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봄에 보는 ‘그 겨울’의 SUV

발행일자 | 2013.04.12 17:35

겨울이면 어떻고 봄이면 어떠하리, 계절 가리지 않는 SUV의 매력

눈 내리는 봄에 보는 ‘그 겨울’의 SUV

서울에도, 대구에도 눈이 내린 4월이다. 꽃구경을 기대했던 이들은 봄 같지 않은 날씨를 원망하고, 한편에서는 길어진 겨울과 여름 사이에서 봄이 사라진다고들 걱정이다. 그 와중에 지난겨울 만났던 SUV들을 떠올렸다.

글,사진 /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4륜구동과 강인한 이미지 덕분에 SUV는 겨울에 빛난다. 하지만 나들이나 레저 활동 등에서 계절 가리지 않고 다목적성을 뽐내는 것 또한 SUV의 장기이다. 정통 SUV의 기세가 꺾여 예전 같은 험로 주파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해도, 기본적으로 높은 지상고는 이곳저곳 누비고 다니기에 유리한 조건. 게다가 차체가 동급 세단보다 길지 않으면서도 넓은 실내와 공간 활용성을 갖추었으니 아웃도어, 캠핑 등을 즐기는 이들이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차가 바로 SUV되시겠다.

이 자리에 모인 SUV들은 각기 다른 특색을 자랑한다. 미국, 독일, 일본차가 나왔지만, 브랜드 국적만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배경을 가진 차도 있고, 겉보기와는 다른 능력이 돋보이는 차도 있다. 가격대도 서로 다르다. 차례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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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이스케이프 / 작지만 알차다

덩치만 보자면 여기 낄 차가 아니었다. 형님인 익스플로러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한 살이라도 어린놈’이 유리한 것이 이 무대의 생리. 최신모델다운 ‘스마트’함을 무기로 훨씬 큰 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제원 상 크기는 르노삼성QM5와 흡사하다.

지난 해 가을에 국내 출시된 신형 이스케이프는 미국 SUV시장의 베스트셀러였던 전작의 뒤를 잇되 유럽 포드의 소형 SUV인 쿠가와 한 몸으로 개발됐다. 미국에서 생산하지만 본바탕은 유럽에서 설계된 SUV라는 것이다. 구형 이스케이프는 크기가 작을 뿐 이렇게 오밀조밀 신경 써서 만든 차가 아니었다. 양쪽 다 장점이 있지만, 이번 차는 요즘 추세를 정확히 반영해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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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과거의 2.3리터, 3.0리터 가솔린 엔진을 대체한 1.6리터 터보, 2.0리터 터보 ‘에코부스트’ 엔진이 그렇다. 다운사이징을 통해 연료 소비를 줄이면서도 파워는 잃지 않았다. 1.6이 180마력, 2.0이 243마력을 내며, 연비(4륜구동 기준)는 각각 10.1km/L와 9.2km/L이다.

하체는 유럽에서 호평을 받아온 쿠가의 것을 그대로 적용한 만큼 핸들링이 뛰어나면서도 승차감이 단단하거나 튀지 않는다. 지능적으로 제어되는 4륜구동 시스템도 한몫 거든다. 평상시에는 앞바퀴만 굴리지만 가속할 때는 네 바퀴를 구동하는 등 상황에 따라 빠르게 바뀌며, 계기판 화면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안전하고 빠른 코너링을 돕는 토크벡터링 컨트롤과 커브 컨트롤도 강력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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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도 기대 이상으로 좋다. 음성 명령이 가능한 `마이포드 터치` 및 `싱크`, 평행 주차를 간편하게 끝내주는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도 뒷 범퍼 아래로 다리만 뻗어주면 트렁크 문을 열거나 닫을 수 있는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게이트`, 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비스타 루프`가 대표적이다. 에어백은 운전석 무릎 에어백까지 7개를 갖췄다.

SUV에 바라는 기본 사항이라 할 수 있는 넓은 시야와 편한 승하차 높이, 실내 공간 여유, 다양한 수납공간 등도 잘 갖춰져 있다.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 조절이 될 뿐 아니라 접기도 간편하다. 적재용량은 기본 406리터, 최대 1,603리터.

가격은 1.6리터 2WD모델이 3,270만원이고 AWD모델은 3,510~3,800만원. 2.0리터 AWD는 4,15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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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파일럿 / 큰 만큼 여유롭다

제트기 ‘파일럿’을 연상하기엔 너무 비대해 보이는 이 차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대형 SUV이다. 생산지도 미국 앨라배마. 지난 해 미국에서는 11만 5,000대가 팔리는 등, 얼굴 못생겼다고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가졌다. 해당 시장을 염두에 둔 경쟁사들의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하다. 통통하다 못해 귀엽기까지 한 살집은 보기에 따라 꽤 튼튼한 이미지로 비춰지기도 하므로 안전을 보장받는 것 같은 안심을 얻을 수 있다. 하긴 차폭이 2미터에 가까운 우량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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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에서 이렇게 덩치 큰 차는 얼마 되지도 않지만, 겉보기와 달리 뼈대가 따로 없는 승용차 플랫폼의 크로스오버인지라 ‘동급 최대’ 실내공간 및 적재용량을 자랑한다. 시트 배치는 3열 7인승. 3열 공간은 발 놓기가 애매하고 무릎을 세우는 자세가 되긴 하지만 어른도 앉을만하다. 3열을 세운 상태에서의 적재공간은 589리터(미국기준). 뒷 유리만 따로 열 수 있고 그물망으로 2층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해 활용성을 높였다. 3열을 접으면 1,351리터가 확보된다.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2열은 앉았을 때 넉넉한 것은 물론, 접으면 납작 엎드려서 적재 공간 확장(최대 2,464리터)을 실속 있게 만든다.미국 사양의 고급형에서 볼 수 있는 뒷좌석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나 햇빛가리개 등은 빠져있어서 공간이 다소 허하긴 하다. 대신 C필러에까지 송풍구를 넣은 데다 뒷좌석 공간의 온도를 별도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고, 운전석에는 뒷좌석 승객의 표정을 살필 수 있는 거울을 다는 등 온화한 패밀리카로서의 면모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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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은 높다. 박스형 디자인과 더불어 차체 크기 파악이 쉽다. 수직 벽에서 튀어나오듯 배치된 변속레버는 앞, 뒤가 아니라 위, 아래로 움직이는 기분. 그래도 운전공간은 나름 현대적이다. 광활한 센터콘솔 수납공간이나 층층이 나뉜 도어 포켓 등은 막 쓰기 편한 차로서의 장점을 부각시킨다.

파일럿에 탑재된 V6 엔진의 배기량은 3.5리터급으로, 최고출력 257마력, 최대토크 35.4kg·m의 힘을 발휘한다. 어코드 3.5의 것보다 출력이 낮은 대신 토크가 높다. 가솔린이라 먹성이 좋은 것이 흠이긴 하지만, 부하가 적을 때 일부 기통을 정지시키는 VCM기술이 적용되어 있어 운전하기에 따라서는 의외로 괜찮은 연비가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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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부드럽다는 장점은 액티브 컨트롤 엔진마운트(ACM)와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변속기가 5단인 것은 아쉽지만 몸놀림은 가볍다. 앞바퀴 굴림을 바탕으로 한 4륜구동 시스템 ‘VTM-4’는 평상시 스스로 구동력을 배분하지만, 변속레버 부근의 버튼을 눌러 잠그면 저속에서의 험로 주파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

공인 연비는 8.2km/L. 가격은 4,8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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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그랜드 체로키 /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아우른다

미국 오프로더의 대명사인 지프의 대표적 모델이지만 몹시 도로 친화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크고 고급스러우며 편안하다. 특히 여기나온 ‘오버랜드 서밋(Overland Summit)’ 버전은 그랜드 체로키 중에서도 화려한 실내외 사양을 뽐낸다. 크롬 장식과 20인치 휠에 눈길을 준 뒤 차에 오르면, 스티치로 포인트를 준 프리미엄 새들(Saddle) 가죽과 천연 블랙 올리브 애시 우드 트림의 내장이 탑승자를 반긴다. 오버랜드 서밋 엠블렘이 자수된 어두운 갈색의 고급 나파 가죽 시트가 압권. 이래봬도 미국 워즈오토의 `10대 인테리어 어워드’에 빛나는 실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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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미국적인 이 차도 실은 유럽의 영향을 적잖이 받았는데, 다임러와 크라이슬러가 한솥밥을 먹던 시절의 유산으로 벤츠 M클래스와 플랫폼을 공유한 것도 모자라, 심장부에는 피아트에서 소싱한 3.0리터 V6 디젤 엔진을 탑재한 것이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41마력, 최대토크 56.0kg·m의 힘을 발휘하며, 비록 5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지만 10.8km/l의 준수한 연비를 달성했다.

지프인 만큼, 악조건에서 달릴 준비는 제대로 했다. 눈길, 빗길은 물론 오프로드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상시 4륜구동 시스템 ‘콰트라 드라이브∥’를 채택했으며, 전자 제어 리미티드 슬립 디퍼런셜(ELSD), 주행 환경에 따라 지상고를 총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콰드라-리프트(Quadra-Lift)’ 에어 서스펜션 시스템, 상황에 따라 5가지의 주행 모드 선택이 가능한 ‘셀렉 터레인(Selec-Terrain)’ 시스템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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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도로에서 유용한 사양도 물론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및 전방 추돌 경고장치, 듀얼 패널 선루프, 앞좌석 통풍 시트 및 앞/뒤 열선 시트 등이다. 트레일러의 주행 안정성을 보조해주는 전자제어 기능도 있다. 뒤뚱거릴 것처럼 높은 SUV지만 고속안정성이 좋고 마치 유럽 차처럼 코너를 빠져나간다.

가격은 7,67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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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투아렉 / 힘이면 힘, 기술이면 기술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이 기술력과 역량을 총동원해 만든 자사 최고의 SUV이다. 1세대보다 훌쩍 커진 차체 및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한결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덩치는 커졌으나 무게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 포인트다.

마찬가지로, 엔진도 배기량은 줄었으나 성능은 높아졌고, 동시에 연비가 좋아졌다. V8 TDI 디젤 엔진을 탑재한 시승차의 경우, 이전 V10 TDI와 비교하면 배기량이 5.0리터에서 4.2리터로 줄었으나 최고출력은 10% 높아졌고, 최대토크는 7% 늘었으며, 연비는 45% 개선됐다. 국내 시판 모델은 성능에 걸맞게 ‘R-라인’이라는 고성능 이미지의 패키지를 더해 내·외장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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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운전석에 앉으면 훨씬 작은 차를 몰 듯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다. 핸들링이 좋고, 엔진음과 배기음은 조용한 듯 하면서도 낮은 울림을 동반한 은근한 박력이 있어 운전재미를 돋운다. 폭스바겐 최초로 이 차에 탑재된 8단 자동변속기는 100km/h에서 1,200rpm에 불과한 회전수를 유지한다. 투아렉의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5.8초에 불과한 0-100km/h 도달 가속시간이 아찔하기만 하다.

투아렉은 토센 LSD 기반의 풀타임 4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 견인력은 3.5톤이다. 신형으로 넘어오면서 줄어든 오버행은 오프로드 주파에 유리한 조건이다. 접근각 30도, 램프각 27도, 이탈각 31도를 제시한다. 수심 580mm를 통과할 수 있고 45도, 100%의 경사를 오를 수 있다. 다만, 다카르 랠리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경주용차는 이 차와 이름만 겉모양만 비슷할 뿐이니 동일시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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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의 단단함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전자식 댐퍼,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 등은 비싼 차를 타고 있다는 만족감을 높여주는 부분. 전동 주차브레이크와 오토 홀드 기능,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전동식 테일 게이트는 굳이 오프로드를 찾지 않더라도 일상에서의 편의성을 높여줄 것이다. 4개의 카메라로 구현한 ‘탑뷰’ 기능은 위에서 내려다 보는듯한 영상을 제공해 주차할 때나 좁은 길을 지날 때 편리하다.

실내 2열은 바닥이 평편하고, 등받이 각도를 뒤로 더 기울일 수 있으며, 시트를 전진시켜 짐을 더 실을 수 있다. 트렁크 쪽에서 버튼으로 간단히 접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 적재용량은 580리터이고, 시트를 접으면 1,642리터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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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연비는 9.7km/l. 투아렉 중에서도 245마력 디젤 엔진을 탑재한 V6 3.0 TDI 모델의 연비는 10.9km/l로 조금 더 좋다.

가격은 V8 TDI 1억 1,040만 원, V6 3.0 TDI 7,8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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