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카드 ’D3’ 내놓은 볼보, ‘2.0 디젤’로 승부

발행일자 | 2012.04.09 17:03

5기통 2.0리터 디젤 엔진 탑재한 볼보 S60, S80 시승기

히든카드 ’D3’ 내놓은 볼보, ‘2.0 디젤’로 승부

볼보가 2.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들로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볼보의 2.0리터 디젤엔진은 지난 해 초, 해치백 C30 ‘D4’를 통해 이미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차례로 추가된 S60, S80, XC60의 2.0리터 디젤 모델들에는 ‘D3’ 엔진이 탑재됐다. 이전까지 볼보의 디젤 라인업을 대표해온 것은 ‘D5’라 불리는 2.4리터 디젤이었다.

글,사진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히든카드 ’D3’ 내놓은 볼보, ‘2.0 디젤’로 승부

우리나라에서 2.4리터라는 배기량은 참 애매하다. 특히, 가솔린 대비 토크가 좋은 디젤 엔진을 ‘그리 크지 않은 차체’에 탑재하는 경우라면 2.4 보다는 이래저래 부담 적고 효율적인 2.0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다. 볼보의 디젤차들이 대체로 여기에 해당됐다. 그렇게 따지면 참 많이 늦긴 했지만, 드디어 볼보의 2.0리터 디젤 본진이 국내에 상륙한 셈이다.

▲ 볼보 C30 D4
<▲ 볼보 C30 D4>

맛보기였던 C30 D4는 ‘역시!’라는 평가를 내리기에 충분했다. 배기량을 낮추고 힘을 뺀 D4엔진은 D5보다 조용하고 진동이 적으면서도 C30에게는 충분 이상의 힘을 제공했다. 하지만 C30 자체가 D4 이전에는 디젤 엔진이 없었던 모델이고, 차체도 볼보 중 가장 작기 때문에 기존 D5 모델들과 비교해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와 달리 S60, S80, XC60은 지금까지 D5 엔진을 탑재하고 판매되던 모델들이다.

▲ 스타일링 패키지가 적용되지 않은 S60 D3. D3는 D5와 달리 배기구가 한쪽에만 있다.
<▲ 스타일링 패키지가 적용되지 않은 S60 D3. D3는 D5와 달리 배기구가 한쪽에만 있다.>

볼보의 D3,D4,D5 디젤엔진은 모두 5기통이다. D3, D4는 2.0리터, D5는 2.4리터의 배기량을 갖는다. 두 개의 터보차저가 달린 D5는 215마력, 44.9 kg.m의 힘을 낸다. D3, D4는 배기량만 낮은 것이 아니라 터보차저도 하나이다. D4는 3,500rpm에서 177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40.8kgm이다. D3는 같은 회전수에서 163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D4와 같다. D3와 D4의 차이는 D4와 D5의 차이만큼 크지 않다는 얘기이다. D3를 얹은 S60의 최대토크는 경쟁 모델 중 아우디 A4 2.0 TDI, BMW 320d보다는 높고 벤츠 C220 CDI와는 같은 수준이다.

▲ S60의 스타일링 패키지에는 앞뒤 범퍼 하단의 스키드 플레이트, 측면 사이드 스커트, 리어 스포일러, 스포츠 페달이 포함된다.
<▲ S60의 스타일링 패키지에는 앞뒤 범퍼 하단의 스키드 플레이트, 측면 사이드 스커트, 리어 스포일러, 스포츠 페달이 포함된다.>

그래도 막내인 C30에게 출력이 더 높은 D4를 주고, S60, S80, XC60은 D3를 쓰는 구성이 조금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C30에게는 D4가 가장 강력한 디젤 엔진인 반면, S60, S80, XC60은 D5도 고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될 것이다. D5와 적절한 간격을 벌이기 위해 S60, S80, XC60에는 D4가 얹히지 않는다. 반대로, D5모델이 없는 C30에는 D3, D4가 모두 적용되지만, D3의 출력이 150마력으로 낮춰져 얹힌다.

▲ 볼보 XC60 D3는 전시된 모습만 볼 수 있었다.
<▲ 볼보 XC60 D3는 전시된 모습만 볼 수 있었다.>

볼보 코리아가 올해 나온 새 2.0 디젤차들을 소개할 때마다 ‘D3’라는 명칭을 슬쩍 빼고 있는 것은 굳이 D4, D5와의 차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없는 일반 소비자들을 도리어 혼란스럽게 만들 여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것은 뭐? ‘2.4’로 대표되던 기존 볼보 디젤 보다 배기량을 낮춘 2.0 디젤차들이 새로 나왔다는 점이니까. 그래도 그렇지, 휀더 옆에 ‘2.0/DIESEL’이라는 로고를 만들어 붙인 것은 너무 유난스러운 것이 아닐까.

히든카드 ’D3’ 내놓은 볼보, ‘2.0 디젤’로 승부

아무튼 D5의 5기통 실린더 블록 및 보어를 그대로 유지하되 스트로크를 93.15mm에서 77mm로 줄여 배기량을 낮춘 D3는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수단들을 함께 동원해 연비 향상은 물론 소음, 진동의 감소까지 노렸다. 배기량은 낮춰졌을 지라도 최신 기술들로 업데이트 된 엔진의 장점들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얼마 전 성능과 연비를 동시에 높여 재등장한 D5의 사례에 비추어 봐도 설득력이 있다. 볼보가 4기통과 6기통의 장점을 아울렀다고 주장하는 5기통 구성을 2.0에도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 또한 이들만의 특색이 될 것이다.

▲ 차체 후면에서 &lsquo;D3&rsquo; 로고를 제거하지는 않았다.
<▲ 차체 후면에서 ‘D3’ 로고를 제거하지는 않았다.>

자동차 경주장과 일반도로에서 S60 D3, S80 D3를 시승해보니, ‘역시!’ S60과 S80의 ‘그리 크지 않은 차체’를 움직이기에는 2.0리터 디젤 엔진이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특히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 있는 것이 S80이겠지만, 저중속에서는 가속 페달을 깊이 밟지 않아도 시원시원하게 뻗어주는 가속감이 완전히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훌쩍 넘어선 구간에서는 D5에 비해 부족한 뒷심을 무시할 수 없었지만 실용영역에서는 과연 더 바랄 것이 있나 싶다. 2.0이지만 1,500~2,750rpm에서 4.0리터 가솔린 엔진에 필적하는 토크가 나온다는 것은 이렇게 실질적인 주행 여력으로 나타난다.

히든카드 ’D3’ 내놓은 볼보, ‘2.0 디젤’로 승부

C30 D4의 경우 엔진을 쥐어짜면 간헐적으로 고압 엔진의 거슬리는 기계음이 들리기도 했지만 S80 D3는 그마저도 없었다. 물론 서로 다른 차에 얹혔으니 엔진간의 차이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만족도가 더 높았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일단 출발하고 나면, 연약한 듯 하면서도 매끄러운 볼보의 가솔린 차와 비슷한 음색을 내는 것도 특이사항이다. 가격 대비, 기대 대비 종합적인 만족도로 따지면 현행 S80에 얹혔던 이전의 어느 엔진보다도 낫다는 생각이다.

▲ 2세대 S80은 2006년에 처음 등장했지만 2010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실내외와 파워트레인을 바꾸며 수명을 연장했다. 엘레강스+다이내믹한 외관은 아직 유효하다.
<▲ 2세대 S80은 2006년에 처음 등장했지만 2010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실내외와 파워트레인을 바꾸며 수명을 연장했다. 엘레강스+다이내믹한 외관은 아직 유효하다.>

S60 D3는 최신 320d보다 훨씬 조용했지만 S80보다는 정차 중 진동이 약간 더 느껴졌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S60은 S80보다 확실히 스포티하다. 제원 상으로 보면 S60은 0-100km/h 가속시간이 S80(9.7초)보다 0.5초 빠르고 최고속도가 5km/h 더 나갈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 측정해본 태백 서킷 랩타임은 S60이 S80보다 3초 정도 빨랐다. 과연 볼보 최초로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레이스 트랙’ 테마를 적용한 차답달까.

▲ S80 D3는 콘티넨탈 스포츠 컨택3e, 225/50R17 타이어를 끼웠다.
<▲ S80 D3는 콘티넨탈 스포츠 컨택3e, 225/50R17 타이어를 끼웠다.>

이 정도의 차이는 더 작고 탄탄하게 생긴 차체, 상대적으로 더 단단한 승차감, 같은 17인치라도 스탠스의 차이를 보여주는 휠 타이어 구성 등에서도 짐작할 수 있었던 결과일까? 서킷을 마르고 닳도록 달릴 일이 없는 일반 운전자 입장에서는 브레이크 자동 제어를 통해 앞바퀴 굴림 차의 언더스티어를 줄여주는 토크벡터링 시스템 ‘코너 트랙션 컨트롤(CTC)’이 S60에 기본 적용되어 있다는 점도 기록 단축의 비결이 된다.

▲ S60 D3는 콘티넨탈 스포츠 콘택3, 235/45R17 타이어를 끼웠다.
<▲ S60 D3는 콘티넨탈 스포츠 콘택3, 235/45R17 타이어를 끼웠다.>

솔직히, 볼보의 앞바퀴 굴림 2.0리터 디젤차 시승행사를 서킷에서 진행한다는 얘길 들었을 때는 의아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서킷 주행에서 라인을 익히고 랩 타임을 단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몰입을 거의 방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를 느끼기 보다는 서킷 타는 재미에 빠져버린 것이 문제였다고 해야겠다.

▲ 앞바퀴 굴림이지만 뒷바퀴 굴림인 320d보다 좁은 S60의 뒷좌석.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살린 실내 분위기는 고급스럽다.
<▲ 앞바퀴 굴림이지만 뒷바퀴 굴림인 320d보다 좁은 S60의 뒷좌석.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살린 실내 분위기는 고급스럽다.>

S80의 경우 스포츠 시트가 아닌 관계로 지지가 부족했지만 일상에서는 흠이 되지 않는다. D5와 달리 변속기에 스포츠 모드가 없는 것도 이들의 성격상 딱히 단점으로 지적하기는 뭣하다. 다소 가볍게 느껴졌던 S80의 조향력은 차량 설정 메뉴에서 무겁게 바꿀 수 있었다. S60 D3, S80 D3 모두 주행안정장치를 해제하면 ‘DSTC SPORT’ 모드가 된다. 안전의 볼보가 참 많이도 양보했다 싶지만, 그래도 위험한 상황이다 싶으면 개입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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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델 모두 T5, T6등의 프리미엄 모델에 달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보행자 인식 풀 오토 브레이크 등의 사양은 빠져있지만 시티 세이프티, BLIS, ABL등은 그대로 제공된다. 볼보 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D3 모델들은 기존 D5들로부터의 다운사이징일 뿐, 다운 그레이드라는 느낌은 들지 않도록 대부분의 사양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한다.

▲ S60 D3의 실내
<▲ S60 D3의 실내>

실제로 S60에서는 D5대비 미흡한 부분이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S80 D3는 지금까지 접해온 S80들과 달리 스티어링 휠의 메탈 장식이 빠져있고 대시보드와 센터스택에 우드나 알루미늄 장식 대신 검정 플라스틱을 쓴 것이 어두침침해진 인상을 주었다. S80도 2012년형 모델부터는 S60에서 처음 선보인 ‘센서스(Sensus)’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해 디자인과 기능의 업그레이드를 이루었다.

▲ 2012년형부터 &lsquo;센서스&rsquo;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한 S80은 중앙 모니터 주변과 센터스택 등의 실내가 다시 한번 눈에 띄게 바뀌었다.
<▲ 2012년형부터 ‘센서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한 S80은 중앙 모니터 주변과 센터스택 등의 실내가 다시 한번 눈에 띄게 바뀌었다.>

배기량이 낮아졌으니 세금은 당연히 덜 낼 것이고, 연비와 가격은 어떨까? 올해부터 적용되고 있는 새 공인 연비 기준의 복합 연비를 보면 S80 D3는 13.6km/L, S60 D3는 14.0km/L이다. 기존 D5는 S80이 15.2km/L, S60은 15.3km/L였다. 맞비교를 위해 D3에도 과거 측정법을 적용한 결과는 S80 15.3km/L, S60 16.0km/L라고 한다. S80의 연비 향상이 기대에 못 미치는데, 실제는 어떨지 궁금하다.

▲ S80 D3의 뒷좌석
<▲ S80 D3의 뒷좌석>

평소와 시승 패턴이 다르기에 그리 참고는 되지 않겠지만, 금요일 저녁에 태백 서킷에서 볼보 코리아 본사가 있는 서울 한남동까지 이동하는 동안 S80과 S60 모두 14km/L 정도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차이가 있다면 S80은 비교적 얌전히, S60은 꽤 난폭하게 달렸다는 것이다.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수는 S80이 1,700rpm, S60이 1,600rpm으로 D5들과 이렇다 할 차이는 없다.

▲ S80 D3의 변속기 주변
<▲ S80 D3의 변속기 주변>

가격은 S80 D3가 5,400만원으로 D5보다 300만원 저렴하고, S60 D3는 4,480만원으로 D5보다 470만원 저렴하다. 이쯤 되면 경쟁 모델들보다 높았던 배기량을 반납한 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더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격이 충분히 저렴하지 않다고 한다면 사양이 좋다는 점을 내세울 수도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확신을 가질만한 수준의 차이냐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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