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비교! 기아 K7과 경쟁 모델들

발행일자 | 2010.01.08 21:03

여러 대를 모아놓고 벌이는 비교 시승은 주최측의 사정상 힘들다. 언감생심 생각만 할 뿐이다. 맘 같아서는 기아 K7을 포함한 대여섯 대 모아서 한판 벌이고 싶지만 참기로 했다. 대신 (화)면상으로라도 비교를 해보기로 했다. 비교 모델은 K7을 필두로 그랜저와 SM7, 어코드, 토러스이다. 기준은 차체 사이즈와 가격, 배기량 등을 고려했다. 기아가 수요를 훔쳐온다는 렉서스 ES350도 추가했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이 겹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다. K7도 차 크기와 배기량은 물론 가격까지, 비슷한 사이즈의 수입차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만큼 상품성이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내수 판매에 자신을 갖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이 늘어났다는 의미가 있다. 이제 3,500~4천만 원 사이의 가격에서 고를 수 있는 차가 제법 풍부해졌다.

지상 비교! 기아 K7과 경쟁 모델들

K7은 기아의 새 준대형차이다. 준대형은 어디까지나 한국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국산차만 놓고 본다면 비교 대상은 그랜저 정도로 한정된다. 하지만 국산차의 품질과 가격이 일취월장했기 때문에 다수의 수입차와도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3.5리터 엔진의 K7의 가격은 최대 4,200만 원이다. 근래에 4천만 원대 수입차들이 크게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다소 공격적인 가격이다. 현대로서는 수입차의 가격이 점점 내려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피하지 않겠다 또는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제원만 갖고 평가하는 것은 소위 ‘페이퍼 마니아’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선 ‘스펙’ 상으로 K7의 상품성은 가장 좋다. 차체 사이즈부터 실내 공간, 출력, 연비까지 모두 우위에 있다. 신차답다라고 할 수 있다. 신차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차체 사이즈를 살펴보자. 이왕이면 큰 것을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의 특성상 차의 사이즈는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서 세대가 변할 때마다 차들이 쑥쑥 자란다(해외도 비슷하긴 하다). 땅은 작지만 전부 대인배들만 살아서 그런가 보다.

차체 사이즈(단위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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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의 차체 사이즈는 대형급에 육박한다. 토러스를 제외한다면 이번 비교 대상 가운데서는 가장 크다. 모든 사이즈에서 우위에 있다. K7은 각도에 따라 실제 보다 작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수치상으로는 가장 크다. 거기다 휠베이스는 토러스와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2,845mm의 휠베이스는 그랜저, SM7, ES350, 어코드 보다 길다. 그래서 실내 공간도 넓다. K7의 실내장은 제네시스 보다 1cm 짧을 뿐이다. 뒷좌석을 타보면 전장과 휠베이스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K7이 토러스 보다 넓다.

거기다 트레드도 넓다. 과거의 국산차는 수입차에 비해 트레드가 좁아서 스타일링이 살지 않는 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옛 얘기다. 트렁크의 용량도 경쟁력이 있다. 트렁크 공간은 토러스, 그랜저, K7, SM7, ES350, 어코드 순으로 현대의 공간 뽑아내는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파워트레인 및 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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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은 기계적인 부분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출력과 연비는 가장 좋고 CO2 배출량은 가장 낮다. 차체 중량도 SM7 3.5를 제외한다면 가장 가볍다. 비교 대상에 올린 모델들의 엔진 배기량은 모두 3.5리터로 같다(그랜저만 3.3리터).

승용차에 올라가는 자연흡기 엔진의 출력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스포츠카처럼 마냥 회전수를 높여서 출력을 뽑아낼 수 없고 저회전 토크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3.5리터 자연흡기의 출력은 250~300마력 사이이다. K7은 3.5리터로 290마력을 뽑아낸다. 300마력이 넘는 엔진도 물론 있지만 앞바퀴굴림으로 한정한다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출력이 높은 만큼 최고 출력의 발생 회전수도 K7이 가장 높다. 반면 SM7 3.5은 DOHC 엔진 중에서는 드물게 6천 rpm 이하에서 최고 출력이 나온다. 디튠된 것과 발생 회전수를 생각하면 토크 중심의 세팅이라고 할 수 있다. 출력과는 달리 최대 토크의 수치는 큰 차이가 없다. 토크는 배기량에 따라 비교적 정직하게 나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정도의 차이를 주행에서 느끼기란 쉽지 않다. 변속기는 SM7과 어코드가 5단, 나머지는 모두 6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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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은 연비도 제일 좋다. 3.5리터 엔진을 얹은 준대형급 차체인 것을 감안하면 10.6km/L의 연비는 꽤나 좋은 것이다. 배기량이 같은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좋을 뿐만 아니라 배기량이 낮은 그랜저 보다도 좋다. SM7 3.5는 차체가 가장 가볍고 출력도 낮지만 연비는 9.0km/L에 그친다. 연비 1등인 K7은 CO2 배출량도 221g/km으로 가장 적다.

Short Impression

앞서 밝힌 것처럼 한데 모으질 못한 관계로 개별 시승한 기억을 되살려 보겠다. 각 시승은 기간과 당시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정확할 수 없다. 단순하게 참고하는 정도로만 생각하면 좋겠다.

막상 시승을 해보면 제원과는 다를 때가 많다. 이번에 비교해본 6대의 모델을 본다면 사실 그 차이는 크지 않다. 이제 차만들기 실력이 점점 평준화 되고 있기 때문에 성능의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브랜드 파워가 중요시 되고 개성이 필요해진다. 기아가 남들에게는 없는 오너 인식 기능이나 무드등을 마련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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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 성능만 본다면 혼다 어코드가 가장 좋다. 어코드는 리터당 출력도 좋지만 저속 토크도 출중하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도 쉽게 속도가 붙는 것은 최신 디젤의 느낌과도 비슷하다. 어코드의 3.5리터는 SM7 3.5 엔진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다. 거기다 체감 연비도 매우 좋다. 부하가 적은 상황에서 한쪽 뱅크의 작동을 멈추는 기능이 꽤나 유효하다.

동력 성능과 실연비는 좋지만 어코드의 단점으로는 실내의 질감과 부족한 편의 장비를 들 수 있다. 어코드의 실내 재질은 혼다의 장기인 ‘포장 잘하기’로 덮긴 했지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센터페시아의 디자인도 세련되지 못하다. 거기다 편의 장비가 부족해 K7, 그랜저, 토러스와 비교해 보면 깡통이라고 할 정도다. 미국 위주의 모델로서는 하체가 탄탄하고 핸들 감각이 우수한 것은 장점이다.

하체의 세팅을 크게 분류해 본다면 K7과 어코드, 토러스가 비교적 핸들링을 살리는 쪽이고 그랜저와 SM7, ES350은 컴포트 지향이다. K7은 국산 준대형급이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하체가 상당히 단단하다. 뒤가 쉽게 튀는 면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면 승차감과 핸들링을 적절히 아울렀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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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러스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토러스의 가격은 3,800/4,400만원으로 K7을 구입하려는 사람에게도 사정권에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매우 차가 크다는 것. 트렁크 공간도 엄청나다. 거기다 편의 장비가 대단히 많다. 최신의 3세대는 아니지만 자동으로 차간 거리를 조절해 주는 ACC도 있다. 토러스는 미국차라는 편견만 거두면 꽤 근사한 모델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토러스의 마무리는 비교 대상 중 가장 떨어진다. 실내 패널의 조립도를 포함한 마무리가 부족하고 삐죽 튀어나온 플라스틱을 보면 살 생각이 사라진다. 그리고 차 크기에 비해 실내가 좁다. 앞은 넉넉하지만 2열은 어딘지 부족하게 느껴진다. 트렁크에 공간 할애를 많이 하긴 했지만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지상 비교! 기아 K7과 경쟁 모델들

장황하게 떠들긴 했지만 성능은 거기서 거기다. 비슷한 크기와 출력에서 압도적인 우위가 나올 수 없는 시대다. K7 VG350의 가격은 4천만 원대 초반이다. 가격 상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어쨌든 선택이 하나 늘어난 셈이다. K7은 비슷한 가격대의 모델들과 비교할 때 차체 사이즈와 출력, 연비, 편의 장비까지 우위에 있다. 물론 제원상의 우위와 실제 구매는 별개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기아는 계급장 떼고 붙는다면 더 비싼 수입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은 기아의 바람이고, 소비자도 계급장을 떼고 봐줄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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