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FX50S : 도심 정글 누비는 바이오닉 치타

발행일자 | 2008.08.26 02:19

종래의 SUV들과 차별화되는 전투적인 디자인과 그에 못지않은 도로 주행성능을 뽐냈던 인피니티 FX가 2세대 모델로 거듭났다. 닛산의 첨단 기술을 활용해 성능은 한 차원 높아졌고 근엄하던 인상은 아예 살벌해졌지만 럭셔리한 실내에서는 가진 자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글 / 민병권 (rpm9 컨텐츠팀 기자)


사진 / 박기돈 (rpm9 컨텐츠 팀장)

신차발표 다음날 진행하기로 했던 FX의 시승이 업체 측 사정으로 취소되었다. 원래 시승하기로 했던 차는 FX35(이하 35). 차량 배정상 FX50S(이하 50S)보다 먼저 시승이 가능하기도 했고 어차피 많이 팔릴 쪽은 이쪽이니 의미도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펑크가 난 것이다. 막상 시승일정을 다시 잡으려다 보니 ‘35로 하시겠어요? 50으로 하시겠어요?’ 하는 담당자의 질문에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정신차릴 틈도 없이 입에서는 ‘50이죠.’라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물론 양쪽 다 나름의 의미는 있고, 가능하면 둘 다 타보면 좋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더 강한 놈에게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게다가 신차발표회장에서의 비교적 상세한 제품소개를 통해 50S에 더 많은 변화가 담겼음을 알게 된 탓도 있다. 기존엔진을 옮겨온 35와 달리 최신 엔진이 처음 얹힌 모델일 뿐 아니라 RAS와 가변댐퍼, 경량 21인치 휠 등 35에는 미적용되는 사양들을 갖추고 있었다. 숫자 외에도 이름에 붙은 ‘S’가 그 차이를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올 초 신형 FX의 사진을 인터넷을 통해 접했을 때만 해도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왔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뭘 벌써’라는 생각까지 했던 것은 그만큼 기존 모델의 디자인이 아직 유효하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FX는 2005년 가을에야 국내에 소개되었고 다음해 봄부터는 업그레이드 모델이 팔리기 시작했다. 국내기준으로만 보면 이번 모델의 출시가 빠르다고 착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기존 FX가 미국에서 팔리기 시작한 것은 벌써 6년 전인 2002년부터. 강력한 경쟁자들의 상품성 개선을 생각하면 새 FX역시 시의적절 하게 잘 나온 셈이다.

이번 FX가 2세대 모델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꼭 풀 모델 체인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구형의 디자인 테마를 유지-발전시킨 외관이 ‘껍데기만 살짝 손본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가능케 하는데, 막상 사진을 맞 비교해보면 그 변화의 폭을 실감할 수 있다. 윤곽이 닮았을 뿐 같은 부분은 없고 35mm 늘어난 휠베이스를 비롯해 차체사이즈가 모두 커졌다. ‘FM플랫폼’이라는 큰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 안의 내용변화는 상당하다.

신차발표회장에서 먼발치에 서있는 FX를 봤을 때는 사진으로 봤을 때처럼 무덤덤했다. 그저 ‘그 놈 참 흉악스럽게 생겼군’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시승일의 이른 아침에 사진기자의 손에 이끌려 나타난 검정색 FX를 보는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혀버렸다. 매력적인 이성을 봤을 때의 후광 목격 체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흉기를 든 깡패로부터 위협을 느꼈을 때의 그것에 가깝다. 우중충한 하늘을 선명한 콘트라스트로 반사시키고 있는 FX의 모습은 서슬 퍼런 흉기 그 자체였다. 운전자가 필자를 해할 의도가 없다는 것이 천만다행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사진상으로 만화 속 멸치캐릭터처럼 보이는 헤드램프는 직접 보면 울룩불룩 튀어나온데다 잔뜩 치켜 뜬 모습이라 쩍 벌어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함께 살벌한 인상을 풍긴다. 가로선 위로 약간의 돌기를 더하는 정도였던 라디에이터 그릴은 돌기부분을 한층 더 강조함으로써 패밀리룩조차 거부한듯한 불량스러운 이미지다. 헤드램프와 대칭되는 바탕에다 안쪽에 작은 실린더를 고루 배치해 단단함을 강조한 테일램프로 인해 뒷모습 또한 만만치 않게 고약스럽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차를 희화하기로 했다. 그래, 이 녀석은 개구리 왕눈이에 나왔던 가재와 닮았어. 왕눈이를 괴롭힐 수는 있어도 나한테는 그럴 수 없다구! … 아니, 그럼 구형은 투투를 닮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 가재나 개구리가 아니라 ‘바이오닉 치타’가 FX의 디자인 테마다. 같은 치타라도 구형은 견고한 건축물이나 기계로서의 느낌이 강했던 반면 신형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의 느낌이 강조되어 있다. 세월이 흐른 만큼 신형이 더 세련되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불편한 얼굴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신형은 보는 각도에 따라 빈약하게 보이는 약점이 있기도 하다. (무서움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FX가 채용한 FM 플랫폼의 ‘FM’은 ‘프론트 미드십’, 즉 엔진이 앞 차축과 운전석 사이에 놓임을 뜻한다. 누가 아니랄까봐 길게 뽑은 앞부분과 뒤로 갈수록 자세를 낮추는 측면 윤곽(다시 한번 개구리가…)이 신구를 통튼 FX의 특징이다. B필러를 정점으로 아치를 그리며 내려가는 측면 윈도우 라인과 루프라인, 그리고 뒷유리 각도는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임을 주장하는 BMW X6가 부럽지 않다. 요즘의 SUV치고도 낮고 넓음이 워낙 부각된 자세라 그 크로스오버적 성격이 잘 드러난다.

새로 추가된 앞휀더 측면의 공기출구는 고속주행시 앞쪽이 들리는 현상을 5% 감소시켜주는 기능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크롬 반짝이를 입혀 놓았다. 휠하우스에서 직접 연결되는 부분은 아니다. FX의 인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휠 얘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50S에 장착된 것은 무려 21인치. 튜닝 휠 브랜드로 인지도가 높은 일본 엔케이社 제품으로, 무게는 구형 FX의 18인치 휠 보다도 가볍다. 타이어는 265/45R21사이즈의 브릿지스톤 듀얼러 H/L을 끼웠는데, 단면폭은 35와 같다.

조작감이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도어 손잡이를 당겨 운전석에 오르고 나면 나지막한 지붕과시트로 인해 대형 쿠페에 탑승한듯한 착각이 든다. 타고 내리기에는 다소 어중간한 높이. 발판을 달아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허벅지는 어쩔 수 없이 문턱에 닿는다. 도어하단이 이중 씰 구조라 오물에 더럽혀질 염려는 적겠다. 시트는 높이 조절폭이 크기 때문에 완전히 낮춰서 스포츠쿠페의 기분을 내거나 잔뜩 높여서 SUV의 넓은 시야를 만끽할 수 있다. 낮게 느껴졌던 천정은 의외로 방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신경 쓰이는 것은 그 섹시한 굴곡으로 정신 줄을 놓게 만드는 후드의 볼륨감이다.

구형의 잔재가 보이는 외관과 달리 실내는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다. 최신 인피니티들의 패밀리룩을 유지한 탓에 낯설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는 새 FX만의 개성이 살아있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도 구조물 같던 느낌 대신 하나의 유기체 같은 부드러움을 추구했다. 확실히 한 세대가 진화한 느낌으로, 스포티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실내색상은 차체색상과 그레이드에 따라 몇 가지 조합이 가능한데, 먼저 시승했던 검정색은 갈색(java)가죽, 나중에 탄 ‘움브리아 트왈라잇(?)’색상은 베이지색(wheat)가죽을 주축으로 하고 있었다. 가죽색상에 따라 대시보드를 비롯한 나머지 플라스틱의 색상들도 바뀌기 때문에 이들의 차이는 결국 어두운 톤이냐 밝은 톤이냐로 나뉘지만, 실은 이들보다 한층 더 어두운 검정색(graphite)가죽 내장 역시 준비되어 있다. 갈색 톤 실내의 경우 가죽 색과 글로브박스 부근 대시보드 색의 차이가 두드러져 플라스틱 느낌이 많이 나는 편이었고, 베이지 톤에서는 이질감이 덜했다.

구형과 다른 점 중 하나는 나무장식의 적용범위를 대폭 늘였다는 점인데, 실제로 도어트림과 센터콘솔의 상당 면적이 나무로 꾸며졌다. 일일이 손으로 효과를 줬다는 단풍나무장식은 가장자리가 불에 그을린 듯 처리되어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색상은 갈색톤과 베이지톤 양쪽에 다 잘 어울렸고, 측면과 하단에만 적용된 탓인지 실내의 스포티한 분위기는 해치지 않았다.

35에서는 이 메이플우드 대신 도어트림에는 가죽, 센터콘솔에는 유광 검정 마감(‘피아노 블랙’ 또는 ‘블랙 락카’라 부르는)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센터페시아에는 공통으로 유광 검정 마감이 쓰이기 때문에 35의 조합도 괜찮을 듯싶다. 특히 도어트림의 나무장식은 금속 부분과 경쟁하듯 넓게 자리한 탓에 평편하다 못해 오목한 느낌까지 주기 때문에 가죽으로 대체했을 경우의 볼륨감이 궁금해진다. 도어의 가죽손잡이는 경쟁사인 B모사의 터치가 엿보이는 부분. 손잡이 안쪽 면에는 무드 조명이 내장되어 있다.

갖가지 다른 재질과 색을 투입하고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잘 끌어낸 점은 칭찬할 만 하지만 센터콘솔에 나열된 스위치들처럼 구형의 느낌을 주거나 조작감이 떨어지는 부분들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의외로 멍텅구리 스위치들도 많은 편이다. 반면, 스티어링휠의 내비게이션 스위치나 가죽이 덧대진 마그네슘 플리퍼(변속 패들)의 조작감은 훌륭하다. 스티어링휠의 가죽마감은 검정색 차에서 잡았을 때의 뽀송뽀송한 감촉이 유난히 더 좋게 느껴졌다.

편의사양이나 AV기능은 풍족하다. 스피커 11개짜리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가 들어가는 것 외에도 앞쪽에 8인치, 뒤쪽 천정에 9인치 모니터가 달려있고, 앞좌석 센터 콘솔에 DVD체인저와 AV단자가 내장된다. 뒷좌석 모니터는 50S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암레스트에 리모컨을 내장한 M45와는 달리 별도의 리모컨(그리고 무선 헤드폰)이 딸려온다. 내비게이션의 화질은 아슬아슬한 편. 유리창은 운전석만 오토 업다운이 되지만 G37에서는 빠졌던 ECM 룸미러가 들어가서 다행이고, 무엇보다도 여름철 시승이라 통풍시트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국산차에서 봤던 플라스마 이오나이저 공기청정기도 장착돼있다.

시트는 퀼트문양으로 처리돼 개성이 뚜렷하고 차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해준다. 50S에 달린 스포츠시트는 허벅지와 옆구리 조임 폭을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고, 허벅지 받침 길이도 수동으로 맞출 수 있다. 시트 위치나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면 사이드미러와 스티어링휠이 함께 움직여준다. 전동위치조절은 운전석이 10WAY, 동반석이 8WAY. 흔히 뭔가가 침범해 공간을 잡아먹곤 하는 동반석 쪽은 오히려 발판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멀다.

뒷좌석은 낮게 앉는 자세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는 무릎공간을 갖고 있으며 천정이 낮다는 느낌 또한 적다. 대신 센터터널이 높고 앞좌석의 레일과 브라켓이 거치적거리는 탓에 바닥을 평편하게 처리한 X5/X6등에 비하면 하체가 구속을 받는 편이다. 낮게 앉는 자세로 인해 더 안락함을 즐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뒷좌석이 실제보다 좁게 여겨지는 데에는 승강성이 좋지 못한 탓도 있다. 가운데 암레스트는 헤드레스트 일체형이라 가죽손잡이를 당겨 잠김을 해제해야 아래로 내릴 수 있다. 내렸을 때 높이가 적당하고 견고한 느낌이지만 M45처럼 복잡한 편의장비 조작부는 내장하고 있지 않다.

뒷좌석 시트 자체는 커다란 휠하우스의 침범으로 인해 그 모양이 다소 불편해 보이지만 6:4분할로 등받이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편한 자세를 취할 수 있고 모니터 화면 감상에도 유리하다. 탈착식인 뒷선반 역시 등받이 각도에 따라 분할돼 움직이도록 스프링처리가 되어있다. 등받이 각도조절이나 폴딩시에는 시트 어깨부분의 손잡이나 트렁크 쪽의 원격 손잡이를 이용하는데, 한번에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길 때 마다 조금씩 각도조절이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보기에도 두껍고 쓰러질 때도 묵직한 등받이는 트렁크 바닥과 평편하게 이어진다. 트렁크 바닥 밑에는 임시용 스페어 타이어와 서브 우퍼가 있을 뿐 추가 수납공간은 없다.

새 FX의 해치게이트(뒷문)는 플라스틱이다.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으로 만든 후드(보닛)와 네 개의 도어처럼 리어스포일러 일체형의 복잡한 해치게이트 외판 또한 플라스틱으로 통짜 성형한 것이다. 마치 이를 숨기기라도 하려는 듯 해치게이트의 조작감은 다소 부담스럽게 설정되어 있다. 전동으로 오르내리지는 않고, 살짝 닫아주면 자동으로 끝까지 닫히는 소프트 클로징 기능만 제공하고 있다. 해치게이트 안쪽 면에는 뒷선반과 연결되는 소프트커버가 달려있어 특이하다. 뒷선반은 좁아지는 적재함 상단에 가득 차게 걸쳐있기 때문에 탈착시 요령이 필요하다.

BMW X6 못지않은 쿠페룩이고 뒷유리 면적이 작긴 하지만 하단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후방 시야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후방 카메라의 화질도 좋고 무엇보다도 360도를 다 관찰할 수 있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가 탑재돼있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 놓이더라도 심리적인 부담이 적다.

기존의 단단한 클리어 코팅 대신 젤 타입을 적용해 자잘한 흠집을 자체 복원시키는 ‘스크래치 실드’ 페인트도 적용됐다. 본래는 AVM과 함께 EX를 통해 세계최초로 데뷔한 기술이지만 국내에서는 FX가 선수를 쳤다. 상온에 방치하면 조건에 따라 몇 시간에서 며칠 정도면 원상복귀 된다는데, 특히 햇빛에 널어놓으면 시간이 단축되는 모양이다. 그 효과를 시연할 때는 흠집이 난 샘플을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빼는 것만으로도 말짱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급속 복원이 필요할 때는 온수세차를 하면 되는 것일까? 길에서 ‘응응응 하는 것들’이 있으면 뜨거운 물을 갖다 부으라던 어르신들이 생각난다.

FX에도 EX처럼 웰컴 라이팅 기능이 있어서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차에 접근하면 조명이 12단계로 순차 반응한다. 환대를 받으며 운전석에 올라 시동버튼을 누르니 역시 계기판이 화려한 세레모니를 펼친 후 출발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알린다. 실내에서 듣는 공회전 엔진음은 의외로 얌전하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살짝 밟는 것 만으로도 V8 5.0 엔진은 자극적인 음색과 함께 2톤이 넘는 덩치를 너무나 가볍게 앞으로 돌진시킨다. 시내에서는 발 놀림이 조심스럽다.

새 엔진의 이름은 VK50VE. 기존 VK45DE보다 배기량이 커졌을 뿐 아니라 G37의 VQ37HR엔진처럼 VVEL의 은혜를 입었다. VVEL(가변식 흡기 밸브 리프트 컨트롤)은 BMW의 밸브트로닉처럼 흡입공기량을 슬로틀 밸브가 아닌 흡기밸브의 작동각도와 리프트량으로 제어하는 시스템. 반응성과 토크, 연비가 동시에 올라가는 반면 배출가스는 줄여준다. 이외에도 티타늄 밸브, 경량 피스톤, CVTCS(연속 가변 밸브 타이밍 제어시스템)등이 적용된 닛산의 최신 엔진이다. 기존 FX45보다 보어를 2.5mm, 스트로크를 5mm늘려 배기량을 532cc 높였고, 최고출력이 70마력, 토크가 10% 상승해 각각 390마력(@6,500rpm)과 51.0kg•m(@4,400rpm)을 가리키게 되었다.

변속기 또한 인피니티 최초의 7단 AT로 진화했다. 기존 5단 AT에서 4.2에 머물렀던 전체 기어비는 6.4로 확대되었으며 G37처럼 스포츠(DS)모드와 다운시프트 레브매칭, 어댑티브 시프트 컨트롤을 적용해 보다 다이내믹한 운전이 가능해졌다. 물론 50S에만 달린 스티어링 휠의 변속패들도 운전 재미를 더욱 높여주는 장비다. 그러면서도 연비는 종전보다 오히려 향상되었다. 경량화를 통해 전체 무게 증가를 최소화시킨 가운데 최신 엔진과 변속기 기술을 적용한 결과다. 35와 50S의 공인연비에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만 하다.

구형에 비해 차체무게는 90kg이 줄어들었지만 비틀림 강성은 1.6배, 굽힘 강성은 3.4배 증가했다.

50S의 앞뒤 무게 배분은 54:46이다.

구동방식은 EX처럼 FM플랫폼의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 4륜 구동. ‘ATTESA E-TS’라는, 이름마저 그럴싸한 이 AWD 시스템은 SUV가 아니라 닛산의 고성능 스포츠카인 스카이라인 GT-R을 통해 유명해진 것으로, 평상시에는 후륜구동으로 달리지만 상황에 따라 최대 50%의 구동력을 앞바퀴로 보낼 수 있다. 항상 나오는 얘기지만 FM플랫폼이 닛산 350Z를 시작으로 인피니티의 G, M, EX등에 고루 사용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후륜구동 스포츠카의 주행성능과 4륜구동 SUV의 안정감에 실용성을 겸비한 크로스오버가 바로 FX의 지향점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2WD, 즉 후륜구동 버전도 판매되고 있다.

물론 태생적으로 불리한 SUV로서의 덩치가 어딜 가지는 않지만 인피니티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체를 단단히 조여왔다. 덕분에 지나치게 단단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인피니티가 새 FX를 내놓으며 강조했던 것 중 하나는 승차감을 개선했다는 것이었다. 분명, 더 많은 고객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부드러워질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FX가 이를 위해 도로주행성능을 양보한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이가 있다면 안심해도 좋다. 새 FX의 하체는 여전하다. 전반적으로는 야들야들한 승차감인 듯 하지만 다양한 요철을 겪어보면 역시 기본 개념을 버리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50S에 달린 전자제어 가변 댐퍼가 자동과 스포츠를 오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자동모드에서는 좀 더 부드러워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체감 승차감이 좋아진 것은 실내 유입 소음을 줄이는 등 복합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스트럿 방식이었던 앞 서스펜션은 더블 위시본 방식으로 변경되었고 충격량에 따라 감쇄력을 달리하는 듀얼플로우 패스 댐퍼를 적용했다. ‘FM플랫폼’이라는 큰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내용변화는 상당한 것이다.

엔진속도 감응형에서 차속 감응형으로 바뀐 파워스티어링은 저속에서도 마치 액티브 스티어링이 빠진 BMW마냥 무거운 것이 흠일 뿐, 주행시의 핸들링이나 피드백은 우수하다. 50S에는 후륜조향장치인 RAS가 적용되어 있는 상태라, 이것이 빠진 35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RAS는 앞바퀴 조타각과 차속 등에 따라 뒷바퀴의 각도를 적절한 방향으로 1도씩 꺾어준다는 장치로, 코너 진입시에는 역방향, 코너 중반에서는 순방향으로 작용해 코너링 속도를 높여주고 고속 안정성에도 도움을 준다. 현재 M45에도 적용되고 있긴 하지만 SUV에 적용된 것은 이번 FX가 처음이다.

50S에는 스포츠 브레이크도 달려있다. 감속성능은 우수하지만 급제동시 멈추기 직전의 마무리 동작은 그리 우아하지 않다. 좀더 몰아붙이면 스포츠 브레이크 답지 않게 금새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풀 가속시의 자동 변속포인트는 6,000~6,500rpm사이로, 50, 80, 140, 200km/h 부근에서 각 단의 시프트 업이 진행된다. 0-100km/h 가속에 필요한 시간은 단 5.6초. 4.4리터 트윈터보 408마력인 BMW X6 xDrive 50i와 대등한 수준이고, 포르쉐 카이엔 GTS보다는 오히려 빠르다. 체감성능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정속주행시에는 엔진회전수가 80km/h에서 1,400rpm, 100km/h에서 1,800rpm으로 노면소음이 두드러질 정도의 정숙함이 유지되지만 이로부터 가속페달을 조금만 더 까딱거려도 즉답식의 짜릿한 배기음이 볼륨을 높여 맹렬한 가속에 대한 예고편 역할을 한다. 아쉬운 것은 변속기를 바꾸고도 격한 주행시 멈칫거림이나 울컥임이 여전하다는 점 뿐이다. 주체할 수 없는 힘은 200km/h를 넘어설 때까지 계속되지만, 240km/h에 이르면 회전수의 여유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가속은 진행되지 않는다. 이렇게 밟아댄 결과, 시승기간 동안(370km)의 평균연비는 5.7km/L가 나왔다.

이제 막 유럽진출을 시작한 인피니티이지만 디젤 모델이 추가되려면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

같은 흉기라도, 남이 들고 나한테 겨누는 것과, 내가 잘 갖고 있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딱히 누구를 겨눌 일은 없더라도 함께 있으면 든든한, 그것이 인피니티 FX50S다. 물론 차와 자신의 공격성을 잘 다스리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인피니티 FX50S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865×1,930×1,680mm,

휠 베이스 : 2,885mm

트레드 (앞/뒤) : 1,635/1,640mm

공차중량 : 2,110kg

엔진

형식 : V8 DOHC 32밸브

배기량 : 5,026ccc

최고출력 : 390hp/6,500rpm

최대토크 : 51.0kg.m/4,400rpm

보어×스트로크 : 95.5×87.7mm

구동방식: AWD

변속기

7단 AT

기어비 (1/2/3/4/5/6/7//R) : 4.886/3.169/2.027/1.411/1.000/0.864/0.774//4.041

최종감속비 : 3.538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더블 위시본 / 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 / V.디스크

스티어링: 랙&피니언

타이어 : P265 /45R 21

성능

0-100km/h 가속 : 5.7초

최고속도 : 240km/h

연비 : 7.2km/L (3등급)

연료탱크 : 90리터

가격 : 8,750만원(부가세 포함)

▶ [rpm9] 인피니티 FX50S 시승사진 고화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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