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SUV의 정점. 폭스바겐 투아렉 V8 TDI

발행일자 | 2013.03.25 11:27
디젤 SUV의 정점. 폭스바겐 투아렉 V8 TDI

사람이 올라탈 수 있도록 무릎을 꿇는 코끼리의 모습. 투아렉의 차고조절 기능을 보며 든 생각이다. 이 차의 에어서스펜션은 다섯 단계로 높이가 조절된다. 로딩-스포츠-노멀-오프로드-특수 오프로드 순으로 높아진다. 로딩은 짐을 싣고 내리기 쉽도록 차체를 최대한 낮춰주는 기능이다. 운전석뿐 아니라 트렁크 안쪽 버튼을 눌러도 작동한다. 사람이 타고 내릴 때도 한결 수월해 노약자를 태울 때 유용하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렇게 낮은 상태를 유지할 순 없다.

로딩보다 한 단계 높은 ‘스포츠’는 공기저항을 줄이고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차고조절 기능과 별개로 선택할 수 있는 전자식 댐퍼의 설정을 스포츠로 바꿀 때나 고속주행 때도 자동으로 이 높이가 된다. 오프로드 주행모드와 연동된 ‘오프로드’는 최저지상고를 높여 험로 주파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준다. ‘특수오프로드’ 모드는 더 심한 험로를 주행하기 위한 것이라 저속 주행만 가능하다. 튜닝한 차처럼 껑충한 모습이 되지만 스포티하고 나지막한 R라인 패키지를 두른 투아렉 V8에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다. 최저지상고는 구형과 마찬가지로 160~300mm 범위에서 조절된다.

디젤 SUV의 정점. 폭스바겐 투아렉 V8 TDI

대형 SUV ‘투아렉’과 고급 세단 ‘페이톤’은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이 기술력과 역량을 총동원해 이름을 걸고 만든 ‘투 톱’ 이라 할 수 있다. 투아렉은 아우디 Q7, 포르쉐 카이엔과 함께 개발된 탓에 상대적으로 이미지가 약화되어 온 부분도 없지 않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마케팅 방법만큼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가령, 투아렉의 외피를 입은 폭스바겐의 사막 경주용차는 지옥의 레이스라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 출전해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디젤차로서는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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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5.0리터 10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한 1세대 투아렉 V10 TDI 모델은 엄청난 엔진 토크와 차체강성을 바탕으로 보잉747 항공기를 견인해내는 놀라운 ‘토크 쇼’를 선보이며 ‘지상 최강의 SUV’를 자처하기도 했다. 이번에 시승한 투아렉은 2011년 여름 국내에 출시된 2세대 모델이고, V8 TDI 엔진을 탑재했다. 과거의 V10 TDI와 비교하면 엔진 실린더 숫자가 2개 빠졌고 배기량도 4.2리터 급으로 낮아졌다. 업계의 화두인 ‘다운사이징’에 충실한 것인데, 성능은 도리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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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투아렉의 8기통 디젤 엔진은 종전의 10기통보다 10%정도 높아진 34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최대토크 또한 81.6kgm로 7%가량 상승했다. 출시 당시에는 국내 시판 SUV중 최강의 토크를 자랑했다. (지금은 포르쉐가 같은 엔진을 튜닝해 얹은 382마력, 86.7kg.m의 카이엔 S 디젤에게 왕좌를 내줬다.) 그러면서도 연비는 45%나 좋아졌으니 박수가 나올 만하다. 혹독한 다이어트를 병행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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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판 모델은 그 성능에 걸맞게 ‘R-라인’이라는 고성능 이미지의 패키지를 더해 내·외장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차체 아래쪽이 강조된 디자인과 20인치 대형 휠 등 겉모습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왕의 귀환’이라 할 만 하다. 실내의 금속 장식과 고급스러운 마감도 이 차의 등급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막상 운전대를 잡으면 구형보다도 커진 덩치가 와 닿질 않는다. 훨씬 작은 차를 몰 듯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는 것은 핸들링이 좋아서다. 몸의 쏠림이 신경 쓰인다면 시트의 옆구리 받침을 바싹 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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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음은 엔진의 괴력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매끈하다. 하지만 주행 시의 엔진음과 배기음은 조용하면서도 낮은 울림을 동반한 은근한 박력이 있어 운전재미를 돋운다. 폭스바겐 최초의 8단 자동변속기는 100km/h에서 1,200rpm에 불과한 회전수를 유지한다. 투아렉의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5.8초에 불과한 100km/h 도달 가속시간이 아찔하기만 하다. 투아렉은 토센 LSD 기반의 풀타임 4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 견인력은 3.5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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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의 단단함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전자식 댐퍼,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 등은 비싼 차를 타고 있다는 만족감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신형으로 넘어오면서 줄어든 오버행은 오프로드 주파에 유리한 조건이다. 접근각 30도, 램프각 27도, 이탈각 31도를 제시한다. 수심 580mm를 통과할 수 있고 45도, 100%의 경사를 오를 수 있다.다만, 차체 높이를 ‘특’ 오프로드 모드까지 높여도, 시승차의 낮게 깔린 범퍼와 얇은 타이어가 신경 쓰여 심한 험로에 들어서기는 망설여졌다. 타이어는 275/45R20 사이즈로, 하이엔드 SUV를 위한 고성능 온로드 제품인 굿이어 이글 F1 SUV 4X4를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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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주차브레이크와 오토 홀드 기능,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전동식 테일 게이트는 굳이 오프로드를 찾지 않더라도 일상에서의 편의성을 높여줄 것이다. ACC의 기술을 활용한 ‘프론트 어시스트’는 앞차와의 거리를 경고하는데 그치지 않고 필요할 경우에는 정지할 때까지의 자동 감속을 제공한다. 4개의 카메라로 구현한 ‘탑뷰’ 기능은 위에서 내려다 보는듯한 영상을 제공해 주차할 때나 좁은 길을 지날 때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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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방향이 다를 뿐, 아우디에 버금가게 고급스럽다. 다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그래픽은 시대에 뒤진 느낌을 준다. 기함급 모델에 어울리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8인치 화면과 20GB하드디스크, TPEG 3D내비게이션, 아이팟 및 블루투스 지원 등 스펙상으로는 뒤지지 않는다. 다인오디오 컨피던스(DYNAUDIO Confidence) 시스템은 12개의 스피커 및 앰프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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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보다 늘어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한층 넓어진 뒷좌석 공간에서는 대형 유리 지붕의 개방감을 만끽할 수도 있다. 바닥이 평편하고, 등받이 각도를 조금이나마 뒤로 더 기울일 수 있으며, 시트를 전진시켜 짐을 더 실을 수도 있다. 뒷좌석은 트렁크 쪽에서 버튼으로 간단히 접을 수 있다. 트렁크 바닥은 높은 편이지만 바닥판 아래에는 임시 스페어 타이어가 있을 뿐 잉여 수납공간은 없다. 기본 적재용량은 580리터이고, 시트를 접으면1,642리터까지 늘어난다.

디젤 SUV의 정점. 폭스바겐 투아렉 V8 TDI

폭스바겐 투아렉의 국내 가격(‘12년 3월 인상가격 기준)은 V6 TDI 7,800만원, V8 TDI 11,040만원이다. 늘 신경 쓰이는 차는 친인척에 해당하는 기본가격 8,800만원의 포르쉐 카이엔 디젤이다. 이 차는 지난 해 포르쉐의 한국시장 전체 판매량 중 41%, 카이엔 판매량의 73.7%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추가된 카이엔 S 디젤은 1억8,370만원이니 그나마 사정권 밖이지만, 집안에 항상 비교되는 엄친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참 괴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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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렉 V8 TDI의 복합연비는 9.7km/l(구연비는 10.4km/L), 스톱&스타트 등 블루모션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V6 TDI는 10.9km/l이다. 시승차는 500km 주행에 7.4km/l를 기록했으며, 트립컴퓨터에 남겨진 약8,000km의 누적 연비도 이와 같았다.

글,사진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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