜드로버 모델들은 추석 이후부터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고, 이번에 나타나지 않은 재규어의 신형 XJ는 내년 봄쯤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최근 서울 용산과 강원도 원주에 딜러십을 추가한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년과 동등한 수준의 판매실적을 예상하고 있는 했으며, 장기적으로는 재규어 1,500~2,000대, 랜드로버 2,500대 수준의 연간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이동훈 대표는 “소량 생산 메이커로서의 브랜드 정체성을 지켜갈 것”이라며 최신 제품들의 디자인, 그리고 직원 및 딜러들의 팀웍에서 오는 경쟁력에 자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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