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변화, 벤츠 C 220 CDI 블루이피션시

발행일자 | 2011.08.03 16:58

벤츠 C클래스 C220 CDI

벤츠의 2.2리터 디젤은 좋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C 220 CDI는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실내 소재가 좋아진 것은 깜짝 선물과도 같다.

글 / 한상기 (RPM9.COM 객원기자)


사진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작지만 큰 변화, 벤츠 C 220 CDI 블루이피션시

MBK(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아님)로부터 차를 받았을 때 C 220 CDI 블루이피션시의 잔여 거리는 510km, 연료 게이지는 눈금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시승을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 기름이 가득 차 있지 않으면 약간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디젤이라면 문제가 안 된다. 이거면 오늘 하루 떡을 친다. 극단적으로 달리지만 않는다면 부산도 다녀올 수 있다.

엔진도 똑같고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서 일단 트립 컴퓨터의 리셋부터 했다. 보통 트립 컴퓨터는 A, B가 있어 전체와 구간 연비를 확인할 수 있다. 벤츠 C 클래스는 한글로 주행 후와 리셋 후가 있다. 같은 성격인데 한글로 지원되니 한결 보기가 좋다. 대신 연비 표시는 유럽 단위인 리터/100km만 지원되는 게 흠이다. 계기판은 벤츠 특유의 디자인인데 시인성이 더 좋아졌다. 속도계 안 액정이 커다란 게 맘에 든다.

작지만 큰 변화, 벤츠 C 220 CDI 블루이피션시

운전 자세를 잡고 나서 대시보드를 보는 순간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작년은 물론 현행 C 클래스가 처음 나왔을 때 실내 소재가 다운그레이드 된 것에 크게 실망했다. C의 실내 소재는 벤츠의 격에 맞지 않는 수준이었는데 이번에 업그레이드 됐다. 부분 변경 되면서 실내 소재가 좋아지는 것은 드문 일이다. 처음부터 이랬어야 한다. 어쨌든 소재가 좋아지니 차가 산다 살아.

시트의 가죽은 촉감이 좋고 통상적인 C의 감각에 비해서는 쿠션이 있는 편이다. 말랑말랑하다. 그래도 몸을 잡아주는 능력은 좋다. 버튼을 눌러서 시동을 걸면 안전벨트가 살짝 조였다 풀어주는 기능이 추가됐다. 이게 별거 아닌 거 같은데 은근 기분이 좋다. 살짝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고나 할까. 이래서 벤츠를 명기, 아니 명차라고 부르나보다. 부탁 안 해도 알아서 조여주니 감사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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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는 모니터가 위에 있고 오디오와 공조장치가 아래로 배열된 전통적인 배치이다. 모니터의 크기는 여전히 작고 벤츠가 자랑(?)하는 커맨드 시스템은 여전히 뭐 볼 게 없다. 인티피니처럼 말이다. 좋은 차는 이것저것 뒤져보는 재미도 있어야 하는데 아이드라이브, MMI에 비해 열세에 있는 부분이다.

가솔린 차 시승에서 내비게이션의 화질이 좋아진 것을 확인했다. 근데 C 220 CDI에는 내비게이션이 죽었다. 장착이 안 된 건지 고장난건지 알 수는 없지만. 후방 카메라가 없는 것도 넌센스다. 벤츠 C를 산다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능이다. 후방 주차할 때 물체의 거리는 대시보드의 램프 점등으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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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스포크 디자인의 운전대는 생긴 게 스포티하다. 주로 손이 잡는 부분을 펀칭 처리해 땀이 나도 미끄럽지가 않다. 림도 적당히 두껍고 손에 닿는 감촉이 참 좋다. 스포크 좌측은 트립 컴퓨터, 우측은 오디오 조작 버튼이 위치해 있다. 벤츠는 저출력 모델에 시프트 패들 같은 거 안 키운다.

MBK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25km이고 자동차 전용도로를 통해 왔다. 신호등 몇 번 안 걸리는 코스지만 낮 시간이라서 37분이나 걸렸다. 운전은 나름 평범 모드에 특별히 연비 신경 안 쓴 모드. 어차피 차가 많아서 빨리 달릴 수도 없었다. 그랬더니 이 구간 연비는 정확히 20km/L가 나왔고 잔여 거리는 723km로 확 늘어났다. 이게 디젤의 좋은 점이다. 정속 주행하면 주행 잔여 거리가 팍팍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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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없는 도로 달리면 연비가 좋은 건 다 마찬가지지만 디젤은 막 달려도 연비가 좋다는 사실. 집에서 반환점까지는 47km인데 25분밖에 안 걸렸다. 닥치고 밟아도 연비가 8.6km/L가 나온다. 이 구간에서 급가속과 최고 속도, 급제동을 다해봤다.

맘 먹고 정속 주행하면 연비가 무지하게 좋다. 90km/h 정속 주행하면 순간 연비는 35km/L를 넘어간다. 4기통 디젤이 이 속도로 정속 주행하면 다들 연비가 좋은 게 사실이지만 C 220 CDI는 좀 더 좋은 것 같다. 이정도면 기름 냄새만 맡고 가는 수준. 연비를 위해서 7단 기어비를 아주 낮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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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단으로 100km/h를 달리면 회전수는 1,500 rpm에 불과하다. 배기량을 생각하면 톱 기어의 기어비가 낮은 셈이다. 확실히 요즘은 톱 기어의 기어비를 최대한 낮추는 게 추세이다. 1,500 rpm은 터보가 이제 막 돌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제원에서는 최대 토크가 1,400 rpm부터 시작한다.

엔진은 회전 질감이 좋고 부드럽게 작동한다. 토크 밴드도 넓어서 자동 변속 되는 시점에서도 토크 하락이 별로 없다. 구형 E 220 CDI도 참 느낌이 좋았다. C 220 CDI도 마찬가지다. 일상의 발로 쓰기에 충분한 동력 성능을 제공하면서 연비까지 좋다. 0→100km/h 가속 시간은 8.1초로 가솔린 모델인 C 200 CGI 블루이피션시보다 0.3초 느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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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엔진이 그렇듯 초기에는 느긋한 감각이 있다. 최대 토크는 빨리 나오지만 초기 페달 반응이 그리 민감하지는 않다. 아마 페달의 탄력이 탱탱해서 그렇지 않을까도 싶다. 탱탱한 가속 페달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난 벤츠의 페달 감각이 좋지만 누구는 맘에 안 든다고 한다.

1~5단의 최고 속도는 30, 65, 110, 135, 165km/h이다. 5단까지는 기어비를 타이트하게 잡고 6단부터는 길어진다. 6단으로 220km/h까지 나가고 이후에도 가속력이 살아있다. 평지에서 계기판에 `230`이 찍힌다. 출력은 170마력인데 최고 속도는 꽤나 높다. 각단의 최고 속도는 대략이다. 계기판에 단수 표시가 늦다. 그러니까 엔진은 이미 변속이 돼서 회전수가 떨어졌는데 계기판 표시는 조금 있다가 뒷북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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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도 7단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작년 시승에서 5단 변속기는 벤츠답지 않게 버퍼링이 심했는데 7단은 깔끔하다. 오히려 다른 벤츠의 7단에 비해 변속 충격이 없는 것 같다. 플러스라서 그런가. 그러고 보면 부분 변경된 C 220 CDI는 은근히 많이 바뀌었다.

흠이라면 엔진 소리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스포츠카처럼 멋있는 걸 바란 게 아니라 부드러운 걸 원했는데 기대에 못 미친다. 저속에서 가속할 때는 거칠게 들린다. 혹시 내장재를 업그레이드한 대신 방음재를 뺀 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다. 하지만 콘티넨탈의 콘티스포트콘택5(225/45R/17)을 끼고 조용하기가 쉽지 않다. 거기다 시승 당일에는 비도 왔기 때문에 소음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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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도 말랑말랑하게 바뀌었다. 이전에 C 클래스 시승했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C 220 CDI의 하체는 스트로크가 길다. 그동안의 C 클래스는 AMG 패키지를 주로 시승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서스펜션도 나쁘지 않지만 C 클래스는 역시 AMG 패키지가 진리다. 그렇다고 고속 안정성이 떨어진다거나 그렇진 않다. 고속에서는 착 달라붙으면서 벤츠 특유의 안정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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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 성능은 내장재가 좋아진 것 보다 더 놀라운 수준이다 단발 코너에서는 골프 GTI와 비슷한 느낌의 오버스티어가 살짝 발생한다. 당연히 위험하거나 그렇진 않다. 눈치 못챌 정도로 알아서 잡아준다. 그리고 긴 코너에서는 뒷바퀴의 구동력을 계속 살리면서 치고 나가는 느낌이 일품이다. 원래는 한 번만 하고 퇴근하려고 했는데 뭔가 이상해서 속도를 높여 한 번 더했다. C 220 CDI의 코너링 성능은 그야말로 쫄깃하다. 조금 과장한다면 더 속도를 높여도 코너를 벗어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ESP는 작동하는지도 모르게 차체를 바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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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더 좋은 건 브레이크! 제동 성능이 죽여준다. 원래 좋았던 ‘벤츠 브레이크’의 최신 버전이 아닌가 싶다. 200km/h 안쪽에서 급제동을 여러 번 하면 3번째 정도에서 초기 응답성이 약간은 떨어지는데, 그 이후의 제동력은 동일하다. 마치 아껴뒀던 힘을 꺼낸 것처럼. 마지막에 멈출 때는 타이어가 진저리를 치면서 서는 현상도 발생했다. 이런 건 급제동하면서 처음 겪는 느낌인데, 아마 노면이 젖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어쨌든 C 220 CDI의 하체와 브레이크는 엔진 출력을 한참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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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220 CDI에는 스톱-스타트도 추가됐다.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된 상황을 만들고 정차하니 약 3분 동안 시동 꺼짐 상태가 유지됐다. 조건은 에어컨 1단에 모니터 작동 중이었다. 새 차라 그런지 시동 꺼짐 상태도 오래간다. 스톱-스타트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시동이 걸린다. 재시동의 반응은 508처럼 빠른 건 아니지만 답답할 정도는 아니다. 운전대를 약간만 돌려도 시동은 다시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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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220 CDI는 시승 전과 시승 후의 기분이 사뭇 다르다.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좋아진 게 두드러진다. 파워트레인과 연비, 하체, 브레이크 다 좋다. 단 가격은 5,370만원으로 라이벌에 비해서는 높다. 이 가격이면 더 편의 장비 많고 큰 차를 살 수 있다. 차도 좋긴 하지만 벤츠 프리미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억울하면 벤츠 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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