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A5 스포트백, ‘남다른 뒤태’를 말하다.

발행일자 | 2013.05.14 01:08
[시승기] 아우디 A5 스포트백, ‘남다른 뒤태’를 말하다.

‘스포츠백’이라고도 불려온 ‘스포트백(Sportback)’. 아우디가 쿠페형 차에 뒷좌석용 문을 더해 만든 5도어 모델을 부르는 명칭이다. ‘쿠페’라고는 했지만 A1, A3 스포트백의 경우에는 3도어 해치백에서 파생된 형태. 아무튼 아우디는 A1~A7에 이르는 스포트백 라인업을 가장 먼저 완성했고, BMW가 5시리즈/3시리즈 그란투리스모, 메르세데스-벤츠가 CLS/CLA로 이를 뒤쫓는 양상이 됐다. 물론 각 브랜드마다 모델 성격은 차이를 보인다.

아우디의 경우 5도어 해치백이라는 점에서는 BMW 그란투리스모와 같지만 외형의 날렵한 쿠페스러움은 벤츠에 가깝다. ‘쿠페의 세련된 디자인’에 ‘세단의 편의성’, 그리고 ‘아반트(왜건)의 기능성’까지 갖춘 차종이라는 것이 스포트백에 대한 아우디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A5 스포트백이다. 세단인 A4, 쿠페인 A5, 왜건인 A4 아반트와 비교해보면 이 차종만의 특색이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시승기] 아우디 A5 스포트백, ‘남다른 뒤태’를 말하다.

A5 스포트백은 A4와 차체길이, 휠베이스가 거의 같고 심지어 트렁크 용량은 동일하다. 따라서, 지붕과 뒷유리만 길게 뒤로 빼놓고는 새로운 차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A5쿠페의 특성들이 도드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전면부와 후면부 디자인이 A5쿠페 그대로인 것은 둘째 치고, A4보다 넓은 A5쿠페의 어깨선과 더 낮은 지붕을 그대로 적용했다. 이는 A4와 차별화된 A5쿠페만의 매력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부분들이다.

차체뿐 아니라 윤거도 쿠페와 동일하게 A4보다 넓다. 더 스포티한 달리기를 기대할 수 있는 요건들이기도 하다. 창문의 프레임이 없는 도어, 뒷유리 위에 가늘게 삽입된 보조 제동등, 시동 걸 때 환영 율동을 보여주는 계기판의 키 세레모니 등도 스포트백에 부여된 쿠페의 감성을 보여준다.

[시승기] 아우디 A5 스포트백, ‘남다른 뒤태’를 말하다.

한편, A5쿠페와 비교하면 휠베이스가 길다. 게다가 별도의 도어가 있으니 뒷좌석에 드나들기가 훨씬 낫다. 더불어 트렁크도 넓다. 세단의 변형이 아니라 쿠페에 기능을 더한 것이라는 설명이 그럴 듯하다. A4보다 뒷좌석 머리 공간이 좁은 것은 ‘쿠페에서 파생된 차니까’ 이해해야 한다.

그래도 왜건의 실용성을 더했다는 차의 트렁크 용량이 세단과 같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A4와의 차이를 만드는 부분은 결국 ‘해치백’이다. 트렁크 덮개부분만 열리는 A4, A5쿠페와 달리 스포트백은 뒷유리 부분이 함께 열린다. 수치상 용량은 같더라도 실제 물건을 넣고 뺄 때의 편의성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시승기] 아우디 A5 스포트백, ‘남다른 뒤태’를 말하다.

특히 뒷좌석까지 접고서 부피가 큰 것을 싣고자 할 때 입구가 좁아서 트렁크 쪽으로 넣어도 걸리고 옆문으로 넣어도 걸리는 상황을 겪어본 이라면 이해가 갈 것이다. 물론 아반트라면 뒷좌석을 접지 않고도 실을 수 있는 경우가 있을 테니 스포트백의 적재 기능이 그보다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쿠페에서 파생된 차니까’ 이해해야 한다.

기본 적재용량/뒷좌석 폴딩 시 적재용량을 비교해보면, A5쿠페 455/829리터, A4세단 480/962리터, A5스포트백 480/980리터로 차이가 있다. 뒷좌석을 원위치 시킬 때는 조금 무거운 편이다.

[시승기] 아우디 A5 스포트백, ‘남다른 뒤태’를 말하다.

국내에서 A5 스포트백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파워트레인 선정이다. A4는 2.0 디젤(TDI)의 앞바퀴 굴림 모델과 4륜구동(콰트로) 모델이 있고, 2.0 가솔린 터보(TFSI) 콰트로가 있다. A5 쿠페는 2.0 TFSI 콰트로만 있다. 스포트백은 2.0 TDI 콰트로만 출시됐다. 디젤 쿠페의 멋과 실용성을 함께 즐기는 방법이 바로 스포트백인 셈이다.

스포트백은 A4 TDI 콰트로와 같은 177마력 디젤엔진과 7단 S트로닉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탑재했다. 0-100km/h 7.9초의 성능은 A4와 같으나 최고속도가 222km/h로 3km/h 떨어지고 연비도 15.0km/L로 0.3km/L 뒤진다. 무게가 더 나가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승기] 아우디 A5 스포트백, ‘남다른 뒤태’를 말하다.

어쨌든 여기 탑재된 디젤엔진은 상당히 조용하고 부드러운 편이다. 냉간 시에는 미미한 진동이 있고 음질 면에서도 디젤인 걸 속이진 않지만, 에어컨 바람이라도 쐬고 다닐라 치면 디젤인 것을 잊기 십상일 정도로 방음과 진동 억제를 잘했다. 부하가 걸릴 때는 분명 갈라지는 소리, 푸드덕 거리는 소리도 나지만, 놓치기 쉽다.

회전수가 올라가고, 변속이 이루어지고, 다시 회전수가 올라가는 일련의 매끄러움으로부터, 엔진의 저음은 재미를 위해 남겨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엔진만 잘나서는 어려운 일이다. S트로닉은 변속패들까지 갖췄다. 수동변속기처럼 짝짝 붙는 느낌을 주는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작동에 흠이 없진 않지만 승차감이나 반응 면에서 폭스바겐의 보급형 모델과는 수준차이가 난다. 성능 수치뿐 아니라 실용영역에서의 박력도 충분히 좋다.

[시승기] 아우디 A5 스포트백, ‘남다른 뒤태’를 말하다.

첨단 변속기, 안심을 주는 콰트로도 이번에 제짝을 만난 듯하지만, 차의 성격을 기분 따라 바꿀 수 있게 해주는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도 스포트백의 다중성과 잘 어울린다. 기존의 ‘컴포트’ 외에 ‘이피션시’ 모드를 추가해 연비 주행을 본격적으로 챙겼다. 이게 아니더라도 100km/h에서의 회전수는 1,500rpm에 불과하다. 오토 스타트 스톱 기능도 있다. 시동이 꺼지고 켜질 때 대중차와 같은 불쾌함이 없다. 다만 차체가 옆으로 움찔하는 느낌은 있다. 이때 중앙분리대 옆에서 창문을 연 상태라면 깡통 소리가 반사되어 들릴 수도 있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245/40R18사이즈의 바퀴가 묵직하게 노면에 붙는 느낌을 운전대를 통해 간접체험하게 된다. 론치컨트롤 기능도 쓸 수 있다. 콰트로의 뒷받침을 받는 급출발은 격렬하기 보단 매끄럽게 빠르다. 그러면서도 요철 통과 시에는 한 체급 위의 차에서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타이름을 보인다. 다만, 뒷좌석 승차감은 다소 떨어진다. 브레이크 역시 부드럽게 잡히지만 작정했을 때는 충분히 강력한 제동력을 선사한다.

[시승기] 아우디 A5 스포트백, ‘남다른 뒤태’를 말하다.

두 가지 트림 중 고급형인 ‘다이내믹’에 우드 장식이 적용되는 것은 어색하지만, 오토 홀드, 통풍 시트, 뱅앤올룹슨 오디오 등 만족감을 높여주는 사양들을 완비하고 있다. 선루프가 1열 승객전용인 것은 불만일 수 있지만 ‘쿠페에서 파생된 차니까’ 이해해야 한다. (사실 A5 쿠페는 틸트만 되는 넓은 선루프를 가졌다.) 비로소 적용된 본사 개발 내비게이션은 실리보다 명분을 챙긴 케이스다. 쓰기는 불편하나 안정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고 한다.

경쟁모델들에 비해 디젤 엔진 도입이 늦었던 A4처럼, A5 스포트백도 해외 출시 후 적잖은 뜸을 들이다 국내에 들어왔다. 왜건이 보편적인 해외 시장에서는 상투적인 형태를 벗어난 새로운 시도의 결과가 스포트백이지만, A4 아반트가 없는 국내에서는 꿩 대신 닭 격으로 이 차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A4마저도 신선함이 떨어질 즈음, 아우디 코리아는 적절한 모델로 라인업을 확장한 셈이다.

[시승기] 아우디 A5 스포트백, ‘남다른 뒤태’를 말하다.

그런 측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다름 아닌 적재공간의 절대수치가 크지 않다는 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차가 가진 쿠페스타일을 포기하기도 쉽진 않을 것 같다. 굳이 A7 스포트백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A5 스포트백은 의외로 화려함이 덜하다. 쿠페의 세련미와 관능미를 가졌으나 대놓고 드러내진 않는다. 대개는 말쑥하고 기름을 쫙 뺀 느낌으로 지낸다. 그런 와중에 질 좋은 파워트레인과 사양의 조합이 이 차의 완성도를 높이며 남다른 뒤태의 매력까지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 대가는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 아우디 A5 스포트백은 5,840만원, A5 스포트백 다이내믹은 6,290만원이다. 사양을 잘 갖춘 덕분에 기본형도 A4 2.0 TDI 콰트로의 최고급 트림보다 비싸고, 콰트로가 빠진 A6 2.0 TDI의 두 가지 트림과는 맞먹는다. 이름그대로 A4와 A6사이에 투입된 모델임을 말해주는 가격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최소화 하고자 한아우디코리아의 고민을 보여준다. A4의 대안으로 넘보기엔 가격 차이가 만만치 않지만, ‘쿠페에서 파생된 차니까’ 이해해야 한다.

글 /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사진 / 박기돈 객원기자

[시승기] 아우디 A5 스포트백, ‘남다른 뒤태’를 말하다.
[시승기] 아우디 A5 스포트백, ‘남다른 뒤태’를 말하다.

© 2024 rpm9.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주요뉴스

RPM9 RANKING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