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품절남, 골프 1.6 TDI 블루모션

발행일자 | 2011.02.01 22:45

국내 중저가 수입차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온 골프의 명성, 21.9km/L의 공인연비, 그리고 3,000만원에 턱걸이한 가격. 한정판 300대가 며칠 만에 동난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히 시승차까지 동난 것은 아니라서, 바로 그 한정판 사양의 품절남을 만나게 되었다.

글/ 민병권(rpm9.com 에디터)


사진/ 민병권, 박기돈(rpm9.com 팀장)

인기품절남, 골프 1.6 TDI 블루모션

1월 5일 출시된 골프 1.6 TDI 블루모션은 폭스바겐 코리아가 올해 의욕적으로 국내에 선보일 블루모션 시리즈 첫 번째 모델이다. 블루모션(BLUEMOTION)이란, 벤츠의 ‘블루이피션시’, BMW의 ‘이피션트다이내믹스’처럼 폭스바겐의 친환경 기술을 대표하는 브랜드. 특히, 모델명에 블루모션이 붙었다면 가장 친환경적이고 효율 좋은 폭스바겐 차라고 보면 틀림 없을 것이다.

이 라벨이 붙은 차는 2006년의 폴로 블루모션이 최초였고, 이후 5세대 골프, 파사트 등 여러 모델에 블루모션 버전이 추가되었다. 지금의 6세대 골프 블루모션은 2008년에 컨셉 모델로 처음 등장한 뒤 2009년 연말부터 유럽 시판에 들어갔다.

▲ 독일의 골프 블루모션. 3도어 버전도 있다.
<▲ 독일의 골프 블루모션. 3도어 버전도 있다.>

그런데, 현재 유럽에서 파는 ‘골프 블루모션’은 이번에 나온 국내 사양과 차이가 있다. 가령, 유럽형은 스포츠 범퍼와 차고를 낮춰주는 스포츠 서스펜션을 적용했기 때문에 외관부터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스포츠’라는 단어가 솔깃하긴 하지만 앞범퍼는 안개등마저 빼버린 헝그리 버전이고 승차감도 떨어진다. 공기역학적인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편안함까지 희생시킨 모델이다. 무엇보다도 5단 수동변속기를 탑재한 점이 국내 실정과 맞지 않는다.

인기품절남, 골프 1.6 TDI 블루모션

국내 사양은 엄밀히 말해 ‘골프 블루모션’이 아니라 골프 1.6TDI ‘블루모션 테크놀로지’ 모델. 골프 블루모션이 풀 버전이라면 블루모션 테크놀로지는 맛배기 버전이랄까? 핵심 내용은 같은데 진지함에서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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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국내사양의 ‘골프 1.6 TDI 블루모션’은 외관상 기존의 2.0 TDI 모델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대다수 고객이 원하는 바일 것이다. 눈에 띄는 차이는 15인치 휠이 끼워진 것뿐이다. 공기역학적인 효율의 향상을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의 쓸데없는 구멍을 막았다는데,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리고 테일램프 하단의 TDI로고 밑으로 블루모션 엠블렘이 붙어 작은 차이를 말해준다. 예전에는 TDI의 ‘I’자가 빨간색인 것이 스포티한 모델의 상징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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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5 사이즈 타이어를 끼운 15인치 휠은 딱히 작아 보이지 않는다. 연비와 승차감을 생각하면 굳이 16인치로 바꿀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타이어는 기대와 달리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가 아닌 굿이어 엑셀런스. 제품명만 갖고 따지면 롤스로이스 고스트에도 적용되는 타이어다. ‘진짜’ 골프 블루모션에게는 구름저항을 줄인 타이어가 필수 구성 요소 중 하나지만, 국내 버전은 이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심지어 3월부터는 휠을 16인치로 ‘업그레이드’해서 판매한다는 데, 블루모션의 친환경 성능으로 따지자면 ‘다운그레이드’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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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골프가 막판에 2천 후반 대에 판매됐었던 탓일까? 선루프가 없고, 가죽마감이 적용되지 않았으며, 수동 에어컨이 달린 (그리고 1.6인) 이번 골프가 3천 만원이 넘는 가격표를 달았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자동주차장치(평행주차 보조장치)는 그대로 적용되어 있어서 살짝 놀랬다. 그 외에도 ECM룸미러, 퍼들램프, 발공간 조명, 원터치 업다운 윈도우(4개 모두), 시트 열선 등 어지간한 사양은 그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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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과 변속기 손잡이, 주차브레이크가 가죽옷 없이 홀랑 맨 살로 나왔지만,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가는 이들도 있다. 직접 잡아보면 우레탄 질감이니 가죽과 같을 수는 없지만, 딱히 불쾌하진 않다. 스티어링 휠 리모컨은 2.0 TDI에도 없었으니 그렇다 치고, 메탈장식이 빠져서 더 썰렁하긴 하다.

변속기는 7단 DSG다. 2.0 TDI의 6단 DSG보다 1단이 더 많을 뿐 아니라 습식이 아닌 건식을 채용하면서 효율이 더 높아졌다. 건식 DSG는 허용 토크의 한계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엔진이 한정된 대신, 습식에 비해 가볍고 동력전달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벨로스터를 통해 첫 선을 보인 6단 DSG도 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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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블루모션은 엔진 시동도 스스로 끄고 켠다. 신호대기 등으로 차가 정차했을 때는 엔진을 멈췄다가, 출발할 때 다시 켜주는 스타트-스톱 시스템을 갖추어 약 6% 정도의 연비개선 효과를 본다. 그리고 감속 때만 배터리를 충전하도록 발전기를 제어함으로써 효율을 더욱 높였다. 가속 때는 발전기를 차단해 엔진 부하를 덜어주므로 연료소모가 줄고 엔진이 제 성능을 발휘하게 된다. (BMW처럼 계기판에 발전기 작동 상황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국내에는 처음 선보이는 폭스바겐의 1.6 TDI 엔진은 2.0 TDI보다 적게 먹고 멀리 가는 기본기를 갖추었다. 배기량이 낮으니 자동차 세금이 적은 것은 덤이다. 최고출력은 4,400rpm에서 105마력이고 최대토크는 1,500~2,500rpm에서 25.5kgm. 현대 i30의 117마력/4,000rpm, 26.5kgm/2,000rpm과 비교해 딱히 잘나 보이는 면은 없다. 그리고 골프 2.0 TDI는 140마력에 32.6kgm이니 차이가 적지 않다. 그럼 실제 달리기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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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을 이렇게 정리해보자. “1.6도 이렇게 잘나가는데 2.0은 대체 얼마나 잘 나갔던 거야? 170마력짜리 GTD는 또 어떻고?” 사실 준중형 해치백에 1.6 디젤 엔진이면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더 바랄 나위가 없다. 4단 AT의 i30디젤을 자주 접하면서 새삼 느끼는 바다. 힘 부족이 적나라한 1.6 가솔린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기어단수가 많을 뿐 아니라 효율까지 수동에 버금가는 골프의 7단 DSG는 여기에 날개가 된다. 게다가, 가벼워진 엔진과 변속기는 핸들링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골프의 수준 높은 주행질감은 물론 그대로다. 연비뿐 아니라 운전 즐거움까지 챙겼다는 주장에 반박할 거리가 없다.

(1.6TDI 블루모션은 2.0TDI보다 100kg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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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가속을 하면 4,600rpm을 기준으로 40, 60, 90, 130, 165km/h에서 시프트업이 이루어진다. 골프 2.0 TDI의 6단 DSG에 비해 한 박자씩이 빠르다. 고속에서의 여유는 확실히 2.0에 뒤진다. 5단부터는 가속이 더뎌지기 시작하고 6단 4,000rpm에서 185km/h를 가리킬 때쯤이면 속도계 바늘이 거의 꼼짝 안 한다. 이때가 오르막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제원상 최고속도인 190km/h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역시 체감 성능은 i30보다 한 수 위. 제원상 0-100km/h 가속에는 11.2초가 걸리지만 체감성능은 그 이상이다. 동력손실 없이 짝짝 붙는 수동변속기 차를 탈 때의 바로 그 느낌인데, 변속에 걸리는 시간은 사람 손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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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붙으면 변속을 거의 느낄 수 없지만 저속에서는 동력이 연결될 때의 충격이나 낮은 회전수에서의 엔진 떨림 등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유체에 의한 미끄러짐이 없어서 습식에 비해 효율과 직결감이 높지만 승차감 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인도 있는 듯. 그래도 이전 세대 골프에 적용됐던 초기의 습식 DSG가 덜덜거리던 수준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그만큼 기술이 완숙해진 것으로 보인다.

가속페달은 원래가 세게 밟아줘야 나간다는 느낌이고, 변속기는 높은 단수(특히 ‘7단’)를 갈망하기 때문에 D에서 시프트다운을 유도하려면 기합이 필요하다. 하지만 변속기에 수동모드는 물론 S모드가 따로 존재하는 만큼,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100km/h 정속 주행시의 엔진 회전수는 1,750rpm. 폭스바겐의 디젤은 딱히 조용한 편이 아니었지만 6세대 골프로 넘어오면서 많이 세련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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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스톱은 차가 완전히 멈춰서야 시동을 끄기 때문에 위화감이 적다. 시동이 다시 걸릴 때는 가솔린엔진에 비해 아무래도 모터가 도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만, 누적주행거리가 4,500km인 시승차에서는 소음과 진동이 거슬리지 않았다. 설사, 거북할 때가 있다고 하더라도, 원한다면 기능 자체를 꺼버릴 수 있으니 일부 세련되지 못한 하이브리드카를 탈 때의 괴로움과는 다르다.

수동변속기 차량의 스타트 스톱이 클러치 페달 조작에 맞춰 작동하는 것처럼, 여기서는 브레이크 페달의 조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차가 정지했더라도 브레이크페달을 일정압력 이상으로 밟지 않으면 시동이 꺼지지 않고, 반대로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는 브레이크 페달만 일정 압력 이하로 떨어뜨려주면 차를 출발시키지 않고도 시동이 걸리도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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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모션의 효율을 높이고 교통흐름을 잘 타기 위해서는 이러한 특성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가령, 순간적으로만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는 경우에는 시동이 꺼지지 않도록 유지시키는 편이 낫다. 또, 앞차를 따라 재출발하는 경우에는 시동이 걸리고 차가 움직이기까지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한 템포 먼저 시동이 걸리도록 하는 편이 좋다.

물론 신호가 없는 간선도로 등에서의 차량정체로 가다 서다가 길게 반복되는 상황이라면 기능을 아예 꺼두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차에 눈이 달려있지 않으니 어쩌겠는가? 운전자가 교통상황을 판단해 이를 적절히 응용하는 것이 블루모션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일이다.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오래 대기해야 할 때는 레버를 P로 이동한 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시동정지상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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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도 나름 여러 조건을 판단해서 안전에 문제가 있거나 재시동이 어려울 것 같은 상황에서는 시동을 끄지 않고 유지시킨다. 안전벨트 착용, 도어와 보닛 닫힘, 엔진 온도, 실내 온도, 배터리 온도 등등 꽤 조건이 까다롭다. 예상과 달리 어지간한 경사로에서는 잘 작동하는 편. 하지만 적정 온도까지 열이 오르는데 많은 시간을 요하는 디젤 엔진의 특성상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졌을 때는 훼방조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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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조건이 같다면 여름보다는 겨울의 연비가 더 안 좋게 나오기 마련인데, 시내에서 단거리 위주로 몇 번의 측정을 한 결과, 블루모션의 평균연비는 최저 13km/L, 최고 18km/L가 나왔다. 솔직히 13km가 나왔을 때는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각 주행조건을 따져보면 13보다는 18이었을 때의 의의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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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승차에 남겨진 2800km 주행거리에 대한 평균연비 ‘18.7km/L’는, 험하게 사용되는 업체 측 시승차가 보여준 장거리 연비기록 중 최고로 기억된다. 물론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번 시승에서는 180km를 직접 주행했는데 연료계 눈금은 1/8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게 말이 되나? 말 안돼도 할 수 없다. 이 정도면 대중교통비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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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출시된 한정판 300대는 동이 났지만 골프 1.6 TDI 블루모션은 16인치 휠과 가죽 스티어링휠, 가죽 변속기 손잡이, 가죽 주차브레이크로 치장하고 3월에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몸값은 100만원 오른 3,190만원이 된다. 얄밉다. 품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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