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부는 4기통 엔진의 바람

발행일자 | 2010.08.26 23:29

미국에 4기통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최소 배기량이 2리터였던 미국 회사들에게 4기통 엔진은 매력이 없었다. 기름값 싸고 큰 차를 선호하는 풍토에서 굳이 4기통을 만들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라인업의 무게 중심 자체가 4기통으로 옮아가고 있다.

미국에 부는 4기통 엔진의 바람

미국은 2007년부터 4기통의 판매가 높아질 조짐을 보였다. 유가가 갤런당 3달러를 유지하면서 연비 좋은 4기통 엔진의 수요가 늘어났다. 2007년 8월 기준으로 북미에서 생산되거나 미국에서 팔렸던 승용차 중 4기통 모델의 점유율은 50.6%, 판매 대수는 170만대에 달했다. 이는 전년 전체의 280만대, 48.5%와 비교되는 수치이다.

올해는 전체 판매의 47%가 4기통이다. 트럭과 SUV까지 아우르는 수치임을 감안한다면 바야흐로 4기통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익스플로러 같은 미국의 대표 SUV에도 4기통이 올라가고 쏘나타 같은 모델은 아예 V6 엔진이 없다. 2008년 7월, 미국의 유가가 최고치로 치솟았을 때 V6와 V8의 점유율은 63.9%에서 57.1%까지 떨어졌다. 이런 트렌드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2004년의 경우 V6/V8의 점유율은 무려 76.2%에 달했다.

미국에 부는 4기통 엔진의 바람

하지만 유가가 진정된 지금에도 마찬가지다. 작년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4기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61.9%였다. 이는 2008년의 51.7%에서 10% 이상 높아진 것이다. 반면 한때 미국을 대표했던 V8의 승용차 점유율은 4.9%에 불과하다. 머슬카의 열풍이 절정에 달했던 1969년, 승용차에 V8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88.9%였다. 당시에는 강력한 V8을 자랑스러워하는 풍조였다.

4기통은 점차 V6와 V8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세부적으로 본다면 배기량 2~2.9리터 사이의 4기통은 증가 추세이며 2리터 이하는 감소하는 추세이다. 2리터 배기량은 2008년 8.2%에서 7.1%로 하락한 반면 2~2.9리터 사이의 4기통은 28.3%에서 36%로 2년 연속 상승했다. 생산이 42% 감소한 트럭의 경우 V6/V8의 점유율은 2008년 88.2%에서 작년에는 84%로 하락했다. 작년에는 3~3.9리터 사이의 배기량이 가장 크게 줄었다. 2008년에는 33%였지만 작년에는 29%로 감소했고 4~4.9리터 사이는 11.3%로 2%, 5리터 이상은 16.6%로 2.2% 하락에 그쳤다.

디젤도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승용 디젤의 작년 판매 대수는 38만 325대로 점유율이 2008년의 2.1%에서 3.7%로 높아졌다. 가솔린 터보의 볼륨도 조금은 높아져다. 작년 가솔린 터보의 점유율은 전년의 2.3%에서 2.9%로 소폭 높아졌고 수퍼차저는 0.1%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는 2008년의 2.1%에서 작년에는 2.4%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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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은 중형급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뷰익 라크로스의 경우 3리터 V6 대신 2.4리터 4기통이 엔트리 모델이 되고 3.6리터 V6는 옵션으로 제공된다. 3리터 엔진의 라크로스는 중국에서만 팔린다. 리갈의 경우 6기통 엔진이 아예 없다. 2.4리터 에코텍과 2리터 터보 2가지만 제공된다. 현대도 신형 쏘나타에는 V6 모델이 없다. 새로 개발된 직분사 2리터 터보가 V6를 대체한다. 미국의 미드사이즈에서는 두드러지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투싼도 2011년형부터는 V6 모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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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는 트렌드와 기술의 발전에 기인한다. 지금은 2리터 4기통 터보로 3리터급의 출력을 너끈히 뽑아낸다. GM은 2리터 4기통 터보로 300마력은 충분하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렇게 2리터 터보로 3리터급의 출력을 뽑아내면 연비도 좋아지지만 엔진 자체가 작아지고 이에 따라 서스펜션 등의 하체도 가벼워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4기통의 판매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2006년만 해도 포드 퓨전의 판매에서 4기통이 차지하는 비율은 43%에 불과했지만 2007년은 55%, 올해에는 73%까지 올라갔다. 이는 다른 모델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올해 1~7월 사이 시보레 말리부에서 4기통이 차지하는 비율은 81%, 혼다 어코드는 76%, 닛산 알티마는 93%, 토요타 캠리는 90%였다. 그리고 작년 미국에서 팔린 승용차의 62%는 4기통이었고 V6는 28%에 불과했다. 현대 미국 법인에 따르면 미드사이즈 세단의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 중에서 V6를 선호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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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파워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팔린 신차의 47%는 4기통이었다. 2005년만 해도 4기통의 점유율은 30% 정도였다. 반면 같은 기간 V8의 점유율은 26%에서 16%까지 떨어졌다. 유럽의 다운사이징 아이콘이 3기통이라면 미국은 4기통이 되어가고 있다. 70년대의 오일 파동과 달리 4기통이 각광받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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