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 패밀리카, 인피니티 JX

발행일자 | 2012.09.03 03:49

7인승 럭셔리 크로스오버, 인피니티 JX35 시승기

'강남스타일' 패밀리카, 인피니티 JX

인피니티가 FX, EX, QX에 이어 모델명에 ‘X`가 붙은 네 번째 모델, JX를 국내 출시했다. SUV, 크로스오버를 상징하는 X자 돌림 모델 중, FX는 스포츠카 같은 성능과 스타일을 중시한 모델이고, EX는 쿠페형 디자인과 적당한 크기, 실용성을 갖춘 럭셔리 카를 찾는 여성고객들을 겨냥하고 있다. Q가 사라진 인피니티 라인업에서 상징적 기함이라 할 수 있는 QX는 보디-온-프레임 구조의 풀 사이즈 럭셔리 SUV이다.

JX는 넉넉한 공간을 바탕으로 편안한 이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QX의 동생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프레임이 없는 크로스오버 SUV라는 점에서는 FX, EX의 연장선상에 있다. FX와 EX는 5인승, JX와 QX는 7인승이다. 기골장대한 QX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JX도 5미터에 가까운 차체 길이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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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가격이나 동력 성능으로 보면 FX가 상위 모델이지만 차체는 JX가 더 크다. JX의 차체크기는 4,990x1,960x1,725(mm), 휠베이스 2,900mm이고,FX는 4,865x1,930x1,680(mm), 휠베이스 2,885mm이다. 왠지 비슷한 이미지가 풍기는 아우디 Q7보다는 JX가 전체적으로 한 사이즈 작다.

JX는 인피니티의 이단이기도 하다. 고성능 후륜 구동 차의 이미지를 강조해온 여느 인피니티들과 달리 JX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럭셔리 카를 지향했고, 구조 상으로도 앞바퀴 굴림을 기본으로 AWD를 추가 설정하고 있다. 심지어 변속기는 인피니티 최초로 CVT를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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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인피니티가 콘셉트카 `에센스(Essence)`를 통해 그 시작을 알린 새 패밀리룩의 디자인 DNA를 적극 반영해 강한 개성을 뽐낸다. 길에 나서면 주위의 시선을 잡아 끄는, 보기 드문 7인승 차가 아닐까. 더블 아치를 그리는 전방 그릴과 바이제논 헤드라이트를 시작으로, 근육질의 굴곡을 자랑하는 보닛과 휀더, 도어의 입체감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초승달 모양으로 꺾인 D필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각적인 효과 뿐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충실하다. 공기저항 계수는 동급 최저 수준이고 고속에서 차체를 들뜨게 하는 양력을 최소화하여 안정감 있는 주행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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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와 가죽, 알루미늄으로 조화롭게 꾸민 실내는 신차인데도 익숙하다. 센터페시아와 센터콘솔, 도어 손잡이 등이 인피니티M의 느낌 그대로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다만 시승차에서는 일부 부품간의 단차나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가 눈에 띄는 바람에,이 차가 일본산인 다른 인피니티들과 달리 미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라는 점을 상기하게 됐다. 운전대도 M의 것과 거의 같은 형상이긴 한데,가죽 질감이 떨어지는 등묘하게 급이 낮은 인상을 준다. 그 외에는딱히 흠 잡을 데 없다. 시동 버튼은 현재 상태를 알려주는 주변 글자를 없애 단순화시킨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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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 가운데에는 인피니티 최초로 4.2인치 풀 컬러 화면을 적용했는데, 그래픽이 화려할 뿐 아니라 한글로 표기되어 반갑다. 계기판은 그렇지 않은데, 액정 화면은 경사지게 누워있는 것이 특이하다. 나름 입체감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계기판 다이얼 부분에는 M과 같은 입체 패턴이 없어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대신 파란색 링이 들어가 젊은 감각이다. 이와 비교하면 M의 계기판이 도리어심심해 보일 정도다.

시동을 걸 때 계기판 화면에 빙그르르 돌며 나타나는 JX의 아바타(?)는 설정 메뉴를 통해 옷...차체 색상을 바꿀 수도 있는데, 별 의미는 없다. 자리를 차지하는 것 말고는 아바타가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사양에는 사각지대 감시장치,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 사고 경감 시스템 등 해외사양에 마련되어 있는 첨단사양들이 빠져 있으니 화면 상에 표시해 줄 것이 적긴 하다. 아쉬운대로 도어를 열었을 때라도 아바타의 도어가 열리는 그래픽이 표현되면 좋으련만, 아바타는 사라지고 ‘문열림’이라는 한글 표시만 떠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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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내비게이션은 중앙의 8인치 화면에 시원스럽게 펼쳐지는데, ‘인피니티 컨트롤러’의 다른 기능들과 매끄럽게 전환되지 않는 것이 흠이다. 내비게이션 관련 버튼들은 무용 지물이고, 일단 내비게이션 화면을 띄운 뒤 터치 스크린으로 조작해야 한다. 내비게이션에는 G센서가 내장되어 있고 그래픽도 좋으나, 화면은 또렷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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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카메라를 통해 차량 주변 360도를 한눈에 살필 수 있게 해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는 단순히 화면을 비춰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움직이는 물체를 감지해 시청각 경고까지 제공한다. EX에 탑재되어 첫 선을 보였을 때보다 진화한 것이다. 이 화면을 응용해 주차 요령을 차근차근 안내해주는 기능도 있어 재미있다. 실전에 활용하기는 어렵겠지만, 다른 차들이 없는 곳에서 주차 연습을 하는 용도로는 쓸만하겠다. 다만 이 부분만큼은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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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열 가운데 팔걸이의 수납공간은 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1열 시트의 등받이 포켓도 2층으로 나뉘어 있다.), 폭이 넓어 아주 넉넉해 보인다. 안쪽에는 AUX, USB단자뿐 아니라 AV단자도 있다. USB는 아이폰 인식이 잘되고 음악파일의 한글명도 제대로 표시해준다. 이외에도 블루투스 핸즈프리, 15개 스피커의 보스 캐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인텔리전트 키, 전동 조절 메모리 및 통풍 기능의 시트 등 첨단, 고급 편의사양들을 고루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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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JX의 실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을 하나 꼽으라면 2열 시트다. 7인승 SUV는 2열 시트의 등받이를 앞으로 접은 뒤 시트를 통째로 앞으로 젖히거나 그냥 앞으로 밀어서 3열 시트로 드나들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JX의 방식은 독특하다. 등받이 옆의 레버를 당기면 시트가 앞으로 살짝 숙여지면서 방석부분이 위로 접히고, 시트 전체가 레일을 따라 앞으로 이동한다. 거추장스러운 동작이 필요 없고 유아용 시트가 장착된 상태에서도 3열 시트로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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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센터 터널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바닥이 전체적으로 평편하고, 시트 레일도 바깥으로 튀어 나와있지않아서 승하차 때 거치적 거리는 부분이 없다. 시트를 원위치 시킬 때는 반력이 다소 강한 편이지만, 3열 승객이 하차를 하고자 할 때는 그만큼 힘을 덜 들이고 2열 시트를 앞으로 밀어 낼 수 있다.

2열 시트를 뒤로 끝까지 밀고 등받이를 눕히면 호사스러운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2열 공간만을 위한 송풍구는 물론 시트 열선 조절, 에어컨 온도조절 장치까지 별도로 마련되어 있고, 1열 선루프와 구역을 확실하게 나눈 2,3열 공간용 파노라마 루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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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열 선루프는 인슬라이드 방식- 즉, 유리판이 지붕 안쪽으로 숨는 방식이고, 그래서 뒤쪽 파노라마 루프와의 경계 부분이 넓다. 1열 선루프의 햇빛가리개는 수동이지만, 뒤쪽 파노라마 루프의 햇빛가리개는 자동이다. 파노라마 루프용 햇빛가리개의 버튼은 운전석 위 헤드 콘솔에 달려 있는데, 뒤쪽으로 쏠려 있기 때문에 뒷좌석 승객도 몸만 일으키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조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정되어 열 수 없는 파노라마 루프는 한복판으로 두터운 쇠막대 지지대가 지나가 개방감을 떨어뜨리고 있는 점이 아쉽다. 아무튼 파노라마 루프의 혜택은 3열 승객에게까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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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를 뒤로 밀었을 때의 2열 공간은 넓긴 하지만 안락한 느낌은 아니다. 차에 오를 때 바닥이 높게 느껴지는 것에 비해, 방석은 낮고 앞좌석 아래 빈틈이 좁아 발을 거의 뻗을 수 없다. 때문에 등받이 각도를 조절해도 시트에 어정쩡하게 걸터앉은 기분이 든다. 등받이 아래쪽을 통해 엔진 진동이 느껴지기도 한다. 대신 차체가 더 큰 아우디 Q7보다도 3열 공간에 드나들기가 쉽고, 3열 공간도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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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열에 앉으면 2열 좌석 아래로 발을 넣을 수 있는데다 바닥이 평편하고 레일 따위가 튀어나와있지 않아서 체감 공간이 넓다. 기본 위치에서는 상체를 세운 느낌이고 머리가 천장에 닿지만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2명만 앉기 때문에 좌우 공간에 여유가 있고, 2열 승객이 조금만 양보하면 다리 공간도그럭저럭 확보된다. 3열 승객용 송풍구와 컵홀더도 좌우에 각각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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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3열 시트는 등받이를 개별적으로 접어 트렁크 바닥과 평편하게 연결되는 적재공간을 만들 수 있다. 3열 헤드레스트는 등판의 끈을 잡아 당기면 접히고, 2열 헤드레스트는 부착된 상태 그대로 평편하게 눕힐 수 있다. 트렁크 바닥 아래에는 추가 수납 공간이 있고, 자리 일부는 `보스` 서브 우퍼가 차지하고 있다. 테일게이트는 전동으로 여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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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바퀴 굴림을 기반으로 CVT 변속기를 탑재한 JX는 닛산, 인피니티의 자랑인 3.5리터 가솔린 엔진 ‘VQ’를 탑재했으나, 300마력 대를 자랑하는 다른 후륜구동 기반 인피니티들보다는 낮은 성능을 가졌다. 같은 가로 배치 구성의 엔진, 변속기를 쓰는 닛산 무라노와 비슷하게 265마력, 34.3kgm의 힘을 내는데, 시내 주행에서는 가속페달을 조금씩만 밟아도 가뿐하게 움직여준다. 특히 조용하게 차단되어 있으면서도 자극적인 음색으로 퍼지는 엔진 소리가 ‘살아있네’라는 표현을 쓰게 한다. 실내 공간의 여유에 비해 운전시 차체 크기에 대한 부담은 적게 느껴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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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는 ‘무단’이지만 수동모드에서는 6단 자동변속기를 모사한다. 내리막에서는 강하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저항이 걸려 부드러운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운전대 변속 패들은 없다. 100km/h 정속 주행시 D에서는 1,500rpm을 살짝 상회하는데, 수동모드에 놓으면 1,750rpm을 가리킨다.

JX는 인피니티 M과 마찬가지로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장비해 스포츠, 에코, 스노우, 스탠더드 주행 모드를 간편히 선택할 수 있다. D에서 풀 가속을 하면 엔진회전수가 6,000rpm 부근에 멈춘 상태로 속도만 붙어나가지만, 셀렉터를 스포츠 모드에 놓고 풀 가속을 하면 D에서도 일반 자동변속기처럼 변속이 이루어진다. 이때는 6,000rpm에 조금 못 미처 다음 단으로 넘어가는데, 템포는 길게 늘어진다. 85, 110, 135km/h에서 다음 단으로 넘어간다. 더디게 느껴지지만 실제 가속은 덩치에 비해 빠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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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성격에 비추어 승차감이나 거동도 만족스럽다. 뒷바퀴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음이 크다 했더니, 트렁크 바닥 아래에 실려 있던 화물 격리 그물망의 묵직한 쇠붙이가 부딪치며 나는 소리였다. 제대로 고정시키고 난 후로는 긴 스트로크로 부드럽고 여유있게 요철 충격을 흡수해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친 주행에서는 무게가 쏠림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만, 마냥 무른 차는 아니다.

▲ 차체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20인치 휠을 끼웠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듀얼러 H/P SPORT AS. 235/55 사이즈다.
<▲ 차체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20인치 휠을 끼웠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듀얼러 H/P SPORT AS. 235/55 사이즈다.>

인피니티 JX35의 차량 가격은 2륜구동 모델 6,750만원, 4륜구동(AWD) 모델 7,070만원이며, 공인연비는 각각 8.4km/L와 8.2km/L이다. 시승차는 4륜구동이었고, 200km 주행에서 5.4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4륜 모델에만 루프레일이 달린다는 점 외에 2륜과 4륜의 외관이나 사양 차이는 없다. 2륜과 4륜의 연비 차이가 적으니, 효과적인 안전 장비를 추가한다는 차원에서 4륜 구동을 선택하기가 쉬울 것 같다. (시내 연비는 같고 고속도로 연비에서 차이가 난다.) 다만, 같은 구동계의 닛산 무라노에는 있었던 4륜 구동 LOCK 버튼은 보이지 않는다.

글, 사진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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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피니티 JX 시승 사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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