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스런 혼다 시빅, 이제는 편안하게

발행일자 | 2011.11.18 14:03
맛깔스런 혼다 시빅, 이제는 편안하게

쫄깃한 운전 재미를 선사했던 혼다 시빅이 9세대로 진화해 국내에 상륙했다. 1.8, 2.0 엔진을 얹어 뭐 특별할 것 없을 줄 알았던 8세대 시빅, 하지만 직접 몰아 봤을 땐 탄력 있는 주행 감각이 무척 매력적이었었다. 과거 수 많은 젊은이들을 운전의 매력으로 몰고 갔던 시빅의 명성이 결코 쉽게 사라질 것이 아님을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9세대가 들어온 것이다.

글 / 박기돈 (RPM9 팀장)


사진 / 박기돈, 혼다 코리아

하지만 시빅이 늘 그렇듯 이번에도 큰 변화가 눈에 띄지는 않는다. 아니 8세대 시빅 때 이미 한번 크게 변신했던 터라 이번에는 큰 변화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익스테리어도 인테리어도 약간의 터치 변화가 눈에 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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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차체 크기는 거의 변화가 없다. 길이와 높이가 오히려 5mm 줄어 들고, 폭이 5mm 늘어난 정도다. 휠베이스는 30mm가 줄어 들었다. 매번 신차를 내 놓을 때 마다 차체 크기를 키우면서 윗급 차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여타 브랜드와 확실한 차별화다. 지난 번 레전드 때도 그랬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용기? 어쨌든 혼다는 분명한 철학이 있는 브랜드다.

휠베이스가 30mm 줄어들긴 했지만 실내 공간은 더 넓게 꾸몄다고 한다. 뒷좌석 레그룸이 10mm 늘어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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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어코드를 약간 닮은 모습으로 좀 더 강한 인상을 풍긴다. 국내 출시된 휘발유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 간에는 약간의 외관상 차이가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맨 위 가로핀은 크롬 마감으로 똑 같은데, 그 아래 가로핀들까지 크롬인 것은 하이브리드, 검정색인 것은 가솔린 모델이다. 헤드램프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블루 램프를 적용했, 리어 램프에는 LED가 적용되었다.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부분은 휠이다. 가솔린에는 16인치 더블 5 스포크 휠을, 하이브리드에는 플라워 타입의 15인치 휠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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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이전 모델에 비해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운전자 중심의 독특한 레이아웃은 더욱 운전자 쪽으로 확대되었다. 그래서 만만치 않은 달리기 실력을 갖춘 시빅에 어울리게 운전석이 정말 멋지다. 이미 8세대 시빅에서 선보여 많은 칭찬을 들은 레이아웃이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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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연상시키는 멀티플렉스 미터도 이전에 비해 더욱 개선되면서 화려해졌다. 일반적으로 계기판이 있는 위치엔 회전계와 각종 경보들이 위치하고, 속도계는 전방시야에 더 가까운 상단에 위치한다. 속도 표시 옆에는 새롭게 ECO 가이드가 더해졌다. 좌우 두 줄의 막대 색깔이 연비 상황에 따라 연비가 좋을 때는 녹색, 연비가 나쁠 때는 파란색으로 변한다. 즉 녹색 상태를 유지하면서 달리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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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디스플레이는 우측으로 더 확장되면서 5인치 i-MID 화면이 추가되었다. 연비와 오디오, 그리고 차량 메뉴 관련 정보들을 제공하는데, 위치가 높아 주행 중 시선을 놓치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기 쉽다. 센터페시아는 이전 세대보다 조금 더 운전자 쪽으로 고개를 돌려 운전자 집중도가 높아졌다. 데시보드와 통일감을 강조하면서 심플하게 디자인한 오디오 조작부는 향 후 멀티미디어 통합 네비게이션으로 대체될 예정이란다. 블루투스 오디오는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고 AUX만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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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잘 지지해 주는 가죽 시트는 안락성이 무난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준중형급에서는 가장 화려한 운전석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실내 공간은 기존 모델 대비 뒷좌석 무릎공간이 10mm 정도 늘어났다고 하는데, 동급 준중형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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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대 시빅은 국내에 1.8 가솔린 2가지 트림과 하이브리드 1가지 트림을 선보였다. 가솔린 2가지 트림은 옵션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선 가솔린 모델을 먼저 시승했다. 1.8리터 i-VTEC 엔진은 최고출력 142마력/6,500rpm, 최대토크 17.7kg.m/4,300rpm을 발휘한다. 한 때 혼다를 상징하던 첨단 고성능 엔진 기술인 i-VTEC은 직분사와 트윈 터보로 무장을 강화하고 있는 최신 엔진들에 비하면 전투력이 다소 약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준중형급으로서는 여전히 만만치 않은 성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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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는 이전 세대와 동일하게 자동 5단이다. 수동모드가 없는 것과 이전 세대 시빅 2.0에 장착됐었던 시프트 패들이 빠진 것 등이 아쉽다. 변속기 레버 주변은 디자인이 조금 더 차분해 졌는데, 기어 레버는 더 멋지게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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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시작하면 차는 부드럽게 가속이 되지만 기대 이상으로 소음 유입이 큰 편이다. 또 하나 큰 변화는 이전 모델 대비 상당히 안락해진 서스펜션이다. 예리한 핸들링과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탁월한 운전 재미를 선사했던 시빅이 이제는 패밀리 세단에 보다 충실해졌다. 핸들링의 예리한 맛은 아직 살아 있지만 하체는 안정감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안락함을 많이 강조했다. 물론 고속 영역까지 몰아 부쳐도 불안한 정도는 아니다.

가속은 무난한 편이다. 하지만 중고속 이상의 속도까지도 꾸준하게 밀어주는 힘은 경쟁 준중형차 대비 나아 보인다. 엔진의 특성상 고회전을 잘 사용하면 더욱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수동 모드가 없는 것이 더 아쉬워진다.

8세대 시빅이 1.8 혹은 2리터 엔진을 얹은 준중형 세단으로 파워풀한 가속력을 선보이긴 힘들지만, 그래도 나름 탁월한 운전 재미를 선사하며 매니아 층에 사랑을 받았다면, 9세대 시빅은 좀더 부드러운 감각으로 일반 패밀리 세단 유저들에게 어필하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시빅 만의 개성이 희석된 부분이 아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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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모델은 이전 1.3 엔진 대신 좀더 성능이 향상된 신형 1.5L i-VTEC 엔진과 역시 신형 하이브리드 시스템 IMA를 탑재했다. 신형 IMA는 시스템 부피와 무게를 감소시키고, 출력이 향상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채용했다. 최고출력은 엔진이 91마력, 모터가 17마력이며, 무단 변속기 CVT와 어울려 공연연비는 이전세대 23.2km/l보다 높아진 24.7km/l에 이른다.

하이브리드는 연료 효율이 좋은 15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때문에 노면 소음이 많이 줄어들었다. 가속력은 약간 더딘 듯하긴 하지만 앞서 탔던 1.8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전기 모터의 특성상 구동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발휘하므로 엔진에 전기 모터가 힘을 보태는 가속 구간에서는 순간적으로 더해진 전기 모터의 힘으로 인해 오히려 1.8보다 응답성이 더 좋게 느껴진다. 직렬식 하이브리드의 특성이 잘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맛깔스런 혼다 시빅, 이제는 편안하게

8세대 시빅은 날렵하고 미래적인 디자인과 운전자 중심의 다이나믹한 인테리어도 매력적이었고, 무엇보다 넘치지 않는 엔진 파워에도 불구하고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변속기 등의 뛰어난 조화가 만들어낸 맛깔스런 달리기 실력이 돋보였다면, 9세대 시빅은 세련되고 화려하게 다듬은 디자인에 좀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안락함과 안정성의 조화가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맛깔스런 혼다 시빅, 이제는 편안하게
혼다 시빅 시승기 고화질 갤러리
<혼다 시빅 시승기 고화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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