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삼킨 화끈한 치타, 인피니티 FX30d

발행일자 | 2012.04.20 11:21
디젤 삼킨 화끈한 치타, 인피니티 FX30d

Fx30d는 인피니티의 20여 년 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디젤 엔진을 얹은 차다. 인피니티라는 브랜드 자체가 미국의 럭셔리카 시장을 겨냥해 탄생한데다가, 모회사인 닛산자동차의 일본 내수시장에서도 디젤차에 대한 수요가 없었기 때문에 디젤과는 거리가 멀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2008년 유럽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디젤 모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유럽 본토박이인 프랑스 르노와의 얼라이언스 관계 덕분에 최신 디젤 엔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 2세대 FX의 탄생 당시까지만 해도 예정에 없었던 새 디젤엔진을 탑재하기 위해 서브 프레임 등 일부 구성요소를 수정했다. 배터리는 트렁크로 옮겨졌다.
<▲ 2세대 FX의 탄생 당시까지만 해도 예정에 없었던 새 디젤엔진을 탑재하기 위해 서브 프레임 등 일부 구성요소를 수정했다. 배터리는 트렁크로 옮겨졌다.>

그 동안 높은 배기량을 바탕으로 고성능을 강조한 제품들을 전면에 내세워온 인피니티로서는 당연히 디젤도 V8 정도는 얹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르노, 닛산과의 공유를 통한 비용절감을 생각하면 3.0리터 V6에 만족하는 것이 이성적이었다. 르노의 프랑스 클레옹 공장에서 생산되는 ‘V9X’ 디젤 엔진은 상대적으로 작고 대중적인 르노의 앞바퀴 굴림 차들에 가로로 얹힐 수도 있고, 닛산의 SUV나 인피니티의 후륜구동 기반 차량들에 세로로 얹힐 수도 있도록 상당수 부품이 별도로 설계됐다.

디젤 삼킨 화끈한 치타, 인피니티 FX30d

이 엔진을 탑재한 르노 라구나 쿠페의 최대토크는 45.9kg•m이지만, 인피니티 버전은 성능이 더 높다. FX30d는 5.0리터 V8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FX50의 최대토크(51.0kg•m/4,400rpm)와 맞먹는 힘을 훨씬 낮은 1,500rpm에서부터 발휘하며, 1,750~2,500rpm에서는 56.1kg•m의 최대토크를 자랑한다. 그러니, 3,750rpm에서 나오는 238마력의 최고출력만으로 이 차를 가늠해서는 곤란하다.

(참고로, BMW X6 30d는 245마력/4000rpm, 55.1kgm /1750-3000rpm)

디젤 삼킨 화끈한 치타, 인피니티 FX30d

운전석에 오르면 시동버튼이 두근거리는 심장처럼 깜빡인다. 버튼을 눌러 ON상태가 되면 시트가 앞으로 당겨지고,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로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있어야) 시동이 걸린다. 엔진이 깨어나는 소리는 디젤 같지 않게 매끄러우면서도 박력이 있다. 냉간 초기에는 좌석에서 진동이 느껴지지만 금새 잦아든다. 공회전이 650rpm에 불과하고 소음도 잘 차단했다. 하지만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생긴 대로 논다. 가속페달을 움찔거릴 때마다 호쾌한 엔진 배기음이 귓가를 자극해 어줍잖은 쿠페보다 훨씬 스포티하게 느껴진다.

디젤 삼킨 화끈한 치타, 인피니티 FX30d

‘어댑티브 시프트 컨트롤’이 적용된 7단 자동변속기의 프로그램 역시 공격적이다. 연비를 위해 가능하면 낮은 회전수를 고집하는 요즘 추세에는 역행한다고도 할 수 있다. 100km/h로 정속 주행하는 상황이라면 1,600rpm 정도를 유지하지만, 그 보다는 차가 운전자의 질주를 부추긴다는 기분이 드는 상황이 더 많은 듯 하다.

변속레버를 D에서 왼쪽으로 당기면 스포츠(DS)모드가 된다. 수동모드에서도 회전한계가 되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이루어지며, 킥다운도 먹힌다. 회전수는 5000rpm까지 허용되고, 각 단 최고속은 40, 70, 110km/h이다. 155km/h 4,600rpm에서 5단으로 넘어가고, 200km/h 직전 4,300rpm쯤 6단으로 올라간다. 풀 가속 때는 기어가 한 단 올라갈 때마다 심호흡을 하듯 잠깐씩 뜸을 들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제원상 0-100km/h 가속시간은 8.3초. BMW X6 30d의 7.5초와는 거리가 있다.

디젤 삼킨 화끈한 치타, 인피니티 FX30d

닛산-인피니티가 자랑하는 ‘아테사’ 4륜구동 시스템에 맞물린 핸들링과 견고한 느낌의 서스펜션 역시 물러 터진 보통 SUV들과 차별화된 이 차의 성격을 뚜렷하게 만들어준다. 상위 모델과 달리 가변 댐핑 컨트롤 기능이 빠졌기 때문에 승차감을 이보다 더 부드럽게 설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 기호에 따라서는 불만이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휠,타이어는 FX50의 21인치보다 한 사이즈 작은 20인치인데, 시각적으로는 그보다 작게 느껴진다. 페이스리프트되면서 새로 적용된 휠 디자인이다.

디젤 삼킨 화끈한 치타, 인피니티 FX30d

인피니티 FX의 외관은 2012년형으로 넘어오면서 전면부 그릴 주위가 새롭게 바뀌었는데, 2008년 등장한 2세대 모델의 공격적인 디자인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그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 듯 하다. 전체적인 크기나 윤곽은 ‘바이오닉 치타’를 콘셉트로 2003년에 처음 나온 오리지널 FX를 답습하고 있다.

▲ 인상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릴 개구부는 범퍼 위아래가 다 바뀌었다. 기존 FX는 헤드램프 형상만으로도 흉기를 든 것 같은 인상이었지만 신형은 둥글었던 그릴 모서리에 날을 세우고 크롬을 둘러 그러한 느낌이 더 강해졌다. 그나마 시승차는 밝은 색이라 덜 무섭다. 안개등의 크롬장식이 한번 더 눈길을 끈다.
<▲ 인상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릴 개구부는 범퍼 위아래가 다 바뀌었다. 기존 FX는 헤드램프 형상만으로도 흉기를 든 것 같은 인상이었지만 신형은 둥글었던 그릴 모서리에 날을 세우고 크롬을 둘러 그러한 느낌이 더 강해졌다. 그나마 시승차는 밝은 색이라 덜 무섭다. 안개등의 크롬장식이 한번 더 눈길을 끈다.>
▲ FX의 보닛과 도어 외판은 알루미늄 재질, 리어스포일러 일체형의 복잡한 형상을 가진 테일게이트 외판은 플라스틱 재질이다. 뒷유리 안쪽으로는 짐칸 덮개가 미처 다 덮지 못하는 부분을 가리기 위한 천 재질의 보조 덮개가 붙어있다.
<▲ FX의 보닛과 도어 외판은 알루미늄 재질, 리어스포일러 일체형의 복잡한 형상을 가진 테일게이트 외판은 플라스틱 재질이다. 뒷유리 안쪽으로는 짐칸 덮개가 미처 다 덮지 못하는 부분을 가리기 위한 천 재질의 보조 덮개가 붙어있다.>
▲ 뒷범퍼 하단 중앙의 안개등은 이 차가 유럽향임을 상기시킨다.
<▲ 뒷범퍼 하단 중앙의 안개등은 이 차가 유럽향임을 상기시킨다.>
디젤 삼킨 화끈한 치타, 인피니티 FX30d

실내에서는 바뀐 곳을 찾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이전의 FX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사양들이 그사이 일부 보완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선 변경 깜빡이 기능도 있고, USB, 블루투스 연결도 지원한다. 유리창은 네 개가 모두 원터치 오토 업다운이 된다. 테일게이트는 전동으로 여닫힌다. 비밀 버튼(?)을 눌러야 나타나는 한글 내비게이션도 나쁘지 않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나 프리크래시 시트벨트 등의 첨단 안전, 편의사양들이 빠진 것은 아쉽달 수 있다. 고급스럽고 아늑한, 그러면서도 스포티한 분위기는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효하다.

▲ 국내에서 장착한 내비게이션은 BACK버튼을 길게 누르면 나타난다. 순정 메뉴와의 화면 전환 문제나 안정성 문제가 있긴 하지만 화질은 봐줄 만 하다. 후방카메라는 이동 예상선을 표시해주며 화질은 좋은 편.
<▲ 국내에서 장착한 내비게이션은 BACK버튼을 길게 누르면 나타난다. 순정 메뉴와의 화면 전환 문제나 안정성 문제가 있긴 하지만 화질은 봐줄 만 하다. 후방카메라는 이동 예상선을 표시해주며 화질은 좋은 편.>
▲ 허벅지와 옆구리 조임 정도까지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었던 FX50S의 스포츠시트와 비교하면 기능이 적지만 충분히 편하고 몸에 잘 붙는다. 헤드레스트가 덜렁거리는 것은 아쉬운 부분. 스티어링 컬럼은 전동 조절식. 적당한 운전 자세를 맞추면 유난히 대시보드에 바싹 당겨 앉은 것처럼 보인다. 방석 위치는 타고 내리기에 좋은 높이이지만 시트 측면 지지부가 솟아 있고 문턱 너비가 있기 때문에 내릴 때는 다리를 뻗어주는 기분이 든다. 매트에 굳이 &lsquo;30d&rsquo;라는 명칭을 새긴 것이 특이하다.
<▲ 허벅지와 옆구리 조임 정도까지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었던 FX50S의 스포츠시트와 비교하면 기능이 적지만 충분히 편하고 몸에 잘 붙는다. 헤드레스트가 덜렁거리는 것은 아쉬운 부분. 스티어링 컬럼은 전동 조절식. 적당한 운전 자세를 맞추면 유난히 대시보드에 바싹 당겨 앉은 것처럼 보인다. 방석 위치는 타고 내리기에 좋은 높이이지만 시트 측면 지지부가 솟아 있고 문턱 너비가 있기 때문에 내릴 때는 다리를 뻗어주는 기분이 든다. 매트에 굳이 ‘30d’라는 명칭을 새긴 것이 특이하다.>
▲ 뒷좌석은 도어 개구부가 좁은 느낌이지만 일단 앉으면 편하다. 높다란 터널의 방해를 받는 가운데 좌석을 제외하면 머리공간, 발공간, 다리공간 모두 여유가 있다. 뒷좌석 등받이는 짐을 더 싣기 위해 앞으로 세울 수도 있고 뒤로 더 기울일 수도 있다. 편의사양은 송풍구와 전원소켓 정도.
<▲ 뒷좌석은 도어 개구부가 좁은 느낌이지만 일단 앉으면 편하다. 높다란 터널의 방해를 받는 가운데 좌석을 제외하면 머리공간, 발공간, 다리공간 모두 여유가 있다. 뒷좌석 등받이는 짐을 더 싣기 위해 앞으로 세울 수도 있고 뒤로 더 기울일 수도 있다. 편의사양은 송풍구와 전원소켓 정도.>
▲ 뒷좌석 등받이는 트렁크 벽면의 레버를 이용해서도 접을 수 있다. 적재공간 위쪽의 형상 때문에 짐칸 덮개는 분리해내기가 꽤 어렵다.
<▲ 뒷좌석 등받이는 트렁크 벽면의 레버를 이용해서도 접을 수 있다. 적재공간 위쪽의 형상 때문에 짐칸 덮개는 분리해내기가 꽤 어렵다.>
▲ 엔진룸으로부터 옮겨진 배터리가 </font><font color="#306f7f">트렁크 바닥 아래 공간을 잠식하면서 임시 스페어 타이어마저&nbsp;사라졌다. 그래도 보스 오디오의 서브우퍼는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빈 공간에 </font><font color="#306f7f">약간의 수납은 가능하지만 </font><font color="#306f7f">펑크수리킷과 공구들, 삼각대 등이 한 자리씩 차지했다.
<▲ 엔진룸으로부터 옮겨진 배터리가 트렁크 바닥 아래 공간을 잠식하면서 임시 스페어 타이어마저 사라졌다. 그래도 보스 오디오의 서브우퍼는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빈 공간에 약간의 수납은 가능하지만 펑크수리킷과 공구들, 삼각대 등이 한 자리씩 차지했다.>

FX30d의 공인연비는 10.2km/l이다. 같은 배기량의 디젤엔진을 탑재한 BMW X6와 비교하면 성능이나 연비가 조금씩 떨어지는데, 대신 가격도 천만 원 이상 저렴한 7,97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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