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르는 전기차 대전
#전기자동차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징조는 해외에서 이미 시작됐다. 올 상반기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3만7000대로 작년 같은 기간(1만8000대)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주요 업체들의 신차 출시가 이어지고, 성능 향상 및 가격 인하 효과에 힘입어 판매가 늘고 있다. 전기차 확대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도 서서히 해결돼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도 올 연말과 내년 초를 기점으로 개화기를 맞을 전망이다. 국내 출시를 앞둔 다양한 전기차를 집중 해부하고 남아있는 과제를 짚어본다.
올해 10월을 전후해 국내 전기차 시장에는 다양한 신차가 출시되면서 소비자 선택 폭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전기차 시장을 사실상 홀로 주도했던 기아자동차 `레이 EV`의 뒤를 이을 다양한 신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가 곧 국내 시장에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BMW의 `i3`도 내년 5월 한국 시장에 상륙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 한국지엠이 `스파크 EV`를 선보인다. 이 업체는 이달 말 스파크 EV 신차 발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스파크 EV는 전량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GM의 순수 전기차다. 미국 시장에는 이미 출시 전부터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인정받아 시선을 끌었다.
스파크 EV의 최대 출력은 100kW로 동급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 또 최대 토크는 55.3㎏·m에 달해 국내 시장에서 경쟁할 순수 전기차 중 가장 폭발적인 가속력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지엠 측도 놀라운 수준의 초반 응답성과 가속력을 갖춰 국내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10월 출시 예정인 `SM3 Z.E.`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SM3 Z.E.는 국내 시장에서 처음 양산되는 준중형급 전기차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의 전기차 민간보급사업 사전 신청 결과, 60%가 넘는 신청자들이 SM3 Z.E.를 선택해 소비자들의 기대가 크다는 점을 입증했다.
SM3 Z.E.는 70kW의 최고 출력과 23.0㎏·m의 최대 토크 성능을 갖췄다. 1회 충전시 주행 거리는 135㎞로 국산 전기차 중에서는 가장 긴 주행 거리를 확보했다. 레이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91㎞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 차에 비해 50% 가까이 주행거리가 늘어난 셈이다. 르노삼성은 SM3 Z.E. 출시를 기점으로 제주특별자치도는 물론이고 10대 전기차 선도도시를 중심으로 전기차 대중화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BMW가 최근 전 세계 공개한 전기차 `i3`도 내년 5월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레이를 비롯해 출시를 앞둔 국산 전기차가 모두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개조한 차량이지만, i3는 전기차로만 생산되는 BMW의 첫 양산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i3의 최고 출력은 125kW로 국내에서 경쟁할 전기차 중 가장 앞선다. 최고 속도는 150㎞/h에 달할 정도로 주행 성능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다.
i3 모델만을 위해 개발된 하이브리드 동기식 전기모터는 높은 엔진 회전범위 구간에서도 힘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도달하는 제로백 시간은 7.2초에 불과하다. 1회 충전시 주행거리도 최대 160㎞에 달해 짧은 주행거리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평가다. 특히 주행거리를 늘려주는 레인지 익스텐더(range extender) 엔진을 옵션으로 선택할 경우, 최대 주행거리를 300㎞까지 확장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레인지 익스텐더는 리튬 이온 배터리 충전 상태가 설정된 값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주행 중 일정한 수준으로 배터리의 충전상태를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엔진은 34마력의 가솔린 엔진으로 전기모터 바로 옆에 장착된다.
이 외에 폴크스바겐도 해치백 대표 모델인 골프를 베이스로 제작된 `골프 블루-e-모션`의 한국 시장 출시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 블루-e-모션은 85kW의 최고 출력과 27.6㎏·m의 최대 토크성능을 갖췄다. 또 최대 주행거리는 150㎞에 달한다.
주목되는 것은 기아자동차의 반격이다. 기아자동차는 내년 상반기 중 레이 EV를 이을 4000만원 초반대의 `쏘울`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1회 충전 주행 거리 160㎞ 이상과 최고 속도 140㎞/h 이상의 동력 성능을 확보할 계획이다. 배터리 급속 충전 시간을 15분 이내로 단축하고, 냉난방 공조 시스템의 에너지 로스율도 15% 이내로 끌어내린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짧은 주행거리와 동력 성능 등의 단점을 개선한 새로운 전기차가 속속 출시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도 서서히 활기를 띌 것으로 기대된다”며 “시장 확대를 위해 동급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아직은 높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충전 인프라 확대, 보조금 지원 등 정부 차원의 관심이 당분간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종석 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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