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짬뽕에 유럽 양념, 포드 퓨전

발행일자 | 2011.07.19 09:50

퓨전은 `포드 유럽`의 맛이 곳곳에서 난다. 특히 하체는 유럽차의 바로 그 느낌이다. 전체적으로는 기존 미국차의 느낌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품성이 좋아졌다.

글 /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사진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미국 짬뽕에 유럽 양념, 포드 퓨전

이전의 포드 승용차를 대표하는 모델이 토러스였다면 지금은 퓨전이다. 퓨전은 `포드 미국`의 승용차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연간 판매가 20만대를 넘었다. 한때 토러스로 판매 1위 싸움을 벌이던 포드의 자존심을 퓨전이 지키고 있다.

미국 짬뽕에 유럽 양념, 포드 퓨전

포드에는 2개의 퓨전이 있다. 국내에는 최근에출시된 퓨전이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유럽 포드의 퓨전이 더 오래 됐다. 알다시피 북미의 퓨전은 미드사이즈 승용차, 유럽의 퓨전은 소형 MPV이다. 두 모델 모두 각자의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포드코리아는 퓨전을 포함해 올해에만 4개의 신차를 내놓는다. 퓨전과 포커스는 이전에는 없던 차종이어서 기대가 크다.

미국 짬뽕에 유럽 양념, 포드 퓨전

토러스와 닮은 전면 디자인 때문인지 퓨전은 차급보다 커 보이는 장점이 있다. 전면 디자인에서는 존재감이 넘친다. 멀리서도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이 디자인은 예전에 나왔던 427 컨셉트를 퓨전에 맞게 고친 것이다. 대형급을 위한 디자인을 다운사이징 했으니 커 보이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전면에 비한다면 뒤는 약간 심심하다. 엔진의 형식에 따라 머플러의 위치와 크기도 조금 차이가 난다.

미국 짬뽕에 유럽 양념, 포드 퓨전

퓨전의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841×1,839×1,445mm, 휠베이스는 2,728mm로 캠리(4,815×1,820×1,465mm, 2,775mm)나 쏘나타(4,820×1,835×1,470mm, 2,795mm)와 비교 시 전장과 전폭은 더 크지만 휠베이스는 조금 짧다.

미국 짬뽕에 유럽 양념, 포드 퓨전

최근에 나온 포드 차가 워낙 좋아서 그런지 퓨전의 실내는 인상적이지 않다. 내장재도 평균적인 수준이다. 딱딱하다는 느낌이 더 많다. 센터페시아는 간결한 디자인이다. 중간에 모니터가 있고 그 아래에 오디오와 공조 장치가 위치한 디자인이다.

미국 짬뽕에 유럽 양념, 포드 퓨전

6단 변속기의 기어 레버는 머스탱처럼 클래식한 일자형이고 포커스처럼 기어 레버 측면에 변속 버튼이 달려 있다. 엔진의 특성이나 버튼의 위치를 생각하면 자주 사용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시트 가죽의 질은 괜찮은 편이고 탄탄한 쿠션은 유럽차를 연상케 한다. 미국차가 물렁하다는 선입견은 이제 버려도 될듯하다.

미국 짬뽕에 유럽 양념, 포드 퓨전

4스포크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에는 많은 버튼이 마련돼 있다. 왼쪽은 크루즈 컨트롤, 오른쪽은 오디오와 싱크 버튼으로 자연스럽게 손에 닿는 위치에 있다. 계기판은 세련된 디자인은 아니지만 시인성은 좋다. 대시보드 상단과 스티어링 컬럼 왼쪽에는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납함도 마련돼 있다.

미국 짬뽕에 유럽 양념, 포드 퓨전

2열은 충분한 수준이다. 무릎 공간이 조금 남고 1열처럼 쿠션이 탄탄한 게 맘에 든다. 트렁크도 467리터로 준수한 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짬뽕에 유럽 양념, 포드 퓨전

엔진은 177마력(23.8kg.m)의 2.5리터 4기통과 243마력(30.8kg.m)의 V6 3.0 두 가지가 올라간다. 2.5리터 4기통 엔진은 생각보다 공회전에서 조용하다. 진동도 높은 수준으로 억제돼 있다. 2.5리터 배기량에 4기통이면 저속 토크에 초점을 맞춘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고회전에서도 많은 출력을 생산한다. 엔진 음색도 부드럽다.

미국 짬뽕에 유럽 양념, 포드 퓨전

가속력이 폭발적이지는 않아도 실용 영역에서는 충분한 수준이다. 160km/h을 넘어서면 가속이 주춤해지긴 하지만 190km/h까지는 무리 없이 가속된다. 여건이 된다면 이 이상도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고속 주행 시 안정성도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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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리터 V6는 저속 토크가 매우 강하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아도 여지없이 타이어가 헛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주위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쳐다보는 수준이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게 아닌가 싶다.

미국 짬뽕에 유럽 양념, 포드 퓨전

저회전의 토크가 좋다보니 저속에서의 운전은 대단히 편하다. 신호 대기 후 출발 때도 가속 페달을 많이 밟을 필요가 없다. 이는 추월 시도 마찬가지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토크가 팡팡 터진다. V6 모델은 사정상 130km/h 정도까지만 속도를 올렸지만 여기까지는 전혀 힘 들이지 않고 가속된다. 6단 변속기는 무난한 수준이다.

미국 짬뽕에 유럽 양념, 포드 퓨전

퓨전의 하체는 유럽차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미국차가 더 이상 물렁하지 않은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최근 나온 포드의 차는 유럽 포드라고 느낄 만큼 하체가 탄탄하다. 복합 슬라럼 코스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퓨전의 하체는 댐핑에서는 어느 정도 부드러움을 살리는 대신 스트로크를 짧게 설정해 탄탄한 느낌을 받는다. 반면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좋은 승차감을 제공한다. 방음에도 많은 신경을 썼는지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이나 바람 소리도 적은 편이다.

미국 짬뽕에 유럽 양념, 포드 퓨전

퓨전은 커 보이는 디자인과 넉넉한 실내 공간, 그리고 어지간한 편의 장비를 갖추고 있는 중형 세단이다. 성능만 본다면 3.0 V6에 눈길이 가지만 2.5도 나쁘지 않다. 이전보다 전반적인 상품성이 크게 좋아진 것은 맞지만 퓨전은 이전 미국차의 느낌이 조금 남아 있는 게 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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